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눈물.
               때로는 한방울, 때로는 펑펑... 그 눈물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는데...

내가 사는 동네는 꽤 유명한 학원가 밀집 지역이다. 약 1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 양쪽에 빼곡하게 학원들이 들어차 있다. 간혹 인적이 드문 늦은 밤 거리에서 호젓한 산책을 즐기곤 하는 나는, 부지불식간에 학원가로 발걸음을 옮겼다가 당황하곤 한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갑자기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학원 수강생들의 인파 때문이다. 그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고교생이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중학생들이다. 그리고 이제 갓 중학교에 들어가 아이 티를 벗지 못한 학생이나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끼어 있다.

자라나는 꿈나무들을 '좀비'에 비유했으니 참으로 미안한 일이지만, 내 눈에 가끔 그들은 좀비(살아 있는 시체)처럼 보일 때가 있다. 새벽 1시가 넘는 시각에 집이 아닌 학원에서 공부를 한 뒤 떼로 학원 버스나 부모가 몰고 나온 승용차에 실려 귀가하는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은, 도저히 내가 가진 '상식의 영역'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래서 학교에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아침 8시 등교라면 적어도 7시엔 일어나야 할텐데, 집에 가서 씻고 어쩌고 하면 2시에나 잠들텐데, 그러면 5시간도 못자고 학교에 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본 TV 시트콤에서 학원에 와서 졸고 있는 학생에게 강사가 "너 학교에서 뭐 하고 학원 와서 자!"라고 호통 치는 모습은, 소름 끼치도록 통찰적인 대사였던 셈이다.

지금 사교육의 팽창이 어느 지경까지 와 있느냐를 교육 현실의 구조적 모순과 연계해 시시콜콜 따지고 있는 일은 멍멍이 귀에 맹자왈 공자왈 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니, 과문한 나까지 가담할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다만 이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나는 제 정신이 아닌 것을 넘어 미쳐 돌아가고 있는 세상이 눈 맑아야 할 우리의 아이들을 새벽 거리의 쾡한 좀비로 만들고 있는 현실이 무섭고 식겁할 뿐이다. 얼마전에도 한강 남서쪽 좀비들의 반란이 신문 지상을 뜨겁게 달궜다. 옳고 그름의 잣대를 채택하지 않은 교육 주체들의 사고 체계에는, 이기느냐 지느냐, 밟느냐 밟히느냐, 목소리를 키우느냐 줄이느냐, 미느냐 밀리느냐, 붙느냐 떨어지느냐의'정글 함수'만이 존재할 뿐이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니 별 일 아니라고 치부해 버리면 속 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무섭다. 이런 상황이 내일도 계속될 것 같기 때문에 무섭다. 쾡한 눈으로 새벽을 지새운 결과,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을 유일무이한 생존 원리로 체득하게 된 꼬마 좀비들이 미래의 권력을 쥐게 될까봐 무섭다. 그래서 훔치고 떼먹고 속이고 말바꾸기로 일관해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글 법칙의 달인들, 죽여도 죽여도 선거때마다 되살아나 비치적거리며 걸어오는 저 늙고 흉측한 좀비들의 유전자를 상속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미혼여성들이 ‘산부인과 간다’고 할 때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질병들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보니, 기혼여성은 물론 나이 찬(?) 미혼 여성들의 산부인과 출입 또한 잦아지고 있죠. 자근근종이나 뇌하수체 이상, 자궁내막암 등 초기 발견 시 적은 비용으로 보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여성 관련 질병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이 필요한 것이 비단 기혼여성뿐만이 아닌 시대인 겁니다. 미국 의학협회에서는 만 11세가 되면 1년에 한번씩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다 특별한 이유로 인해, 미혼여성의 산부인과 출입이 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에는 보편화되어 있진 않습니다만. 미국, 호주 등의 외국에선 전문적인 체인을 가진 클리닉이 급증하고 있답니다. 바로 냉동 난자 센터 혹은 클리닉이죠. 먹고 살기 편해지다 보니 별 희한한 일이 다 생긴다 싶으실 겝니다. 멀쩡한 난자를 얼린다니, 말만 들어도 이 얼마나 해괴망측한 소리인지요. 게다가 시집도 안 간 2, 30대 처자들이 자발적으로 산부인과를 찾아 난자를 추출한 뒤 거금의 돈을 지급해 가며 자신의 난자를 얼려둔다고 합니다. 대체 왜 여성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난자를 얼리려 드는 걸까요?

처녀가 임신해도 할 말은 있다?
마찬가지로 처녀가 난자를 얼려도 할 말은 있어야겠지요. ‘아부지, 난자를 좀 얼려야겠으니 투자 좀 하시죠’ 혹은 ‘부장님, 난자 얼릴 돈이 부족해서 그러는데, 회사 대출 좀 이용할 수 없을까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어이없이 쳐다보실 부모님 혹은 상사와 나누게 될 가상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이 평생 동안 만들어 내는 난자의 수는 약 2백만 개 정도래요. 헌데 시간이 흐르면서 몸에서 만들어지는 건강한 난자의 수도 감소되죠. 가령 사춘기가 시작되면 하루에 25~30개 정도의 난자가 만들어지는데 이 개수가 30대 후반이 되면서 급격히 줄어드는 거예요. 헌데 우리 몸은 가장 최상의 난자를 먼저 배란시킨대요. 신비롭기 짝이 없죠? 요는, 나이 든 난자들은 똑똑하지 못한데다가 크기마저 작다는 얘기예요.” 헌데 나이 든 난자가 부실하다는 것과 난자를 얼려야 한다는 게 무슨 상관이지?  “부동산 업계의 금언이 뭐였죠?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잖아요. 수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에요. 첫째도 여성의 나이, 둘째도 여성의 나이라는 거죠.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건강하기만 하면 임신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고 있대요. 대부분의 여성들이 난자의 나이가 얼마나 중요하고도 위험한 요소인지를 모르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요점이 뭔데? “가임 연령의 프라임 타임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대략 여자 나이 서른으로 하자고요. 난자 상태도 아직 쓸만하고, 아이를 가지기에 그리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니까. 헌데 이 시기는 여자들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요. 계속 치고 올라갈 것이냐, 아니면 가정으로 돌아가 안주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시기죠. 요즘 여자들치고, 자발적으로 후자의 경우를 선택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어요. 다들 커리어에 있어서도 승승장구 하고 싶어한단 말이죠.” 그러니까 지금,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나중에 혹시 불임이라도 될까 봐 걱정 돼 난자를 얼려두겠다는 소리야? “불임 예방책 차원의 얘기가 아니라니까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가장 큰 수정 클리닉을 찾는 여자들의 경우, 대부분은 다 건강하대요. 그들이 그곳을 찾는 이유는 단지 자신들이 마흔 살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 여자들을 임신 시키려고 하는 난자들도 마흔 살이거든요. 냉동 난자는 여성의 난자가 나이를 먹는 것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 놓는 거예요. 덕분에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되죠. 3~4년에 불가했던 가임 연령의 프라임 타임을 10년여 가까이 늘릴 수 있다는 얘기에요.” 그래, 난자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건데? “가령 난자들이 건강하고 젊은 시기인 서른 살 생일 때쯤 이것들을 냉동시켜 저축을 해 놓죠. 그리고 5년이나 10년 뒤, 내 인생의 계획표에 따라 아기를 가질 가장 적절한 시기라 판단될 때 이것을 해동시켜서 서른 살 먹은 건강한 난자를 부활시키는 거에요.”

자, 이 정도의 체계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설명이면 과년한 딸년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부모님은 적금이라도 깨시지 않을까요? (아님 말고요 ^^;;) 물론 이런 대화가 가능할 날이 오려면 더 많은 연구원들이 머리 싸매고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법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켜야 하겠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과연 얼마가 필요한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난자동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병원의 의료 수가가 그러하듯, 냉동난자 시술 역시 약제의 종류에 따라 비용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1년 여 전쯤 이 냉동난자 관련해 차병원 관계자와 인터뷰를 시도했을 당시 ‘일반적으로 시술비 포함하여 2백~3백 만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약 1년간의 보관료는 2십 만원 정도’라는 설명을 들은 바 있습니다. 10년간 보관할 경우 약 2백만 원의 보관료가 책정되니 난자를 얼리기 위해서는 4백~5백 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 셈이죠. 물론 그 10년 사이, 기술의 발전 여부와 시술자들의 수요에 따라 이 비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겠죠.

비싼가요? 숫자로만 보면 그렇죠. 하지만 불임 클리닉에 돈다발을 싸다 바치면서도 아기를 얻지 못해 애태운 경험이 있거나 그런 친구 혹은 가족을 둔 사람이라면, 이 비용이 결코 비싸다고 말하진 않을 겁니다. 불임 클리닉은 인공 수정과 시험관 아기로 나뉘는데요, 인공수정은 약값을 제외하고도 1회 15~40만원(병원마다 다름), 시험관 아기는 1회 평균 2백~3백 만원 정도의 시술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시험관 아기를 통해 임신에 성공하는 확률은 전체의 40~45%. 이 중 70%는 첫 시도에 임신을 하는 케이스라고 하죠. 나머지 30%의 여성은 같은 시도를 여러 차례 되풀이해도 쉽게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고, 이 중에서도 5~10%의 여성은 끝내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대체 왜? 범인은 바로 '나이 든 난자(!)'였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볼 때, 글쎄요,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리시렵니까?

Tip 냉동난자 관련 흥미진진 O, X

냉동 난자는 특히 불임여성들이 주목해야 한다. (X)
임신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여성의 나이입니다. 젊고 건강한 난자는 나이 많은 여성의 임신을 수월케 만들죠. 냉동 난자 시술은 불임 여성뿐 아니라 가임 여성이라면 누구든 주목해야 할 기술입니다. 개인적인 이유나 사회적인 이유로 당장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성이 나중을 위해 젊은 시절의 난자를 얼려 보존했다가 임신 가능한 시기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항암 치료 이후 아이를 가지려는 여성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죠. 미혼 혹은 출산 이전의 여성에게 항암 치료를 하면, 치료 이후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거든요. 실제로 차병원 연구소에서는 항암치료 환자와 불임 환자의 난자가 보관되고 있습니다. 

나이 든 난자뿐 아니라 나이 든 정자도 상태가 안 좋다? (X)
일반적으로 난자와 정자의 상태는 20대 초반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난자의 경우 30대 중반까지 유지되다가, 38세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죠. 간혹 생물학적 비판을 정자로 돌리는 새로운 연구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가령 남성도 나이가 들면 변이를 일으킨 정자들이 그들의 자손에게 어떤 유전학적 이상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이죠. 아직까지는 정자의 경우 나이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50대 이후의 임신에는 일부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나이 든 난자로부터 태어난 ‘늦둥이’들은 여러 능력이 떨어진다? (X)
나이가 많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경우, 기형아의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고령의 산모라면 산전 검사가 아주 중요하죠. ‘늦둥이’의 경우 생물학적으로 여러 가지 능력이 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럴 수 있구요. 하지만 대개 이러한 경우 경제적 또는 사회적인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좀 더 나은 교육이나 육아 환경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 차이를 극복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냉동난자 시술은 불임시술과 달리 여성의 몸에 무해하다? (X)
난자동결을 위해선 불임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과(잉)배란’ 유도가 필수적입니다. 꽤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 과정이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이를 피할 수 없습니다. 대안은 현재 점점 발전하고 있는 ‘과(잉)배란’ 없는 미성숙난자를 사용하는 겁니다. 아직까지는 난자 채취 개수나 배아 생성의 개수가 약간 저조한 편입니다. 난자의 채취법의 발전과 난자의 성숙, 동결법의 개발에 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또 진행 중에 있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코미디 세계를 구축해 왔다고 평가 되는 장진 감독,
                                       어느 순간부터 수가 읽히니 지루하다.
                          '장진'식 코미디의 매너리즘을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