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다. 개봉 첫 주말 4위에서 한 주 만에 박스오피스 1위로 세 계단이나 치고 올라오는 일 말이다. 반대의 경우는 숱하게 봤지만, 박스오피스 기사를 7년 가까이 쓰면서 이런 일은 처음 본다. 놀랄만한 흥행 반전이다. <세븐 데이즈>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5일 개봉한 <세븐데이즈>는 첫 주말 7만 9천여 명의 중급 흥행으로 오프닝을 열었다. 순위는 4위였지만 전국 관객수가 37만여 명으로 나쁘지 않은데다 초기 관객들의 입소문이 워낙 좋아 필자 역시 지난주 박스오피스 기사에서 상승세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썼다. 그러나 이 정도 가파른 도약을 선보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입소문의 반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케팅에 진절머리나게 속아온 관객들이 드디어 영화의 검증된 품질에 신뢰를 보낸 사례라 하겠다.
반대의 경우는 <베오울프>다. 첫 주말 15만 4천여 명을 모으며 서울 관객수 기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한 주 만에 4위로 급락했다. 정확하게 <세븐 데이즈>와 자리 바꿈을 한 것이다. <베오울프> 역시 비주얼이나 내용 면에서 미덕이 적지 않은 영화지만, 영화의 품격을 드러내는 일에 집중하지 않고 오프닝에 사활을 건 '눈가리고 아웅'식 마케팅이 자초한 결과라고밖에는 분석할 도리가 없다.
<식객>과 <색, 계>는 롱런 레이스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200만 고지를 점령한 <식객>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면서도 여전이 제법 위력적인 관객 동원력을 선보이고 있고, <색, 계> 역시 지난주와 똑같은 수의 서울 관객을 모았다. 전국 관객수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해서 시나브로 100만 돌파다.
일주일짜리 치고 빠지기 흥행이 전형화된 극장가에서 모처럼 뒷심 흥행작이 나오는가 하면 롱런 흥행작도 두 편이나 나왔다. 고무적임과 동시에 관객수가 줄어드는 비수기 극장가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서울 관객수 기준 주말 박스오피스(2007.11.23~25)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서울/전국) 서울 관객수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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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세븐데이즈 60/290 112,500 910,400
2위 식객 65/309 85,000 2,451,000
3위 색, 계 62/220 83,000 1,032,000
4위 베오울프 68/229 62,100 812,500
5위 쏘우 4 45/214 44,300 180,100
6위 골든 에이지 47/195 37,000 131,000
7위 라비앙 로즈 39/144 21,200 61,000
8위 스카우트 51/270 13,000 277,000
*이 박스오피스의 스코어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과 관련이 없으며, 별도 취재를 통해 확인한 각 영화의 실제 동원 관객수(근사치)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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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정말 재밌나보군요
2007.11.26 19:48한번 보고 싶은데 같이 볼 사람이 없으니 ㅠㅡ
나중에.. DVD 나오면 봐야할듯
2007.11.26 20:43역시! 저조한 성적에 안타까웠는데 완전 축하할 일입니다. 롱런해서 극장에서 꼭 봤음 한다는 소망이^^
2007.11.26 20:50영화를 잘 안 보는 사람입니다. 1년에 2~3편 정도? 소문 듣고 괜찮다는 영화만 골라서 보는 편인데...
2007.11.27 01:13시험친 기념으로 그냥 선택해서 본게 세븐데이즈였습니다.ㅋ
4년 정도... 학생으로 있으면서 몇 편 보진 않았지만... 제가 본 영화중에서는 최고인듯 하더군요... 내용의 반전이 압권.
이 영화 쵝오!!!!!!!!!!!!!!!!!!!!!!!!!!!!!!!!!!!!!!!!
2007.11.27 10:07한가지 후회가 있다면
심야영화로 세븐데이즈를 봤다는 사실...ㅠㅠ
덜덜덜
임산부나 노약자 혹은 비위가 심하게 약하신 분들만 피하시고
나머지분들은 꼭 보3~
솔직히 디워보다 이런영화가
미국에 먼저 흥행됐어야하는데...아숩~~
그 입소문이란게 참 대단하네요...
2007.11.27 11:44정말 이제 영화를 보기 전에 믿을 수 있는 것은,
2007.11.27 17:33그 영화를 먼저 본 사람(소비자)의 입에서 나오는 평가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낚시 마케팅 정말 진저리가 납니다.
이거 200만 넘는다에 내기걸었는데, 더더 치고올라오시라. 세븐데이즈!
2007.11.29 00:06전 아쉬운 점이 살짝 있었는데. :)
2007.11.30 21:09트랙백 보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에도 또 좋은 글 기대 할께요. 퍼가도 되죠?
2011.06.25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