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배설, 잘 버리기

애경's 3M+1W 2007. 10. 13. 15:0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잘 버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얘기해 보죠.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닐걸요? 수족과도 같던 가방과 신발이라도 더 이상 낡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면 과감히 던져 버려야 마땅하고, 흡혈귀처럼 내 삶의 생기를 빨아먹는 인간관계도 일찌감치 청산해야 마땅하며, 일상의 질서를 깨뜨리는 그 모든 안 좋은 습관들도 굳은 결심으로 과감히 끊어야 마땅합니다. 어쩌면 버린다는 건, 모으고 사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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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를 게 없는 인생. 무엇 하나 미련 가질 것도 없습니다!


"난 내가 서른이 되기 전에 인생의 숙제 둘 중 하난, 해결할 줄 알았어. 결혼 하거나, 일에 성공하거나! 근데 이게 뭐냐고. 서른이 코 앞인데, 당장 이번 달 카드값은 어떻게 할지, 그 걱정 뿐이야."(진영)

"서른이 된다는 건, 서른 이후의 삶도 별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닫는 거다."     (범수)




주말을 맞이하여, 대청소 한 판 어떨까요? 청소 얘기는 아닙니다만...  

집이 좁다는 건 평수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잡동사니들, 애물단지 같은 가구만 없더라도 집은 보다 넓어지죠. 집을 좁게 쓴다는 건 공간의 낭비일 뿐 아니라, 쾌적한 일상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요. 버려야 할 건 집안의 물건뿐이 아니죠. 계속 되어온 쓸데없는 잡념과 스트레스, 그리고 식상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도 휴지통에 던져버려야 해요. 맑고 평안한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가져온다는 것이 기본 전제거든요. 인생이 괴로워지는 건 쓸데없는 집착 때문이에요.

‘너무 바빠서’ ‘게을러서’ ‘스트레스가 많아서’ 우리는 버리지 못해요. 버리는 것 또한 하나의 숙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또한 ‘버릴’ 시간에 ‘사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같기도 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청소보다는 쇼핑을 즐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하지만 좀 더 깊은 무의식을 살펴보면 또 다른 이유가 발견됩니다.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의 저자이자 공간 정리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캐런 킹스턴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만일’을 대비하여 보관한다고 해요. 언젠가는 필요해 질 것이 분명하므로 버릴 수 없다는 논리죠.

가끔 함께 작업을 하는 스타일리스트도 말하더군요. “만약을 생각해서 버리지 못하는 습관 덕에 득을 봤던 순간은, 글쎄. 터져 나갈 것 같은 옷 방을 관리하는 수고를 감안할 때 그리 자주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럼에도 옷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10여 년 전 옷들을 절대 버릴 수 없어. 지금은 촌스러워서 못 입지만 언젠가는 분명 유행이 돌아올 테니까. 혹여 내가 못 입으면 내 딸이나 조카들이 감사해하며 빈티지로 소화할 날이 분명 있을 거라고.” 공감했어요. 저 또한 1년에 한 번 신을까 말까 한 구두와 부츠를 ‘언젠가는…’ ‘조카라도 줘야지’ 하면서 마냥 쌓아두고 있거든요. 많이 낡지도 않았는데 버리긴 아깝잖아요. 그렇게 안 신는 구두들을 신발장에 잘 보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블록쌓기처럼 공을 들여 보관을 해도, 다음 시즌에 열어보면 먼지가 잔뜩 쌓이고 형태가 이그러져 있기도 해요. 그럼에도 시즌이 바뀌면 또 구두를 삽니다. ^^;; 구두에 대한 집착은, 아아, 정말 버리기가 힘든 것 같아요. 어쨌든.  

그런가 하면, 추억이 담긴 물건이어서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는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물론 행복했던 시절의 선물이나 기념품, 기록들을 간직하는 건 좋은 취미죠. 하지만 기념할 만한 물건들 중 진짜로 유용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아요. 제 경우에도, 출산을 위해 친정에서 머물던 시기. 제 방 책상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의 일기장, 대학교 1학년 때 남자친구랑 놀러 가서 찍은 사진, 고등학교 마니또와 주고받은 쪽지 상자 등이 책상 서랍을 채우고 있더라구요. 거기 있는지도 잊고 있었는데 말이죠.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로웠냐구요? 그 때 고민이나 지금 고민이나, 크게 다를 바 없던데요. 재미는 있었지만, 그렇게 차곡차곡 간직해 둘 만큼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어요. 그런 과거보다는 오히려 현재 그리고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만 들었죠.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주위를 돌아보세요. 아마 ‘거기 있는지도 몰랐던’ 잡동사니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구 쏟아져나올 거예요.

그러나 버려야 할 것이 단지 눈에 보이는 잡동사니만은 아니죠. 고무줄 체중을 자랑하는 달변가 오프라 윈프리의 얘기를 들어보세요. “나는 무려 13년에 걸친 체중과의 싸움에서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살빼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에서 한치도 전진할 수 없는 것은 우리를 붙들고 있는 두려움과 예정된 존재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길을 가로막는 모든 기억과 물건들 때문이다.” 물론 살 찌게 하는, 그리고 다이어트 후에 다시 요요를 불러오는 신체적 메커니즘의 문제는 분명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오프라의 말처럼, 감정적인 문제나 심리적인 이유를 제거하지 않는 한, 살은 결코 빠지지 않고 빠진다 해도 금방 원상 복귀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결국 잡동사니란 단순히 버려야 할 물건만이 아닌, 정체된 에너지를 말하겠죠. 물건뿐 아니라, 몸과 정신 그리고 영혼의 잡동사니까지 완벽하게 정리할 때 삶의 에너지가 신바람 나게 순환된다는 얘기. 오늘, 영혼의 배설물 밀어내기 한 판을 화끈하게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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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아무리 팔등신 미녀라도,
  먼지가 쌓여 간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거죠."










작년 이맘때 <allure>에 게재했던 기사 중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추려 몇 가지 팁을 만들어 봤어요. (^^ 잡지들은 리스트 업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 지루하시면 skip!

WAKE UP! 생각 버리기

걱정이란 흔들 목마와 같아요.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늘 같은 자리죠. 심리학자들은 ‘생각을 버리려면 지속적인 자기응시가 필요하다’고 얘기해요. 비난도 정당화도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생각을 소멸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나요? 하지만 말이 쉽지, 생각을 버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기왕에 생각할 거라면 일어날까 봐 걱정스러운 일보다는 일어나길 바라는 일 쪽으로 초점을 맞춰 떠올리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버릇을 들여야 해요. 이런 심플한 사고를 도울 만한 시도에는 이런 것들이 있어요.

1 대화를 정돈할 것. 항상 요점을 분명히 하고 결론을 맺는 게 중요하다. 끝맺지 못한 대화는 머릿속에 지속적인 숙제로 남게 된다.
2 습관적으로 기록할 것. 꼭 기억해 둬야 할 일어난 일들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잘 정리해 두면, 문득 생각났을 때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체크할 수 있어 좋다. 
3 화가 나면 참지 말고 폭발시킬 것. 울거나 소리를 질러도 좋다. 그 뒤 그 기분 그대로 대청소를 시작하라. 화의 에너지를 노동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 집이 깨끗해짐과 동시에 두통도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4 명상을 할 것. 몸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을 한 뒤, 그 맑은 기운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잘 순환할 수 있도록 반신욕 혹은 샤워를 통해 체온을 높여보자. 마음과 함께 머리 속까지 편안해질 것이다.
5 불만을 버릴 것. 매사 용서하고 떨쳐버리는 것이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좋다.
6 욕심을 버릴 것. 가진 게 없으면 사고가 심플해진다. 더 고민하는 쪽은 노숙자보다 재벌이다.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가치관이 있다면 생각 또한 단순명료 해진다.
7 침대 옆에 노트 한 권과 펜을 둘 것. 잠들기 직전, 떠오르는 것들을 노트 위에 갈겨 쓴다. 그리고는 몽땅 잊어버리고 잠자리에 든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도 메모할 수 있는 내공이 쌓일 때면, 생각 때문에 잠 못 드는 밤에겐 이별을 고해도 좋다.

DO UP! 관계 버리기

사람들은 대개 한두 명의 원치 않은 친구 혹은 그 어떤 존재를 갖고 있어요. 자신의 인생에서 제외하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없거나, 그럴 수 없었던 사람들이죠. ‘유효기간’이 지난 쓸모 없는 사람은, 냉정하지만 과감하게 끊어버리는 것이 좋아요. 최근 1년 사이 눌러보지 않은 핸드폰 단축키의 주인공을 과감히 삭제해 버리는 것부터 출발하세요. 낭비에 불과한 관계, 소모적인 관계, 그리고 일방적인 관계는 물질적으로도 나아가 정신적으로도 우리 인생에 별 도움이 안되니까요.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려면, 일단 착한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교제술을 터득할 필요가 있어요.

1 이치에 맞지 않으면 거절한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겠다는 건 욕심이다.
2 양심적인 사람일수록 신경 질환에 잘 걸린다. 꼼꼼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실패나 소홀을 용납하지 못하면 본인만 괴롭다. 그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3 모든 걸 완벽하게 하리라 다짐하지 말자. 대충하기로 마음 먹으면 오히려 수월해진다.
4 악평이야말로 친구를 구별하는 절호의 기회다. 위기의 순간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내 편’이다. 
5 사람들이 반대하면 고집 피우지 않는다. 미래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없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버리면, 마음을 상하게 하는 충돌을 피할 수 있다.
6 상대가 지닌 명랑함의 정체. ‘무조건 성격 좋음’의 표식일수도 있지만, 둔감하거나 개성이 없거나 또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속지 말자.
7 나와 똑같기를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세상엔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남에게 기대해서도 안된다.

CHANGE UP! 물건 버리기

이런 것부터 뒤져내 보세요. 그리고 과감히 쓰레기통에, 재활용 박스에 던져 넣어요. 정 아까운 거라면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1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 그러나 ‘엔틱’과 ‘고물’을 잘 구분하자. 신중현 밴드 초창기 앨범 레코드 판이 현재 1백만 원에 판매된다고 한다 켁.  
2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들. 선물을 버리라 해서 미안하지만, 어차피 그 선물을 바라보며 침울한 에너지를 몸 속에 쌓아가야 하는 사람은 선물한 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니까.
3 갈수록 싫어지는 물건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무언가를 구입할 때는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최상의 것으로 결정하는 버릇을 들여라. 차선으로 선택한 것들은 점점 손이 가지 않게 되고 결국 어딘가로 처박히게 된다.
4 수리가 필요한 물건들.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낭비시킨다. 고치거나, 버리거나, 그도 아니면 고치거나 버려줄 누군가를 찾아야만 한다.
5 정리하는 데만 두 배의 노동이 필요한 물건들. 정리만 하다가 좋은 시절 다 흘려 보낸 뒤 죽거나, 정리 안 해서 그 꽉 막힌 에너지에 숨 막혀 죽거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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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우먼들에게 필요한 50가지 것들

애경's 3M+1W 2007. 10. 11. 18:2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데뷔 포스트가 의도치 않게 '문제작'이 된지라, 이번 글은 그냥 가볍게 하하 웃으며 읽고 넘길 만한 가벼운 주제로 끄적여 봤습니다. 일단 제목과 상관없는 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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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턱시도를 입은 딸기와 카푸치노 한잔, 그런 여유 그런 기분전환이 필요한 지금


화수분 같은 옷장과 신발장을 가진 <섹스 앤 더 씨티>의 주인공 캐리도 절대 몰랐을 싱글 우먼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1. 세상의 편견과 오해와 염려의 목소리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는 두꺼운 귀
2. 싱글 우먼이라는 단어를 우아한 뉘앙스로 사용할 수 있는 화려한 명함
3. 가사와 양육의 부담에서 멀찌감치 비껴서, 남아도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스케줄
4.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드는 날에도 선뜻 만날 수 있는 맘 편한 친구
5. 연금보험, 종신보험, 주택청약, 자유저축 등의 통장을 일괄 정리한 지갑

6. 센서로 장애물을 피하며 알아서 척척 청소하는 청소 로봇 룸바
7. 세콤 등 경비회사에 매달 일정금액을 지불하는 것
8. 숙면을 방해하는 아날로그시계의 초침 소리를 대신할 감각적인 디지털 벽시계
9. 냉장고 포켓도어에 보관 가능한 슬림한 형태의 브리타 알루나 소형 정수기
10. 잠 못 이루는 새벽, 과묵한 친구이자 신경정신의 역할을 해내는 맥주 한 두병

11. 개성, 가치관, 취미, 관심사가 반영된 나만의 블로그와 즐겨찾기 목록
12. 건강상식과 요리법, 인테리어법 등 실용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싱글 사이트의 주소
13. 가끔 만나도 매번 염장을 지르는, 행복에 겨워 보이는 친구 커플이 주는 약간의 자극
14. 베이글, 바게트, 크루아상까지 구울 수 있고, 샌드위치 홀더가 달려 있어 손쉽게 샌드위치까지 만들 수 있는 오븐 토스터
15. 소리가 아주 큰 타이머. 혼자 있다보면 집중력이 높아져 TV나 게임에 몰두하는 동안 냄비가 시꺼멓게 타버릴 수도 있으므로

16. 일찍이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독방생활을 통해 설파했듯, 친구도 되어주고, 연인도 되어주고, 종교도 되어주고, 지도자도 되어주는, 커다란 텔레비전.
17. 어느 순간까지도 서로 솔로일 경우, 한 집에 살자고 보험 든 속 좁은 이성 친구
18. 담배연기 및 퀴퀴한 싱글 냄새를 제거하는 향초 여러 개
19. 지압기, 마사지기, 종합 비타민, 옥돌 매트 등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보조제와 의료기들
20. 세상을 혼자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가치 기준, 혹은 나만의 시선

21.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쉽게 훼손되지 않는 딜도 혹은 대용의 튼튼한 그 무엇
22. ‘뚜러펑’의 사용법까지 친절히 설명해 주는 점원이 있는, 집에서 가까운 할인마트
23. 어김없이 절반 이상 남겨지는 간식과 반찬을 보관할 진공포장 지퍼락
24. 망치나 드라이버, 맥가이버칼 등이 들어있는 공구 상자. 무슨일이 생기면 어디선가 틀림없이 나타나는 홍반장은 영화에만 존재하므로
25. 짧은 시간 안에 계란이나 고구마, 냉동식품의 요리가 가능한 소형 다기능 전자찜기

26. 대청소의 응원가. 일테면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 o.s.t와 아소토 유니온의 'Think About'chu'같은 기분 좋아지는 음악들
27. 채 마르지 않은 옷을 순식간에 건조시켜 주고, 온 집안의 습기와 곰팡이, 진드기까지 제거해 주는 말리오 다기능 건조기
28. 어두워지면 저절로 불이 켜지는 오스람 집 지키는 마술램프
29. 흙도 필요 없이 물만으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38종의 캔 플라워처럼, 신경 쓰지 않아도 저 혼자 꿋꿋하게 꽃을 피워내는 초록 식물들
30.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 것에 결코 지치지 않는 것

31. 혼자 놀기의 진수인 셀프 카메라를 가능케 하는 회전 모니터 기능의 소니 사이버샷 DSC-F77A
32. 음식 쓰레기를 바로바로 건조시켜 악취와 분리수고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SB 매직 싱크(소프트 바이오텍)
33. 남자든 여자든, 가족이든 친구든 상관없이, 아플 때 SOS를 칠 수 있는 단 한명의 그 누구
34. 전화 한통이면 배달에서 수거까지 한 방에 해결해 주는 비디오/DVD 대여점과 세탁소의 전화번호
35. 커플우대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아줌마를 능가하는 뻔뻔함

36. 앞으로 채워 넣을 두 칸의 공간이 남아있는 목재 책꽂이. 그 곳에 꽂혀있는 손때 덜 뭍은  신작소설 <달의 바다>
37. 정직한 전신거울. 그날의 의상에 대해 그 누구도 코맨트를 달아줄 수 없으므로
38. 24시간 항시대기 단골 야식집 전화번호와 명가 아침(www.myungga.net), 차려진 밥상(www.gookmorning.co.kr), 푸드 투 고(www.food2go.co.kr) 등 식사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 주소
39. 생기 잃은 피부를 깨워줄 전신욕. 이를 위한 향긋한 입욕제와 허브 오일
40. 때론 원 나잇 스탠드를 감행할 호기심 혹은 용기와 결단

41. 각종 재료를 한꺼번에 넣은 뒤 타이머를 누르면 저절로 음식이 완성되며, 요리 후 그 온도 그대로 유지해 주는 토마토 요술영양냄비
42. 조금씩 남은 반찬들을 모아 넣고 고추장으로 쓱쓱 비빈 비빔밥 만찬
43. 맘에 안드는 직장 과감히 때려치고, 이후 대안을 모색할 기간 동안 궁색치 않도록 도와주는 비상금 혹은 비자금
44. ‘free holiday'요금제를 신청한 전화기와 늘 내 전화를 받아줄 다양한 부류(성격, 직업 등)의 지인들
45. 외로운 밤, 옆구리의 허전함을 채워줄 커다란 10만원대 곰인형과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의 팔을 형상화한 ‘팔’베개 제품

46. 평소 링클프리 마크를 확인하는 습관. 귀찮은 다림질을 생략할 수 있으므로
47. 미식가면서도 날씬하기 그지없는, 미스터리의 그녀들로 구성된 맛 기행 클럽
48. 곰팡이를 피워내는 평일의 밥통을 고려한 햇반의 청결함과 간편함
49. 물 좋은 파티클럽의 정기 회원권
50. 로맨틱 코미디를 보기 위해 혼자 극장에 들어선 뒤 그 누구보다 따뜻해진 가슴을 안고 극장문을 나서는 것. 그런 자유로움과 언제까지고 건조해지지 않을 물기 어린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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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나 따러가고 싶습니다.
지금은 마감 막바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간과의 싸움'이군요








(운영자 왈) 스킨엔 남자 세명 뿐인데, 왠 싱글우먼 얘기냐구요? 새 필자 '웃긴 고양이'가 누군지 궁금하시면 클릭! 
필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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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로부터 ‘STAFF’이라고 적힌 아이디 카드를 받았다. 남포동 야외무대 행사의 사회자를 맡게 돼 영화제 측에서 나름 배려를 해준 것이었지만, 왠지 생소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언제나 ‘PRESS’라고 적힌 아이디 카드를 목에 걸고 다닌 나로선 왠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다니는 기분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참 묘한 게, 스탭 아이디를 달고 다니니 나 자신이 영화제측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거리감을 유지하며 영화제 진행의 이모저모를 따져야 하는 ‘기자의 임무’보다,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열성을 다해야겠다는 괜한 책임감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사람이 이래서 참 간사하다.

영화제 기간 중 점심을 함께 한 후배 기자가 젊고 에너지 넘치는 저널리스트답게 날카롭고도 반짝이는 눈빛으로 올해 영화제의 문제점과 허점을 파고 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기무라 타쿠야가 영화 홍보하려고 온 걸 영화제까지 나서서 멍석을 깔아줄 필요가 있나 싶어요.” “오픈시네마에 그 사람 영화가 초청됐으니까 온 거지. 그걸 그렇게 색안경 끼고 볼 필요가 있을까?” “영화제가 상업 영화 홍보의 장은 아니잖아요.” “홍보의 장은 아니지만, 홍보가 금지된 장도 아니지.” 굳이 내가 그럴 이유는 없었지만, 그의 문제 제기에 변명 비슷하게 대답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내가 왜 이러지? 목에 걸린 스탭 아이디가 무슨 절대반지도 아닌데.

기자로서는 올해까지 부산국제영화제를 8번째로 찾았다. 처음엔 상영 사고나 통역 미흡 등 운영상의 작은 문제점도 무슨 큰 일이나 난 것처럼, 혹은 대단한 국제적 망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침소봉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상영 사고가 났다고 하면, “뭐 그 정도야…영화제에서 상영 사고 한 두 건 안 나면 오히려 이상한 거지.” 하면서 넘어가게 됐다. 해운대가 수천만 원 짜리 대형 파티로 들썩이고 있는 데 대해 혀를 끌끌 차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적어도 부산에서만큼은 축제로서의 영화제와 산업 박람회로서의 영화제라는, 별도의 기능이 공존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기자로서의 시야가 넓고 윤택해진 건지, 펜촉이 무뎌진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된 것은, 내 인식이 변화해서라기보다 부산국제영화제라는 행사가 기존의 틀과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커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한 변명이 될 것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 거대한 국제 행사는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통했을 영화제 순혈주의적 시각이 견제력을 상실한, 자동 확대재생산의 단계로 넘어가 버린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영화제의 정체성과 본질을 상기하려는 시도가 철 지난 소리나 순진한 공자님 말씀처럼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때가 있는 것이다.

고백컨대, 사실 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서만큼은 철 지난 공자님 말씀을 자주 읊조리던 쪽이었다. 우선 나는, 영화제 그 자체의 정체성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다양성이 게토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화 지형에서 영화제 또한 예외가 아닌 행사로 변질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기회 있을 때마다 표명했다. 시사회가 전회 매진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영화가 나중에 개봉돼 극장에만 걸리면 썰렁해지기 일쑤인 사례들을 방증으로 제시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열광의 주체들은 모욕당했다고 속상해 할지 모르겠지만, 그 열광은 현상적으로나 본질적으로 영화제용 열광이었고, 일상화되지 못하는 열광으로 보였다. 한국사회만큼 열정이 무죄라는 이유로 모든 현상과 본질을 동일시해버리는 곳도 드물 것이다. 열정의 이면을 들추는 행위를 억지로 영화제의 잘못을 따지고 시네필의 열정을 폄훼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이는 자들이 즉각적인 반격에 나서기 일쑤다. 그러나 축제의 여운이 공명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휘발돼 버리는 기형적인 문화 소비 메커니즘에 영화제가 거의 완전하게 포섭돼 버린 상황을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맥락에서, 나는 확산과 계몽의 중심 기제로써, 그리고 ‘문화적 뱅가드’로써의 영화제의 기능에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릴 시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니 더욱 PIFF가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 혹은 ‘아시아 영화산업의 허브’라는 규모과시용 수사만 붙잡고 늘어지며 ‘우리는 역시 최고’라고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 셈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프레스가 아닌 스탭의 자격으로 찾은 나는, 그러므로 이런 문제 제기를 굳이 상기하려 애쓰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른 부산국제영화제가 몇 마디 딴죽 걸기에 감읍해 자동확대재생산의 공정을 멈춰 세울 수 있으리라 믿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까놓고 말하면, 아니 굳이 까놓고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듯, 그것은 영화제의 방향성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어떤 무기력의 소산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그렇다. 이건 무기력이다.

하지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그 무기력이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제를 마련하고 진행하는 이들에겐 무기력증이 없을까? 프레스의 독기 어린 냉소가 이렇듯 스탭 아이디 하나 달았다고 금세 무기력으로 치환되는 걸 보니, 그들의 무기력은 꽤 오래된 것일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과연 그 증거를 금세 찾았다. 개막식과 영화제 공식 트레일러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에 대해서는 이미 여론의 질타를 한껏 받은 뒤이니 따로 길게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비도 오는데 비싼 옷 안 버리려고 안간힘을 쓰며 한도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오는 잘 차려 입은 연예인들의 행렬에서, 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무기력을 읽었다. 그리고 그 끝을 화려하게 장식한 대선 예비 주자들의 나타나심 앞에서, 또 한번 깊은 무기력을 읽었다. PIFF는, 문화 행사를 노출과 홍보, 이해 득실의 장으로 손쉽게 해석하려는 세력들에게 순순히 자리를 헌납했다. 12회, 이제 많이 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여리다. 문화의 자율성이라는 허울 좋은 모토는, 여전히 힘 센 이들을 거역할 수 없다. 그 덕분에 야외상영장에 PIFF의 상징처럼 우뚝 솟은 거대 스크린은, 서둘러 이 썰렁함을 봉합해 보려는 듯 빗물 사이로 작렬한 불꽃과 더불어 이날 내게 아주 처연하게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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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가 생존을 위해 희생한 것은 개막식의 신명만은 아니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는 한 의류 브랜드의 마스코트가 주인공이다. 스폰서라는 말 앞에 ‘골드’도 모자라 ‘다이아몬드’라는 말까지 붙여줄 정도로 스폰서십은 영화제 운영의 필수 재원이다. 그러므로 스폰서에 대한 영화제 측의 배려는 충분히 이해 영역 안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감히 이해 영역 바깥으로 외출했다. 영화제 트레일러에 특정 브랜드의 마스코트를 주연 삼을 수 있다면, 아마도 내년엔 아예 상품 광고가 나오고 뒤에 영화제 로고가 따라 붙는 형식도 실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살림살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이걸 두고 영화제가 자존심을 내팽겨 쳤다고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영화제의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는, 돈 대는 이들의 비문화적 소양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돈을 내고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없다면 뭣 하러 스폰서가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몇 해전 방문했던 밴쿠버국제영화제의 사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할 수 있다. 한 시중 은행이 영화제 메인 스폰서였는데, 공식 트레일러에 앞서 영화제를 주제로 재기 발랄한 1분짜리 짧은 코믹 단편 영화를 틀어 큰 인기를 끌었다. 말하자면, 문화적 소양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냥 대놓고 광고하지 않으면서도 영화제의 창의적 유희에 동참하는 유머 감각 말이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얄궂게도 점점 더 문화의 무기력을 그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규모의 대가일 것이다. 그러니 딜레마다. 거꾸로, 그래서 더 초심을 상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철 지난 소리라도 듣고 말하지 않는다면, 관객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점점 작아지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명색이 영화제인데, 부산에 다녀온다는 게 파리 에펠탑 앞에서 사진 한방 찍고 온 것과 다를 바 없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 스탭 아이디 카드의 유혹을 뿌리치고, 올해도 이렇게 한 소리 하고 넘어가는 이유다.

필자(cinemAgora)가 10월 10일자 컬처뉴스(www.culturenews.net)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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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하실래요?

애경's 3M+1W 2007. 10. 10. 01:4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3M흥업의 새 필자 '웃긴 고양이('얼루어' 김애경 피처수석)'의 데뷔 포스트입니다.(운영자) 필자 소개


첫 등장치고는 좀 껄끄러운 주제지만, 첫 등장이기에 좀 센 놈으로 준비한 주제는 바로 '동거'에 관한 잡담이다. '그 때 그 분'과 아직까지는(!) 별 탈 없이 살고 있어서 할 수 있는 커밍아웃일 수도 있겠지만, 스물 아홉 그리고 서른 즈음의 난 '동거'라는 걸 했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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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나날을 보냈던 그 시절, 그 공간



동거 했었다고 말하면 공통적으로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동거할 때가 좋아요, 아니면 결혼해서가 좋아요?” 당연히 후자다. 모든 공문서에 ‘기혼/미혼’ 외에 ‘현재 동거 중’이라는 선택 사항이 추가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의 동거는 강산이 변하거나 말거나 지금과 다름없이 그다지 유쾌하거나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왜? 득보다는 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목적이 명확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성행 중이라는 ‘룸메이트 개념의 동거’라면 생활비 절약의 장점 정도는 분명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론 보디가드가 되어주고 또 때론 섹스 파트너도 되어주니, 개인의 니즈(needs)에 따라 그때그때 유용할 수도 있겠다. 헌데 이건 ‘동거가 연애보다 좋은’ 이유이지 ‘동거가 결혼보다 좋은’ 이유는 될 수 없다. 동거가 결혼보다 좋은 이유? 글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그것이 내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일 게다. 딱히 동거가 결혼보다 좋은 게 없어 보였고 ‘이렇게 살 바에는 그냥 결혼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뭔가 개운치 못하고 늘 찜찜한 마음, 세금 안 밀리고 성실하게 살면서도 뭔가 죄 지은 기분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심리적인 공황에 대한 얘기는 차치하자. 하지만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동거의 구조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이는 것보다 새는 것이 더 많다. 그것이 감정적인 것이든 금전적인 것이든 간에 말이다.

우선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자. 일단 살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헤어질 수 있으니 동거는 편리하다? 글쎄. 동거 시절, 한번은 정말 크게 다퉜다. 부서진 리모컨이며 액자 유리들의 잔해를 처리하는 데에만 반나절이 걸릴 수준의 전투를 벌였으니, 그 때는 ‘저 인간과 하루라도 더 살면 우리 부모는 개고 나는 개자식이다’라는 심정이었다. 마지막 선전포고를 앞둔 채 그의 퇴근을 기다리며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 지펠 냉장고가 눈에 밟혔다. 동거 1년 차 즈음 보증금 높여 이사하면서 큰 맘 먹고 구입한 냉장고였다. ‘지금 헤어지면 저 냉장고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고로 팔면 똥값인데… 그냥 버려?...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을까?... 냉장고 바꿀 때 진짜 기분 좋았었는데….’

자식들 핑계로 이혼을 주저하는 가정주부처럼, 그날의 난 냉장고 때문에 ‘헤어지겠다’는 생각을 보류했다. 우습다고? 하지만 냉장고는 그냥 냉장고가 아니었다. 그와 내가 함께 했던 시간, 추억, 역사였다. 결혼한 것도 아닌데, 고작 2년 여의 시간을 함께 했을 뿐인데, 집안 곳곳에 온통 그런 시간, 추억, 역사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서류 상에 줄 하나 안 그어진다 뿐이지, 동거하다가 헤어지는 것 역시 이혼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이었다.

또 하나. 결혼해서 이혼하는 것보다는 미리 살아보고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보다 ‘안전빵’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10여 년 연애하고 2년 여 동거를 했지만, 결혼하고 나니 ‘아니 이 사람에게 이런 면이 있었어?’라는 새삼스러운 대목들이 새록새록 발견되더라. 결국 동거를 통한 검증이 이혼사유가 될 만한 치명적인 오류들을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동거는 동거일 뿐, 결혼생활이 아니다. 따라서 동거 상황에선 불만을 가질 수 없다거나 눈 감아 줄 수 있는 성격의 일들이 결혼 이후엔 날밤 새고 전투를 벌여야 할 만한 치명적인 사안들로 둔갑한다. 동거와 결혼은 현저히 다른 규모의 플레이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수준 차이 나는 게임이며 적용되는 룰 또한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동거가 좋은 이유는 하나도 없을까? 세상의 모든 경험들이 유의미한 것이라고 가정할 때, 얻은 것은 분명 있었다. 해보지 않았다면 난 결코 동거중인 후배에게 “이제 그만 결혼하지 그래? 결혼식 비용? 일단 저지르면 다 해결된다니까”라며 부추길 수 없었을 테고, 동거를 시작한다는 업계 홍보녀 K에게 “처음부터 이것저것 다 사지 말아요. 웬만하면 얻어 쓰고 집 꾸미는 거나 집안 물건들에 너무 공들이지 마세요”라고 조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 지펠 냉장고 하나 때문에도 못 헤어지는데 결혼한 이후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마음에 들러붙겠나 싶어서, 발끈하는 사안에도 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대처하게 됐다. 동거 기간 동안 축적된 경험치, 그런 배움과 깨달음이 바로 동거의 장점 아닐까. 굳이 물어보신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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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2007] 부산에서 미리 본 <M>

영화 이야기 2007. 10. 9. 17:40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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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프리뷰다. 그러므로 영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가급적 피하고, 즉각적인 감상을 끄적였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두번의 실패 끝에 겨우 봤다. 이명세 감독의 신작 <M>.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기대작이라 그런지, 이 영화의 시사회 티켓을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웠다. 결국, 아이디 카드 소지자에 한해 티켓 없이 입장할 수 있는 프레스 스크리닝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형사: 듀얼리스트>도 그랬지만, 내게는 이번 영화 <M> 역시 보고 나온 직후 어떤 감상을 즉각적으로 언어화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직관과 표현력 뛰어난 영화평론가가 못되는 이상, 그냥 어리둥절, 어안이 벙벙, 뭐 이렇게 표현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지금 단계에서 두가지 상투어로 그 감상을 압축해 볼 수 있겠다. 첫째, 과연 이명세다! 둘째, <형사: 듀얼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

우선 첫번째 감상에 대한 근거는 이렇다. 이명세는 정교하게 설계된 화면과 자의식 강한 편집 스타일로 이야기를 꾸미는 영화 감독이다. 그에게 영화는 이야기 이전에 빛과 소리의 변증법이며, 텍스트가 아닌, 그림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 역시 그가 천착하고 있는 영상의 스토리 텔링 방식을 그대로 표출한다. 그렇다고 편한 말로, '영상은 현란하되, 이야기는 부실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젊은 소설가 한민우(강동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꿈과 현실,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숨가쁘게 오가는 이 영화의 촘촘한 스토리는, 물론 그것이 이명세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구별돼 거론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탁월하다. 이명세가 창조한 이 복잡해 보이는 심리극의 물줄기는 기억 또는 망각, 꿈 또는 현실 속의 여인 미미(이연희)와의 멜로 라인과 연루되며 도도히 흐른다. 지금 내뱉는 내 거친 감상 언어가 짜증날 정도다. 아무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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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사실 감상이라기보다 불길한 예감이다. 이명세는 결코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는 고집 센 작가가 아니다. 그 역시 "흥행을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때려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견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극영화로 만든 듯 다소 난해해 보이는 이 영화에도 꽤 대중적인 친절함이 배어 있다. 사실 후반부에 가서는 너무 친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은 대중 관객의 관습적 기대감을 100% 만족시키는 영화라 부르긴 힘들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친절하게 흐르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과감하게 포기했으므로, 흥행 면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운명의 작품이라는 얘기다.
 
<M>은 또 다시 평론가들의 극찬과 대중의 냉소를 동시에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이번만큼은 앞서 언급한 나의 불길한 예감이 보기 좋게 빗나가기를, 영화예술의 정체를 탐문하는 그의 진심이 제대로 읽히기를 바랄 뿐이다. <M>은 평단 뿐 아니라 분명히 대중들에 의해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만한 영화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지지에 힘입어 그가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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