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아닌 신정환을 닮고 싶다

별별 이야기 2007. 10. 22. 00:48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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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환 팬클럽 대문 그림


아내는 신정환의 팬이다. 낼 모레 마흔을 앞둔 나이를 잊은 채 신정환 팬클럽에 들까 말까 요즘 고민이다. 대학 시절에 날 만난 그녀는, 대학 때의 내 모습이 신정환 같았다고 회고하면서 틈만 나면 외친다. "그 시절의 널 돌려줘~!' 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돌이켜보건대 내가 까불이였던것만큼은 맞는 것 같다. 나는 술자리에서 1분 이상의 침묵이 흐르는 걸 참지 못했고, 진담을 농담에 섞어 던지는 걸 좋아했다. 데모도 그냥 하는 게 따분해 북치고 장구 치는 풍물패에 들었다. 학생회장 선거때 캠페인 송과 율동을 만드는 건 내 몫이었다. 기억의 저편에 묻혀 있어서 나조차 내 과거의 정체성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지만, 어쨌든 희미하게나마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까불이는 군대를 다녀오고 운 좋게 언론사에 입사한 뒤, 적을 앞에 둔 보병처럼 잔뜩 눈에 힘을 준채 세상을 응시하라고 배웠다. 그리고 돌격 앞으로의 명령을 따라 죽자 사자 내달렸다. 그 사이에 술 석 잔 마시면 오바이트를 세 번 하던 까불이는 폭탄주 석잔을 연거푸 마시고도 아무렇지 않게 됐다. 학창시절처럼 몇 번 까불다가 그때마다 어깨에 철근을 이고 사는 선배들에게 혼이 났고, 시나브로 내 어깨에도 철근이 매달렸다.

내가 쓴 기사 때문에 전화가 오면 우쭐했다. 기사에 등장한 몇 명의 인간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직장을 잃었다. 그 권력의 달콤함에 취한, 또한 그 방법론의 유효성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은 나는 직장을 옮겨서도 목에 힘을 줬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처음에 후배들은 나를 무서워 했으나 이후에는 싫어 했다. 지금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나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와 "선배 술 한잔 사줘요"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나는 재수 없는 인간이 된 것이다. 그것이 내가 두번째 직장을 그만두게 된 이유다. 대학 때 거리에 나서 자유와 평등을 외치던 나는, 사람과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소통에 실패한 셈이다. 내가 생각해도 재수 없다.

지금, 아내는 내가 정동영을 닮았다고 말한다. 무슨 뜻이냐 했더니, 기자 시절의 정동영은 맑고 투명해 보였는데, 지금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욕망이 겹쳐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표정이 많이 상했다고 한다. 아! 그렇다면 나는 정동영처럼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신정환처럼 까불고 싶다. 너무 멀리 와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TV에 나온 신정환을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어떻게 하면 깃털처럼 가볍게 까불며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고민해도 소용없는 그 고민을 밤늦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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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기 돋우는 영화 <식객>

영화 이야기 2007. 10. 18. 10:46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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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라는 건 시기, 색깔, 연륜, 기대, 냄새, 인생관 기타 등등의 수많은 함수를 직감적으로 풀어낸 결정체" 성석제 산문집 '소풍' 중에서.


허영만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식객>을 언론 시사회를 통해 봤다. 이 영화, 지상의 온갖 산해진미를 펼쳐놓고 늘어가는 뱃살에 고심하는 관객들을 식욕의 나락 속으로 빠뜨리는, 아주 못된 영화다. <식객>은 웃음보 이전에 침샘을 자극하고, 눈물샘 이전에 위장을 직격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끼니를 직전에 두고 봐야 제 맛이다. 비록 입이 아닌 눈만 호강하는 일이지만, 어쨌든 시장이 반찬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식객>이 미식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그쳤다고 말하면 감독과 배우 섭할 것이다. 명색이 영화다.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흐르고 그 안의 대결 구도에서는 좀더 착하고 정직하며 성실한 녀석이 이긴다. 그러니까 대중 영화이며, 착한 영화이다. 게다가 쉬운 영화이다.

허영만 만화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감독 전윤수가 영화적으로 재창조한 인물들은 다분히 만화적이다. 성찬(김강우)과 봉주(임원희)의 대결 구도도 전형적이다. 이하나와 김상호, 정은표 등이 연기한 조연들의 배치도 그 범위 안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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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매개로 한 두 요리사의 치열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는 <식객>은, 여기에서 살짝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친일과 애국이 뒤바뀌어 버린 한국 근현대사의 모순을 배경으로 깔며 친절한 플래시백을 통해 관객의 역사적 정의감을 (다소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것이다(그러다보니 러닝타임이 길어졌다. 그래서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다).

진정한 맛이란 위에 인용한 책에서 성석제가 갈파했듯,  단순히 혀끝을 자극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핵심은, 맛을 만들어내는 사람과 그것을 맛보는 사람과의 교감이며, 잔기술이 아닌 정신이다. <식객>은 그 진정한 맛의 달인을 오해와 편견의 감옥에 가뒀다가 다시 복권시키는 가운데, 관객들이 그에게 감읍할 수 있도록 인간적이고도 역사적인 정당화를 선사한다. 거창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그러므로 이 영화는 갇힌 시대 정신과 전도된 가치의 부활을 욕망하는 판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회가 끝나니 당연하게도 시장기가 몰려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8천원 짜리 고급 음식으로 둔갑한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그래서? 영화가 볼만하다는 얘기야? 허영만 원작을 영화화한 <타짜>에 비해, 물론 원작의 내용이 달라서이겠지만, 훨씬 더 친절하고 쉽게 풀어낸 영화다. 그러다보니 극의 긴장감은 <타짜>에 미치지 못하고, 음식 만드는 과정을 비추는 장면 외에 대단히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장면도 많지 않다. 호기롭게 고급 한정식 집에 들어섰다가 특별할인가의 단출한 정식을 먹은 기분이랄까? (하지만 내 경우,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다.^^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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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를 입는 악마의 쇼핑 아지트

애경's 3M+1W 2007. 10. 17. 14:2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프라다를 입는 악마는 이태원에서 쇼핑 한다

 

마감 한번 하고 나니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졌더군요. 작년 이 맘 때도 분명히 동절기 맞이 大쇼핑을 했던 것 같은데, 그 때 산 옷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한 두 개 아이템이 눈에 띄긴 합니다만, 이 거 원 도저히 입고 나갈 수가 없어요.
싼 맛에 혹은 유행이니까 산 옷들은 그 시즌이 지나면 다음 해에는 도저히 입을 수가 없어요. <기본 아이템들은 질 좋은 놈으로 구입한다> <가급적 드라이 맡길 소재의 옷은 구입하지 않는다>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은 선택하지 않는다> 등의 패션 원칙을 세운지도 3년이 넘어가는데, 왜 번번이 환절기만 되면 옷장 앞에 서서 머리를 쥐어뜯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이번만큼은 실패하지 않는 쇼핑을 할 예정입니다.
일단 소위
패션 피플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쇼핑 아지트부터 둘러볼 예정이에요. 바로 이태원 그리고 제평(제일평화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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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스타일리스트, 전직 기자 등 최근 '패션 피플'들의 온라인 쇼핑몰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스타일리스트답게 '옷입기 제안'까지 하는 서정은씨의 pinklike.com 그러나 최근 다른 사람이 인수한 듯 분위기 변화가 있어서 강추는 못하겠다.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과연 그럴까요?

제 주변 악마들, 프라다 입는 거 많이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프라다만 입는 건 아닙니다. 다시 말해 명품만 취급한다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동대문에서 구입한 만 원짜리 티셔츠도 입고, 가로수 길에서 구입한 5만원 가량의 빈티지 백도 듭니다. 가끔 이태원에서 소위 말하는 짝퉁 아이템을 구입하기도 하죠. 물론 원칙들은 있습니다. 짝퉁 아이템을 소화할 땐 반드시 진품 아이템들과 적절히 믹스 매치한다는 거죠.
 
일례로 며칠 전 패션 에디터인 후배 A가 이태원에서
M 브랜드 제품을 카피한 짝퉁 재킷과 C브랜드 카피인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한데 가방은 2백 만원이 넘는 샤넬 클래식 백 진품이었죠. 그녀의 한 달 월급을 탈탈 털어야만 살 수 있는 그런 가방이었어요. (뇌가 흘러내린 것 아니냐? 그렇게 명품이 좋으냐? 라는 비난 섞인 질문은 말아주세요. 지금 이 글의 초점은 분에 넘는 사치가 아니인데다가, 모든 패션 피플들이 다 이렇게 쇼핑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어쨌든 A의 패션 감도는, 그날 함께 점심을 했던 다른 에디터들의 눈에도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이었답니다.

물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고가의 브랜드로 치장하는 이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고가의 브랜드 제품들과 로드 숍에서 구입한 저렴한 제품들을 섞어 사용하죠. 그런가 하면 아예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멀리하며 오로지 빈티지로만 무장하는 이들도 있답니다. 너도나도 명품인 곳에서는 오히려 빈티지가
스타일이 되거든요.


악마는 어디서 쇼핑을 할까?


사실
패션 피플들이 어디서 옷을 사 입을까가 궁금했던 시절, 제게도 있었습니다. 영화지 <프리미어>에서 일하던 시기, 저 또한 스틸레토 힐이 뭔 산 이름인지 마크 제이콥스가 뉘 집 개 이름인지 몰랐거든요. 사무실 이웃하고 있던 패션지 <엘르>의 에디터들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처럼 꾸미고 다닐 때, 전 속으로 생각했죠. 쟤들이 걸친 건 다 고가의 브랜드겠지? 그나저나, 월급은 크게 차이 안 날 텐데, 쟤들은 땅 파서 쇼핑하나? 몇 년 뒤, 바로 제가 땅 파서 쇼핑하는 줄 알았던 그 <엘르> 에디터가 된 이후 알았습니다. 이들에게는 프레스 세일샘플 세일 그리고 이태원이 있다는 사실을요!!! 패션 피플이 되면 좋은 점은, 바로 세일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이 프레스 세일과 잦은 외국 출장 기회가 패션지에서 일하는 에디터들의 당근인 셈이죠.)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한번씩 물건이 풀립니다. 많게는 80~90%까지 세일을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치마
쪼가리 하나에 십 만원이 훌쩍 넘을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원래 가격이 기백만원 했던 지라, 상대적으로 흡족한 마음 누를 길이 없어지는 거죠. 대부분 성공적인 쇼핑이 되지만(물론 그 달 카드 값은 장난이 아닙니다만) 또 가끔은 실패도 합니다. 제 경우도 30만원 가량에 산 코치(COACH) 핸드백을 고이 모셔만 두고 있습니다.
벌써 4년 전입니다만, 그 사이 저 가방 든 회수는 한 손가락만으로 꼽습니다. 전혀 제 스타일이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도 주위에서
100만원이 넘는 가방인데 70% 세일이잖아 이런 건 일단 사둬야 한다니까 부추기는 바람에, 덥석 카드를 긁었던 거죠. 후회막심입니다. 지난 여름 관리를 소홀히 했더니 가죽이 엉망이 돼 되팔지도 못하게 됐죠. 이렇게 되면 70만원을 번 게 아니라, 30만원을 버린 셈입니다. 이런 시행착오는 보통 초짜들이 많이 하는데, 점점 이 바닥에서 머리가 굵다 보면 결국 돌고 돌아 이태원으로 정착하게됩니다. 트렌드에 발맞춰야겠는데 워낙 트렌드라는 것이 자고 나면 바뀌는지라 이에 거금 투자할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패션피플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다 이태원에 있더라구요.

 

트렌디의 최전선, 이태원 종합시장

옷부터 액세서리까지, 시즌 트렌드를 발 빠르게 접수한 아이템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요. 알만한 패션 잡지의 알만한 에디터들이 애용하는 곳, 바로 이태원 종합시장입니다. 상인들은 브랜드 테크를 가위로 자른 뒤 B품을 뺀 것이라고들 주장하지만 짝퉁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한 철 입을 거라면 문제는 안됩니다. 그야말로 디자인은 똑같거든요(질은 진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소재며 디테일한 마무리 등). 이곳에선 패션잡지에 소개되고 있는 몇 십 만원 하는 비싼 원피스를 5~6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두 시즌 이상 입기엔 무리가 있다는 거!). 지하철 역(해밀턴 호텔 맞은편)에서 나오면 스테프 핫도그 집이 코너에 있습니다. 바라보고 좌측. 쭉 걸어가서 거의 길 끝까지 가면 건물에 이태원 종합시장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걸려 있습니다. 발품을 좀 팔면 괜찮은 아이템들을 꽤 건질 수가 있죠.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애용하던 쇼핑 아지트입니다.

 

패션피플의 감각을 훔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지방에 산다거나 발품 팔기가 귀찮다면 패션피플들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요즘 가장 자주 찾는 곳은 바로 www.fashi.co.kr 패션지 보그의 패션 에디터 출신 이정금씨가 문을 연 쇼핑몰이에요. 당연히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special 카테고리의 신발들이 아주 땡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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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불투명 스타킹 혹은 레깅스와 신으면 아주 예쁠 법한 디자인



그리고 모델 이유의 쇼핑몰 www.veryann.com 도 즐겨 찾고 있어요. 유명 포토그래퍼 오중석, 전직 바자 에디터 출신 강은수씨 등
선수들이 의기투합한 만큼 쇼핑몰 또한 쓸 만하더군요. 최근 등장한 액세서리 카테고리의 컬러플 링이 눈에 들어오대요. 올 하반기 최고 핫한 아이템이 바로 블랙이거든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으로, 그리고 골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저렴한 골드 쥬얼리를 찾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쓸 만 할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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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이유가 입은 디자인을 보고 혹해서 구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녀는 그야말로 '모델'이니까. 그나저나 이 원피스, 꽤 따뜻하고 편해보인다.




좀 더 나이대가 높다면 배우 심혜진의 쇼핑몰도 괜찮을 것 같아요. www.audrey-j.com
편안하면서도 격식을 차려야 하는 포멀한 아이템들이 많이 갖춰져 있거든요. 물건도 가장 많은 듯 하고 심지어 66, 77 사이즈까지도 구비돼 있으니 약간 몸집 있으신 분들도 행복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죠. 최근 업데이트 된 상품들은 유행에 발맞춰 블랙, 회색 아이템들이 많네요. 저도 푸른 빛이 도는 레이어링 실크 드레스 하나 찜 해 놓은 상태랍니다. 한편 애인 혹은 남편의 옷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기에는 배우 이성재씨의 쇼핑몰이 적합할 듯 싶네요. 이성재씨는 아예
스타일-라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는데요, 영화 <상사부일체> 의상을 담당했던 의상 수퍼바이저 이다연씨와 손을 잡았다고 해요. 전체적인 스타일은 스타일디닷컴(style-di.com)에서 구경하고 쇼핑은 패션블러스(www.fashionplus.co.kr)에서 할 수 있어요. 저도 관련 보도자료를 본 뒤 살짝 둘러봤는데, 판매되는 옷들 스타일이 전반적으로 괜찮다라구요. 외출을 해야 해서 여기까지 써야겠네요. 

 

혹시 다른 연예인 쇼핑몰들이 궁금하시거나 시간이 남아도실 분을 위해

 

http://www.daebaknara.co.kr/bbs/board.php?bo_table=bd_09&page=2&page=1

 

연예인들 쇼핑몰 주소가 알아보기 쉽게 정리돼 있네요.

정말 우후죽순입니다만.
그래도 그들의 스타일을 훔치는데는 더할나위 없네요.


올 가을, 패션 감도 업하시는데 도움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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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살자>, 웃길까?

영화 이야기 2007. 10. 16. 09:04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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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고, 라희찬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바르게 살자>는, 주연으로 정재영까지 가세했으니 안봐도 장진 사단의 냄새가 물씬 풍길거라 예상할 수 있다. 과연 그런 것도 같다. 흔히 장진 감독의 코미디를 '엇박자 코미디'라고들 부르는데, 관객들을 웃기는 타이밍이 한 템포나 반 템포 늦게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라고 나는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 모순이다. 코미디는 원래 엇박자라야 웃긴다. 예상대로 흐르면 재미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 말은 사실 장진식 코미디를 설명할 이렇다할 단어를 찾아내지 못한 저널이 대충 갖다 붙인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라고 나는 또한 해석하고 있다.

대신, 장진 코미디가 갖는 진정한 매력은 전혀 웃기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웃기는 대사나 행동을 슬쩍 배치하는 재치라고 생각한다. 관객의 의표를 찌르길 좋아하는 장진의 예측불허 테크닉은 좁게는 한마디 대사에서부터, 넓게는 이야기 전체로 확장되기도 한다. 역시 장진 감독이 각본을 쓴 <웰컴 투 동막골>에서는 "머리에 꽃 꽂았시유."라는 임하룡의 대사 한마디로, 인민군과 '미친년' 강혜정의 첫 조우의 긴장감을 순식간에 누그러뜨리며 폭소를 자아낸다. <아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교도소에서 외출 나와 아들을 처음 대면하는 순간, 차승원의 대사는 감동을 자아내는 상투어를 예상했던 관객들을 슬쩍 배반한다. "아들의 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실은 목도리로 얼굴을 가려서 그렇습니다."(대충 이런 대사인 것으로 기억난다.) 그러니까 그는, 부조리의 미학으로서의 코미디의 본질을 배운대로 착실히 써먹고 있다는 얘기다. 가끔 관객과의 '메롱 요건 몰랐지' 게임에 너무 몰입하는 바람에, <아들>에서처럼 극단적인 반전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일본 원작 소설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를 토대로 새로 각색 작업을 거친 이 영화 <바르게 살자>도 그런 면에선 장진 코미디의 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 이 말은 동시에 그래서 별반 새롭지 않은 영화가 됐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설정의 참신성은 원작에서 빌어온 것이니 그걸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말할 이유는 없고, 핵심은 코미디로서 이 영화가 얼마나 제대로 관객들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조금 더 바란다면, 그래서 잘 만든 코미디의 자격조건인 풍자적 희열까지 선사해주고 있느냐의 문제다. 그러니까 코미디의 기본을 갖췄다는 전제 하에 장진 코미디가 어쩌구 저쩌구 해야 한다는 말이다.

순경 정도만이 원리 원칙대로 산다는 이유로 바보 취급 당하고, 바로 그 이유로 그를 바보 취급한 세력들이 된통 당한다는 얘기렸다. 은행 강도 모의 훈련에 들어갔으면 강도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게 바르게 사는 것이라고 믿는 정도만이 군대용어로 'FM(Field Manual)대로' 하는 바람에 일이 자꾸 꼬여 간다는 거다. 그런데 그는 결코 일탈하지 않는다. 진짜 '바르게' 강도짓을 한다. 선과 악, 바름과 그름, 합법과 불법이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해프닝이다.

이건 그 자체로 코미디다. 게다가 장진 감독이 좋아하는 설정이다. 남한에 와 사면초가의 신세가 된 북한 간첩(<간첩 리철진>, 착하고 정의로운 킬러들(<킬러들의 수다>), 시한부 인생이라 착각하는 얼뜨기 야구선수와 예쁜 스토커의 괴상한 순애보(<아는 여자>), 국군과 인민군의 죽일수도 살릴수도 없는 조우(<웰컴 투 동막골>) 등 현실성은 있지만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하나의 환경 안에 버무려 놓고, 그 충돌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 웃음 뿐 아니라 페이소스까지 안겨줄 수 있다는 걸 장진은 잘 활용해왔다. 그러므로 이 영화 역시 시츄에이션의 얼개에서 이미 장진적 코미디라 부를 수 있는 자격조건을 한껏 갖췄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해프닝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파열돼 나올법한 웃음을 위한 알리바이, 즉 긴장감의 강도가 고양되지 않고 이야기가 느슨하게 흐른다는 것이다. 코미디의 대전제는 완성됐는데, 소전제들이 딱 예상 영역 안에 놓여 있는 셈이다. 여기서도 장진 사단 특유의 코미디 감각은 군데 군데 엿보이긴 하지만 이제 그것조차 진부하게 보일만큼 이미 익숙한 그 테크닉은 의표를 찔린 자의 흔쾌한 폭소로 이어지지 못한다. 웃음이라는 측면에서, 어퍼컷이나 카운터 블로는 없고 잽만 날리다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칙대로 살면 바보 되는 세상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의 쾌감이 있느냐...면 또 그렇지도 않다. 말 그대로 모의 훈련이 끝나면 만사 원점으로 돌아갈 판인데...이 안전이 보장된, 그래서 애들 장난의 어른 버전과도 같은 해프닝의 풍자적 공명은 큰 스크린에 걸맞지 않게 쪼잔하게 띵띵 울리다 마는 느낌이다. 볼일 보고 휴지가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뒤 엉거주춤 느슨하게 팬티 다시 걸쳐 입고 그냥 나온 기분이랄까? 그것이었다. 이 어정쩡한 코미디에서 딱히 스트레스를 풀지도 못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을 챙기지도 못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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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관련 기사를 쓰면서 순위 매기기가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 같은 때다. 안그래도 지난달의 추석 극장가가 대목이라 부르기에도 뻘쭘한 부진을 보였는데, 이후로도 3주 연속 관객수가 줄어들고 있다. 극장가 경기가 참으로 민망한 상황이다.

9월 마지막 주말 서울 관객수는 전주말 대비 27%나 빠졌다. 허진호 감독의 기대작 <행복>이 개봉한 10월 첫주말에도 이같은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또다시 2% 관객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에는 여기에서 15%가 또 줄었다.

추석 극장가의 부진 여파는 이렇듯 10월 극장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절적 요인이나 다른 문화 상품의 부상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때아닌 극장가 불황의 원인은 결국 콘텐츠의 부재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딱히 대규모 관객들을 극장으로 견인할 초특급 기대작이 없다는 얘기다. <바르게 살자> <궁녀> <어깨너머의 연인> 등 한국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간판을 내거는 이번 주말은 좀 다를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만족시킬 '힘센' 견인차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200만을 넘긴 <사랑>에 이어 흥행 비교우위의 바통을 이어받은 <행복>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관객 동원수는 힘겹게 100만이다. 2주 연속 1위작이 개봉 열흘만에 100만이라면 '흥행 질주' 따위의 수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만큼 시장이 얼어 붙었다는 얘기다.

2위 이하로는 도토리 키재기다. <내니 다이어리> <러시아워 3><비커밍 제인> <브레이브 원> <카핑 베토벤> 등 5편의 외화들이 각각 3만 5천 명 안팎의 서울 관객을 모으며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모두들 고만고만한 흥행세다.
 

서울 관객수 기준 주말 흥행 순위(2007.10.12~14)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서울/전국)         서울 주말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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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행복                           74/331                       70,400           1,004,900
2위        내니 다이어리                   45/195                       39,700             419,900
3위          러시아워 3                      49/238                       37,000             598,000
4위        비커밍 제인                      49/193                        36,000            103,000
5위         브레이브 원                     38/122                        35,400             97,500
6위         카핑 베토벤                     39/131                        34,600             95,600
7위           사랑                             49/263                        21,900         2,033,100
8위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30/152                        19,300             6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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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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