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관련 기사를 쓰면서 순위 매기기가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 같은 때다. 안그래도 지난달의 추석 극장가가 대목이라 부르기에도 뻘쭘한 부진을 보였는데, 이후로도 3주 연속 관객수가 줄어들고 있다. 극장가 경기가 참으로 민망한 상황이다.
9월 마지막 주말 서울 관객수는 전주말 대비 27%나 빠졌다. 허진호 감독의 기대작 <행복>이 개봉한 10월 첫주말에도 이같은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또다시 2% 관객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에는 여기에서 15%가 또 줄었다.
추석 극장가의 부진 여파는 이렇듯 10월 극장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절적 요인이나 다른 문화 상품의 부상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때아닌 극장가 불황의 원인은 결국 콘텐츠의 부재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딱히 대규모 관객들을 극장으로 견인할 초특급 기대작이 없다는 얘기다. <바르게 살자> <궁녀> <어깨너머의 연인> 등 한국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간판을 내거는 이번 주말은 좀 다를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만족시킬 '힘센' 견인차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200만을 넘긴 <사랑>에 이어 흥행 비교우위의 바통을 이어받은 <행복>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관객 동원수는 힘겹게 100만이다. 2주 연속 1위작이 개봉 열흘만에 100만이라면 '흥행 질주' 따위의 수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만큼 시장이 얼어 붙었다는 얘기다.
2위 이하로는 도토리 키재기다. <내니 다이어리> <러시아워 3><비커밍 제인> <브레이브 원> <카핑 베토벤> 등 5편의 외화들이 각각 3만 5천 명 안팎의 서울 관객을 모으며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모두들 고만고만한 흥행세다.
서울 관객수 기준 주말 흥행 순위(2007.10.12~14)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서울/전국) 서울 주말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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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행복 74/331 70,400 1,004,900
2위 내니 다이어리 45/195 39,700 419,900
3위 러시아워 3 49/238 37,000 598,000
4위 비커밍 제인 49/193 36,000 103,000
5위 브레이브 원 38/122 35,400 97,500
6위 카핑 베토벤 39/131 34,600 95,600
7위 사랑 49/263 21,900 2,033,100
8위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30/152 19,300 6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