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2007] 부산에서 미리 본 <M>

영화 이야기 2007. 10. 9. 17:40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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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프리뷰다. 그러므로 영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가급적 피하고, 즉각적인 감상을 끄적였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두번의 실패 끝에 겨우 봤다. 이명세 감독의 신작 <M>.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기대작이라 그런지, 이 영화의 시사회 티켓을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웠다. 결국, 아이디 카드 소지자에 한해 티켓 없이 입장할 수 있는 프레스 스크리닝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형사: 듀얼리스트>도 그랬지만, 내게는 이번 영화 <M> 역시 보고 나온 직후 어떤 감상을 즉각적으로 언어화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직관과 표현력 뛰어난 영화평론가가 못되는 이상, 그냥 어리둥절, 어안이 벙벙, 뭐 이렇게 표현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지금 단계에서 두가지 상투어로 그 감상을 압축해 볼 수 있겠다. 첫째, 과연 이명세다! 둘째, <형사: 듀얼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

우선 첫번째 감상에 대한 근거는 이렇다. 이명세는 정교하게 설계된 화면과 자의식 강한 편집 스타일로 이야기를 꾸미는 영화 감독이다. 그에게 영화는 이야기 이전에 빛과 소리의 변증법이며, 텍스트가 아닌, 그림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 역시 그가 천착하고 있는 영상의 스토리 텔링 방식을 그대로 표출한다. 그렇다고 편한 말로, '영상은 현란하되, 이야기는 부실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젊은 소설가 한민우(강동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꿈과 현실,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숨가쁘게 오가는 이 영화의 촘촘한 스토리는, 물론 그것이 이명세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구별돼 거론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탁월하다. 이명세가 창조한 이 복잡해 보이는 심리극의 물줄기는 기억 또는 망각, 꿈 또는 현실 속의 여인 미미(이연희)와의 멜로 라인과 연루되며 도도히 흐른다. 지금 내뱉는 내 거친 감상 언어가 짜증날 정도다. 아무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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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사실 감상이라기보다 불길한 예감이다. 이명세는 결코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는 고집 센 작가가 아니다. 그 역시 "흥행을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때려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견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극영화로 만든 듯 다소 난해해 보이는 이 영화에도 꽤 대중적인 친절함이 배어 있다. 사실 후반부에 가서는 너무 친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은 대중 관객의 관습적 기대감을 100% 만족시키는 영화라 부르긴 힘들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친절하게 흐르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과감하게 포기했으므로, 흥행 면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운명의 작품이라는 얘기다.
 
<M>은 또 다시 평론가들의 극찬과 대중의 냉소를 동시에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이번만큼은 앞서 언급한 나의 불길한 예감이 보기 좋게 빗나가기를, 영화예술의 정체를 탐문하는 그의 진심이 제대로 읽히기를 바랄 뿐이다. <M>은 평단 뿐 아니라 분명히 대중들에 의해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만한 영화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지지에 힘입어 그가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갈망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alex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현재유일하게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프리뷰 잘 읽었습니다.

    2007.10.09 21:28
  2. gmdma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반어적으로들리는군요~그가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갈망한다....

    2007.10.09 22:22
  3. linne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부터 기대했던 영화입니다. 물론 이명세 감독영화를 좋아하구요..얼른 서울에서도 볼수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2007.10.09 22:39
  4. 보고싶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명세 감독의 영상미!! 형사도 잘 봤었는데,, 좋아하는 배우,, 강동원이랑 이연희도 나오니,, ㅋㅋ

    2007.10.10 01:10
  5. 아르테미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더 보고 싶습니다. 그의 데뷔작이 < 개그맨 > 아니었던가요, 그것도 '꿈'이었죠.

    2007.10.10 02:22
  6. 꿈돌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저도 어떻게 표를 구해서 보긴 했는데 '감독 이명세'보다 '배우 강동원'에 시선이 더욱 끌리는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물론 부정적으로...사실 이명세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나 영상미학에 대해서는 영화 문외한인 제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무척 남더군요. 글쓰신 분께서도 지적했다시피 영화 초반부의 긴장과 반전에 대한 기대, 화려한 미장센은 후반부 들어서 지나치게 쌩뚱맞게 흘러갔습니다. 관객들에 대한 친절한 배려였는지 스토리의 부실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극적인 긴장감이나 섬세한 심리묘사가 아닌 화면 자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영화 전체를 어수선하게 만든 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연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배우들의 상투적인 연기, 진부한 대사, 고리타분한 음악이 좀 짜증나더군요. 연출자의 의도, 작가주의적 경향이 '수준낮은 대중'을 향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2007.10.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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