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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판타지는 힘이 세다. <반지의 제왕>으로 판타지 명가의 반열에 올라선 뉴라인시네마가 선보일 새로운 3부작 시리즈의 1부 <황금나침반>이 다시 한번 판타지의 위력을 만방에 떨쳤다. 크리스마스 대목 시즌을 노리고 지난 21일 일찌감치 포문을 연 덕분에 주말 동안 전국 150만 명의 관객수를 챙겼다. 배급업계에 따르면, <황금나침반>은 크리스마스 이브와 성탄절 이틀동안 전국 60만 여명의 관객을 추가, 누계 관객은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지의 제왕>이 조성한 '연말=판타지'라는 등식을 활용한 개봉 타이밍,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로 꼽히는 필립 풀먼의 소설을 영화화한 화제성이 맞물린 결과다.

때 이른 전망이지만, 매우 훌륭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황금나침반>이 흥행 시장에서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만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긴 말 필요 없이 판타지는 판타지이되 '약간 지루한' 판타지라는 초반 평가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절대 권력으로 상징화하면서, 교권이 규정한 세계의 바깥을 탐험하는 리라(다코타 블루 리처즈,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라라'라고 번역됐다)의 혁명적(?) 모험을 통해 기존 가치와 종교적 금기에 대항하고 있는 원작 소설의 풍성한 아우라를 시리즈의 첫 영화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인 탓도 클 것이다.

또한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처럼 주인공을 둘러싼 '성장의 플롯'이 분명하지 않은 것도, 특히 청소년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기엔 살짝 모자라 보인다. 작고 힘 없거나 출생 과정의 트라우마를 가진 '프로도'와 '해리포터'가 역경과 모험을 통과하며 스스로의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해 가는 것과 달리, 되바라진 소녀 '라라'는 마치 선택 받은 이인양 처음부터 용기와 지혜로 똘똘 뭉친데다 영험한 능력까지 갖춘 아이로 그려진다. 그것은 원작 자체가 금기의 파괴와 다른 세계의 발견과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모험을 통한 성장'이라는 기존의 판타지 공식에 익숙해 있는 관객들로선 생경함을 넘어서기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주인공 라라와 '성체위원회'를 이끄는 콜터 부인(니콜 키드먼), 그리고 '더스트'를 찾아 떠난 아스리엘 경(다니엘 크레이그)과의 관계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인터시즌' 등과 같은 개념들이 휙휙 제시되니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로선 이해가 쉽지 않은 구석도 있다. 1부에서 모호하고도 단적으로 제시된 개념과 관계도는 2부 <마법의 검>과 3부 <호박색 망원경>에서 더욱 깊고 풍성해질 터이지만, 하나의 영화로 선택한 관객들의 입장에선 '보긴 봤는데, 뭘 봤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올만한 1부라는 얘기다.

한편, 감우성, 최강희, 이연희 등이 주연한 '떼거리 멜로' <내 사랑>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고 개봉했으나 4위로 데뷔하며 신통치 않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한예슬 주연의 <용의 주도 미스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주 전 2위에 오르며 선전한 <색즉시공 시즌 2>는 판타지 어드벤처에 비교 우위를 빼앗기자 급락세로 접어들었다. 서울 관객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5위이지만, 주말 전국 관객수는 상영작 중 3위다. 서울보다 지방에서 먹힌다는 얘기다. 400만을 넘긴 1편에 필적할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제작진은 대만족일 것이다. 한국영화가 맥을 못추는 요즘 같은 때 이 정도라도 어디인가. 순위 저 밑에 처참하게 깔려 있는 <싸움>보다는 백 배 낫지 않은가.

주말 박스오피스(2007.12.21~23)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서울/전국)    서울 주말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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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황금 나침반       123/513              302,400        1,509,900
2위  나는 전설이다       79/261              109,500        1,640,600
3위  내셔널 트레져2      90/354               91,500          493,900
4위    내 사랑           56/233               66,100          338,100
5위  색즉시공 시즌2      60/320               57,000        1,240,000
6위   어거스트 러쉬      53/159               53,000        1,617,000
7위  용의주도 미스신     41/226               43,700          302,440
8위   엘빈과 슈퍼밴드    44/207               37,100          221,100
9위     싸움             39/206                8,800          349,700
10위   색, 계             8/20                 5,200        1,8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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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기자상 수상기념 선물이벤트

별별 이야기 2007. 12. 26. 23:5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3M흥업이라는 이름의 놀이터가 만들어진 2007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초창기, 기껏해야 몇 십명 수준이던 방문객이 시나브로 늘어나 5백만 돌파를 눈앞에 뒀으니, 그야말로 '경천동지'겠지요. 거기다, 다음이 주최하는 '블로거 기자상'까지 받았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상품을 미끼로, 댓글 놀이 이벤트를 엽니다. 마음껏 뛰노시라~
 

1. 3M흥업식 연말정산

* 2007년 5월 18일 : 3명의 철없는 남자들, 술집에서 노는 게 지겨워, 놀이터를 만들다.
*           9월 12일 : 100만 히트 돌파. 어라? 아저씨들 노는 게 재미있는 구경거리인가?
*         10월 10일 : 웃긴 고양이님 영입. "마초, 마초, 대마초 모임"이라 길래...  
*         10월 23일 : 200만 히트 돌파. 허걱~ 뭐지? 이 반응은...
*         11월 13일 : 300만 히트 돌파. 에헤라~디여~
*         12월  9일 : 400만 히트 돌파. 뭐? 안티도 생겼다고? 푸하하.
*         12월 26일 : 다음 블로거 기자상 수상. 우히히~ 상금은 얼마래?


2. 포스트와 댓글

그동안 총 220개의 포스트를 올렸으니, 대충 하루에 하나꼴로 글을 올린 셈이고, cinamAgora님에 따르면, 댓글은 히트수의 0.1%랍니다. 그러니까, 4,800,000만 히트중 댓글은 약 5,000개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걸, 우리 멤버들이 악성 댓글에 무덤덤한 이유라고 하면, 믿으실래나?

저희를 잘 아시는 분들은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사실, 저희 멤버들이 '여린 감성'과는 담 쌓고 사는 돌덩이들이라, 배설에 가까운 악플에는 결코 상처받지 않습니다. 물론, 저희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좋진 않죠. 그럴땐, 과감하게 '삭제신공'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정작,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댓글은 저희의 실수를 '콕,콕,콕' 집어 주시는 글들입니다. 이런 댓글을 많이 만날 수록 발전하겠죠?

참고로,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린 포스트는 댓글이 216개나 달린 jacosmile님의 "상품만 있고 명품은 없다"편(보시려면 여기를 클릭)입니다. 2위는 댓글 178개인 웃긴 고양이님의 "동거 하실래요?"편(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3. 달라진 놀이터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으되, '철'은 지지리도 없는 인간들이 만든 썰렁한 놀이터에, 참 많은 분들이 오셔서 꽃도 심고, 똥도 싸고 가셨더랬습니다. 놀이터는 예전과 같은 놀이터이되, 달라진 게 있다면, 우리랑 같이 놀고 싶어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겁니다.

솔직히, 처음엔 좀 당황한 것도 사실입니다. 가끔은 '일기'도 쓰고 싶은데, 워낙 구경꾼들이 많아서 고민이 되더군요. 그래서, '일기'는 각자의 영역에서 쓰기로 했답니다. '일기'는 집에서 쓰고, 노는 건 '놀이터'에서 하겠다는 뜻입니다. 링크를 따라가시면, 저희들 '일기'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는 논쟁을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말이 있죠? 치열하게 싸우다보면, 해답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릴 적, '마징가와 태권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따위의 말도 안되는 주제로 박터지게 싸워 보신 적 있나요? 저희는 아이들이 그런 싸움을 통해서 상대방의 관점과 논리를 배우고, 지식을 얻게 된다고 믿습니다. 하물며, 꼭 다뤄야 할 사회적 주제라면?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도 쭉~ 지를 겁니다.

저희가 노는 짓이 귀엽거든, 그네위에 사탕 하나 올려 놓아 주시고, 마음에 안들거든, 미끄럼틀 아래에 똥을 싸 주셔도 좋습니다. 원래, 놀이터라는 공간이 그런 곳이니까요.  


4. 광고

어떤 분들은 왜 구글애드나 애드센스를 달지 않느냐고 묻곤 합니다. 만약, 달았으면, '돈 천'은 벌었을 거라면서. 왜 안다는지 궁금하세요? 사실, 거창한 이유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똥폼 잡느라' 그런거죠. 놀이터에 입간판은 좀 어색하잖아요? 축구장도 아니고. 그래서, 저희 블로그의 파트너인 '테터앤미디어'가 꽂아 주는 배너만 걸어놨습니다.  


5. 선물 이벤트

사설이 너무 길었죠? 자, 이제 선물 이벤트 나갑니다. 멤버들이 각자 작은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cinamaAgora님은 DVD 타이틀
jacosmile님은 음악 CD
웃긴 고양이님은 본인의 저서, '행복빌라 301호의 연인(무슨 책인지 궁금하면 여기를 클릭)'
저, PD the ripper는 영화배우 싸인북

하나씩이 아니고, 여러개씩 준비했습니다. 어떤 분께 드리냐구요? 댓글놀이 이벤트라고 했죠?

비밀댓글로 1. 3M흥업이나, 멤버 개인에게 하고 싶은 말
                2. 메일 주소
                3. 받고 싶은 선물을 남기시면 됩니다.

그러면, 각 멤버가 아무나 '콕' 찍어서 당첨 메일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기한은 12월 31일까지. 참, 웃긴 고양이님의 저서를 받으시는 분들은 책을 읽은 후에 간단한 서평을 써 주셔야 한답니다.(출판사 부탁)

자, 이제 올 한해 저희 3M흥업을 찾아와 주신 분들께 보내는 영상 메세지 나갑니다. 여러분, 같이 놀아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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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한국영화 내맘대로 베스트&워스트

영화 이야기 2007. 12. 25. 02:0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연말이니, 결산이 필요하죠. 올해 개봉영화중 부문별 베스트와 워스트를 내맘대로 뽑았습니다. 텍스트와 동영상이 짝짝꿍하는 포스트. 기대하건 말건 내맘대로 지릅니다.

1. 최고의 카메오 - 미녀는 괴로워 이범수

영화 '그놈 목소리'의 강동원을 제치고 베스트에 뽑힌 이범수. 한국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이처럼 통렬하게 꼬집은 장면이 또 있을까?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한국의 감독들이여, 부디, 내년에는 사회적 모순이 코미디에 녹아들 때의 쾌감을  재현해 주시라.




2. 최악의 삽질 - 김관장 vs 김관장 vs 김관장

클리셰라는 게 있다. 뭔지 모르겠으면, 네이년에게 물어 보시라. 어쨋든, 6,70년대 무슬영화의 클리셰와 한국 코미디 영화의 클리셰가 총집합한 영화 되시겠다. 셋만 모이면, 고스톱. 똥 먹으면 설사. 이럴바엔 차라리 부르마블이 낫겠다.



3. 최고의 공포영화 - 기담

올 여름도 어김없이 사다코 귀신이 판을 치던 공포영화계에 '엄마 귀신'의 포스를 뿜어낸 영화. 미장센까지 훌륭한데다 특이하게도 사랑을 논하는 공포영화를 만들어낸 정가형제에게 박수를 보낸다. 영화 '기담'중 단연 압권은 '엄마 귀신'이겠으나, 궁금하면, 돈주고 빌려보시길 바라노니, 내 맘대로 '기담'의 모든 것을 상징한다고 믿는 단 한 컷만 보여드린다.
 



4. 최악의 노이즈 - 디워

영화를 보기도 전에 개판일거라 치부한 '충무로'도 재수없지만, 이를 역이용했을 뿐만아니라 저급한 애국주의 마케팅으로 올해 여름을 시끄럽게 만든 부라퀴여, 제발 승천같은 건 하지말고, 부디, 천년간 잠이나 푹 주무시길 비나이다.
 



5. 최고의 아버지 - 우아한 세계

2007년 아버지들의 슬픔을 단 한 장면으로 표현해낸 명배우 송강호. 부디, 내년에도 올해만큼만 해주시라.
 



6. 최악의 아리송 - 천년학

평론가들의 절대적 지지와 관객들의 일심동체 저주가 대립하는 영화가 어디 하나 둘 일까만,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만큼은 정말 '아리송'이다. 평론가들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 이 장면은 거장의 내공으로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한국의 풍류'를 한꺼번에 녹여낸다. 그런데, 계급 비평의 관점으로 보면, 이 장면은 그저 '부르주아의 유희'일 뿐이다. 어쩌면,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젊은 관객들 역시, 그들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이와 비슷한 관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천년학'이 외면당한 이유 아닐까? 만약, 판소리로 풍류객을 배웅하는 '송화'가 예술적 고뇌와 함께, 비참한 현실에 몸부림치는 인물로 묘사됐더라면, 혹시, '88만원 세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정말, '아리송'이로다.
  



7. 최고의 발견 - 세븐데이즈

원신연 감독이야 '빵과 우유'와 '구타 유발자들'로 진작 발견됐으며, 배우 박희순 역시, '귀여워'와 '가족'이 있지 않은가? 그 둘에게 '발견'이라는 수사는 모욕이 될 터. 올해의 발견은 당연히 변호사 지연이 7일안에 무죄를 증명하려 애쓰는 '정철진'역의 최명수가 아니겠는가. 영화 '디스터비아'가 설파했듯이, 살인마는 딴 세상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웃이다. 한국영화 사상, 이처럼 리얼한 '이웃'이 있었던가? 아직 못보신 분들이 많으니, 영상 대신, 최명수의 인터뷰로 갈음한다.

<최명수 인터뷰 보기 / 여기를 클릭하시라> 


8. 최악의 배신 - 황진이

영화와 TV드라마는 분명, 달라야 한다. 관객이 '돈'을 지불하는 영화라면, 표현의 제약이 심한 공짜 TV드라마의 그것을 뛰어 넘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 '황진이'는 영화의 힘이 아니라 '스타의 지명도'를 이용해, 해외 판권을 비싸게 팔아 먹으려는 어설픈 기획과 영화의 완성도 보다 CF 출연료를 담보로 잡힌 '스타의 이미지'가 중요한 매니지먼트가 만나, 관객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신했다. 아래의 사진이 증명하듯, 단조롭기 그지없는 쇼트와 하나마나한 노출이 허술한 스토리와 손을 잡았으니, 그 누가 돈을 내고 극장에 가겠는가? 차라리, KBS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에 빠져드는게 백번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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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다.



9. 최고의 연기 - 밀양

말이 필요한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을 믿어라. 택시에서 쫓겨나는 송강호의 시선이 왜 주변으로 향하는지 깨달을 수 있는 당신이라면, 영화 '밀양'의 전도연이 얼마나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는 지, 말 안해도 아실 터.
   



다음은 외국영화편입니다. 빈약한 기억력 탓에, 수집한 자료가 조금 모자란 구석이 있으니, 혹시, 생각나시는 영화나 장면이 있으시거든, 댓글로 알려주시라. 마음에 들면, 적극 반영할 터이니. 귀찮으면,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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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vs싱글을 위한 크리스마스 아이디어

애경's 3M+1W 2007. 12. 24. 02:2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최근에 재밌게 읽은 김애란의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 중 ‘성탄특선’이라는 한 단편엔 이런 장면이 등장합니다. 오래된 연인이 교제 이후 실로 몇 년 만에 크리스마스를 함께 하죠. 연애 시작 후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엔 ‘여자가 옷이 없어’ 만나지 못했고, 두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엔 ‘남자가 돈이 없어 고향에 가야 한다는 핑계를 댔기에’ 만나지 못했죠. 그런 식으로, 궁핍한 현실은 연인들을 남루한 연극배우로 만들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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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함께 하게 된 크리스마스. 여자는 ‘입을만한 옷’이 생겼고, 남자도 ‘밥 먹고 영화보고 모텔 갈 정도의 경제력’은 확보했습니다. 둘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거한 식사를 하고(이런 곳에서의 식사가 처음인지라, 어설픈 주문으로 음식은 남기고 돈만 엄청 내고 나오죠.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근사한 바에서 칵테일 한 잔 하고(칵테일 한 잔만 마시는지라 금방 테이블을 비워주어야 했어요.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그 뒤 이 날의 궁극적인 목적지였던 ‘방’으로 향합니다. 한데 이런 날은 예약필수! 이를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은, 새벽이 오도록 그 놈의 ‘방’을 찾아 신경전을 벌이며 헤맵니다. 그 결과는? 궁금하시면 <침이 고인다>를 사셔서 크리스마스에 읽어보심이 어떠실지. ^^

어쨌거나, 크리스마스는 피곤합니다. 육아와 살림에 치인 주부들, 밥벌이에 지친 가장들, 주머니 사정 넉넉치 않은 커플들, 그리고 당연히도 싱글들까지. 모두들 끔찍할 겁니다. 왜 크리스마스엔, 꼭 누군가를 만나서, 꼭 누군가를 위해, 꼭 그 어떤 이벤트를 벌여야 할까요. 온전히 나만을 위한 휴식의 시간으로, 고요하고 경건하게 보내면 안 되는 걸까요?... 흠흠. 뭐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만. 이 얘기를 하려고 글을 시작한 건 아니고. ^^ (늘 사족이 본론보다 깁니다. ㅋㅋ)

본론은 이겁니다. 뭔가 하자니 귀찮고 그냥 넘어가자니 섭섭한, 누군가에겐 축제지만 또 누군가에겐 숙제 같은 그런 크리스마스. 커플은 커플인 채로, 싱글은 싱글인 채로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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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이라면 이렇게!!!

1 내니 다이어리를 찍어보시죠 그 동안 애들 등살에 데이트 한번, 뜨거운 밤 한번 제대로 맞이한 적 없는 언니, 오빠, 올케 등등에게 자유시간도 선물하고, 그 동안 코빼기도 비춰주지 못했던 조카들에게 점수도 딸 겸 마련하는 이벤트는 바로 ‘육아도우미서비스’!!! 물론 애인 없이 성탄절을 보내야만 하는 본인을 위한 자구책일 수도 있지만, 성탄절 특수를 누리며 두둑한 용돈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죠. 언니, 오빠, 올케 등등에게 두툼한 진행비와 용돈 챙기는 것을 꼭 잊지 마시길. 

2 늘어지게 한 숨 주무세요 하지만 평소대로 집에서 혼자 잠들면 처절하기 그지없죠. 자더라도 컨셉트가 있어야죠. 일단 무작정 고속버스터미널로 나가세요. 국밥을 한 그릇 사먹고, 느긋하게 서점을 둘러보면서 가벼운 책 한 권 사구요.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먼 곳으로 가는 ‘심야우등 고속버스’ 티켓을 구입하세요. 반드시 쿠션 좋고 널찍한 ‘우등 고속’의 좌석이어야만 해요. 편안하게 꿈꾸며 밤의 도속도로를 달려 당도한 낯선 고장의 새벽. 캐럴대신 뽕짝을 불러재끼며 관광객으로서의 하루를 보내시고! 하릴없이 쏘다니다가 한적한 식당을 골라 들어가 반주를 겸해 저녁을 해결하는 거죠. 약간의 나른함과 알코올기운으로 인해 돌아오는 우등 고속버스에서도 역시나 편안히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캬~ 상상만으로도 죽이지 않나요?

3 하던 대로 하세요 괜히 새로운 것 시도해봤자 부작용 큽니다. 그러니 그저 늘 하던 대로, 시간 되는 친구들과 어울려 클럽에 가서 시간을 보내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든가, 구입한 뒤 미처 다 보지 못한 각종 디렉터스 컷 DVD 타이틀의 보너스 피처까지 훑어보면 어떨까요. 아니면, 귤 한 상자를 들여놓고 까먹으면서 만화책을 보든지, 김치부침개나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을테구요. 보일러를 세게 틀어서 땀을 빼든가, 길 건너 새로 생긴 찜질방이나 단골 사우나에 가서 등을 지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평소에 돈 아끼느라 못했던 '때 밀고 전신마사지까지' 풀코스로 받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4 도쿄로의 밤 도깨비 여행 핑계 김에 외국으로 마실 한번 나가시죠. 제가 아는 한, 도쿄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절대로 눈치 주지 않거든요. 여자 혼자 거리를 배회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한적한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며 말보로 담배 한 갑을 다 피우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곳이잖아요. 적어도 제 생각엔, 싱글의 크리스마스를 지내기에 도쿄는 서울보다 몇 배는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오모테산도’의 에니버서리 카페에서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에 에스프레소 더블을 마시며 눈 내리는 풍경이나 봤으면 좋겠네요. 정말 좋겠어요. ㅠ.ㅠ(돌 던지실지 몰라도, 이럴 땐 싱글이 너무 부럽답니다. 흑흑)

커플이라면 이렇게!!!

1 현실을 벗어나 조금 외진 곳으로 떠나보기 스테레오타입한 도시의 성탄절 분위기를 일단 벗어나죠. 서해바다의 작은 섬 ‘이작도’는 어떨까요? 겨울에,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섬으로 떠날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그 멋진 풍광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답니다. 게다가 비용도 저렴하죠. 하얀 백사장과 깨끗한 바다. 아기자기한 낭만을 자아내는 섬 곳곳의 풍경과 산책로. 조금 춥겠지만, 모래사장에 양초를 켜고 와인을 마시는 해변의 크리스마스야말로 서로를 위해 가장 특별한 선물이 아닐는지. 이 날을 위해 준비할 것은 맛있는 와인 몇 병, 치즈와 비스킷, MP3와 작은 스피커, 여러 개의 모래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켜 두면 근사한 작은 양초, 그리고 추위를 대비한 작은 담요 정도.

2 성탄 하루를 온전히 기록하기 기억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죠. 조금 번거롭긴 하겠지만 DSLR 디지털 카메라와 수동카메라,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을 총동원해서 그 또는 그녀를 만나는 그 순간부터 헤어지는 그 모든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보는 건 어떤가요. 디지털 카메라와 수동 카메라의 사진들은 성탄절이 끝나는 대로 이미지를 출력해서 CD에 담아놓거나 두 사람의 게시판에 폴더별로 저장해두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미리 준비한 두툼한 노트에 그때그때 붙이고, 다양한 펜으로 함께 코멘트를 적어 넣으며 단 하루 만에 <러브 다이어리: 2007 성탄절편>이라는 책 한 권을 뚝딱 만들면 근사하지 않을까요?

3 철없이 흥청망청도 나쁘지 않아요 상대를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할까 골치 아프죠? 고민할 필요 없이 쌍방 합의된 일정 금액을 봉투에 담아 서로에게 선물하는 겁니다. 그리고는 연말 분위기 물씬 나는 동대문으로 향하세요. 그 뒤 나를 위한 물건, 상대를 위한 물건을 이것 저것 고르며 쇼핑 삼매경에 빠지는 겁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기분 좋은 쇼핑을 하러 다니면서, 식사도 하고 얘기도 나누며 하루 종일 ‘철없이(!)’ 흥청망청 지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4 편안한 휴식과 상대의 온기면 OK! 두 사람 모두 피곤한 일상에 지쳤다면, 그래서 서로에 대해 살짝 권태도 느끼고 있는 상태라면, 한적한 외곽의 팬션 혹은 시설 좋은 모텔을 미리 예약하세요. 인터넷과 핸드폰, 뉴스와 세상만사는 잠시 잊고 서로를 탐닉(?)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죠. 지붕이 무너지지 않는 한 팬션이나 모텔 울타리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마시길. 같이 있다는 사실 이외에 뭐 필요할 게 있겠습니까만은… 라면, 참치 통조림, 과일과 아이스크림, DVD, 만화 책… 이런 건 남자분이 준비하시고, 여자분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마시길. 단 립스틱’만’ 짙게 바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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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2003년의 크리스마스. 24일 당일 무작정 티켓을 끊어 제주로 날랐거든요. 봄, 여름, 가을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거리거리가 전세 낸 듯 한가하더군요. 랜트카를 빌렸고, 지도에 있는 절을 찾아 헤매고 다녔어요. 성탄절에 제주의 사찰을 헤매고 다닌 기독교신자들....1박2일 일정이 아쉬워, 1박을 더 늘린 뒤 월요일 바로 출근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계획된 크리스마스여행이 아니라 돌발적인 여행이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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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대평가된 배우 베스트 5 에 이어,
             돌 맞을 각오하고 날리는 과대평가된 감독 베스트 5 !


                                         5위 ~ 3위



2위 ~ 1위





인터넷 속도가 안나오는 분을 위한 오디오 파일입니다.
그런데, 오디오 왜곡현상이 있으니, 이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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