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vs싱글을 위한 크리스마스 아이디어

애경's 3M+1W 2007. 12. 24. 02:2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최근에 재밌게 읽은 김애란의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 중 ‘성탄특선’이라는 한 단편엔 이런 장면이 등장합니다. 오래된 연인이 교제 이후 실로 몇 년 만에 크리스마스를 함께 하죠. 연애 시작 후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엔 ‘여자가 옷이 없어’ 만나지 못했고, 두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엔 ‘남자가 돈이 없어 고향에 가야 한다는 핑계를 댔기에’ 만나지 못했죠. 그런 식으로, 궁핍한 현실은 연인들을 남루한 연극배우로 만들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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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함께 하게 된 크리스마스. 여자는 ‘입을만한 옷’이 생겼고, 남자도 ‘밥 먹고 영화보고 모텔 갈 정도의 경제력’은 확보했습니다. 둘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거한 식사를 하고(이런 곳에서의 식사가 처음인지라, 어설픈 주문으로 음식은 남기고 돈만 엄청 내고 나오죠.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근사한 바에서 칵테일 한 잔 하고(칵테일 한 잔만 마시는지라 금방 테이블을 비워주어야 했어요.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그 뒤 이 날의 궁극적인 목적지였던 ‘방’으로 향합니다. 한데 이런 날은 예약필수! 이를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은, 새벽이 오도록 그 놈의 ‘방’을 찾아 신경전을 벌이며 헤맵니다. 그 결과는? 궁금하시면 <침이 고인다>를 사셔서 크리스마스에 읽어보심이 어떠실지. ^^

어쨌거나, 크리스마스는 피곤합니다. 육아와 살림에 치인 주부들, 밥벌이에 지친 가장들, 주머니 사정 넉넉치 않은 커플들, 그리고 당연히도 싱글들까지. 모두들 끔찍할 겁니다. 왜 크리스마스엔, 꼭 누군가를 만나서, 꼭 누군가를 위해, 꼭 그 어떤 이벤트를 벌여야 할까요. 온전히 나만을 위한 휴식의 시간으로, 고요하고 경건하게 보내면 안 되는 걸까요?... 흠흠. 뭐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만. 이 얘기를 하려고 글을 시작한 건 아니고. ^^ (늘 사족이 본론보다 깁니다. ㅋㅋ)

본론은 이겁니다. 뭔가 하자니 귀찮고 그냥 넘어가자니 섭섭한, 누군가에겐 축제지만 또 누군가에겐 숙제 같은 그런 크리스마스. 커플은 커플인 채로, 싱글은 싱글인 채로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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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이라면 이렇게!!!

1 내니 다이어리를 찍어보시죠 그 동안 애들 등살에 데이트 한번, 뜨거운 밤 한번 제대로 맞이한 적 없는 언니, 오빠, 올케 등등에게 자유시간도 선물하고, 그 동안 코빼기도 비춰주지 못했던 조카들에게 점수도 딸 겸 마련하는 이벤트는 바로 ‘육아도우미서비스’!!! 물론 애인 없이 성탄절을 보내야만 하는 본인을 위한 자구책일 수도 있지만, 성탄절 특수를 누리며 두둑한 용돈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죠. 언니, 오빠, 올케 등등에게 두툼한 진행비와 용돈 챙기는 것을 꼭 잊지 마시길. 

2 늘어지게 한 숨 주무세요 하지만 평소대로 집에서 혼자 잠들면 처절하기 그지없죠. 자더라도 컨셉트가 있어야죠. 일단 무작정 고속버스터미널로 나가세요. 국밥을 한 그릇 사먹고, 느긋하게 서점을 둘러보면서 가벼운 책 한 권 사구요.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먼 곳으로 가는 ‘심야우등 고속버스’ 티켓을 구입하세요. 반드시 쿠션 좋고 널찍한 ‘우등 고속’의 좌석이어야만 해요. 편안하게 꿈꾸며 밤의 도속도로를 달려 당도한 낯선 고장의 새벽. 캐럴대신 뽕짝을 불러재끼며 관광객으로서의 하루를 보내시고! 하릴없이 쏘다니다가 한적한 식당을 골라 들어가 반주를 겸해 저녁을 해결하는 거죠. 약간의 나른함과 알코올기운으로 인해 돌아오는 우등 고속버스에서도 역시나 편안히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캬~ 상상만으로도 죽이지 않나요?

3 하던 대로 하세요 괜히 새로운 것 시도해봤자 부작용 큽니다. 그러니 그저 늘 하던 대로, 시간 되는 친구들과 어울려 클럽에 가서 시간을 보내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든가, 구입한 뒤 미처 다 보지 못한 각종 디렉터스 컷 DVD 타이틀의 보너스 피처까지 훑어보면 어떨까요. 아니면, 귤 한 상자를 들여놓고 까먹으면서 만화책을 보든지, 김치부침개나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을테구요. 보일러를 세게 틀어서 땀을 빼든가, 길 건너 새로 생긴 찜질방이나 단골 사우나에 가서 등을 지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평소에 돈 아끼느라 못했던 '때 밀고 전신마사지까지' 풀코스로 받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4 도쿄로의 밤 도깨비 여행 핑계 김에 외국으로 마실 한번 나가시죠. 제가 아는 한, 도쿄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절대로 눈치 주지 않거든요. 여자 혼자 거리를 배회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한적한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며 말보로 담배 한 갑을 다 피우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곳이잖아요. 적어도 제 생각엔, 싱글의 크리스마스를 지내기에 도쿄는 서울보다 몇 배는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오모테산도’의 에니버서리 카페에서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에 에스프레소 더블을 마시며 눈 내리는 풍경이나 봤으면 좋겠네요. 정말 좋겠어요. ㅠ.ㅠ(돌 던지실지 몰라도, 이럴 땐 싱글이 너무 부럽답니다. 흑흑)

커플이라면 이렇게!!!

1 현실을 벗어나 조금 외진 곳으로 떠나보기 스테레오타입한 도시의 성탄절 분위기를 일단 벗어나죠. 서해바다의 작은 섬 ‘이작도’는 어떨까요? 겨울에,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섬으로 떠날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그 멋진 풍광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답니다. 게다가 비용도 저렴하죠. 하얀 백사장과 깨끗한 바다. 아기자기한 낭만을 자아내는 섬 곳곳의 풍경과 산책로. 조금 춥겠지만, 모래사장에 양초를 켜고 와인을 마시는 해변의 크리스마스야말로 서로를 위해 가장 특별한 선물이 아닐는지. 이 날을 위해 준비할 것은 맛있는 와인 몇 병, 치즈와 비스킷, MP3와 작은 스피커, 여러 개의 모래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켜 두면 근사한 작은 양초, 그리고 추위를 대비한 작은 담요 정도.

2 성탄 하루를 온전히 기록하기 기억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죠. 조금 번거롭긴 하겠지만 DSLR 디지털 카메라와 수동카메라,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을 총동원해서 그 또는 그녀를 만나는 그 순간부터 헤어지는 그 모든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보는 건 어떤가요. 디지털 카메라와 수동 카메라의 사진들은 성탄절이 끝나는 대로 이미지를 출력해서 CD에 담아놓거나 두 사람의 게시판에 폴더별로 저장해두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미리 준비한 두툼한 노트에 그때그때 붙이고, 다양한 펜으로 함께 코멘트를 적어 넣으며 단 하루 만에 <러브 다이어리: 2007 성탄절편>이라는 책 한 권을 뚝딱 만들면 근사하지 않을까요?

3 철없이 흥청망청도 나쁘지 않아요 상대를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할까 골치 아프죠? 고민할 필요 없이 쌍방 합의된 일정 금액을 봉투에 담아 서로에게 선물하는 겁니다. 그리고는 연말 분위기 물씬 나는 동대문으로 향하세요. 그 뒤 나를 위한 물건, 상대를 위한 물건을 이것 저것 고르며 쇼핑 삼매경에 빠지는 겁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기분 좋은 쇼핑을 하러 다니면서, 식사도 하고 얘기도 나누며 하루 종일 ‘철없이(!)’ 흥청망청 지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4 편안한 휴식과 상대의 온기면 OK! 두 사람 모두 피곤한 일상에 지쳤다면, 그래서 서로에 대해 살짝 권태도 느끼고 있는 상태라면, 한적한 외곽의 팬션 혹은 시설 좋은 모텔을 미리 예약하세요. 인터넷과 핸드폰, 뉴스와 세상만사는 잠시 잊고 서로를 탐닉(?)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죠. 지붕이 무너지지 않는 한 팬션이나 모텔 울타리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마시길. 같이 있다는 사실 이외에 뭐 필요할 게 있겠습니까만은… 라면, 참치 통조림, 과일과 아이스크림, DVD, 만화 책… 이런 건 남자분이 준비하시고, 여자분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마시길. 단 립스틱’만’ 짙게 바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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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2003년의 크리스마스. 24일 당일 무작정 티켓을 끊어 제주로 날랐거든요. 봄, 여름, 가을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거리거리가 전세 낸 듯 한가하더군요. 랜트카를 빌렸고, 지도에 있는 절을 찾아 헤매고 다녔어요. 성탄절에 제주의 사찰을 헤매고 다닌 기독교신자들....1박2일 일정이 아쉬워, 1박을 더 늘린 뒤 월요일 바로 출근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계획된 크리스마스여행이 아니라 돌발적인 여행이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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