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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판타지는 힘이 세다. <반지의 제왕>으로 판타지 명가의 반열에 올라선 뉴라인시네마가 선보일 새로운 3부작 시리즈의 1부 <황금나침반>이 다시 한번 판타지의 위력을 만방에 떨쳤다. 크리스마스 대목 시즌을 노리고 지난 21일 일찌감치 포문을 연 덕분에 주말 동안 전국 150만 명의 관객수를 챙겼다. 배급업계에 따르면, <황금나침반>은 크리스마스 이브와 성탄절 이틀동안 전국 60만 여명의 관객을 추가, 누계 관객은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지의 제왕>이 조성한 '연말=판타지'라는 등식을 활용한 개봉 타이밍,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로 꼽히는 필립 풀먼의 소설을 영화화한 화제성이 맞물린 결과다.

때 이른 전망이지만, 매우 훌륭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황금나침반>이 흥행 시장에서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만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긴 말 필요 없이 판타지는 판타지이되 '약간 지루한' 판타지라는 초반 평가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절대 권력으로 상징화하면서, 교권이 규정한 세계의 바깥을 탐험하는 리라(다코타 블루 리처즈,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라라'라고 번역됐다)의 혁명적(?) 모험을 통해 기존 가치와 종교적 금기에 대항하고 있는 원작 소설의 풍성한 아우라를 시리즈의 첫 영화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인 탓도 클 것이다.

또한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처럼 주인공을 둘러싼 '성장의 플롯'이 분명하지 않은 것도, 특히 청소년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기엔 살짝 모자라 보인다. 작고 힘 없거나 출생 과정의 트라우마를 가진 '프로도'와 '해리포터'가 역경과 모험을 통과하며 스스로의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해 가는 것과 달리, 되바라진 소녀 '라라'는 마치 선택 받은 이인양 처음부터 용기와 지혜로 똘똘 뭉친데다 영험한 능력까지 갖춘 아이로 그려진다. 그것은 원작 자체가 금기의 파괴와 다른 세계의 발견과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모험을 통한 성장'이라는 기존의 판타지 공식에 익숙해 있는 관객들로선 생경함을 넘어서기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주인공 라라와 '성체위원회'를 이끄는 콜터 부인(니콜 키드먼), 그리고 '더스트'를 찾아 떠난 아스리엘 경(다니엘 크레이그)과의 관계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인터시즌' 등과 같은 개념들이 휙휙 제시되니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로선 이해가 쉽지 않은 구석도 있다. 1부에서 모호하고도 단적으로 제시된 개념과 관계도는 2부 <마법의 검>과 3부 <호박색 망원경>에서 더욱 깊고 풍성해질 터이지만, 하나의 영화로 선택한 관객들의 입장에선 '보긴 봤는데, 뭘 봤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올만한 1부라는 얘기다.

한편, 감우성, 최강희, 이연희 등이 주연한 '떼거리 멜로' <내 사랑>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고 개봉했으나 4위로 데뷔하며 신통치 않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한예슬 주연의 <용의 주도 미스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주 전 2위에 오르며 선전한 <색즉시공 시즌 2>는 판타지 어드벤처에 비교 우위를 빼앗기자 급락세로 접어들었다. 서울 관객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5위이지만, 주말 전국 관객수는 상영작 중 3위다. 서울보다 지방에서 먹힌다는 얘기다. 400만을 넘긴 1편에 필적할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제작진은 대만족일 것이다. 한국영화가 맥을 못추는 요즘 같은 때 이 정도라도 어디인가. 순위 저 밑에 처참하게 깔려 있는 <싸움>보다는 백 배 낫지 않은가.

주말 박스오피스(2007.12.21~23)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서울/전국)    서울 주말       전국 누계
======================================================================
1위   황금 나침반       123/513              302,400        1,509,900
2위  나는 전설이다       79/261              109,500        1,640,600
3위  내셔널 트레져2      90/354               91,500          493,900
4위    내 사랑           56/233               66,100          338,100
5위  색즉시공 시즌2      60/320               57,000        1,240,000
6위   어거스트 러쉬      53/159               53,000        1,617,000
7위  용의주도 미스신     41/226               43,700          302,440
8위   엘빈과 슈퍼밴드    44/207               37,100          221,100
9위     싸움             39/206                8,800          349,700
10위   색, 계             8/20                 5,200        1,8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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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하데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 추천이 올라와있군요. 같은 내용이라서 트랙백 남깁니다. 역시 황금펜 가지신분들의 글들이 추천받는 이유가 있네요. 제가 쓴글은 읽어봐 주시지도 않으시던데ㅜㅜ 좀더 분발해야 되겠네요.^

    2007.12.27 10:10
  2. 알 수 없는 사용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독교적 세계관은 어쩐지 지루해요. 전 그렇더라구요 :)

    2007.12.27 19:27
    • BlogIcon cinemAgora  수정/삭제

      이 영화는 그 지루한 기독교적 세계관에 반하는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지루하더군요.^^

      2007.12.27 21:50
  3. 이거 울 아빠랑 동생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고와서 졸라 욕했던 영화인데ㅋㅋㅋㅋㅋ

    무슨 영화가 애매하게 끝나고 노린층은 어린애들 층같은데

    지명이나 인물이름이 외국명 지나치게 긴게 존나 많이 나와서 미친듯이 헷갈린대나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책은 정말 재밌었는데 쩝

    2007.12.27 22:32
  4. 날라리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은 정말 재밌는데...그래도 영화를 보고 싶군요. 니콜키드만의 매력적인 모습 기대^^

    2007.12.28 00:00
    • zzibu2  수정/삭제

      니콜 키드만의 황금 드레스 실루엣은 조금 실망스럽더군요. 차라리 샤를리스 테론의 자도르 향수 뒷 실루엣이 백 번 볼만합니다.

      2007.12.28 02:00
  5. Josephine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황금나침반 봤는데, 진짜 뭘 본 건지 모르겠어요.

    같이 간 사람은 재밌다고 난리였는데..

    엔딩 크레딧 올라가자 제가 한 말은

    "뭐야~ 된장, 다음편이 있다는 의미구만.

    이 지루한 걸 또 보라는 거야?"

    2007.12.29 01:22
  6. 정용훈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고왔는데....글쎄, 긴 줄거리의 장편소설중의 1부만 봤으니.. 재미없다 재밌다를 평가할 수가 없겠네요.. 근데 확실히 돈아깝다는생각은 했습니다. 똑같은 돈내고, 영화 반만보다가 중간에 나온기분입니다. 상 하로나눠진 영화중에 상만본 것 같네요.

    2007.12.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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