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판 무삭제본' 김장훈과의 재핑(zapping) 인터뷰

민섭's 3M+α 2009. 3. 15. 13:0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얼마 전 권상우의 “한국이 싫다”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인터뷰 과정에서 한 말인데 담당 기자가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권상우의 애초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사화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실제 연예부 기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기사 작성 가운데 하나가 인터뷰 기사다. 자칫 잘못하면 권상우의 경우처럼 발언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사가 나오기 때문. 아무래도 지면이 한정돼 있는 터라 인터뷰 과정에서 나눈 내용을 모두 기사화하지 못해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더 재밌고 의미 있는 부분만 발췌해 기사를 쓰다 보니, 앞뒤가 잘려 묘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남는 것. 기자 역시 최근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과 가수 김장훈의 인터뷰 기사를 쓰며 고민이 많았다. 이 감독과의 인터뷰는 <워낭소리>를 둘러싼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으나 한정된 부분만 기사화됐다. 김장훈과의 인터뷰 역시 비슷했다. 그래서 ‘기자판 무삭제본 인터뷰’를 따로 블로그에 포스팅하려 한다.

먼저 김장훈과의 인터뷰를 먼저 올린다. 이충렬 감독과의 인터뷰와 달리 김장훈과의 인터뷰는 특정 사안에 대해 집중적인 대화를 나눈 형식이 아니라서, 문답형식을 취하지 않고 그냥 풀어 썼다. 참고로  신문에 실린 정규 버전은 개인 블로그에 별도로 포스팅 했다.


 


“콘서트를 직접 관람하신 뒤 인터뷰 하시죠.”
인터뷰 섭외 과정부터 남달랐다. 콘서트 직후면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한 상태일 텐데 김장훈은 공연을 관람한 뒤 함께 뜨거워진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다. ‘김장훈 원맨쇼’ 소극장 투어의 올해 첫 무대인 의정부 예술의 전당, 기자는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안 돼 그 뜨거운 열기에 파묻혀 버렸다. ‘쇼’에 가까운 그의 콘서트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소품, 그리고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독특한 공연을 보며 기자 역시 색다른 인터뷰를 준비하는 게 예의 아닐까 싶은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고안해낸 게 바로 재핑(zapping) 인터뷰. 기자가 김장훈과 함께 리모컨 버튼을 눌러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리다 나오는 TV 프로그램에 맞춰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무한도전>, 그가 생각하는 ‘무한도전 공연’은 무엇

재핑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눈길을 끈 프로그램은 유난히 재방송 많이 하기로 유명한 <무한도전>이다. 김장훈은 가수지만 공연 연출자로도 유명하다. 와이어로 하늘을 나는 것은 기본, 최근엔 공학도들의 도움을 받은 최첨단 과학 무대까지 선보일 정도다. 또한 자신의 공연을 위해 개발한 무대 도구와 소품을 동료 가수들에게 빌려줘 한국 가요계의 공연 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켰을 정도다. 밥 먹고 공연 생각만 한다는 그는 늘 역발상을 통해 공연을 기획하곤 한다고 한다. 이런 그가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무한도전 공연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김장훈의 24시’라는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내가 24시간 내내 무대 위에 있으면서 졸리면 자고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하고 또 배고프면 먹는 공연이죠. 관객들은 하루 패스 끊어서 오고 싶을 때 와서 노래 듣다 일 생기면 가는 형식이죠. 하필 내가 잠자고 있는 시간에 오면 좀 억울하겠지만. 자다 깨면 노래하기 힘들 정도로 목이 잠겨 있겠지만 서서히 목이 풀려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일 테고 노래를 계속 불러 목이 쉬어 있어도 또 그 나름의 매력이 풍길 거예요.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주는 공연이죠.”


김장훈이 이런 공연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노래를 잘 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아침에 막 일어나 발성이 하나도 안 된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면 ‘정말 가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노래는 되고 김장훈은 개인적으로 그런 탁성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들을 수 있는 김현식의 ‘곁가지 허스키’를 무척 좋아한다고. 그렇지만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인생을 틀 안에 넣어두려는 인식이 강한 한국 사회는 노래를 잘 하는 것 역시 정형을 만들어 놓고 그 기준에서만 판단한다. 본인 역시 매번 노래 잘하는 정형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아 고민이라는 김장훈은 일부러 공연 이후,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고통스럽게 부른 가이드 송을 앨범에 수록하기도 했단다. 그 곡이 바로 ‘허니’다.


“아마 그런 공연은 불가능할 거예요. 이런 콘셉트를 받아들일 공연기획사도 없을 테니까. 제일 겁나는 것은 한 두 분이 정말 24시간을 잠 도 안자고 공연장을 지키는 거예요. 정말 있을 거예요, 그런 여성 팬들이. 잠자고 노래하고 밥 먹고 하는 모습을 24시간 내내 감시하듯 바라보면 얼마나 무섭겠어요?”


@<1박2일>, 그를 감동시킨 지방 공연은 어디

유난히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인 김장훈은 ‘전국 투어’라는 이름으로 지방 무대에서 자주 선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지방 중소 도시의 소극장 공연도 자주 가지며 팬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 장학재단 주최로 박강성, 남궁옥분 등과 함께 문화 소외지역 공연 무대에 서기도 했다. 당진 홍천 예산 보령 등 문화 소외지역에서의 공연에는 노인층 관객이 유난히 많다.


“대부분의 관객이 노인이라 처음엔 정말 못한다고 그랬어요. 어렵게 무대에 서기로 결심하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당연히 그 분들이 내 히트곡을 모를 테니 신바람 김박사 메들리로 분위기 띄우고 재즈를 한 곡 부른다고 해놓고 갑자기 ‘애모’를 부르는 방식으로 공연을 끌어갔죠. 그 사이사이에 한두 곡씩 내 노래도 불렀죠. 세 번째 공연부터 할머니들을 일으켜 세웠어요. 흥겹게 ‘사노라면’ 부르는 데 할머니들이 일어나서 뛰셨어요. 무대 위에서 그 모습을 볼 때 정말 감동이었죠. 가수가 멀리 있지 않는 한 관객은 멀지 않다는 교훈을 배운 무대였어요.”


할머니 관객들까지 일어나서 함께 뛰게 만드는 마력의 소유자인 김장훈에게 유난히 기억에 남는 지방공연은 언제였을까.


“아무래도 보령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보령에서 서해안 페스티벌 공연을 하고 얼마 뒤 장학재단에서 하는 공연 일정에도 보령이 있더라고요. 정말 설렜어요. 연령대와 상관없이 보령에선 분위기가 정말 뜨겁지 않을까 기대가 컸거든요. 정말 대단했어요. 예술회관에 ‘환영 김장훈’이라고 대형 플래카드까지 붙어 있더라고요. 나이 많은 관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처음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첫 곡이 끝날 때까지 환호성이 계속됐어요. 연고도 전혀 없는 곳인데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았어요.”


김장훈은 지난 2007년 12월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터지자 2008년 초 직접 봉사대를 꾸려 서해안을 살리기 위한 방제작업에 나섰고 여름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서해안 페스티벌 공연을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특히 김장훈은 서해인 페스티벌 도중 쓰러져 팬들, 아니 전국민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터진 뒤 조사를 해보니까 태안 쪽은 이미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는데 보령 지역 70여개 섬에는 아직 방제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더라고요. 작업이 어려웠기 때문인데, 해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서울에서 새벽 5시 출발해 차 타고 두 시간 가서 배 타고 한 시간 넘게 가야 섬에 도착해요. 절벽 타고 내려가서 방제작업을 했는데 서해안은 금방 물이 들어와 정작 일 하는 시간은 얼마 안됐어요. 그땐 내 방에 ‘물때 달력’까지 있었을 정도에요. 정말 1박 2일도 했죠. 봉사대 1진이랑 같이 왔다가 섬에서 자고 다음 날 2진이 내려오면 또 같이 작업하기도 했으니까.”


@<아내의 유혹>, 그는 왜 결혼을 안하는 것일까

다시 채널을 돌리니 장서희와 김서형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인기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나온다. 김장훈은 평소 이 드라마를 안 봐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른다고 한다. 그럴만하다. 올해 나이 마흔 하나, 노총각 가운데서도 원로에 속하는 그가 어찌 ‘아내의 유혹’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도대체 그는 왜 결혼을 안 하는 것일까?


“결혼이요? 으~음 어느 순간에 시기를 놓치고 너무 많이 와버린 거죠 뭐. 결혼한 후배들이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결혼을 안 하면 '애'라더군요. 무대에 서서 늘 꿈과 환상을 접하며 사는 가수라서 그런지 정말 난 현실에 적응 못한 애 같아요. 주위에서 보기엔 예전보다는 잘 다듬어져서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은 적응돼 있는 것처럼 남에게 피해 안 끼치고 살아갈 뿐, 여전히 부적응자이고 주변인이죠. 뭐 지금은 자연스럽게 결혼을 안 하고 있는 것일 뿐이고 언젠가 자연스럽게 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런 그가 지난 해 서해안 페스티벌에서 쓰러진 직후 미니홈피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결혼에 대한 화두를 던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결혼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때가 그가 말한 자연스럽게 결혼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일까?


“맞아요. 그때 잠깐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딱 이틀 동안. 무대에서 쓰러진 뒤 너무 힘들어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5일 뒤에 전주 공연 때문에 이틀 누워있다 다시 공연 준비에 들어갔거든요. 그러면서 결혼 생각도 금세 날아가 버렸죠”.


@<패밀리가 떴다>, 그가 사랑하는 연예계 패밀리는 누구

연예계 마당발로도 유명한 김장훈의 눈이 반짝거린 순간은 채널이 <패밀리가 떴다>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연예계에서 소위 김장훈 패밀리는 누가 있을까. 그래서 기자는 그에게 지금 당장 연락해서 술자리를 만든다면 부르고 싶은 연예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이번만큼은 쉽게 대답을 못하고 한참 고민을 거듭한다.


“친한 분들이 죄다 세상에 잘 안 나오는 분들이라 술을 함께 먹긴 힘들겠는데요. 우선 싸이하고 (성)시경이는 군대가 있고 (전)인권이 형님은 칩거 중이시죠. (박)경림이는 산후조리중이고 유희열하고 이소라는 자기 앨범 나와도 활동을 안 할 정도로 잘 안 돌아다니는 친구들이라…. 참, 술자리 가질 사람이 없네요. ”


절친한 후배 가수인 싸이와 성시경이 군 복무를 하고 있어 많이 외롭다는 김장훈은 이미 여러 차례 면회를 다녀왔고 공연 요청을 받으면 당장 달려가 위문 공연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본인이 군 복무를 할 당시보다 요즘 들어 군인들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단다. 특히 결혼하고 아빠가 된 뒤 늦은 나이에 다시 군 입대를 한 싸이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싸이는 아주 적응을 잘해 자세가 딱 나와요. 진정한 애국자죠, 나라를 두 번 씩이나 지키는... 군대에 가자마자 적응해서 씩씩하게 훈련받고 웃으면서 잘 살더라고요. 적응력 하나는 알아줘야해요. 한 번은 싸이가 있는 부대로 위문공연을 갔는데 공연 도중에 싸이를 무대 위로 불렀어요. 그랬더니 군복에 군화 신고도 강렬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모습을 보며 정말 남다른 끼를 가진 친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친김에 한 번 쯤 듀엣 곡을 같이 불러보고 싶은 여가수가 누군지도 물어봤다. 김장훈은 가수 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듀엣 곡을 부르지 않았다.
 

“이소라랑 윤미래가 탐나요. 둘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가수들이에요. 올해 신곡을 발표할 예정인데 정말 세상을 엎어 볼 만한 곡이라 기대가 커요. 그 노래는 듀엣도 괜찮을 것 같아 솔로 버전이랑 듀엣 버전을 모두 앨범에 담아볼까 생각 중이에요.”


@<무릎팍도사>, 지금 그는 무얼 고민하며 지낼까

대부분의 채널을 다 돌려본 것 같아 재핑을 관두려고 하는 찰라 운 좋게 <무릎팍도사>가 화면에 잡혔다. 이번엔 기자가 ‘무릎팍도사’가 돼 그의 고민을 물어봤다.


“이미지가 날조(?)되고 있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사실 난 공적인 사명감을 가져본 적이 전혀 없는 사람이에요. 먹을 걸 안 먹고 입을 걸 안 입어가면서 기부나 봉사 활동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충분히 럭셔리 하게 지내는데도 남는 게 있어 가족들 챙기고 그럼에도 더 비워낼 게 있어서 다른 사람들까지 챙기는 것일 뿐이에요. 사실 인간은 까놓고 보면 다 똑같아요. 적어도 마음 속 죄는 다 짓고 나도 그래요. 아니 난 행동으로도 부끄러운 짓 많이 하며 한심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다만 ‘공연’과 ‘더불어 삶’에 대한 소신과 양심만큼은 지키고 살자는 게 내 철학일 뿐이죠. 나머지 인격에는 하자가 많은 데 이 두 가지 때문에 나머지 '하자 많은 인격'까지도 다 좋게 보이는 것은 정말 미안한 일이죠. 원래 난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아닌데 한 두 가지 때문에 다른 부분까지 포장되는 게 정말 미안해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숨이 덜컥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겸손한 연예인을 정말 많이 만나봤다고 생각했는데 김장훈처럼 삶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겸손의 철학을 갖고 있는 연예인은 처음이었다. 이런 기자의 반응을 전혀 눈치 못 챈 김장훈은 최근 녹화한 <명랑회고전>과 <놀러와>에 함께 출연한 절친한 동료 연예인들이 본인의 ‘하자있는 인격’에 대해 뒷담화를 많이 해준 터라 적어도 30%는 마음이 편해진 기분이라는 얘길 들려준다. ‘무릎팍도사’를 자처한 기자가 이런 고민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그가 스스로 고민한 해답을 들려줬다.


“생긴 대로 살자, 자연스럽게 살자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언론에 공개된 것도 내 탓이고 이 분위기도 내가 만든 것이잖아요. 인격이라는 것도 습관처럼 형성이 되는 만큼 사람들이 원한다면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나한테 좋은 일이겠구나 싶어요. ‘하루하루 돌을 쌓는 마음으로 나를 바꿔나가면 좀 더 좋아질 수 있겠네’라고 정리된 상태에요.”


선행천사라는 이미지, 그의 말처럼 날조된 것이라 할지라도 팬들 입장에선 김장훈 같은 가수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을 뿐이다. 그럼에도 악플러는 있기 마련이다.


“워낙 이미지가 이쪽으로 굳어지다 보니까 주변에서 ‘되게 부담되시죠?’ ‘도와 달라는 데 많죠?’ ‘좋은 일 하고도 악플 보면 마음 아프죠?’ 등의 얘길 많이 듣는데 사실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나를 대신해서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총알받이를 해주거든요. 주위에서 다 걸러주기 때문에 난 안 좋은 내용이나 뭔가 부탁하는 댓글 혹은 이메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정말 내가 가진 가장 큰 재산은 너무 좋은 분들이 제 주변에 많이 있다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재핑을 하는 동안 가요 프로그램은 단 한 번도 채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수에게 가수로서의 목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올해 발표할 새 앨범으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을 거라고 얘기한다.


“여기저기 곡을 부탁했는데 유명 작곡가는 아니지만 실력있는 신예에게 우연히 좋은 곡을 얻었어요. 정말 좋은 곡이라 기대가 커요. 최신 히트곡이 별로 없었는데 2009년에는 최신 히트곡으로 대한민국을 한 번 뒤흔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재핑 인터뷰 형식에 넣지 못한 그 외의 이야기들은 별도로 정리한다.


#짝퉁 구준표(?)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김장훈 원맨쇼’ 소극장 투어의 올해 첫 무대, 그 시작은 조명이 없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무대 위에서 김장훈이 들려준 주책에 대한 변명, 아니 항변으로 시작됐다. “절대 구준표 따라한 거 아닙니다!”

요즘 김장훈은 헤어스타일 때문에 주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염치를 실종한 ‘구준표 머리’다. 아무리 오늘날 한국 사회가 <꽃보다 남자>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할지라도, 꽃미남이 사랑받는 시대라 할지라도 마흔을 넘긴 그가 구준표 머리라니 행여 ‘주책없다’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따라한 건 절대 아닙니다. 매번 삐친 머리였는데 따로 세팅 안하고도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로 바꿔 보려고 파마를 한 겁니다. 그런데 머리하고 얼마 안 돼 갑자기 구준표가 뜨면서 애매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주책없다며 핀잔을 듣고 있죠. 그래도 좋아요. 짝퉁 구준표라도 돼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한국 공연의 발전을 위한 그의 생각 

전국 각지를 돌며 다양한 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가수이자 늘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기획하는 공연기획자이기도 한 김장훈은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줬다. 김장훈의 전국 투어 콘서트 형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그렇듯이 지방 공연은 지방 대도시로 집중돼 있다. 이에 남들이 잘 안가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김장훈의 지방 소극장 공연이 지난 해 1년 동안 60여개 지방 중소 도시에서 열렸다. 다만 유료 공연인 만큼 어느 정도의 수익성은 보장돼야 하는데 지방 중소 도시 공연은 그게 쉽지 않다.


“지자체들이 예산으로 문화예술관을 정말 잘 지어놨어요. 그런데 막상 이를 소화할 가수가 없어요. 순수 유료 공연은 어렵겠지만 지자체나 지역 기업 등이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서면 다양한 문화 공연이 잘 지어진 지역 문화예술관 무대에 충분히 오를 수 있어요. 그게 진정한 문화의 지방 자치 아닐까요? 지난해 영월에서 공연을 했는데 거기는 벌써 이런 방식으로 콘서트는 물론 클래식 공연까지 다양한 공연이 열렸더라고요.”


특히 김장훈은 용인에서 열린 콘서트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600석 가량의 소극장인데 사실 불가능한 공연이었어요. 그런데 용인시 담당자가 한 달 넘게 계속 전화를 해서 날 설득했어요. 결국 용인시에서 어느 정도 비용을 대고 공연기획사도 조금 손해를 보는 선에서 공연이 결정됐어요. 용인시의 적극적인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어요. 공연이 결정된 뒤 담당자에게 다시 연락이 왔는데 혹시 공연 규모를 줄여서 오는 건 아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대답해줬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용인 시민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김장훈이 갖는 전국투어 콘서트의 또 다른 꿈은 ‘200개 읍락 콘서트’다. 이는 지난 해 직접 전국 60여개 중소도시를 돌며 공연을 가진 그가 더욱 지방 중소도시 콘서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참 희한해요. 지난 해 전국투어를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한 이유는 가수들이 잘 안 가는 곳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현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직접 접하며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김장훈은 공연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과정에서 김장훈은 다양한 공연 장비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였고 동료 가수들 공연에 빌려주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우리만의 공연 인프라 구축을 꿈꿔왔어요. 해외 유명 가수나 수입 뮤지컬이 엄청난 장비와 무대 연출로 블록버스터 급 공연을 하고 있는데 말로만 우리 가수 우리 뮤지컬을 사랑해달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은 그냥 좋으면 공연장에 가는 것이지 어떤 의미를 갖고 오는 게 아니거든요. 순수 창작 뮤지컬이나 우리 가수의 공연이 문화 선진국의 무대 기술을 못 따라가면 확연하게 뒤쳐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공연 인프라 구축에 대한 나름의 사명감을 갖게 됐어요.


공연 인프라 구축은 기본, 혁신적인 공연 장비까지 제작해 세계로 수출하고 싶은 목표를 세운 김장훈은 기업체부터 정부 기관까지 다양한 곳과 접촉하며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했지만 성과는 미진했다. 그 가운데 처음으로 김장훈의 꿈을 받아준 곳은 과학계, 바로 카이스트다. ‘창의적 시스템의 구현’이라는 수업을 개설해 김장훈의 공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과학적인 무대를 공학도들이 설계해서 실제로 공연할 수 있도록 만든 것. 휴보 오준호 박사가 주임교수를 맡아 지난 해 ‘춤추는 무대’라는 로봇 시스템을 도입한 무대가 탄생했다.


“마돈나가 봤더라도 감탄하며 빌려갈 수밖에 없는 무대라고 확신해요. 그 어느 나라에서도 구경해본 적 없는 최고의 무대였으니까. 공연을 한 가수가 김장훈이라서 그렇지 아마 마이클 잭슨이 이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면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을 겁니다.”


#목과 몸 관리 비법

특유의 샤우트 창법으로 듣는 이의 귀는 물론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김장훈. 아무래도 자신만의 목 관리 비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목 관리 비법은 따로 없어요. 언젠가 발레리나 강수진 씨가 출연한 <무릎팍도사>를 보다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계속 방송을 울먹울먹하며 보다 ‘고통과 친구가 되지 않으면 발레리나가 될 수 없다. 안 아프면 불안하다’는 얘길 듣는데 결국 울음이 터지더라고요. 저 역시 비슷해요 나만의 목 관리법은 계속 소리 지르는 것이에요. 오히려 쉬면 더 노래하기 힘들어요. 언젠가 일주일 정도 쉬었다 노래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끊임없이 소리 지르며 노래 부르는 게 나만의 비법인 셈이죠. 물론 너무 아파 힘들 때도 많지만.”


체력 관리를 위한 운동은 스트레칭 정도만 하고 있다고. 운동이 부족하면 무대 위에서 체력이 바닥나 버틸 수 없단다.


“매년 600시간가량을 우리 밴드와 함께 공연 연습을 해요. 연습 할 때는 실제 공연보다 훨씬 열광적으로 해요. 공연 때보다 네 배 정도는 더 뛰면서 노래하는 것 같아요. 공연 연습이지만 그 자체가 운동이기도 하죠. 그 외에는 그냥 잘 먹고 잘 자고 화 안내는 것이 최고의 웰빙 라이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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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명: 리비도 촉진 특위 긴급회의
일시: 2013년 3월 14일
장소: 청와대
참석자: 대통령, 보건복지부 장관, 리비도 촉진 특위 위원장, 전국 숙박업계 협회장, 전국 제과업 협의회장, 전국 외식업 조합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음반기획자 협회장.

대통령: 오늘 긴급 회의를 소집한 이유에 대해 장관으로부터 대강의 설명을 미리 들었습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리비도 촉진 특위 위원장: 대통령님, 나라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오늘 대통령님을 모시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상황의 심각성이 국운을 좌우할 정도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2년 전 대통령 직속으로 리비도 촉진 특별 위원회를 설치했을 때만 해도 노란불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상황은 거의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통령: 빨간 불이라니...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전국 제과업 협의회장: 대통령님, 외람되지만 제가 먼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아십니까?

대통령: 3월 14일이죠.

전국 제과업 협회장: 크음~! 오늘이 그 유서 깊은 화이트데이라는 날입니다. 십수년전 저희 제과업계에서 상품 판매 촉진을 위해 절치부심 끝에 개발해낸, 그러니까...

대통령: 거 남자가 여자한테 사탕 주는 날이죠? 저도 그 정도는 압니다.

전국 제과업 협의회장: 그렇습니다. 그런데, 연 3년째 사탕 매출이 떨어지더니, 올해는 급기야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이나 매출량이 급감하고 말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2월 14일, 그러니까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렛 매출은 더욱 심각하게 줄어 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얼마 안있어 저희 제과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게 뻔합니다.

대통령: 매출이 준다면, 그 이유가 뭡니까?

리비도 촉진 특위 위원장: 연애를 안 합니다. 도대체가 요즘 젊은 아이들이 사랑을 안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의 구매력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국 숙박업계 협회장: 사실...제과업계의 사정은 저희들에 비하면 엄살에 불과합니다. 저희들은 일년 내내 불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년 전부터 대실료를 50% 일괄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만 오천 원입니다. 만 오천 원! 그래도 투숙객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도대체들 연애를 안 하니 누가 섹스를 하러 오겠습니까. 초고속 인터넷에 최첨단 영상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 정도이니 온 벽에 스크린을 만들어 야동을 뿌려대는 업소도 생겨날 정돕니다.

전국 외식업 조합장: 저희 외식업도 마찬가집니다. 5년 전만 해도 호황을 누리던 분위기 좋은 이태리 식당들, 요즘 파리 날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테리어를 멋지게 한들, 커플 손님들이 급감해 반타작 매출에 그치고 있습니다. 키스라도 하라고 자리 사이에 벽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부작용만 늘었습니다.

대통령: 젊은 남녀가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건 도저히 이해를 못할 노릇이군요.

리비도 촉진 특위 위원장: 그러니까 이른바 '초식계' 현상이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몰아닥친 겁니다. 초식계란, 마치 풀만 먹고 사는 것처럼 도무지 짝을 찾아 나설 생각을 안하고 사는 젊은 남자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연애를 함으로써 부수되는 경제적 부담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연애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이들이죠.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가운데 이런 초식계가 50%에 달한다고 합니다.

대통령: 남성들이 그렇다면 여성들은 어떻습니까.

리비도 촉진 특위 위원장: 흥미롭게도, 여성들의 경우엔 반대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혼활(婚活)', 그러니까 혼사를 성사시키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유감스럽게도 초식계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여성들의 경우, 솔로로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남성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결혼을 통해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괜찮은, 그러니까 안정된 경제 환경을 제공할만한 배우자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남자들이 모두 초식계로 전환하고 있으니 리비도의 상당한 불균형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 거 큰일이군요. 연애 하나 하는 데 돈이 그리 많이 든답니까?

리비도 촉진 특위 위원장: 이 자리에 왜 숙박업계와 제과업계, 외식업계의 대표분들이 참석해 있는지 짐작하시면 될 듯 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연애를 함으로써 일년간 지출해야 할 금액이 1천만 원을 웃돈다고 합니다만...뭐 외식, 명품 선물, 여행, 만난 지 100일, 키스 데이에 빼빼로 데이, 로즈 데이,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 등의 각종 기념일 챙기기 등등으로 소비되는 돈 말입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커플들이 1년 중 챙겨야 할 기념일이 30일 정도 된다더군요. 그거야 뭐 경기 부양을 위한 것이니 큰 문제 아닙니다만, 아무튼 나라 경제의 근간인 우리 기업의 회생을 위해선 정책적 대안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전국 숙박업계 협회장: 정부가 젊은이들의 연애 욕구를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부추겨 주셔야 합니다.

대통령: 정책의 필요성은 절감합니다만, 구체적 대안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대책이 있겠습니까?

리비도 촉진 특위 위원장: 지금 이 자리에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음반기획자 협회장이 참석해 계십니다만, 결국 문화적인 접근만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가요에서 이별 노래를 금지해야 합니다. 대신, 사랑을 시작할 때의 희열을 찬양하는 노래를 많이 만들도록 효과적인 장려 정책을 제안합니다. 영화도 중요합니다. 로맨틱 코미디 쿼터제를 만들어, 일정 퍼센트 이상의 사랑 영화를 만드는 것을 전제로 다른 장르의 영화 제작을 허용하는 것이죠.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님, 그런 종류의 쿼터 제도는 이미 수십년전에 비슷하게 존재하긴 했습니다만, 아, 그 때는 반공 영화 쿼터가 있었죠, 헌데 그게 무리인 이유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로맨틱 코미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완전히 한물간 장르가 됐습니다. 이젠 그 어떤 제작자도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장사가 안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연애에 대한 기대가 없는 젊은이들이 왜 굳이 로맨틱 코미디를 보려 하겠습니까.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봅니다.

음반기획자 협회장: 그건 저희 음반기획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 노래요? 만들어봤자 팔리질 않습니다. 심지어 요즘엔 라디오에서도 청취율 떨어진다고 거의 틀어주지를 않는 분위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 노래를 만들라는 건 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예 사랑을 안하니 이별 노래도 사양길입니다.

대통령: 그렇다면, 이래저래 방법이 없는건가요?

리비도 촉진 특위 위원장: 사실 수개월전부터 보건복지부 장관과 극비리에 검토해온 프로젝트가 있긴 합니다만...

대통령: 뭡니까?

보건복지부 장관: 험! 먼저, 이제야 보고를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가 검토한 극비 프로젝트는 이겁니다. 모든 젊은이들이 성년이 된 순간, 그러니까 만 20세가 된 순간부터 1년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보건소에 들러 주사를 맞게 하는 겁니다.

대통령: 주사라뇨?

보건복지부 장관: 최음제 주삽니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리비도가 위축돼 있으니 생리학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것이죠.

대통령: 부작용은 없겠습니까.

보건복지부 장관: 인권 단체의 저항이 예상됩니다만, 국익을 내세우면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안그래도 초식계와 혼활 자식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 기성세대들 역시 연애 기피 현상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는 터라...아시다시피 한국의 여론은 1990년대부터 그들이 이끌고 있습니다. 지금의 20대들은 정치적 발언의 방법론을 아예 모르기 때문에 크게 상관할 문제는 아닙니다.

대통령: 그렇다면, 밀어 붙여 봅시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사랑을 하게 만드세요. 사랑이 살아야 기업이 삽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도 산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합시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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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영화 이야기 2009. 3. 10. 19:03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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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상식'의 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랑의 방식이 존재한다. 15살 소년이 엄마 뻘의 여자와 육체적 사랑에 달뜨게 된 일도, 비록 세간의 편견 어린 시선의 대상이 될지언정, 어쨌든 일어났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 된다. 그 신묘한 스파크의 힘을 어찌 세속적 잣대로 설명하거나 단죄할 수 있겠는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갑자기 죽도록 몸이 아파진 '마이클'이 하필 그녀 '한나'의 집 앞에서 구토했고, 또 한번 '하필' 그 시간에 퇴근하던 한나가 그를 살펴준 게 발단이었다. 그렇게 해서 보은의 예를 갖추기 위한 마이클의 두번째 방문은 성숙한 여인의 벗은 몸과 우연을 가장한 조우로 이어진다. 첫 사랑의 희열에 몸서리치는 소년과, 낯설지만 아름답고 수줍지만 힘찬 몸을 거부할 수 없게 된 여인의 사랑이 시작된다.

얘기를 이렇게 시작하고 나니,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를 소년과 성숙한 여인간의 '에로틱'한 러브 스토리로만 짐작하실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한나는, 사랑을 나누기 전 늘 소년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주문한다.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두 사람의 정서적 교감을 매개하는 일종의 의식이자 마이클과 한나의 반 세기에 가까운 사랑의 연대기를 펼쳐 보이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마이클은 뭔가 모를 상처를 지니고 사는 한나를 문학의 세계로 안내하지만, 현실은 끝내 그녀를 야만의 동굴로 안내한다.

사실, 이 영화는 멜로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역사와 개인간의 관계에 대한 꽤 중후하고도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낸 정치적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스포일러 혐의를 무릅쓰고 조금 더 나아가 본다면, 역사는 한나를 두 번 배신하고, 사람 그 자체가 아니라 정의와 불의라는 관념의 세계에 휩싸인 마이클도 그 과정의 공범이 된다. 역사가 개인에게 남긴 상처는 끈질기게 유전되고, 그 악순환 속에서 사랑도 쉽게 기만의 대상이 된다. 불행히도 우리의 사랑 역시 역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조용하면서도 힘있게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마이클의 시점에서 쓰여진,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원작 소설을 비교적 차분하게 스크린에 옮긴 스티븐 달드리는, 후반부에 이르러 한나의 심리를 드러내는 데도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그럼으로써 원작으로부터 퍼올린 차가운 안타까움에 관객들이 뜨거운 흐느낌을 얹을 여지를 남긴다. 한 마디 대사보다, 몸과 표정의 언어로 한나를 표현한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3월 26일 개봉.

원작소설에 대한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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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를 상영하던 토요일 저녁의 극장은 썰렁했다. WBC 한일전의 여파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객석의 10%도 채 안찬 듯 보이는 상영관은 <더 레슬러>와 그 주인공 미키 루크의 현재를 닮은 것 같아 왠지 쓸쓸하게 다가왔다.

나잇살이 덕지 덕지 붙은 걸 떠나 고단했던 삶의 흔적이 역력한 미키 루크의 얼굴을 보니,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다. 역설적으로, 그의 망가져 버린 얼굴은, 나처럼 그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관객들로선 영화 <더 레슬러>에서 얻을 수 있는 페이소스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만큼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느낌은 강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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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루크를 처음 만난 건, 1986년이었다. 당시 그 유명했던 <나인 하프 위크>(1986)가 동네 극장에 왔고, 나는 학교 써클의 공금을 과감히 유용해 영화를 보러 갔다.

10대 후반 시절에 목격한 이 영화의 탐미적 성애 장면은 충격이었다. 특히 남녀 주인공이 비가 철철 내리는 거리의 골목길에서 폭포수 같은 낙숫물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서로를 탐닉하는 장면에선 거의 숨이 멎을 뻔 했다.

당시의 미키 루크는 왠만한 수컷은 그냥 집어 삼킬 것 같은 킴 베이싱어의 고혹적인 자태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었다. 사실 그냥 감당하는 걸 넘어서 있었다.

그윽한 눈빛과 섬세한 손길로 터질듯한 관음증적 욕망을 때론 수줍게, 때론 과감하게 내뿜고 있는 이 꽃미남은, 매력과 위험을 동시에 내포한 여자를 유유히 '통제'하고 있었으니,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봐도, 한마디로 '뻑가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깔끔하게 빗어 올린 짦은 머리칼. 연약한 듯 강인한 턱선. 내면의 욕망을 젠틀함으로 감추고 있는 듯한 옷차림과 태도. 이런 그에게 한편으로는 '지골로적' 면모가 느껴져 한창 남성성을 체득하던 나이의 내겐 약간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훌륭하지만 왠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말하자면 이 영화로 각인된 미키 루크는, 여성이 상대항으로 존재한다는 걸 전제함으로써 존재하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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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다시 보게 된 계기는 뒤늦게 국내 개봉한 <죽는 자를 위한 기도>(1987) 를 비디오로 감상한 뒤였다. 이 작품 속에서 미키 루크는 아일랜드 해방군(IRA)의 테러리스트로 등장하는데, 폭력의 굴레에 갇혀 버린 한 처연한 남자의 상황을 기가 막히게 연기했었다.

폭압적 역사에 인간성을 저당 잡히는 풍경은 언제나 슬프다. 정의를 위한 길이라고 믿었지만, 명분 없는 살육을 저지를 수밖에 없게 된, 그러니까 선을 위한 길에서 악을 범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 인간의 고통이, 그의 표정 위에는 있었다.

이 작품으로 미키 루크는 또 한번 내게 각인됐고, 앞으로 그를 많은 영화에서 보게 되리라 기대하게 됐다. 그러나 이후 그의 행보는 그런 나의 기대를 배신했다.

간헐적으로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그리 대중적이거나 주목할만한 작품들은 아니었고, 그의 이름은 내 기억 속에서 시나브로 잊혀졌다.

알려져 있다시피 원래 복서 출신인 그는 1991년 프로복서로 전향했고, 문란한 생활에 음주벽 등으로 가끔 타블로이드 가십에 오르는 인물로 전락했다. 게다가 경기 도중 입은 상처 때문에 얼굴 성형을 한 뒤 예전의 면모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도, 할리우드 가십 언론은 빼먹지 않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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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밀러의 도움에 힘입어 <씬 씨티>에서 '마브'역을 맡으며 영화 배우로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그에게 제대로 멍석을 깔아준 이는 <레퀴엠>으로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한 대런 아르노프스키였다. 그에게 각종 영화상의 남우주연상을 싹쓸이하게 만든 <더 레슬러>가 없었다면, 미키 루크는 여전히 이곳저곳 단역을 기웃대는, 한물간 퇴물 스타로 배우 인생을 마감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더 레슬러>는 완전히 지쳐 버린, 한 쇠락한 레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사실상 미키 루크의 자기고백적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화 속 랜디는 정확히 57세의 미키 루크 그 자신처럼 보이기 때문이여, 실제로도 자신의 삶을 투영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내뿜는 만만치 않은 에너지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왕년의 레슬링 스타 랜디는 추억을 구매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동네 시합으로 근근히 먹고 살고 있는 신세다. 게다가 과도한 약물 복용으로 심장 마비를 일으켜 링을 떠나야 할 처지다.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인 딸은 오래전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냉대하는 가운데 퇴물 스트리퍼 캐시디만이 그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상대다.

손님을 밖에서 만나면 안된다는 금기를 깨고 캐시디는 아주 잠깐 랜디와 바에서 데이트를 즐기는데, 흘러나오는 음악에 심취해 있던 둘은, 건즈앤로지즈와 머틀리 크루, 데프 레퍼드 등을 들먹이며 좋았던 시절로서의 80년대를 회고한다. 80년대에 역시 <나인 하프 위크>의 호시절이 있었던 미키 루크의 눈빛은 이 대목에서 그야말로 '반짝'거린다. 하지만 그 시절의 잔영을 그의 변해 버린 얼굴에서는 쉽게 찾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래서 추억으로만 곱씹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욱 처연함을 안겨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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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는 덧없이 사라져 버린 청춘을 안타까워 하는 고통만큼이나 지금의 고독과 회한을 견디기 힘들다. 살아옴이 그에게 남긴 자국, 더 아슬아슬하고도 더 가학적인 쇼를 원하는 대중의 기호에 흔쾌히 부응했던 삶이 남긴 상처가 버겁다. 그래서 링으로 상징되는 저쪽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쪽 세상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세월은 흐르고, 시선은 자꾸 과거로 향하지만 정답이 없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남는 것은 비좁은 삶의 틈에서 삐져 나온 몇 안되는 선택의 순간들 뿐이다. 랜디는 그 순간의 선택에 남은 인생을 건다. 그것은 랜디의 삶이자, 미키 루크의 삶이며, 언젠가 사라짐을 준비해야 할 우리의 삶이 직면해야 할 딜레마이기에 꽤 진하고도 오랜 공명을 남긴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레슬러>에서의 랜디는, 어떤 기시감처럼 <나인 하프 위크>와 <죽는 자를 위한 기도>에서 이미 본 듯한 미키 루크의 모습을 소환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는 망가진 게 아니라, 망가짐으로써 그의 원형을 부활시킨 셈이 아닐까. 나는 그래서 이 영화가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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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위한 메신저

늙은소's 다락방 2009. 3. 7. 10:51 Posted by 늙은소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세상이 되니 신문 지면의 부고란 볼 일이 없어졌다. 신문 부고란을 챙겨봤던 것은 아니나, 가끔 정 할 일이 없으면 부고란에도 눈길이 가곤 하였다. 세상을 떠난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려는 목적 보다는,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신문에 죽음을 알릴 정도인지 그것이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면 조문객은 인맥을 통해 이미 그 죽음을 들었을 것이고, 설령 이를 듣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매일 신문 부고란을 살펴보며 아는 사람의 이름을 목록에서 확인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싶어 부고란의 기능을 의심하였던 것이다.

신문의 부음은 죽은 자가 애써 부르지 않을 대상을 위해 존재한다. 고인의 처남의 부하직원이나 그 아들에게 고급 승용차를 판 영업사원, 혹은 고인의 형제가 운영하는 회사에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의 영업담당자에게 부음은 요긴하게 사용된다. 고인과는 생전 얼굴 한 번 본 일 없는데 문상을 가야하는 사람의 심정도 오죽할까 싶지만, 부음을 읽다보면 온갖 이유로 모여든 사람들이 어색하게 절하며 마주보는 풍경이 연상되어 어쩐지 씁쓸한 뒷맛이 든다.

신문의 부음은 죽은 자를 위한다기보다는 장례절차를 밟아야 할 가족과, 장례식장에 찾아올 손님을 위해 존재한다. 그 때문에 신문의 부고란은 '초대장'의 기능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러나 죽은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죽음을 알리고 싶은 대상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굳이 장례식장에 부르지 않더라도 그저 내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픈 대상도 있지 않겠는가. 첫사랑을 버린 채 다른 상대와 결혼하면서도 '나 내일 결혼해' 따위의 오장육부 후벼파는 대사를 남발하는 사람의 심리를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조금은 쉬울 것이다. 그러니 죽은 자를 위한 부음이 존재해야 마땅하다. 지정한 상대를 찾아가, 내가 죽었다는 사실과 함께 짤막한 유언을 전달해주는 ‘죽은 자를 위한 메신저 서비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나를 차버렸던 잔인한 옛 연인에게, ‘나 이미 죽었으니, 귀신이 되면 네 앞길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며 저주의 인사를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 혹은 평생 마음에 짐이 되었던 상대에게 그 고마움을 갚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길 수도 있으리라. 어찌되었든 일가친척과 지인들, 공적 관계의 인사들로 뒤죽박죽인 장례식장의 풍경과는 별개로, 비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한 줄 인사를 남기는 서비스는 제법 유용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는 20대에 자살을 택한 젊은 죽음과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를 가리지 않고 공평히 대하니, 나이와 지위가 높지 않고서는 이용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신문 부음란에 비해 평등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서비스가 상용화된다면 개인들은 자신이 죽게 되었을 때 그 죽음을 누구에게 알릴 것인가를 놓고 자주 고심하게 될 것이다. 목록은 지극히 사적이며 내밀한 것이 되기 쉽다. 오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알아서 찾아오는 장례식장의 조문객과 달리, 이 서비스는 나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찾아내어 ‘아무개씨가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부고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중학교 시절 자신을 왕따시킨 학교 일진을 찾아가,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생 착하게 살라'는 말을 전할 수도 있다. 혹은 이 여자 저 여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닌 어느 바람둥이가 그 동안 만난 여자들을 모두 찾아내어 미안했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할 것이다.
생각해보자.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렸으면 하는 대상은 과연 누구인지.


‘죽은 자를 위한 메신저’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자신들이 사람을 잘 찾아내며, 메시지 전달 성공률 또한 우수함을 강조하며 광고를 펼칠 것이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보안 유지 역시 중요하며, 이를 위해 별도의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도 있을 것이다. 유명 연예인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죽음 직후 특정인에게 악담을 퍼부었다는 사실이 새어나갈까 걱정되어 사후 10년 뒤에 이를 전달하도록 하는 ‘메시지전달 예약기능’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10년 동안 해당 업체가 부도로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이럴 경우를 대비한 2차 보험 가입을 적극 권장한다. 때로는 수사에 필요하니 부고 전달 목록을 경찰에 넘기라며, 업체와 검찰 간의 마찰이 빚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용의선상에 누구를 넣어야 하는지, 평소 원한관계는 어떠한지를 파악하는데 이 목록만큼 유용한 것도 없지 않겠는가.

서비스가 상용화되었을 때를 상상해보자.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인사들은 수시로 찾아드는 부고와 저주의 말을 듣느라 삶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내 죽음을 누구에게 알려야 하나를 고심하는 한편, 나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려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궁금히 여기게 될 것이다. 우연히 옛 연인의 죽음을 알게 되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메시지 전달 서비스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너에게 내 존재란 무엇이었단 말인가!

죽음을 알리고픈 대상과, 반대로 나에게 죽음을 알리고 싶어할 만한 사람들을 떠올리다보니 살아온 삶이 짧게 느껴진다. 원망이든, 미안함이든, 용서가 되었든, 죽은 뒤 남길 말은 길지 않고 허무한 것뿐이어서 지금 죽기에는 삶이 너무 가볍다는 자책마저 찾아든다. ‘죽은 자를 위한 메신저’ 서비스가 상용화된다면 우리는 생에 좀 더 충실할 수 있을까?

posted by 늙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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