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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화 <숏버스>를 본 건 지난 2006년 말 언론 시사회에서였다. 그로부터 2년하고도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는 3월 12일 드디어! 이 영화가 개봉한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졌던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과도한 성기 노출과 성행위 장면의 노골성을 문제 삼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 불가 판정과 다름 없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고, 수입사는 행정법원과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상고심까지 가며 영화를 틀 권리를 달라고 매달렸다. 그 사이 제한상영가 등급은 위헌판결로 사실상 무효화됐고, 수입사는 결국 성기 노출 장면을 가림 처리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얻어냈다.

우선,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흥을 당시 썼던 블로그 글의 일부를 인용함으로써 대신한다.

<숏버스>는 남녀 관계의 절대 변수로써의 섹스를 관찰하며 우리가 섹스에 대해 갖고 있는 강박과 고정 관념들을 풀어 헤쳐 보인다. 이를테면 섹스의 목적은 오르가즘인가? 섹스 상황에서는 꼭 두 사람만 참여해야 하는가? 섹스는 왜 관계의 틀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인가? 등등. 그렇다면 누군가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그럼 뭐냔 말인가. 프리 섹스를 하란 말인가? 글쎄. 그건 영화를 본 당신이 판단할 몫이다. 어쨌든 무엇보다 선명하게 남는 메시지는 이거다. 전쟁보다는 섹스가 천만배는 낫다는 것이다. 사랑이 전제되든, 그렇지 않든 되지도 않는 대의명분으로 파괴를 일삼을 거면 차라리 쾌락에 탐닉하라는 얘기다. 서로에게 즐거움을 주라는 얘기다.

<숏버스>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자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섹스를 말하는 영화다. 영화는 절대 섹스를 담아선 안된다고 법으로 금지하지 않은 이상, 그리고 성애가 인간 사이의 육체적 결합으로 구성되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하는 이상, 그 결합의 풍경을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보여주고자 하는 영화의 욕망은 어쩌면 당연한 노릇이다.

그걸 다 가려놓고 성 행위에 따르는 관계와 상처만을 논한들, 위선적인 것을 넘어 얼마나 우스꽝스럽냔 말이다. 감독 존 카메론 미첼의 그런 생각이 거침 없이 직진한 이 영화 속의 성기 노출과 성행위를 바라보는 것은, 그러므로 영화를 온전히 감상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런데도 법과 권력은 이 영화를 대중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2년이 넘게 버텼고 여전히 온전한 개봉을 허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법감정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이 여전히 '성기 노출=포르노'라는 문화 지체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은 자신들은 다 누려도 서민들만큼은 안된다는 문화적 신분 질서를 고수하고 싶으시거나.

사우나에만 가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그 성기, 하물며 다비드 상에도 버젓이 달려 있는 그 성기, 온갖 서양의 고전 미술에도 나오는 그 성기를 영화에서만큼은 보면 안된다니, 그 발상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인간이 오로지 자신의 몸으로 서로에게 쾌락을 선사하는 순간의 아름다움과 인터넷 야동의 도착성을 혼동하는 시각이 오히려 음란한 것이다. 사람의 건강한 육체를 바라볼 때의 소탈한 경외감과 여학교 앞 바바리맨의 노출증적 폭력을 헷갈리는 무감각이 허탈한 것이다. 도대체 성애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이 위선적 이중성은 언제나 끝날 것인가. 

<숏버스>의 첫 장면은 자신의 성기를 입에 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게이의 괴이한 요가 동작으로 시작된다. 이 장면이 온전히 보여지지 않는다면, <숏버스>는 반쪽짜리 <숏버스>다. 어쨌든 2년 3개월이나 끌어 그렇게 개봉한단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대한민국의 문화 수준이 딱 이만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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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토리노', 노배우의 결자해지

영화 이야기 2009. 3. 4. 13:27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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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온순해진다고 하던가. 예순 살을 귀가 순해진다는 뜻의 '耳順'이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 하겠다. 허나 현실에서는 반대의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그러니까 나이가 들수록 완고해지고 괴팍해지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 가혹한 경쟁 사회를 통과해온 삶의 이력이 그런 성향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사회에서 젊은 세대를 감싸고 다독이는 어른의 넉넉함을 만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78세의 클
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겸한 영화 <그랜토리노>에도 우리로서는 낯익은, 그래서 더 웃음이 감돌게 하는 어느 완고한 노인이 나온다.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그 자신도 이제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월트 코왈스키가 주인공이다. 젊은이들의 행태가, 하물며 손녀딸의 옷차림까지 사사건건 마음에 들지 않는 그는, 고해성사를 하라는 젊은 신부에게 '신부학교를 갓 나온 숫총각이 세상에 대해 뭘 알겠냐'며 역정을 낸다. 이웃에 사는 베트남 출신의 몽족 이민들도 눈엣 가시다. 노인의 눈에 시끄러운데다 지저분한 그들은 '더러운 야만인'들일 뿐이다.

옆집에 사는 수줍음 많은 몽족 소년 '타오'가 동네 깡패들의 꼬드김에 못이겨 월트의 재산 목록 1호인 1972년산 그랜토리노 자동차를 훔치려다 미수에 그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사건은 월트의 인생에 중대한 변화의 계기를 만든다. 타오가 죄값을 치르겠다며 월트의 하인을 자처하게 되면서 세대와 인종의 벽을 뛰어 넘는 소통의 물꼬가 조심스레 열리는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뒤의 얘기를 더 자세히는 못하겠지만, 이 영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배우 은퇴작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석양의 무법자> 등의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똥씹은 표정의 미학을 설파했던 그가 자신이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서부극 <용서받지 못한자>(1992)로 일종의 고해성사를 했듯, <그랜토리노>를 통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더티 해리> 시리즈까지 슬쩍 소환하며, 마치 결자해지의 미덕을 수행하듯, 스스로의 배우 인생을 총정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그 총정리는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다.

한국군 참전용사로 영광과 상처(내재된 폭력성과 살인의 기억)를 안고 살아온 월트는, 툭하면 총기를 꺼내 동네 갱들을 혼쭐낸다. 이를테면, 거리에서 몽족 소녀를 희롱하는 흑인들을 향해 그는 이렇게 일갈한다. "길을 가다가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지. 그게 바로 나야." <더티 해리>의 그 유명한 대사 "Go ahead. Make my day!(까불어봐, 내 기념일이 될 거야)"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치기는, 한편으로는 힘 빠진 영웅의 '왕년에 내가' 타령을 보는 듯 쓸쓸한 정서를 만들어 낸다.
역설적으로, 이처럼 괴팍하고도 완고한 노인을 통해 자신의 생, 배우로서의 족적, 그리고 거기에 투영됐던 시대의 주름까지 되돌아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마지막 연기를 통해 가장 울림 있는, 배우로서의 유서를 남기고 있는 셈이다.

좋았던 시절의 빛 바랜 회고를 통해 스러져가는 자신을 위무하지 않는 대신, 현재진행형인 폭력의 악순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떠나고 남을, 어린 세대가 살아가기에 여전히 위험천만한 세상을 안타깝게 껴안는다. 그리고는 미안하다고, 너희들에게 이런 세상을 남겨서 너무 미안하다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어른의, 그것도 아주 존경할만한 어른의 넉넉한 품이다. 묵직한 경외심이 돋는다. 3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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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도시' 각본과 연기의 힘

영화 이야기 2009. 3. 4. 10:49 Posted by cinemAgora

막상 극장에 갔는데 볼만한 영화가 없을 때도 난감하지만 구미가 당기는 영화가 너무 많을 때도 걱정이다. 아마도 영화 좀 본다는 관객들로선 이번 주말 극장가가 그럴 것이고 길게는 이번 달이 그럴 것이다. 3월은 주류 관객인 학생들이 새학기 준비에 분주해진 탓에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는데, 이러다보니 규모로 들이대는 호화 찬란한 영화들이 슬쩍 발을 빼는 시즌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작품성 하나로 승부를 거는 영화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니, 반가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9금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도 내 입장에선 반갑다.)

장 이번 주말 <프로스트 vs 닉슨><왓치맨><킬러들의 도시> 등 뚜렷한 개성과 완성도를 갖춘 수작들이 한꺼번에 간판을 내건다.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본 나로선 세 편 다 강추다. 돈과 시간 여유가 있다면 주말 동안 세 편 모두 감상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앞서 두 편은 이미 소개한 바, <킬러들의 도시>를 빼놓을 수 없다는 중압감 때문에 부랴부랴 3M흥업에 로그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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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으로 보아 언뜻 범죄 스릴러의 냄새가 나는 <킬러들의 도시>는 차라리 블랙코미디 쪽에 가깝다. 그러니까 킬러들이 주인공이긴 하되, 얘들이 벨기에의 브리주라는 관광 명소에서 하릴 없이 시간 죽이다가 서로를 죽일까 말까 고민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는, 결코 웃지 못할, 그러나 웃긴 얘기가 기둥 줄거리다.

압권은 감독 마틴 맥도나가 직접 쓴 각본이다(그는 이 작품으로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살인 임무를 마치고 잠시 피신해 있는 두 명의 킬러를 중심으로 여성 마약 판매상과 미국인 난쟁이 배우, 호텔 여사장 등 주변 인물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옥신각신의 스토리를 기가 막힌 짜임새로 풀어 놓는다. 여기에 정치적 풍자와 은유를 얹은 촌철살인의 대사까지, 별 거 아닌 것 같은 설정을 가지고도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킬러' 콘텐츠다.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레이' 역의 콜린 파렐은 전매특허인 숯검댕 눈썹의 움직임만으로도 죄책감과 욕망을 동시에 품은 찌질한 킬러의 감수성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문화 유산과 인간을 사랑하는 킬러 '켄'으로 등장한 브렌단 글리스(<해리포터>시리즈에서 '매드 아이 무디'로 나오는 그 배우다)와 성질 더러운 욕쟁이 보스 '해리'로 분한 랄프 파인즈의 연기(지금까지 본 랄프 파인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는, 내 언어적 표현 범위 바깥에 놓여 있다.

여하튼 관객들은 세 배우가 선보이는 알토란같은 대사와 감독의 엉뚱 발랄한 설정에 시종일관 킥킥대며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명품을 얻은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중세 유럽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브리주의 풍광은 보너스다. 3월 5일 개봉. 후반부 폭력 묘사의 수위가 약간 높아 청소년 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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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2세와 연예인' 악성 루머가 끊이지 않는 이유

민섭's 3M+α 2009. 3. 1. 22:1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연예인이 동네북이다. 사회 전반에 큰 일이 불거질 때마다 빠짐없이 연예인이 개입된 루머가 마치 사실인양 퍼져 나가곤 한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임세령 씨의 이혼소송을 둘러싼 억측과 추측이 만들어낸 루머에도 여러 명의 연예인 이름이 등장한다. 포털사이트에 이들 이름을 치면 엉뚱한 연예인 이름이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다.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임세령 씨가 법원 조정을 통해 이혼했다. 임 씨가 이혼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의 조정을 통해 부부 양측이 재산이나 양육권 등을 합의해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이혼이 이뤄진 것. 소위 조정 이혼이다. 결국 합의를 통해 이혼한 셈인데 왜 이혼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갔는지, 또 이 전무가 자녀의 친권자가 됐다는 내용 외에는 양육과 양육비, 위자료, 재산분할 등의 사안이 어떻게 합의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이들이 이혼하게 된 이유 역시 미스터리다.

빠른 이혼 조정으로 인해 그 파장이 더 확대되는 것을 방지한 것은 좋은 일이나 이로 인해 연예계만 또 한 차례 루머 홍역을 치르게 됐다. 어느 연예관계자는 “차라리 끝까지 재판이 진행됐다면 명확한 이유가 드러났을 텐데 괜한 빠른 이혼 조정이 괜한 루머만 남겼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연예계의 몫이 됐다”고 한탄했다.


이런 소문으로 가장 괴롭힘을 받고 지내온 연예인은 단연 강부자다. 후배 여자 연예인과 재벌가의 성매매를 연결해주는 마담뚜라는 루머에 10년 넘게 시달려온 것. 최근 SBS <야심만만2>에 출연한 강부자는 어렵게 그 속내를 털어 놓으며 관련 루머가 사실무근임을 분명히 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가 ‘개인기’에서 ‘루머 해명’으로 변화한 요즘 분위기가 강부자에게 루머에서 벗어날 계기를 만들어 줬지만 이미 10년 넘게 마음고생을 한 뒤였다.

김태희는 아예 루머가 퍼지기 시작하자마자 강한 입장을 보여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았다. 재벌 3세와의 결혼설이 나돌자 매스컴을 통해 적극 부인하며 관련 루머를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까지 고소한 것.

이번 삼성가 이혼 논란에서 괜한 루머의 희생양이 된 연예인들 역시 몇 년 가량 시간이 흐른 뒤 예능 프로그램에서 농담 삼아 지금 얘기를 언급하며 부인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루머 해명’이 예능계 대세이고 김태희처럼 빠른 조치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됐을 지라도 재벌이 연루된 루머인터라 지금 당장 나서서 부인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소영의 경우 재벌 총수의 아이를 몰래 낳아 키우고 있다는 루머에 몇 년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결국 악플 네티즌을 대거 고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재벌과의 부적절한 만남을 둘러싼 루머가 그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루머는 호기심에서 발동된다. 나훈아가 돌연 콘서트를 취소하고 잠적한 이유에 대한 호기심이 신체절단설과 같은 무시무시한 루머를 만들었고, 갑작스런 안재환의 자살을 둘러싼 호기심은 최진실 사채설로 이어져 또 다른 자살을 야기했다. 이번 삼성가 이혼 논란의 경우 철저한 정보 차단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킨 게 문제다. 그들이 이혼하게 된 까닭이 미스터리로 남은 것은 기본, 이혼 소송이 제기된 까닭에도 호기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대중의 궁금증이 증폭된 상황에서 진실이 이를 해소해주지 못할 경우 루머가 그 역할을 대신하곤 한다. 그것도 연예인이 등장하는 루머라면 훨씬 흥미로운 내용이 된다. 재벌가 인사와 연예인은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사생활이 철저히 가려진 이들이다. 가려진 사생활이 교차해서 특정 접점에서 만나는 루머가 더욱 흥미진진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결혼으로 연결돼 사실 여부가 드러난 경우가 아닌 사실 여부가 불투명한 루머 역시 과거에 더욱 많았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이런 루머가 집중됐는데 신인이 좋은 역할을 맡아 갑작스럽게 뜰 때마다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있는 재벌 관계자가 밀어준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로 떠날 경우에는 ‘부적절한 만남이 들통 나 재벌가에서 내보냈다’는 루머가 나돈 것.

검찰에서 몇 차례 이런 루머에 대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비정기적이지만 대략 3~4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는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에서 빠지지 않는 사안이 바로 연예인 성매매와 성상납이기 때문. 특히 지난 2002년에는 검찰이 중간수사 발표에서 연예인의 재벌 대상 성매매, 정치인 대상 성상납의 실체에 접근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결국 최종 수사 결과에선 그 내용이 빠졌다. 대대적인 검찰 수사에서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는 곧 관련 루머가 사실무근이라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루머가 사실로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례도 있다. 지난 75년 1월 한국 사회는 스물 한 살의 꽃미남 인기 남성 가수였던 A 씨가 26세 연상인 재벌가 부인과 간통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으로 술렁거렸다. 결국 도미한 A 씨는 10년 넘게 미국 생활을 한 뒤 귀국해 가수 활동을 재개했다. 최근 몇 년 새 재벌가 며느리들과 남자 연예인을 둘러싼 루머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 시작이 바로 30여 년 전 가수 A 씨 사건이다.

재벌과 연예인은 종종 특별한 접점에서 마주친다. ‘매춘’과 같은 부적절한 만남을 둘러싼 루머의 사실 유무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간통으로 구속된 경우도 있다. 루머의 경우 10개 가운데 하나, 아니 100개 가운데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져도 일반인은 루머 전부를 믿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재벌과 연예인의 관계를 둘러싼 루머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연예관계자들이 이번 삼성가 이혼 논란으로 불거진 루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은 물론 연예계 전체의 이미지가 심하게 실추될 수 있기 때문. 분명 연예계는 달라졌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연예기획사가 기업화됐고 ‘스타권력화’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연예인의 위상도 달라졌다. 더 이상 연예인이 권력과 재력 앞에서 웃음을 파는 시대가 아니라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공통된 항변이다.


'결혼과 루머'로 본 재벌과 연예인의 관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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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근대화와 경제 개발이 이뤄지던 1960~70년대 한국 사회는 격동기를 거치고 있었다. 연예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영화가 전성기를 맞았고 TV 보급률이 올라가면서 연예계가 호황을 맞았지만 체계가 잡히지 않은 연예계는 조직폭력배에 휘둘리고 권력과 재력의 눈치를 봐야 했다. 쉽게 말해 대통령 술자리에 인기 가수가 동석해 노래를 부르던 시기였다.


실제로 당시 재벌 총수들과 여자 연예인의 부적절한 관계를 둘러싼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외국 유력 바이어가 방한하면 인기 여자 연예인에게 접대를 맡긴다는 소문도 허다했다.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던 까닭에 이런 소문이 더욱 왕성했던 것도 사실이다.

예외적인 경우가 1960년 결혼한 배우 김혜정과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다. 이들의 결혼은 연예인과 재벌의 관계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달라지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후 고은아 문희 안인숙 등이 연이어 재벌로 분류되는 사업가와 결혼식을 올렸다. 최 회장은 결국 김혜정과 이혼했지만 76년 다시 인기 가수 배인순과 결혼한다. 이런 분위기는 84년 중앙산업 조규영 회장과 결혼한 정윤희까지 이어진다. 이후 최 회장은 배인순과도 이혼하는데 그 외에는 이혼한 이들이 없다.

80년대 한국 사회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바로 매춘이었다. 경제적 안정기를 맞아 퇴폐 윤락 산업이 전성기를 맞았고 인신매매와 같은 병폐가 뒤를 이었다. 이 과정에서 연예계와 재벌가의 관계에서도 역시 매춘, 다시 말해 성매매가 화두였다. 몇몇 재벌 총수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는데 이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세인들 사이에 자주 오르내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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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로 접어들면서 재벌 2세들이 소문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재벌 2세들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귀족이었다. 그들끼리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결혼을 통한 한국 재계 혼맥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연예인과의 부적절한 만남을 둘러싼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신인이 좋은 작품을 만나 급성장할 때마다 ‘누군가’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을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했다. 여기서 ‘누군가’로 자주 거론되던 이들이 바로 재벌 2세들이다.

재벌 2세와 연예인을 둘러싼 기념비적(?)인 사건은 컴퓨터 미인이라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황신혜와 에스콰이어그룹 회장 2세 이정 씨가 87년 결혼한 것이다. 최초의 인기 연예인과 재벌 2세의 결혼이었는데 결국 이혼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90년대 중반 또 한 번 빅뉴스가 타전됐다. 역시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고현정이 범삼성가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결혼한 것. 이후 90년대 후반 한성주가 애경그룹 회장 아들 채승석과 결혼했다. 결국 이들의 결혼은 모두 이혼으로 마무리됐다.

90년대 후반 벤처 열풍이 일면서 신흥 재벌이 탄생했는데 이들과 연예인들의 결혼이 잇따른 것도 새로운 현상이었다. 김희애 이지은 황현정 등이 대표적인데 모두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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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연예계는 급성장기에 접어든다. 연예기획사는 기업화하고 스타권력화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인기 연예인의 영향력도 커졌다. 반면 재벌에 대한 사회의 견제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더 이상 재벌의 재력이 인기 연예인을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 또한 시장이 커지면서 연예인들의 수입도 급증했다.

이같은 환경 변화는 연예인과 재벌의 결혼을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벌의 재력이 연예인의 미모, 또는 유명세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두 인물이 동등한 위치에서 만나 결합하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주미 이요원 심은하 등의 인기 배우는 물론 최원장 최윤영 등 아나운서들도 연이어 재벌가 자제와 결혼했다. 특히 노현정은 지난 2006년 현대가 3세인 BS&C 정대선 대표와 결혼해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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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자극적이고도 지적인

영화 이야기 2009. 2. 26. 12:30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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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멋진 수트를 입은 채 중력을 유린하는 근육질 영웅의 활약?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들을 혼쭐내는 정교하고도 화려한 액션? 아니면 조금 더 나아가 세상을 연민하고 인간의 어리석음을 걱정하는 고뇌의 몸부림? 그렇다면 이 영화 <왓치맨>은 당신의 기대감을 단 한치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대신 이런 건 어떤가. 절단되는 팔, 신체를 관통하는 총알, 터져 버리는 몸, 강간을 일삼고 임신부에게 총을 쏘는 슈퍼 히어로, 그리고 폭력의 향연을 마친 뒤 펼치는 남녀 히어로의 노골적인 섹스신.

영화 <왓치맨>은 이런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그러니 이 영화를 슈퍼 히어로 영화의 연장선에서 짐작하고 계신 분들로선 헷갈리는 게 당연할 노릇이다. 이렇게 표현해보자. <왓치맨>은 무지막지하게 자극적이고 가공할 정도로 지적인 영화다. 자극적이라는 말과 지적이라는 수사가 상호 모순되는 것 같아 보일테지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왓치맨>, (이렇게 분류하는 게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슈퍼 히어로 계열의 영화 가운데서는(어느 정도는 <다크 나이트>의 충격을 뛰어 넘는) 전무후무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소개를 납득시킬만한 두 가지 중요한 참고 요소를 빠트릴 수 없겠다. 하나는 이 영화가 그래픽 노블의 혁명가이자 전설로 추앙받고 있는 앨런 무어의 동명 원작을(그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비교적 충실하게 옮겼다는 점, 또 하나는 그 장본인이 영화 <300>으로 이른바 그래픽노블룩을 창시하는 데 공헌한 잭 스나이더라는 점이다. 원작자 앨런 무어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걸작 <브이 포 벤데타>, 그리고 감독 잭 스나이더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영화 <새벽의 저주>를 상기한다면, <왓치맨>을 자극적이고도 지적인 영화라고 소개한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앨런 무어가 축조한 냉소적 창의력의 세계를 받아 안은 잭 스나이더의 영화적 해석이 가장 독특한 히어로 영화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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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이른바' 슈퍼 히어로가 등장한다. 영화 초반에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코미디언, 늘 복면을 쓰고 다니는 로어셰크, 외모는 배트맨을 닮았지만 남성성은 고개 숙여 버린 나이트 아울과 슈퍼모델급 여성 영웅 실크 스펙터, 머리가 너무 비상해서 문제인 오지맨디아스, 그리고 멤버 중 유일하게 실제 초강력 슈퍼 파워를 지닌 닥터 맨해튼. 핵을 통제할 수 있는, 그래서 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닥터 맨해튼을 뺀 이들 모두 정부의 활동 금지 조치에 따라 은퇴한 상태. 하지만 코미디언이 살해당한 뒤 로어셰크가 그 배후를 뒤쫓게 되고, 이들 모두 은밀한 활동을 개시한다.

이 작품이 1970
년대 닉슨 대통령 통치기의 미국이라는 구체성 위에 이야기를 구축한 건 의미심장하다.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 미소 냉전으로 상징되는 시기에 대체역사적 윤색을 가한 뒤 슬쩍 슈퍼 히어로들을 개입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미국은 코미디언과 닥터 맨해튼 등의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에 힘입어 베트남전을 승리로 이끈다. 닉슨은 3선에 성공하고, 미소 냉전이 극에 달하면서 세계는 핵 전쟁의 위기에 몰린다. 슈퍼 히어로들은, 그러니까 미국의 슈퍼 파워를 가능케 한 수행자들(그런 점에서 이들을 미국의 핵 패권으로 해석한들 무리는 아닐 것이다.)은 권력의 요청에 의해 은막 뒤로 숨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내재된 슈퍼 히어로서의 본성(어찌 보면 저주!)은 그들을 다시 잔인한 거리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잭 스나이더가 슈퍼 히어로라는 문화적 텍스트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그러나 기존 슈퍼 히어로물에는 슬쩍 감춰져 있는 폭력과 섹슈얼리티에 주목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오케이 여기까지.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난 뒤 극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질 게 분명해 보이는 바, 이 영화에 대해선 추후에 또 논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3월 5일 개봉. 당근 청소년 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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