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권상우의 “한국이 싫다”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인터뷰 과정에서 한 말인데 담당 기자가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권상우의 애초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사화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실제 연예부 기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기사 작성 가운데 하나가 인터뷰 기사다. 자칫 잘못하면 권상우의 경우처럼 발언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사가 나오기 때문. 아무래도 지면이 한정돼 있는 터라 인터뷰 과정에서 나눈 내용을 모두 기사화하지 못해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더 재밌고 의미 있는 부분만 발췌해 기사를 쓰다 보니, 앞뒤가 잘려 묘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남는 것. 기자 역시 최근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과 가수 김장훈의 인터뷰 기사를 쓰며 고민이 많았다. 이 감독과의 인터뷰는 <워낭소리>를 둘러싼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으나 한정된 부분만 기사화됐다. 김장훈과의 인터뷰 역시 비슷했다. 그래서 ‘기자판 무삭제본 인터뷰’를 따로 블로그에 포스팅하려 한다.
먼저 김장훈과의 인터뷰를 먼저 올린다. 이충렬 감독과의 인터뷰와 달리 김장훈과의 인터뷰는 특정 사안에 대해 집중적인 대화를 나눈 형식이 아니라서, 문답형식을 취하지 않고 그냥 풀어 썼다. 참고로 신문에 실린 정규 버전은 개인 블로그에 별도로 포스팅 했다.
“콘서트를 직접 관람하신 뒤 인터뷰 하시죠.” 인터뷰 섭외 과정부터 남달랐다. 콘서트 직후면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한 상태일 텐데 김장훈은 공연을 관람한 뒤 함께 뜨거워진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다. ‘김장훈 원맨쇼’ 소극장 투어의 올해 첫 무대인 의정부 예술의 전당, 기자는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안 돼 그 뜨거운 열기에 파묻혀 버렸다. ‘쇼’에 가까운 그의 콘서트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소품, 그리고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독특한 공연을 보며 기자 역시 색다른 인터뷰를 준비하는 게 예의 아닐까 싶은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고안해낸 게 바로 재핑(zapping) 인터뷰. 기자가 김장훈과 함께 리모컨 버튼을 눌러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리다 나오는 TV 프로그램에 맞춰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무한도전>, 그가 생각하는 ‘무한도전 공연’은 무엇
재핑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눈길을 끈 프로그램은 유난히 재방송 많이 하기로 유명한 <무한도전>이다. 김장훈은 가수지만 공연 연출자로도 유명하다. 와이어로 하늘을 나는 것은 기본, 최근엔 공학도들의 도움을 받은 최첨단 과학 무대까지 선보일 정도다. 또한 자신의 공연을 위해 개발한 무대 도구와 소품을 동료 가수들에게 빌려줘 한국 가요계의 공연 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켰을 정도다. 밥 먹고 공연 생각만 한다는 그는 늘 역발상을 통해 공연을 기획하곤 한다고 한다. 이런 그가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무한도전 공연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김장훈의 24시’라는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내가 24시간 내내 무대 위에 있으면서 졸리면 자고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하고 또 배고프면 먹는 공연이죠. 관객들은 하루 패스 끊어서 오고 싶을 때 와서 노래 듣다 일 생기면 가는 형식이죠. 하필 내가 잠자고 있는 시간에 오면 좀 억울하겠지만. 자다 깨면 노래하기 힘들 정도로 목이 잠겨 있겠지만 서서히 목이 풀려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일 테고 노래를 계속 불러 목이 쉬어 있어도 또 그 나름의 매력이 풍길 거예요.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주는 공연이죠.”
김장훈이 이런 공연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노래를 잘 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아침에 막 일어나 발성이 하나도 안 된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면 ‘정말 가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노래는 되고 김장훈은 개인적으로 그런 탁성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들을 수 있는 김현식의 ‘곁가지 허스키’를 무척 좋아한다고. 그렇지만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인생을 틀 안에 넣어두려는 인식이 강한 한국 사회는 노래를 잘 하는 것 역시 정형을 만들어 놓고 그 기준에서만 판단한다. 본인 역시 매번 노래 잘하는 정형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아 고민이라는 김장훈은 일부러 공연 이후,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고통스럽게 부른 가이드 송을 앨범에 수록하기도 했단다. 그 곡이 바로 ‘허니’다.
“아마 그런 공연은 불가능할 거예요. 이런 콘셉트를 받아들일 공연기획사도 없을 테니까. 제일 겁나는 것은 한 두 분이 정말 24시간을 잠 도 안자고 공연장을 지키는 거예요. 정말 있을 거예요, 그런 여성 팬들이. 잠자고 노래하고 밥 먹고 하는 모습을 24시간 내내 감시하듯 바라보면 얼마나 무섭겠어요?”
@<1박2일>, 그를 감동시킨 지방 공연은 어디
유난히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인 김장훈은 ‘전국 투어’라는 이름으로 지방 무대에서 자주 선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지방 중소 도시의 소극장 공연도 자주 가지며 팬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 장학재단 주최로 박강성, 남궁옥분 등과 함께 문화 소외지역 공연 무대에 서기도 했다. 당진 홍천 예산 보령 등 문화 소외지역에서의 공연에는 노인층 관객이 유난히 많다.
“대부분의 관객이 노인이라 처음엔 정말 못한다고 그랬어요. 어렵게 무대에 서기로 결심하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당연히 그 분들이 내 히트곡을 모를 테니 신바람 김박사 메들리로 분위기 띄우고 재즈를 한 곡 부른다고 해놓고 갑자기 ‘애모’를 부르는 방식으로 공연을 끌어갔죠. 그 사이사이에 한두 곡씩 내 노래도 불렀죠. 세 번째 공연부터 할머니들을 일으켜 세웠어요. 흥겹게 ‘사노라면’ 부르는 데 할머니들이 일어나서 뛰셨어요. 무대 위에서 그 모습을 볼 때 정말 감동이었죠. 가수가 멀리 있지 않는 한 관객은 멀지 않다는 교훈을 배운 무대였어요.”
할머니 관객들까지 일어나서 함께 뛰게 만드는 마력의 소유자인 김장훈에게 유난히 기억에 남는 지방공연은 언제였을까.
“아무래도 보령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보령에서 서해안 페스티벌 공연을 하고 얼마 뒤 장학재단에서 하는 공연 일정에도 보령이 있더라고요. 정말 설렜어요. 연령대와 상관없이 보령에선 분위기가 정말 뜨겁지 않을까 기대가 컸거든요. 정말 대단했어요. 예술회관에 ‘환영 김장훈’이라고 대형 플래카드까지 붙어 있더라고요. 나이 많은 관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처음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첫 곡이 끝날 때까지 환호성이 계속됐어요. 연고도 전혀 없는 곳인데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았어요.”
김장훈은 지난 2007년 12월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터지자 2008년 초 직접 봉사대를 꾸려 서해안을 살리기 위한 방제작업에 나섰고 여름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서해안 페스티벌 공연을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특히 김장훈은 서해인 페스티벌 도중 쓰러져 팬들, 아니 전국민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터진 뒤 조사를 해보니까 태안 쪽은 이미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는데 보령 지역 70여개 섬에는 아직 방제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더라고요. 작업이 어려웠기 때문인데, 해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서울에서 새벽 5시 출발해 차 타고 두 시간 가서 배 타고 한 시간 넘게 가야 섬에 도착해요. 절벽 타고 내려가서 방제작업을 했는데 서해안은 금방 물이 들어와 정작 일 하는 시간은 얼마 안됐어요. 그땐 내 방에 ‘물때 달력’까지 있었을 정도에요. 정말 1박 2일도 했죠. 봉사대 1진이랑 같이 왔다가 섬에서 자고 다음 날 2진이 내려오면 또 같이 작업하기도 했으니까.”
@<아내의 유혹>, 그는 왜 결혼을 안하는 것일까
다시 채널을 돌리니 장서희와 김서형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인기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나온다. 김장훈은 평소 이 드라마를 안 봐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른다고 한다. 그럴만하다. 올해 나이 마흔 하나, 노총각 가운데서도 원로에 속하는 그가 어찌 ‘아내의 유혹’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도대체 그는 왜 결혼을 안 하는 것일까?
“결혼이요? 으~음 어느 순간에 시기를 놓치고 너무 많이 와버린 거죠 뭐. 결혼한 후배들이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결혼을 안 하면 '애'라더군요. 무대에 서서 늘 꿈과 환상을 접하며 사는 가수라서 그런지 정말 난 현실에 적응 못한 애 같아요. 주위에서 보기엔 예전보다는 잘 다듬어져서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은 적응돼 있는 것처럼 남에게 피해 안 끼치고 살아갈 뿐, 여전히 부적응자이고 주변인이죠. 뭐 지금은 자연스럽게 결혼을 안 하고 있는 것일 뿐이고 언젠가 자연스럽게 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런 그가 지난 해 서해안 페스티벌에서 쓰러진 직후 미니홈피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결혼에 대한 화두를 던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결혼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때가 그가 말한 자연스럽게 결혼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일까?
“맞아요. 그때 잠깐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딱 이틀 동안. 무대에서 쓰러진 뒤 너무 힘들어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5일 뒤에 전주 공연 때문에 이틀 누워있다 다시 공연 준비에 들어갔거든요. 그러면서 결혼 생각도 금세 날아가 버렸죠”.
@<패밀리가 떴다>, 그가 사랑하는 연예계 패밀리는 누구
연예계 마당발로도 유명한 김장훈의 눈이 반짝거린 순간은 채널이 <패밀리가 떴다>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연예계에서 소위 김장훈 패밀리는 누가 있을까. 그래서 기자는 그에게 지금 당장 연락해서 술자리를 만든다면 부르고 싶은 연예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이번만큼은 쉽게 대답을 못하고 한참 고민을 거듭한다.
“친한 분들이 죄다 세상에 잘 안 나오는 분들이라 술을 함께 먹긴 힘들겠는데요. 우선 싸이하고 (성)시경이는 군대가 있고 (전)인권이 형님은 칩거 중이시죠. (박)경림이는 산후조리중이고 유희열하고 이소라는 자기 앨범 나와도 활동을 안 할 정도로 잘 안 돌아다니는 친구들이라…. 참, 술자리 가질 사람이 없네요. ”
절친한 후배 가수인 싸이와 성시경이 군 복무를 하고 있어 많이 외롭다는 김장훈은 이미 여러 차례 면회를 다녀왔고 공연 요청을 받으면 당장 달려가 위문 공연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본인이 군 복무를 할 당시보다 요즘 들어 군인들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단다. 특히 결혼하고 아빠가 된 뒤 늦은 나이에 다시 군 입대를 한 싸이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싸이는 아주 적응을 잘해 자세가 딱 나와요. 진정한 애국자죠, 나라를 두 번 씩이나 지키는... 군대에 가자마자 적응해서 씩씩하게 훈련받고 웃으면서 잘 살더라고요. 적응력 하나는 알아줘야해요. 한 번은 싸이가 있는 부대로 위문공연을 갔는데 공연 도중에 싸이를 무대 위로 불렀어요. 그랬더니 군복에 군화 신고도 강렬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모습을 보며 정말 남다른 끼를 가진 친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친김에 한 번 쯤 듀엣 곡을 같이 불러보고 싶은 여가수가 누군지도 물어봤다. 김장훈은 가수 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듀엣 곡을 부르지 않았다.
“이소라랑 윤미래가 탐나요. 둘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가수들이에요. 올해 신곡을 발표할 예정인데 정말 세상을 엎어 볼 만한 곡이라 기대가 커요. 그 노래는 듀엣도 괜찮을 것 같아 솔로 버전이랑 듀엣 버전을 모두 앨범에 담아볼까 생각 중이에요.”
@<무릎팍도사>, 지금 그는 무얼 고민하며 지낼까
대부분의 채널을 다 돌려본 것 같아 재핑을 관두려고 하는 찰라 운 좋게 <무릎팍도사>가 화면에 잡혔다. 이번엔 기자가 ‘무릎팍도사’가 돼 그의 고민을 물어봤다.
“이미지가 날조(?)되고 있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사실 난 공적인 사명감을 가져본 적이 전혀 없는 사람이에요. 먹을 걸 안 먹고 입을 걸 안 입어가면서 기부나 봉사 활동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충분히 럭셔리 하게 지내는데도 남는 게 있어 가족들 챙기고 그럼에도 더 비워낼 게 있어서 다른 사람들까지 챙기는 것일 뿐이에요. 사실 인간은 까놓고 보면 다 똑같아요. 적어도 마음 속 죄는 다 짓고 나도 그래요. 아니 난 행동으로도 부끄러운 짓 많이 하며 한심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다만 ‘공연’과 ‘더불어 삶’에 대한 소신과 양심만큼은 지키고 살자는 게 내 철학일 뿐이죠. 나머지 인격에는 하자가 많은 데 이 두 가지 때문에 나머지 '하자 많은 인격'까지도 다 좋게 보이는 것은 정말 미안한 일이죠. 원래 난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아닌데 한 두 가지 때문에 다른 부분까지 포장되는 게 정말 미안해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숨이 덜컥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겸손한 연예인을 정말 많이 만나봤다고 생각했는데 김장훈처럼 삶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겸손의 철학을 갖고 있는 연예인은 처음이었다. 이런 기자의 반응을 전혀 눈치 못 챈 김장훈은 최근 녹화한 <명랑회고전>과 <놀러와>에 함께 출연한 절친한 동료 연예인들이 본인의 ‘하자있는 인격’에 대해 뒷담화를 많이 해준 터라 적어도 30%는 마음이 편해진 기분이라는 얘길 들려준다. ‘무릎팍도사’를 자처한 기자가 이런 고민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그가 스스로 고민한 해답을 들려줬다.
“생긴 대로 살자, 자연스럽게 살자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언론에 공개된 것도 내 탓이고 이 분위기도 내가 만든 것이잖아요. 인격이라는 것도 습관처럼 형성이 되는 만큼 사람들이 원한다면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나한테 좋은 일이겠구나 싶어요. ‘하루하루 돌을 쌓는 마음으로 나를 바꿔나가면 좀 더 좋아질 수 있겠네’라고 정리된 상태에요.”
선행천사라는 이미지, 그의 말처럼 날조된 것이라 할지라도 팬들 입장에선 김장훈 같은 가수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을 뿐이다. 그럼에도 악플러는 있기 마련이다.
“워낙 이미지가 이쪽으로 굳어지다 보니까 주변에서 ‘되게 부담되시죠?’ ‘도와 달라는 데 많죠?’ ‘좋은 일 하고도 악플 보면 마음 아프죠?’ 등의 얘길 많이 듣는데 사실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나를 대신해서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총알받이를 해주거든요. 주위에서 다 걸러주기 때문에 난 안 좋은 내용이나 뭔가 부탁하는 댓글 혹은 이메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정말 내가 가진 가장 큰 재산은 너무 좋은 분들이 제 주변에 많이 있다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재핑을 하는 동안 가요 프로그램은 단 한 번도 채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수에게 가수로서의 목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올해 발표할 새 앨범으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을 거라고 얘기한다.
“여기저기 곡을 부탁했는데 유명 작곡가는 아니지만 실력있는 신예에게 우연히 좋은 곡을 얻었어요. 정말 좋은 곡이라 기대가 커요. 최신 히트곡이 별로 없었는데 2009년에는 최신 히트곡으로 대한민국을 한 번 뒤흔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짝퉁 구준표(?)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김장훈 원맨쇼’ 소극장 투어의 올해 첫 무대, 그 시작은 조명이 없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무대 위에서 김장훈이 들려준 주책에 대한 변명, 아니 항변으로 시작됐다. “절대 구준표 따라한 거 아닙니다!”
요즘 김장훈은 헤어스타일 때문에 주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염치를 실종한 ‘구준표 머리’다. 아무리 오늘날 한국 사회가 <꽃보다 남자>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할지라도, 꽃미남이 사랑받는 시대라 할지라도 마흔을 넘긴 그가 구준표 머리라니 행여 ‘주책없다’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따라한 건 절대 아닙니다. 매번 삐친 머리였는데 따로 세팅 안하고도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로 바꿔 보려고 파마를 한 겁니다. 그런데 머리하고 얼마 안 돼 갑자기 구준표가 뜨면서 애매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주책없다며 핀잔을 듣고 있죠. 그래도 좋아요. 짝퉁 구준표라도 돼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한국 공연의 발전을 위한 그의 생각
전국 각지를 돌며 다양한 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가수이자 늘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기획하는 공연기획자이기도 한 김장훈은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줬다. 김장훈의 전국 투어 콘서트 형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그렇듯이 지방 공연은 지방 대도시로 집중돼 있다. 이에 남들이 잘 안가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김장훈의 지방 소극장 공연이 지난 해 1년 동안 60여개 지방 중소 도시에서 열렸다. 다만 유료 공연인 만큼 어느 정도의 수익성은 보장돼야 하는데 지방 중소 도시 공연은 그게 쉽지 않다.
“지자체들이 예산으로 문화예술관을 정말 잘 지어놨어요. 그런데 막상 이를 소화할 가수가 없어요. 순수 유료 공연은 어렵겠지만 지자체나 지역 기업 등이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서면 다양한 문화 공연이 잘 지어진 지역 문화예술관 무대에 충분히 오를 수 있어요. 그게 진정한 문화의 지방 자치 아닐까요? 지난해 영월에서 공연을 했는데 거기는 벌써 이런 방식으로 콘서트는 물론 클래식 공연까지 다양한 공연이 열렸더라고요.”
특히 김장훈은 용인에서 열린 콘서트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600석 가량의 소극장인데 사실 불가능한 공연이었어요. 그런데 용인시 담당자가 한 달 넘게 계속 전화를 해서 날 설득했어요. 결국 용인시에서 어느 정도 비용을 대고 공연기획사도 조금 손해를 보는 선에서 공연이 결정됐어요. 용인시의 적극적인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어요. 공연이 결정된 뒤 담당자에게 다시 연락이 왔는데 혹시 공연 규모를 줄여서 오는 건 아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대답해줬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용인 시민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김장훈이 갖는 전국투어 콘서트의 또 다른 꿈은 ‘200개 읍락 콘서트’다. 이는 지난 해 직접 전국 60여개 중소도시를 돌며 공연을 가진 그가 더욱 지방 중소도시 콘서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참 희한해요. 지난 해 전국투어를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한 이유는 가수들이 잘 안 가는 곳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현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직접 접하며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김장훈은 공연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과정에서 김장훈은 다양한 공연 장비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였고 동료 가수들 공연에 빌려주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우리만의 공연 인프라 구축을 꿈꿔왔어요. 해외 유명 가수나 수입 뮤지컬이 엄청난 장비와 무대 연출로 블록버스터 급 공연을 하고 있는데 말로만 우리 가수 우리 뮤지컬을 사랑해달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은 그냥 좋으면 공연장에 가는 것이지 어떤 의미를 갖고 오는 게 아니거든요. 순수 창작 뮤지컬이나 우리 가수의 공연이 문화 선진국의 무대 기술을 못 따라가면 확연하게 뒤쳐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공연 인프라 구축에 대한 나름의 사명감을 갖게 됐어요.
공연 인프라 구축은 기본, 혁신적인 공연 장비까지 제작해 세계로 수출하고 싶은 목표를 세운 김장훈은 기업체부터 정부 기관까지 다양한 곳과 접촉하며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했지만 성과는 미진했다. 그 가운데 처음으로 김장훈의 꿈을 받아준 곳은 과학계, 바로 카이스트다. ‘창의적 시스템의 구현’이라는 수업을 개설해 김장훈의 공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과학적인 무대를 공학도들이 설계해서 실제로 공연할 수 있도록 만든 것. 휴보 오준호 박사가 주임교수를 맡아 지난 해 ‘춤추는 무대’라는 로봇 시스템을 도입한 무대가 탄생했다.
“마돈나가 봤더라도 감탄하며 빌려갈 수밖에 없는 무대라고 확신해요. 그 어느 나라에서도 구경해본 적 없는 최고의 무대였으니까. 공연을 한 가수가 김장훈이라서 그렇지 아마 마이클 잭슨이 이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면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을 겁니다.”
#목과 몸 관리 비법
특유의 샤우트 창법으로 듣는 이의 귀는 물론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김장훈. 아무래도 자신만의 목 관리 비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목 관리 비법은 따로 없어요. 언젠가 발레리나 강수진 씨가 출연한 <무릎팍도사>를 보다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계속 방송을 울먹울먹하며 보다 ‘고통과 친구가 되지 않으면 발레리나가 될 수 없다. 안 아프면 불안하다’는 얘길 듣는데 결국 울음이 터지더라고요. 저 역시 비슷해요 나만의 목 관리법은 계속 소리 지르는 것이에요. 오히려 쉬면 더 노래하기 힘들어요. 언젠가 일주일 정도 쉬었다 노래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끊임없이 소리 지르며 노래 부르는 게 나만의 비법인 셈이죠. 물론 너무 아파 힘들 때도 많지만.”
체력 관리를 위한 운동은 스트레칭 정도만 하고 있다고. 운동이 부족하면 무대 위에서 체력이 바닥나 버틸 수 없단다.
“매년 600시간가량을 우리 밴드와 함께 공연 연습을 해요. 연습 할 때는 실제 공연보다 훨씬 열광적으로 해요. 공연 때보다 네 배 정도는 더 뛰면서 노래하는 것 같아요. 공연 연습이지만 그 자체가 운동이기도 하죠. 그 외에는 그냥 잘 먹고 잘 자고 화 안내는 것이 최고의 웰빙 라이프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