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송윤아 기사 봤어?" 메신저로 후배가 '다급히' 말을 걸어왔다. "왜, 결혼한대?" 굳이 인터넷에 올라온 속보를 확인하는 절차조차 거칠 필요가 없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무실이 술렁거렸지만, 사실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당연히, 언젠가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설경구의 이혼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이 바닥에 있는 기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지금 당장은 좀 그렇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결혼하겠지, 라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 그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좀 오래 지나긴 했지만. 

지금 인터넷은 '설-송' 커플의 결혼 이야기로 뜨겁다. 둘의 결합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기에 충분한데, 여기에다 설경구의 전 처형이 올렸다는 글까지 일파만파로 퍼지며, 심지어 네티즌 사이에선 '송윤아, 설경구 결혼반대 서명운동'까지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다. 축복받아 마땅할 결혼이 이렇게 얼룩지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코믹한 상황이다. 진실이 어찌됐건 간에 결혼처럼 프라이빗한 사안을 두고(스타가 아무리 공인이라고 해도) 결혼반대 서명운동이라니! '서명운동'이란 표현이 갖는 신성함이랄까, 의식이랄까, 뭐 그런 의미가 '결혼반대'와 더해져 완전히 퇴색해버렸다.

서론이 길었으나 각설하고 이 커플의 결혼 자체를 논하고자 함이 아니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연예계의 '공공연한 비밀'에 관해서다.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온 '설-송' 커플의 결혼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으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라는 표현이 두 개 중 하나 꼴로 나온다. 그동안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두 사람은 극구 부인했지만 그걸 100% 믿는 연예부 기자는 몇 안됐을 게다. 믿는 척 했겠지, 그 앞에서는. 그만큼 다수가 알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결혼, 혹은 연애 기사 잘못 썼다가 그 책임을 어찌 지겠나) 누구 하나 먼저 선뜻 나설 수 없었던 것.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연애 기류가 흐른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꽤, 상당히 오래 됐다. 나 또한 소문 확인, 뭐 이런 차원에서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사귀는 사람 없어요"라는 말만 듣고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던 기억이 여러번이다. 다들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던 거지.  

'공공연한 비밀' 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이슈는 지금은 부부가 된 유재석과 나경은의 스토리다. 내가 지난 2006년 12월호 <여성중앙>에  두 사람의 열애 기사를 쓸 당시에도 방송가에는 두 사람에 관한 소문이 파다했다. 다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였던 거다. 사귀다가 헤어져도 크게 상처가 되지 않을(?) 20대의 파릇한 연애 스토리라면 또 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둘의 열애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결혼 이슈가 따라붙었기 때문에 기자로서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내용일 수밖에 없었다. 잠깐 해명하자면, 기사를 쓸 당시는 열애 사실을 기사화해도 되겠다는 구체적 상황 파악이 된 후였음을 고백한다. 아무튼 당시 <여성중앙>을 통해 먼저 보도된 후 여러 기자들이 아쉬워했다는 후문을 들었다. '나도 알고 있었는데' 하면서.
 
기자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공공연한 비밀은 언젠가 알려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알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 최근 보도된, 역시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세븐과 박한별의 열애 기사만 봐도 그렇지 않나. 6년 내내 줄기차게 부인하더니 발뺌하기 힘든 사진 한 장으로 오픈이 되고 말았다. 아, 좀 더 아름답게 알려질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도 연예가와 방송가에는 수많은 '공공연한 비밀'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들 역시 시간차를 두고 언젠가는 알려지겠지. 물론 덜 여물어 중간에 사라지는 비밀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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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의 곽재용 감독이 일본에서 영화 한편을 완성해 들고 왔다. 판타지 멜로 <싸이보그 그녀>는 일본 배우와 스탭들에 한국 감독이 메가폰을 쥔 특이한 사례로, 최근 잇따르고 있는 아시아권 공동제작과 국가간 문화교류의 또 다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곽재용 감독을 만나 친정 개봉을 앞둔 속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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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김선태

 

<싸이보그 그녀>는 한국 감독이 일본에서 연출을 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산업적, 문화적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왠지 몰라도 그런 측면이 잘 부각이 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그냥 <엽기적인 그녀>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사실 일본에서 이런 정서를 집어 넣는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나로선 일본에서 한국 감독이 와서 영화를 왜 찍느냐, 찍는다면 뭐가 달라야 하느냐, 뭔가 내 정서가 들어가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 쪽에서는 예민의 노래가 삽입된 것도 어려워했다. 일본 영화에 한국 음악이 나오는 걸 두려워하더라. 그래도 정서적인 부분을 밀고 나간 것인데, 그런 데 대해 너무 의미 부여를 안 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름 애국하는 기분으로 한 건데 못 알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

 

스타 중심의 한류보다 컨텐츠 교류라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영화에 한국 배우가 나간다 하면 일본영화에 묻히는 거지만 감독이 나가면 그 감독의 생각과 정서가 들어가게 된다. 영화를 통해 정신을 전달하는 것이고, 그런 것이 진짜 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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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영화 속에 한국적인 정서가 적지 않게 들어가 있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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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자마자 한국말이 나온다. 폭탄주도 그렇고그리고 옥탑방! 일본에는 옥탑방이 없다. (술 취해 토하는 사람) 등 두들겨 주는 것도 일본에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일본 사람들은 등을 문질러 준다더라.

 

그런 설정이 일본에서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던가?

옥탑방 설정 같은 경우엔 (일본 개봉시) 무대 인사 다닐 때마다 한국적 정서라고 설명해 줬다. 할머니가 손주한테 학교에서 안 혼났니?” 라고 말하는 대사는 일본에서 없다고 해서 처음엔 없애라고 그러더라. (남녀주인공이 남자의 고향 마을로 시간여행을 가는)시골 장면도 황순원의 소나기같은 정서를 집어 넣은 건데 없애자는 얘기가 있었다. 제작비 때문에도 그랬고. 끝까지 살리느라 노력을 많이 했다.

 

어떻게 설득했나?

처음엔 다 오케이였다. 그런데 제작비가 부족하다 보니까 제일 먼저 한국적인 정서부터 빼자고 한 거다. 일본어판으로 나온 만화에선 시골 장면은 빠졌는데, 그건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만큼은 그 장면 지키려고 제작자하고 싸움도 많이 했다. 내가 운이 없는 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한국에서 별로 안 좋다 보니까, 한국에서 흥행하는 영화를 한편 만들고 가자,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준비 기간만 3년이 흘러 버렸다. 처음엔 도호 영화사가 투자와 배급을 하기로 했는데, 그 사이에 발을 빼버렸다. 그 바람에 제작비가 10억 원 정도 줄어 버렸다. 결국엔 내가 시나리오를 바꾸고 후반부에 설정된 지진 장면을 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일본쪽 제작위원회가 지진 장면이 빠지면 제작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 일본 시스템은 먼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제작위원회가 영화가 다 완성된 뒤에야 돈을 준다. 제작비 오버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그래서 다시 지진을 넣어야 하는데 지진이 나오게 되면 제작비가 부족해 지니까 대신 다른 장면들을 들어내야 했다. 제일 먼저 사이보그 그녀가 야쿠자들하고 100 1로 싸우는 장면을 없앴다. 아주 상업적인 장면이지. 모션 콘트롤 카메라를 써서 거의 열흘 정도 찍어야 하는 신이었는데 제작비 때문에 없앴다. CG 분량도 줄였다. 그녀의 눈에서 광선 나가는 신도 머리로 들이 받는 장면으로 바꾸고, 케이크집 주인이 그녀를 뒤따라오다가 맨홀에 빠지는 장면도 원래 CG 장면인데 대신 쌍둥이를 불러다가 동생이 쫓아오고 형은 밑에 들어가 있고 하는 식으로 찍었다. 그런 식으로 줄였는데 그래도 제작비가 부족하더라. 결국 시골 장면을 빼자, 하는 얘기가 나왔고 나는 뺄 수 없다, 해서 엄청난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에서는 감독이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는 하는데, 결국 어딜 가든지 고집 부리면 이길 수 있다.

 

일본 제작자 입장에서는 한국 감독을 데려와서 영화를 찍는 게 굉장한 모험이었을텐데.

야마모토 마타이치로 프로듀서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하고도 같이 일을 했고, 폴 슈레이더가 연출하고 일본 배우들이 출연한 <미시마>라는 영화도 제작한 적이 있다. 일본에선 약간 이단아적인 프로듀서인 거지. 내 영화 <클래식>을 정말 좋아했다. 정서적으로 통한 점이 있었다. 당시 한류 열풍이 불었고,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도 일본에서 잘 되고 해서 분위기가 괜찮았다. 2003년에 시작된 기획이니 꽤 오래 걸렸지만 내가 한국에서 한 작품 만들고 가려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 한 작품이 <무림여대생>이었지?

한국에서 실패했지. 처절하게.(웃음) 극장수는 2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예매가 안 되는 거야. 지금 또 그런 상황이 될까 봐 걱정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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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과정에서 일본 배우나 스탭들과의 의사소통에 장애는 없었나?

사실 의사소통은 큰 문제가 아니다. 말보다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배우들에게 예민의 노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줘서 계속 듣게 하면서 우리나라 정서에 익숙하게 하고, 같이 밥도 자주 먹고 그랬다. 배우들한테 한국말도 가르치고, 나도 일본말 배우고 그랬다. 배우들은 액션으로 한번 보여주면 금방 그 느낌을 안다. 한국 감독이라서 오히려 유리한 점도 있었다. 한국감독한테 지면 안된다 하는 경쟁심도 있고 해서 스탭들은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해주려고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다. 촬영 감독도 너무 잘 따라줬다. 나중에 정들어서 촬영 끝나고 같이 울고 껴안고 그랬다. 여배우(아야세 하루카)도 촬영하다가 코가 다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안 아프다그러더라. 나중에 물어 보니까 한국에서 온 감독이 일본 여배우가 약하다고 할까 봐 그랬다더군. 나로선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신경이 덜 쓰였다. 한국 스탭들은 거의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는데 일본 스탭들은 장인이 되고 싶어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감독이 이런 정서를 원한다”고 하면 스탭들이 그게 무슨 의미인데요?” 하고 물어 본다. 의미는 무슨! 그래서 어쩔 때는 말도 안 되는 의미를 일부러 만들어 제시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일본 스탭들은 감독이 원하는 걸 지켜보고 수행해 준다. 또 스케일이 이렇게 큼에도 불구하고 두 달 25일만에 빨리 찍을 수 있었던 건 미믹이라는 모션 콘트롤 카메라 덕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입력된 데이터가 카메라를 제어하는 시스템인데 30분이면 세팅이 다 끝난다.

 

일본 프로덕션 시스템이 너무 규격화돼 있어서 좀 갑갑해 하는 감독들도 있던데?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나한테 왜 일본에 왔냐고 그러더라. “일본에선 감독 하기 힘들텐데하면서. 하지만 8억 엔 정도 들어간 대작이다 보니까 오히려 많이들 따라줬다. 서로가 서로의 방식을 잘 따라준 거지. 서로 배우는 자세로 한 것 같다. 일본 시스템은 회의가 많고, 나중에 뭘 바꾸려면 또 회의를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엔 한국식으로 많이 했다.

 

배우들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나?

원래 한국에서 잘 알려진 배우를 쓰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여배우는 처음에 아오이 유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만나기도 했는데 상당히 좋아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아오이 유우는 저예산 영화 배우였기 때문에 대작에 어울리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코유키나 하마사키 아유미같은 가수까지 많은 여배우들을 추천 받았다. 아야세 하루카는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알고 있었는데, 짧은 머리를 하고 분장을 하니까 사이보그적인 느낌도 나고 괜찮더라. 한국에 불러서 리딩을 시켜봤더니 굉장히 잘하더라. 일본 배우들은 생긴 걸로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아야세 하루카는 나름대로 배역과 잘 어울리던데? 요즘 일본에서 상종가더라.

최근 <가슴 배구>라는 영화에 주연을 맡았던데, DVD를 보내줬다. 얼마 전 NHK 프로그램에 나와서 내가 보낸 편지를 읽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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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제작 과정에 어떤 기여를 했나?
한국판 녹음하고 음악 작업할 때 한국에서 좀 했다. 많지는 않고 부분적으로 한국에서 작업했다.

 

그렇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공동제작이라고 보긴 힘들지 않을까?

한국쪽에서 제작비 일부를 투자했다. 제작 과정의 완전한 합작은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사운드 하나를 한국에서도 하더라도 데이터를 한국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위험성도 있고 그게 다 돈이다. 그렇다고 한국 스탭들을 일본으로 데려와서 작업하려면 하다 못해 방값도 들어가고 여러 가지로 돈이 들어간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일본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코드를 고민했을 것 같은데.

참 어려운 문제다. 고민을 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도 아니다. 언어가 일본어다 보니까 중국에서 개봉한다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중국 사람들이 일본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등등. 앞으로는 중국하고도 합작을 해서 아예 중국어로 녹음을 할까 생각하고 있다. 이번엔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일본하고 한국만 생각했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과 일본은 정서적으로 비슷한 부분도 있고.

 

스스로 이번 영화에 만족하나?

다른 영화에 비해서 만족스러운 편이다. 후회가 덜 되는 거지. 부족한 부분이 물론 있지만 상업영화가 가진 한계일 수도 있다. 제작비 한계 내에서 기한 내에 찍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의 정서가 많이 묻어나던데?

일본에서 새로운 영화와 새로운 정서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내가 가진 정서를 얼마나 이 영화에 담아 내느냐였다. 그것 자체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서 또 영화를 찍을 생각인가?

이 작품이 잘되면 좀더 쉽게 되겠지만 한국에서 잘 안되면 어려울 수도 있다. 아야세 하루카도 함께 한 작품 더 하고 싶어한다. 일본에서 엄청 터지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원작 없이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이 정도 규모의 상업 영화를 만드는 경우는 일본에서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배우들과 작업한다는 것, 어색하지 않았나?

이사를 가도 하루 이틀 지나면 적응이 되잖나. 일이 바쁘다 보니까 이런 저런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갔다 와 보니까 영화가 만들어졌고, 개봉할 시점이 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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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김선태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영화로 인정했다. 하지만 한국영화라기보다 일본영화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과연 관객들도 한국영화로 인정하느냐는 또 다른 부분이다. 한국영화로 봐달라고 한다고 해서 통할 문제도 아니니까. 막상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일본영화라기보다는 한국영화라는 얘기들 많이 한다. 어떻게 보면 희한한 영화지. 잘못하면 일본에서는 한국영화고, 한국에선 일본영화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한국에서 좀 따뜻하게 품어줬으면 좋겠다. 영국에서 박지성이 뛰는 축구 게임을 열광해서 보는 것처럼 한국 감독이 일본에 가서 이런 큰 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주고 격려를 좀 해준다면 나중에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관객들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던데.

한국적인 정서가 들어가서 관객들이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도 기존 일본 영화들이 해오던 배급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게 엄청난 한계다. 만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개봉했다면 좀 크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일본보다 늦게 개봉하다 보니까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름에 개봉했는데 성적이 나쁘진 않았다고 들었다.

그리 크지 않은 ‘GAGA’에서 배급한 데다 오리지널 시나리오 영화라는 걸 감안한다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DVD 판매 순위도 2008년도 1위였다. 일본은 홍보비도 비싸지만 부가 판권 시장이 튼튼하다 보니까 처음부터 2차 판권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도 하고 홍보도 한다.

 

영화가 가진 대중적 흡인력은 있다고 보는데, 흥행에 불리한 외적인 변수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요즘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너무 많다. 대작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게다가 배급 좀 잘 해달라고 하면 그냥 일본영화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그런 게 아쉽다. 적어도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영화보다는 잘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목표도 꽤 멀더라.

 

다음엔 중화권 영화도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중화권도 재미 있을 것 같은데 말들이 많고 힘들다. 제약이 너무 많다. 귀신도 안되고 정치적인 것도 안되고 하니까. 그쪽에서도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는 싶어하는데 감독이 없다. 개방된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자유분방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 없다고 하더라. 얼마 전에 <두 얼굴의 여친>을 중국에서 영화로 만든다고 감독을 좀 맡아 달라는 요청이 오긴 했는데, 한국에서 다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을 할 수는 없고 해서 기획과 각본에는 참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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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년간, 막장 드라마가 대세를 이루며 안방을 장악했다. 문은아(너는 내 운명), 임성한(하늘이시여)을 필두로 출생의 비밀과 불륜,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의 막장행위가 끝없이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여주인공을 괴롭히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라이벌이 악역을 도맡았다. 그러나 지금은 결혼을 반대하기 위해 여주인공을 납치 폭행하거나,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어머니가 주를 이룬다. 자식을 사랑해서라고 말하면서도 종종 그녀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듯 행동한다. 심지어 그녀는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달갑지 않은 며느리로 인해 불행하다고, 그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주장하면서도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쾌감에 중독되어 벗어날 의지가 없어 보이는 그녀들. 왜 드라마 속 어머니는 이토록 잔인하며, 자기 파괴적 인간으로 변모하였는가.


임성한과 김수현 그 어디에서..

막장 드라마의 본격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흔히 임성한이 거론된다. 그러나 임성한은 캐릭터보다는 인물의 혈연관계를 막장으로 구성하는데 주력한 작가이다. [보고 또 보고]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임성한은 유사한 패턴을 반복하며 이러한 형식의 드라마 확산을 부추겼고, 이로부터 유사 임성한표 드라마가 파생되었다. 그러나 임성한의 드라마와 그로부터 파생된 유사 상품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임성한은 갈등의 봉합에 상당히 공을 들이며, 화해 가능성이 파괴되지 않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임성한이 혈연관계를 가히 엽기적으로 뒤섞는 것으로도 모자라 신내림이나 띠 동갑 연상녀와 같은 극단적인 설정을 차용하는 이유는, 악역 캐릭터의 막장화에 강력한 면죄부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주인공을 박해하는 이들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강한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행위는 일말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더불어 임성한은 주인공을 박해하는 주변 인물을 ‘미성숙한 자아 단계’로 묘사함으로써, 그들이 주인공에게 감화되어 공격성을 포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임성한의 드라마가 성공하였던 이유는 자극적인 소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자신을 거부하는 주변인들을 포섭하여 자기편으로 만들기가 수월하며(생각이 모자란 어른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쾌감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막장 캐릭터’가 전면화되면 될수록, 갈등의 봉합은 불가능의 영역 아래 사라진다. 임성한의 드라마가 고독한 계몽주의자의 수난사에 가까웠다면 최근의 막장 드라마는 심리스릴러물에 가깝다. 드라마에서 어머니는 여주인공과 아들을 헤어지게 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는 분노를 내뿜는다. 이들은 “감히 내 영역을 침범하려 했다는 이유”로 괘씸죄를 추가해, 여주인공을 박해한다. 과거 드라마에서 악독한 시어머니는 자존심에 상처를 가하거나 모멸감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주인공을 괴롭혔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에서 어머니는 여주인공의 존재를 철저히 부정하고 짓밟음으로써 자아를 파괴할 목적으로 음모를 획책한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주인공의 추방이나 처형이 아닌, 바로 상대가 ‘폐인’이 되는 것이다.

남성 신경증을 앓는 여자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한명인(최명길)은 과연 김유석(선우재덕)을 사랑한 것일까?


이 드라마의 특이성은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딸의 징후가 읽힌다는데 있다. 한명인은 명진그룹 한회장이 누구보다 사랑한 막내딸이었다. (어머니의 이미지가 제거된) 부녀관계에서 한명인은 아버지를 이상적 존재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그 이미지에 투사함으로써 탈여성화를 욕망한다. 전 생애에 걸쳐 한명인은 <아버지의 아들-계승자>라는 이상을 자신과 아들 민수(정겨운)에게 강요한다.

한명인의 트라우마는 ‘남자들의 세계’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자신을 ‘누군가의 아내’로 만들려 한 아버지로부터 비롯된다. 그녀는 자신이 마땅히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영역에서 추방당함으로써 아버지와 분리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체를 보완하는 강박증자의 태도를 취한다. 보통의 경우 히스테리는 상대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내부의 불만족을 해결하지 않고 지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강박증자는 상대를 소유(종속)함으로써 자신을 보완하며, 불가능한 대상을 욕망함으로써 좌절과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한명인은 김유석이 가난하고 힘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사랑했으며, 그가 죽었기 때문에 그 사랑을 절대적인 것으로 포장한다. 김유석이 죽은 사람이었을 때 그는 이상화가 가능했으며, 한명인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종속물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유석은 살아있으며, 한명인의 현재에 개입하려 한다. 결국 드라마는 김유석을 다시 한 번 제거함으로써 한명인의 잠재된 소망을 지속시킨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여러 면에서 김수현의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김수현은 [내 남자의 여자]와 [사랑과 야망]을 비롯, 여러 드라마에서 남성 자아상에 지배받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내 남자의 여자]의 이화영(김희애)과 [사랑과 야망]의 김미자(한고은)는 한명인처럼 내면에 남성 자아상이 자리해 있다. 이들은 부모에게 자신이 ‘아들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를 소망한다. 이화영은 어머니에 대한 강한 저항감과 동질감으로, 김미자는 죽은 오빠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죄책감으로 내적 분열을 겪는다. 김미자에게 있어 박태준(조민기)은 죽은 오빠의 대역이자, 자신의 부모가 소망한 아들의 현시와 같다. 김미자는 박태준과 끊임없이 경쟁하고 그와 자신을 비교하려 든다. 만약 김미자와 이화영이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들은 자기 내부에 존재하는 남성적 자아와 여성적 자아를 통합하고, 부모의 억압으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자신을 탐하는 남성들의 시선과 이를 활용하라고 부추기는 주변의 요구에 굴복함으로써 이들은 부모로부터 이입된 자아상에 고착되고 만다.

막장화된 어머니의 권력

[엄마가 뿔났다]의 고은아(장미희)나 [너는 내 운명]의 서민정(양금석), [사랑해 울지마]의 이영선(이미영)은 표면적으로 행복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 살아왔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해 가정적인 남편과 결혼하였고, 착하고 말 잘 듣는 아들까지 낳아 길렀다. 혹자는 이들이 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원치 않는 며느리를 들이는 과정이 ‘처음 겪는 인생의 실패’이며, 바로 그 때문에 막장캐릭터로 돌변하였다고 주장한다. 또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아들의 사랑을 빼앗긴데서 온 질투심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 막장 어머니는, 자아상의 불일치로 고군분투하는 한명인이나 김미자와는 정 반대의 이유로 불행하다. 부모가 제시한 이미지에 순응함으로써 평화로웠던 이 여성들은 가정적인 남편과 착한 아들과 함께 그 평화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환영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막상 결혼반대가 본격화되자 남편과 아들은 무능한 존재임이 드러난다. 가정적이었던 남편은 포기를 동반한 현실과의 타협속에 나온 무기력의 이면이며, 아들은 타인에 의한 지배를 당연시하는 약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녀는 침입자인 며느리에게 혐오감을,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남편에게는 환멸을, 순종적이기만 한 아들에게 실망하며 싸움을 더욱 격한 상태로 몰아붙인다. 그결과 그녀는 더 이상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며, 그로인해 더욱 불행해진다.

이러한 드라마에 감정이입할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청자는 고난속의 착한 여주인공의 답답함과, 그녀를 사랑하는 부잣집 아들의 유악함과, 잔혹하고 속물적인 어머니 모두를 힐난함으로써 ‘누구누구네 집에 찾아온 불행’을 걱정하는 척 은밀히 향유한다. 드라마에서 여자들은 모두 불행하며, 그 불행의 원인에 집착하기에 또 불행하다.

가족의 화합과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했다는 제작진의 억지주장을 옹호하려는 듯 막장드라마는 어설프게 화해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끝을 맺는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녀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불행하리라는 것을.
 
                                                                                         Posted by 늙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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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수빈's 감성홀 2009. 5. 15. 10:39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어떤 분들은 아나운서면 남자가 줄 서는 줄 아나 봅니다. ‘좋은 사람 만나고 싶어!’라고 하면 ‘아니 왜? 많지 않니?’ 이런 반응이 대다수니까요. 저도 예전엔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흑.

하지만 현실은 달라요. 아마 잘 나가는 여배우라도 나름 사랑은 어려울 걸요?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사랑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숙제 같습니다. 아! 혹시라도 ‘그냥 대충 조건 맞춰 만나면 되지.’라는 생각 갖는 사람은 예외지만요.  

그래도 전 아직 ‘운명의 상대’를 만나리란 꿈,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운 걸까요? 특히 이 직업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남자 만나기가 참 힘듭니다. 그리고 혹 만난다 해도 스무살 때도 그랬고 스물다섯 살 때도 그랬고 스물아홉인 지금도...남자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관심 있는 척 오해 하게 만들다가도 감감무소식, 정말 날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이없는 고백이 터지기도 합니다.

동서고금, 마찬가지인가 보지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쩜 다 내 맘 같은지! 다른 영화관답지 않게 주변 여성들이 ’맞아 맞아‘하고 동의하는 소리도 자주 들렸습니다. (솔직히 조금 시끄러울 정도)

대학교 3학년땐가, 소개팅 한 적 있습니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 안 나는 분이죠. 키는 작긴 했지만 꽤 말끔하게 생겼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상할 것 같아 ‘괜찮네?’라는 생각을 했죠. 말도 잘 통하고요. 더군다나 그 분, 헤어질 때 제 번호까지 물었습니다. 와우!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솔직히 제가 대학교 때 인기가 좀 있는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내일쯤 그의 연락이 올 거라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K.O!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지지(지니퍼 굿윈)꼴이 된 거죠.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나도 홀딱 ‘반한’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당연히 올 거라 자신했던 연락이 오지 않자 불안해지고 안달나기 시작했습니다. 소개해 준 친구도 곁에서 ‘네가 얼마나 괜찮은데 안 올 리가 없어.’라며, 제닌(제니퍼 콜린)처럼 그가 나에게 관심 있다는 증거를 나열까지 했어요, 아니 왜 관심도 없는데 전화번호는 왜 물어본 거죠? 전 그 남자 번호조차 묻지도 않았다고요! 그렇게 속 타는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자존심 구긴 상황을 잊었습니다. 근데 영화 보다가 문득 그 남자가 기억난 겁니다.

지지가 딱 그렇습니다. 남자들은 지지와 헤어지면서 연락할 거라 하지만 결국 안 합니다. 그녀는 혼자 소설을 쓰죠. 출장 간 걸까? 바쁜 걸까? 내 번호를 잊어 버렸나? 하지만 연애 고수 알렉스의 충고는 딱 하나!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입니다. 맞아요. 저 역시, 왜 전화를 안 할까? 온갖 상상했었죠. 제 친구는 심지어 “네가 너무 예쁘고 똑똑하니까 부담스러웠나 보다.” 이런 말까지 했다니까요. 그걸 믿은 공주병은 또 뭡니까! 알렉스 말이 딱 맞아요. 정말 남자들은 마음에 들었다면, 소위 ‘꽂혔다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꼭 연락합니다. 51명의 로렌에게 전화 걸었다는 알렉스처럼.

뭐 살다보면 그 비슷한 경험은 또 있습니다. 한 번은 몇 년 동안 온갖 루트를 통해 ‘조수빈 아나운서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 이상형이다.’해서 못 이기는 척 만났죠. 만난 당시엔 제가 맘에 든다더군요. 거의 매일 전화도 왔고 메일도 보내면서, 정작 만나잔 얘긴 안 해서 데이트 한 번 못 한 적도 있습니다. 절 실제로 보고 실망한 걸까요? 아니 그럼 매일 밤, 사람 잠도 못 자게 전화는 왜 한 거냐고요. 안 그렇습니까? 저도 나름 인기 있는데... 남성분들, 제가 그렇게 별론가요?

더더욱 영화 속 상황이랑 딱인 건 연애 상담해 주는 친구들입니다. 저도 남자 문제가 잘 안 풀릴 때 늘 친구들을 괴롭혔던 것 같네요. 근데 톡 까놓고 제 친구들은 연애 고민이 하나도 없었을까요? 그녀들도 쑥맥인데요? 지지를 상담해 주는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와 제닌, 메리(드류 베리모어)도 그렇습니다. 각자 고민이 있죠. 베스는 7년 동안 동거한 남자친구가 청혼은 하지 않아 시름이 깊습니다. 제닌은 남편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미칠 것 같습니다. 메리는 또 어떤가요. 유부남한테 반한 친구 안나(스칼렛 요한슨)에게 ‘임자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라는 어이없는 훈수를 두고 자기는 요상한 사이트에서 남자에게 굴욕만 당합니다.

자기 연애 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왜 세상엔 연애의 법칙이 떠도는 걸까요? ‘여자가 먼저 전화하면 안 된다.’ 따위들 말이에요. 결국 영화에서도 자기 인연이라면, 자연스럽게 이뤄지잖아요? 알렉스와 지지처럼요.

에라이~ 내 인연이라면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잘 될 거야...라면서도 전 요즘 ‘Rules of Love'라는 책을 읽고 연구중입니다. 그 책 다 읽고 나면 남자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런지요. 스물 아홉 먹도록 연애엔 잼병인 제 상황도 달라질까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그런 연애법칙을 쓴 책들의 작가들, 그들은 자기 사랑이 그리도 쉬웠을까요? 연애에 정석이 있을까요. 그런 거 따위 필요 없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싶다고요
     
                                                                                  posted by 조수빈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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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인 이유로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을 미리 본 자의 입장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스스로 답하는 것으로 시사 후기를 대신하기로 했다. 어쭙잖은 비평적 수사를 늘어 놓으니 자문자답 형식으로 즉각적 감흥을 전하는 게 더 적절한 가이드 라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질문.

1. 닥치고, 재미있는가?
2. 전편 세 편과 이번 영화를 비교해 우열을 따진다면?
3. 새로운 차원의 볼거리가 있는가?
4. 존 코너로 변신한 크리스찬 베일은 마음에 드는가?
5. 전편들과 미래 시리즈의 연결 고리로서 합리적인가?
6. 어떤 철학적 성찰이 숨어 있는가?
7. 허점, 또는 옥의 티를 꼽는다면?
8. 한국계 여배우 문 블러드굿의 비중과 연기는 어땠나?
9. 한국에서 흥행할 것 같나?


그리고 대답.

1. 재미있다. 전율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길만한 오락영화다.

2. 꼴찌인 3편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나 압도적이었던 1편과 2편에는 살짝 못미치는 느낌이다.

3. 미래 전쟁의 시작인만큼 스카이넷의 다양한 병기들이 등장한다. 시대 배경은 전편에 나왔던 'T-800'이 막 개발된 시점이므로, 2편에 나왔던 'T-1000'이나 3편의 'T-X'가 나오진 않지만, 스카이넷의 초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직립 병기 'T-600'을 비롯해 공중 순찰기 '헌터 킬러' 25미터 크기의 대형 로봇 '하베스터' 스스로 달리는 오토바이 로봇 '모터 터미네이터' 정찰용 소형 머신 '에어로스태츠' 등이 둔탁하고도 짜릿한 금속성 액션을 선보인다. 볼만하다. 적어도 <트랜스포머> 같은, 눈 아플 정도로 정신 없는 박진감이 아니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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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살짝 실망했다. 여전히 배트맨의 냄새가 풍긴다. 그래도 그가 아니라면 누가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를 맡겠는가?

5. 1편에서부터 배태된 영화의 설정 자체(사라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미래에서 파견된 카일이 존 코너의 아버지이며 죽는다는 것. 그렇다면 존 코너는 미래에 누굴 보내지?)가 신화적 모순이므로 합리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번 영화는 존 코너와 그의 '과거의 아버지' 카일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는데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편과의 논리적 연속성을 강하게 추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카일의 면모는, 그러니까 사라 코너와 죽을 고생을 하다 순교(?)하는 그 카일의 모습으로는 기대에 못미쳤다. <스타 트렉: 더 비기닝>에도 나온 안톤 옐친(아래 사진)이 이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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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숨어 있지 않고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니까 기계 문명과 대별되는 (영혼과 심장을 지닌) 인간성의 강조다. 그렇다고 기계를 무조건 적대시하며 살 수는 없다. 어떻게 기계와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할 것인가.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는 2003년 시점에 의학 실험용으로 자신의 신체를 기증한 사형수 마커스 라이트(샘 워싱턴)라는 캐릭터다. 어떤 역할인지는 직접 확인하시라.

7.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설명할 수 없다. 아무튼 논리적으로 이해 안되는 부분이 영화 후반부에 등장한다. 어차피 논리를 들이댈 영화는 아니지만.

8. 문 블러드굿의 매력은 기대 이상이다. 강인하고도 인간적인 면모를 잘 드러냈다. 여전사이지만 이 영화의 핵심 멜로 라인을 이끈다.

9. 흥행이라...글쎄다. 안 보러 가실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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