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공드리 감독의 아이디어로 엉덩이를 닦으세요

애경's 3M+1W 2009. 5. 22. 14:2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휴먼 네이처> <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 <비카인드 리와인드> 등을 연출한 프랑스의 천재 감독 미셸 공드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상천외한 감독의 아이디어가 스크린을 벗어나 인터넷으로 옮겨갔다. 바로 자신의 홈페이지(www.michelgondry.com)를 통해 이런저런 아이템들을 판매하는 인터넷 숍 마스터로 변신한 것. 홈페이지의 디자인도 딱 미셸 공드리답다. 코믹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끄는 메인화면 좌측으로는 세일 품목들이 'DVD' 'COMICS' 'TOILET PAPER' 'BOOK' 'T-SHIRT' 'CALENDAR' 'SKETCH' 카테고리별로 정리돼 있다. 각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일러스트가 사소하게 변하면서 해당 아이템에 대한 정보가 플레이된다.


세일 품목은 대부분 저렴하고 실용적이다. 일단 공드리가 직접 연출한 폴 매카트니, 벡, 라디오헤드, 비요크 등의 뮤직 비디오 및 비하인드 신이 담긴 3시간짜리 한정판 DVD 등은 오직 이 홈페이지만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 또한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 편집한 <수면의 과학> DVD와 오리지널 코믹 북도 준비 중이다. 게다가 그의 아들 폴이 디자인한 티셔츠도 17.9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끝이라면 이 글 시작하지도 않았다. 명색이 '괴짜 감독'인데, 고작  dvd나 팔려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진 않았을 것이다. 
‘역시 공드리답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은 바로 다음의 아이템들 덕분.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드리 감독의 낙서와 스케치가 프린트 된 화장실용 휴지들이다. ‘미셸의 굿 아이디어로 엉덩이를 닦으세요(Wipe your ass with Michel's good idea)’라는 문구와 함께 13.95달러에 판매 중이다.


뭐니뭐니 해도 구미를 당기는 건, 바로 그가 직접 그려주는 ‘나만의 초상화’를 단돈 19.95달러로 소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면 공드리가 초상화를 그려서 우편으로 보내주는데, 기간은 6~8주가 걸린다고 한다. 이에 대해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의 객원 에디터인 이숙명씨는 “패리스 힐튼이 이베이에 내다버린 콜라 캔이 51달러였고,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그 유명한 삭발 사건 때 잘라낸 머리카락을 11억 원에 팔려고 내놓기도 했었다는데, 19.95달러라니 이 무슨 겸손한 가격이란 말인가요. 공드리가 달라고 하면 20달러쯤 거저 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완전 '쾌공감'이다.  

솔깃하지 않은가!  유일한 고민은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이 과연 내 컴퓨터에서 큰 문제없이 구동될 것인가 하는 것 뿐이다. ^______________^  이 글 올리고 바로 클릭해 볼 작정이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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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섭외에도 전략과 전술이 있다!

진영's 연예백과사전 2009. 5. 19. 15:4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수시로 받는 문자 중에 하나가 바로 방송, 영화 제작발표회 및 각종 기자간담회, 촬영 현장 공개에 관한 공지다. 전과 달리 스타들과 '공식적으로' 만날 기회가 잦아졌다는 것은 반대로 '사적으로', '개인적으로', 특히 기자들이 좋아하는 표현인 '단독으로' 만날 기회는 극히 희박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타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어도 그다지 차별성이 없는 건, 다 공식적인 자리, 공식적인 멘트 일색이기 때문인 거다.

말 그대로 요즘은 스타 섭외 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 (편의상 스타를 A,B,C 급으로 나눈다면) A급 스타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 B급 스타도 쉽지 않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인이나,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다가 재개해서 언론 노출이 '급' 필요한 경우 등이 아니면 1대1로 마주앉기가 참으로 힘든데, 특히나 요즘엔 새로 사업을 시작해 홍보해야할 목적성일 때가 많다. 그렇게 거듭 부탁을 해도 콧방귀도 끼지 않던 연예인이 어느날 친근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면... 100%다.

매니지먼트가 워낙 체계화되고 파워가 세진 까닭이 크다. 예전에만 해도 직접 스타 본인과 통화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절차가 복잡하지 않았고, 인터뷰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사안이라고 해도 '인간적으로' 호소하면 성사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직통 번호를 알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매니저와 친분이 두텁다고 해도, 홍보 시점이 아니라거나, 활동 기간이 아니라거나, 회사의 방침이 그렇다고 하면 방법이 없어진다. 많은 기자들이 드라마 현장으로 영화 현장으로 방송 현장으로 무턱대고 '헤딩(약속도 잡지 않고 무작정 찾아가 현장에서 섭외, 또는 인터뷰하는 것)'을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게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나름의'  방법이 있는 것. 기자들마다 전략과 전술이 다르니 '재미삼아' 몇가지 소개할까 한다.

첫번째, '지인 팔기'다. "어머, OOO아시죠? 저 그 분 후배에요. 그분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라며 최측근을 파는 경우다. 이 경우, 괜히 어정쩡한 관계를 팔았다가는 섭외 성공은커녕 다른 사람 팔아서 일하는 능력없는 사람 취급받으니 조심해야 한다.

두번째, '네거티브' 전략이다. 인터뷰하고 싶은 사안이 있을 때, 그가 스스로 '열 받아서' "좋다, 어디 한번 얘기해보자"는 말이 나오도록 살살 화를 돋구는 건데, 사실 이건 성공했을 경우는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몸조심 해야 한다. 자칫했다간 그(그녀)뿐만 아니라 소속사 전체 연예인들을 못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세번째, 남들보다 예쁜 거다. 외모든 목소리든 다 해당된다. 업계 선배들의 예를 들어보겠다. 박신양이 한창 뜨던 시절, 모 연예기자 선배가 섭외를 시도했다. 그녀는 업계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 이 대목에서 궁금한 분들 있을 거다. 그럼 외모는? 대답은 이 글을 좀 더 읽다 보면 절로 알게 된다. 아무튼, 당시 한창 핫(hot)한 인기를 자랑했던 박신양 쪽에서는 밀려드는 인터뷰를 거절하기 바빴는데, 이게 웬일. 그 기자 선배에겐 오케이였다. 이유인 즉,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실물을 보고 싶다는 것. 이유야 어찌됐건 섭외에 성공했으니 그 또한 능력일 터. 약속한 날짜에 인터뷰 현장에 나간 기자 선배에게 매니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기자님, 기자님은 전화로 섭외하시는 게 좋겠어요."


또 하나의 예는 한류스타 배용준에 관한 일화다.  모 선배가 잡지계에 막 입문한 시절 이야기다. 당시 선배에겐 한류스타 배용준(당시 그는 겨울연가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시절이었다)을 인터뷰하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당연히 섭외는 어렵고 만날 길 없었으니, 그 선배는 배용준이 외국으로 출국하는 날 공항으로 헤딩을 나갔더랬다. 물론, 그 선배 말고도 한 트럭 정도는 기자가 와 있었으니,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되고도 남는 부분. 그런데 수많은 기자들 틈에 끼어 있는 선배 기자를 욘사마께서 빤히 쳐다보시더란다. 그러더니 선배 기자를 콕 찍어 불러내더라고. 수많은 기자들을 뒤로 하고 욘사마와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그 선배는 민망하기도 했지만 무척 자랑스러웠단다. 그런 선배 기자에게 욘사마가 던진 한 마디는, "기자님이 제 첫사랑과 너무 닮아서요"였다고. 사실 이걸 배용준 측에 확인할 길이 없으니 100% 진위 여부를 알순 없지만 그래도 선배 기자의 말을 믿기로 한다. 어쨌거나 선배 기자 역시 인터뷰에 성공했으니 능력으로 봐야 하나?

마지막으로, 무조건 스타 혹은 매니저 눈에 띄는 방법이다. 물론 위 세 가지 방법론도 '눈에 띄는' 전략이긴 하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예는, 패션도 전략이라는 것!! 력셔리? 한예슬 버금가는 뛰어난 옷걸이? 물론 좋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혜택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 바, 어떻게 해서는 한번 더 쳐다보게 하는 패션 젼략이어도 가능하다. 친한 기자 동료 E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하지원 인터뷰 미션을 받은 E기자는 전화와 메일을 통한 공식적인 섭외 절차에 실패하자, 어느날 모 중학교 운동장에서 팬들과 함께 운동회 중이었던 그녀를 찾아갔다. 그런데 장소가 장소니만큼 고민이 됐다. 수많은 팬들, 넓은 운동장, 그 가운데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릴 방법을 말이다. E가 선택한 방법은 정말로 쳐다보지 않을 수 없는 패션 전략이었다. E는 요즘처럼 초미니가 대세인 때에 봐도 초미니인, 그것도 새빨간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현장을 찾았고, 예상은 적중했다. 당연하지 않았겠나. 그날은 운동회 날이었으니, 심지어 스타인 하지원조차도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는 것을.. 교문을 들어설 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E에게 쏠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궁금증을 참지 못한 매니저가 다가왔고, 그리하여 현장 인터뷰가 성사되었다는 눈물겨운 성공 스토리다.

다 지나간 일들이라 지금은 모여서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 시절보다 지금은 스타 섭외가 더 어려워졌으니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인터넷 발달로 매체는 늘어가고, 명함에 '기자'라고 타이틀 넣은 사람들은 많아지는데, 정작 인터뷰다운 인터뷰 기사는 찾기 어려우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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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사이의 차이를 아는가? 이 질문을 하고 있는 나도 솔직히 잘은 몰랐다. 어제 다큐멘터리 <3XFTM> 시사회에서 나눠준 '트랜스젠더 커밍아웃 가이드북'을 봤더니 친절한 설명이 나와 있다. 요컨대, 동성애가 '내가 어떤 성을 좋아하느냐'의 문제라면, 트랜스젠더는 '내가 나를 어떠한 성별로 생각하고 살아가려 하느냐'의 문제란다.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쪽에선 "성적소수자"라고 부르는 그들을 많은 이들이 "변태"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요즘 부쩍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르고 있는 걸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이들 성적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많이 열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동성애 장면만 보면 "우웩"하고 거부감부터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동성애나 트렌스젠더들을 신의 섭리를 거역한 이단아나 마녀 쯤으로 바라본다.

잘난 척 말고 내 경우부터 말하자면, 나 역시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에 흔쾌하진 않았다. 몇 해 전 동성애자 영화인이 술김에 내 가슴 부위를 만진 적이 있었는데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멋모르고 트랜스젠더 바에 갔다가 왠지 모를 이질감 때문에 술만 엄청 들이킨 적도 있었다. 여하튼 그래도, 지금의 나는 나와 성적 지향이 다른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들은 '있다'.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생기는 셈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동성애와 트랜스젠더가 실존함을 인정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이 영화를 보시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이 영화는 성적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갖느냐를 떠나, 적어도 세상을 살아가며 갖게 되는 하나의 근거 없는 편견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킬 기회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와 다른 것을 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진화한다. 그리고 다르다는 것을 포용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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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가 제작하고 김일란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3XFTM>은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많은 이들이 트랜스젠더 하면 우선 하리수부터 떠올릴지 모른다. 그녀도 트랜스젠더인 게 맞지만, 이 작품이 다루는 트랜스젠더들은 여성이었다가 남성으로 성전환한 이들이다. 'Female to Male' 그래서 FTM이다.

세 남자, 혹은 세 명의 여자였던 남자들이 주인공이다. 종우, 무지, 명진. 여성의 육체를 지녔지만 남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왔던 이들, 이들은 모두 성전환 수술과 호르몬 요법을 통해 남성의 신체를 갖게 된 이들이다. 영화는 이들에게 이성애자들이 흔히 가질 법한 호기심을 던진다. "당신들은 왜 남자가 되려 하는가" 대답이 절절하다. "남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 중 한명은 "이 사회에서 남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50배쯤 편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지 편하려고 남자가 됐을까? 그들이 겪어내야 할 편견과의 전쟁을 들여다 보면 그것도 아니다. 명진은 이력서에 여자고등학교의 '여자'라는 단어를 뺐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에 고발까지 당하고, 무지는 취업을 위해 여자 행세를 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상 1과 2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들은 1도 아니고 2도 아닌, 이 사회가 허락하지 않은 차원의 삶을 개척해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과감한 드러내기를 선택한 이들 세 FTM의 용기에 온전히 빚지고 있다. 영화가 개봉돼 세 사람의 성정체성이 노출된 순간, 이들이 겪게 될 또다른 고통은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세 남자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영화적 커밍아웃을 감행한다. 다큐멘터리는 그 고민과 결단의 과정까지 담아냄으로써 이들이 가진 절박함을 더욱 강렬하게 웅변한다.

별도의 내레이션 없이 세 남자의 인터뷰와 일상의 풍경만으로 구성한 <3XFTM>은, '영화가 아닌 척'하기가 대세인 이 시대의 다큐멘터리에 요구되는 성찰의 깊이를 치열하게 품고 있다. 편견과 차별의 역풍에 정면으로 맞서는 세 FTM과 제작진의 진심이 더욱 거대해 보이는 이유다. 6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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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의 '배우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

애경's 3M+1W 2009. 5. 18. 11:3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서울오픈아트페어. 방문객이 몰렸으며 전년 대비 약 15%의 매출이 증가했고 4년 만에 처음으로 인터넷이 다운되는 ‘이변’이 연출키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유는 김혜수, 심은하, 조영남 등이 참여한 스타 특별전 덕분. 행사가 끝난 이후, 김혜수의 표현주의 작품 <레이닝 어게인>이 5백만 원에 팔린 사실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 작품 판매액 중 절반은 영동세브란스병원 근육병 센터를 통해 선천성 근육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에게 지원됐다고 한다. 배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이미지 관리였다. 이를 통해 김혜수는 ‘관록 있는 똑똑한 여배우’를 넘어 ‘선행을 하는 아티스트’로까지 자리매김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그림을 그리는 스타들이 꽤 된다.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그들 입장에서, 노출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 중 그림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캔버스와 물감 그리고 붓만 있으면 되니 말이다. 또한 ‘미술은 난해하다’는 인식과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미술품의 가격 덕에, 미술은 상대적으로 ‘고급’한 영역의 문화로 분류되며 진입장벽 역시 높다. 때문인지 ‘소비’되는 이미지를 우려하는 스타들에게 있어 미술이라는 장르의 높은 문화적 지위-말하자면 ‘아티스트’라는 칭호-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요소가 된다. 송일국, 이지아, 김민선, 윤은혜, 구혜선 등의 스타들도 그림을 그린다. 이들의 작품은, 그들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사소하게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원한다고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 또한 미술적 재능이다. 그런 면에서 하정우의 ‘작품’은 꽤나 놀라운 ‘발견’이었다.아트페어에 출품돼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작품인 김혜수의 ‘DAZED & CONFUSED’를 잡지에 게재해 주목받은 바 있던 패션컬처 매거진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는 6월호를 통해 하정우의 그림 10점을 ‘독점’ 공개했다.

painting by Jung-woo Ha




5월 말 개봉 예정작들인 <보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두 편의 영화 그리고 하반기 한국영화 기대작인 <국가대표> 크랭크 업을 마친 하정우는, 그간 영화 작업을 하는 틈틈이 그림을 그려왔다고 한다. 담당 기자가 하정우로부터 건네받아 온 CD를 처음 열었을 때, 면면이 다른 10점의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한 사람이 그린 ‘작품’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후에 담당기자의 인터뷰 기사를 받아본 뒤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던 건 “작품을 할 때마다 맡았던 캐릭터의 이미지 그리고 당시의 심리상태가 반영되었다”라는 하정우의 설명 덕분이었다. 그런 뒤 다시 ‘작품’을 보니,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았다. 자기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전문 화가들의 작품들과는 비할 수 없겠으나,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가 그 다양한 내면을 반영하여 표현하는 이런 작품들은 결과물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 어떤 ‘명작’과 비교할 수 없는 나름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물론 하정우는 “아직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따라하는 습작의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습작 덕분에, 우리는 평소 호감을 지녔던 배우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painting by Jung-woo Ha


이번 인터뷰가 흥미로웠던 건, 영화와 연기를 대하는 그의 진지함 외에 한없이 가볍고 사소한 그의 일상과 단편적인 사고까지 엿볼 수 있어서였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모든 작품의 대본을 다 모아두었다는 것, 그 대본들마다 ‘흐트러지는 자신을 경계하는 주문’을 적어두었다는 것, 한 때는 라이터를 엄청나게 모았고 그 라이터에 그림을 그려 3천원에 팔아볼까 생각하기도 했다는 것, 지인들 그리고 풍경을 ‘별 볼 일 없는 사진솜씨’에도 불구하고 꼭 필름으로 기록하는 취미가 있다는 것, 요즘은 온갖 커피숍들의 커피잔을 모으고 있다는 것, 그를 도와주는 매니지먼트 실장이 실은 카메라를 든 그의 단골 피사체이며 ‘성격파 영화배우’처럼 생겼다는 것, 그 매니지먼트 실장의 꿈이 실은 ‘배우’라는 것, 최근 기사화되기도 했던 여자친구-모델 구은애-와 가끔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여자 친구가 가끔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발바닥에 물감을 칠해달라’ 한 뒤 캔버스에 발자국을 찍는 ‘아트’를 한다는 것 등등... 패션 브랜드는 뭐가 좋고 뷰티 제품은 뭘 쓴다는 둥,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고 재충전을 위해선 뭘 한다는 둥 누구와 연애를 하네 마네 어디를 고쳤네 안고쳤네 등의 신변잡기도 뭐 나름의 미덕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한 배우의 취향과 아카이브를 엿볼 수 있는 기사도 그럭저럭 신선하지 않나 싶다.

photo by suk-mu Yoon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런 ‘근사한’ 인터뷰를 가져 온 기자가, 이 달을 마지막으로 잡지계에서의 은퇴를 선언했다. <프리미어>와 <엘르> 시절을 함께 하며 쭉 함께 일했던 아끼는 후배인데, 그 어떤 기자들보다 더 ‘기자’적인 재능을 가진 친군데, 이렇게 보내야 하니 아쉽고도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하정우의 인터뷰가 조금 더 특별했던 건, 뭐 남들에겐 상관없는 일이겠으나, 그녀의 마지막 ‘옥고’였기 때문이다. 하정우의 이번 기사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숙명’이라는 이름 석 자도 함께 기억되기를 소심하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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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 일상 속의 무인도

영화 이야기 2009. 5. 18. 10:23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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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에 떠밀려 자살을 시도했다가 한강 밤섬으로 떠밀려간 남자, '싸이질'로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은둔형 외톨이 여자의 이야기가 병렬로 흐르다 만난다.

출근길에 강변 북로를 달리다보면 서강대교 언저리의 밤섬을 볼 수 있다. 밤섬을 거의 매일 바라보는 나로선 일상의 공간처럼 느껴지는 그곳을 무인도처럼 설정해 놓은 영화가 처음엔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에 이 영화의 노림수가 있었다. 일상의 공간이 무인도다. 뻔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공간 속에서 각자만의 유배지를 지니고 사는 삶.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니겠냐고, 영화는 시침 뚝 떼고 말한다.

그 억지스러워 보이는 상황 설정을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무렵,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영화는 차근차근 설득력을 얹기 시작하는데, 김씨(정재영)의 밤섬 은둔 생활이 본격화되면서부터이다. 처음엔 밤섬을 탈출하려고 시도하던 그는, 이내 그곳에서의 삶이 나쁘지 않음을 발견한다. 그곳에선 누구도 그를 괴롭히지 않을 뿐더러, 아주 소박한 욕망, 그러니까 먹고 싸고 자는 문제만을 해결하고 살면 그 뿐이다. 우연이 주운 짜파게티 포장지와 아직 뜯지 않은 스프 봉지에 감격한 그는, 이제 스스로 밀을 재배해 자장면을 만들어 먹겠다는, 원대한 꿈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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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은 우스꽝스럽지만 처절하다. 동시에 인간이 잊고 지냈던 원초적인 행복, 그러니까 노동과 개척의 아날로그적 쾌감을 환기시킨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단지 하나, 고독을 상쇄시킬 짝일터, 또 다른 섬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온다. 몇 년 째 자기 방에서 한발짝도 나서지 않는 여자 김씨(정려원)가 망원 카메라로 그를 우연히 발견하고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남자 김씨와 반대로 자기 방안에 스스로 유배된 여자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세상을 만난다. 그녀가 만나는 세상에서 그녀는 다른 이가 될 수 있다. 다른 여자의 사진을 대문에 걸고 "언니 이쁘삼'이라는 댓글을 통해서만 존재의 의미를 느낀다. 예쁜 구두나 명품 가방도 퍼나르기만 하면 자기 것이 되는 세상, 인터넷 안에서 그녀는 신데렐라요 백설공주다. 유일한 취미 생활인 카메라로 한강을 내려다보다, 자신만큼 괴상한 인간을 목격한다. 이제 두 무인도 간의 조심스러운 교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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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어바웃 어 보이>(2002)는 이런 대사로 시작된다. "인간은 모두 섬이다." 그리고 이런 대사로 끝난다. "인간은 모두 섬이다. 그런데 그 섬들은 바다 밑으로 연결돼 있다." 파편화된 도시인들의 지극히 고독한 삶을 극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고독을 극복하는 열쇠말로 '소통'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씨표류기>는 <어바웃 어 보이>와 많이 닮아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아니, 우리가 비슷한 영화를 다르게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적절할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현대형 고독'이라는 추상의 세계가 아니라 바로 여기, 그러니까 우리 주변의 구체적 세계를 퍼올리므로 절절하다. 이것은 아버지의 캐롤송 저작료로 먹고 사는 영국의 바람둥이 훈남 이야기도 아니고, 카드 결제에 시달리고 인터넷 댓글에 일희일비하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남자 김씨는 밤섬에서 나와야 하고, 여자 김씨는 자신의 진짜 정체를 용감하게 드러내야 한다.

영화는 두 김씨의 상황을 극단화해 제시하며 낄낄거리는 웃음을 유도하고 있지만, 객석의 동병상련도 계산에 넣었을 게 분명하다. "늬들은 뭐 달라?"하는 질문. 영화를 본 뒤, 내가 표류하고 있는 지점의 좌표를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 나침반과 지도가 남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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