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최악의 의사

3M 푸로덕숀 2007. 8. 30. 19:5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의료사고 발생시 입증 책임을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지는 걸로 개정되는 법안이 복지위를 통과했답니다. 이제 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발'과 '로비'가 진행되겠죠. 과연,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저는 '통과하기 힘들다'에 한 표. 어쨋든, 아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의사들은 '재미'를 위한 '설정'이니, 부디 진짜 의사분들께서는 너그럽게 용서하시길...싫으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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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않는다고 후진 영화는 아니다


"폭발적으로 웃겨 주는 부분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서....그게 좀 걱정이 돼요." 27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언론 시사에 앞서 이 영화의 제작 관계자는 기자에게 바짝 타는 속내를 슬쩍 드러냈다. 명색이 추석용 코미디로 포장이 됐으니 관객들이 포복절도할 웃음을 기대할 게 뻔한 노릇이다. 배꼽의 소유권을 주장할 이유 없으니 제발 빼가슈~ 하며 자진 무장해제하고 나설 관객들의 웃음보를 산산조각낼,  그런 영화로 탄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비교적 자명한 것이다.

게다가 감독 김상진이 누군가. <주유소 습격 사건><신라의 달밤><귀신이 산다> 등을 통해 코미디 영화로만 '전타석 홈런'을  날린 몇 안되는 충무로 감독이 아니던가.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는, <밀양>을 제외하고는 <아들>과 <황진이> <므이>, 최근 개봉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까지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터이니, 시네마서비스의 해결사 김상진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례적으로 언론시사에 강우석 감독이 직접 참석한 것만 보더라도, 이번에도 그가 특유의 '한방'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안팎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야기는 절묘하다. 따라서 그 자체로 웃긴다. 세 명의 루저가 절박한 심정으로 잘나가는 국밥집 할머니를 납치했는데, 네 명의 자식들 나몰라라 하는 데 분개한 나머지 할머니가 알아서 납치극을 사주하는, 기가 막힌, 그래서 매우 영화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이야기의 기본 얼개는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덴도 신의 일본 소설 <대유괴>에서 따온 것이니, 김상진이 이 기가 막힌 이야기의 사이사이에 얼마나 센 웃음 폭탄을 장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납치된 이가 납치범들에게 훈수를 두고 있는 상황 자체가 이미 코미디로써 절반은 먹고 들어갔으니 여기에 김상진의 유머 감각이 얹히면 극장이 떠나가라 할 것임은 안봐도 뻔할 것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앞서 제작 관계자의 우려대로 나로선 속 시원히 웃을만한 장면이 많지 않으니 슬슬 안타깝기 시작한다. 물론 아주 안웃긴 건 아니지만, 이 영화의 광고 카피대로 '전신작렬 배꼽폭발'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배꼽이 빠지려다가 곧잘 다시 들어가니 괜시리 서운했던 것이다. 왜 그럴까? 권순분 여사와 납치범들 간의 파열과 역할 전도로 이어지는 과정의 웃음이 예상 영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원톱 주연으로 나선 나문희 여사에 대한 과중한 존경심 때문이었을까? 납치범 세 명 가운데 유해진 빼고는 강성진과 유건, 그리고 경찰 역의 박상면은 슬슬 수위 조절하는 분위기다. 설정 자체로 잔뜩 기대가 부풀었는데, 인물들 사이에서 코미디 캐미컬을 창조해내야 할 김상진은 잽만 던진다. 여간해서 <귀신이 산다>의 차승원이 울며 불며 언덕길을 도망쳐 내려올 때와 같은, 회심의 어퍼컷이 터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히든 카드가 없지 않다. 포스터에 나와 있지 않은 인물, 보도자료에도 안나오는 배우, 박준면이 이 영화의 코미디적 히든카드라 할 수 있겠다. <삼거리 극장>에서도 호연을 펼친 바 있는 그녀는, 이번에 약간의 특수 효과에 의해 거구의 여인으로 변신, 권순분 여사와 세 납치범으론 살짝 역부족인 한방 웃음을 보충해 준다. 그래도 외모를 가지고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이 그리 세련돼 보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코미디 영화가 크게 웃기지 않다고 말하면 바로 혹평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기대만큼 웃기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영화가 별로였다고 말하기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만듦새는 썩 나쁘지 않다. 오히려 중반 이후 포복절도 상황 코미디에 대한 강박을 살짝 걷어내고 나니, 조금 큰 틀에서 전복의 쾌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막판 몸값 쟁탈전이 펼쳐지는 열차 신은 꽤 합이 잘 짜여져 있어서 한편의 잘만든 액션 스릴러를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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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대 나온 여자야!' 지금 생각해보면 <타짜>는 대단한 영화였다. 이 한마디 대사로 학력 사회의 우스꽝스러운 단면을 이렇게 통찰적으로 조롱할 수 있다니 말이다. 하물며 하우스 마담조차 학벌을 들이댈 수밖에 없는, 이 처연한 현실을 최동훈은 '킥킥'거릴 웃음을 빙자해 뼈있게 담아낸 셈이다.

요즘 '학력 논란'이라는 새로운 마녀사냥이 한창이다. <디워> 파문을 계기로 멋지게 실체를 드러낸 사이버 홍위병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또 그들을 열심히 재활용하고 있는 찌라시 언론들의 맹동에 힘입어 여러 연예인 피 보고 있다. 대관절,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학력이란 게 뭐 그리 중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상, 학력을 압도하는 게 유명세다. 그 유명세라는 권력을 손에 넣은 그들이 학력을 과장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최근 학력으로 덕 본 연예인은, 내가 알기로 서울대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잘 나가고 있는 CF 모델 김태희밖에 없다). 알고 봤더니 위조한 게 아니라 방조한 게 죄다. 무식하게 대충 프로필 짠 포털이 원흉이고, 당사자들은 유명세에 '학력 프리미엄'이 얹혀 잃을 게 없으니 대충 내버려 두었던 게 화근이다. 그러다 보니 표적으로 삼기에 제일 편리한 연예인들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게다.

언론은 예의 수염 쓰다듬으시며 공자왈 맹자왈 외치는 훈장 선생님 되셨다. 한쪽에서 잔뜩 학력 문제 들춰내면, 다른 한쪽에선 학력보다 중요한 게 실력이란다.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헛헛한 코웃음이 절로 난다. 초등학생때부터 외고 과고도 모자라 민사고 영재고 보내겠다며 학부모들이 눈에 불을 켜는 시대다. 학원들은 서울대도 한 물 갔고 아이비리그는 가줘야 명함 좀 내민다고 허파에 바람 잔뜩 불어 넣는다. 덕분에 학원들 배부르고 등 따습다.

그래서 중학교 들어가면 새벽 1시까지 학원에 붙잡혀 있어야 한다. 돈 좀 버는 부모는 외국 보낸다. 가짜로라도 학위 따오면 대충 비벼서 교수 자리 하나 주는 게 한국사회라는 이치를 왜 연예인들만 알고 있었겠는가. 빛좋은 개살구가 돼버린 대학들도 연예인들에게 학력을 팔아 먹으면 적당히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몰랐겠는가. 한국사회에서 도대체 학력이나 학벌 빼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실력을 운운하는 건 참담하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서태지 같은 친구들이 우르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구조냔 말이다. 예외로 상례를 가릴 수 없단 얘기다.

그러니 학력 위조 혐의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은 학벌 사회라는 좀비에게 딱 걸리고 만 셈이다. 우린 학벌 하나 얻겠다고 열나게 고생했는데, 넌 유명세라는 권력을 얻어 놓고 학력까지 사칭해? 구체적인 사연이야 어떻든 좀비들은 대충 이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자신들이 더 끔찍한, 산 송장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그러니 정의를 참칭해 마녀를 화형시키고 있는 이 살풍경은 학력 사회의 카니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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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판타지 <즐거운 인생>

영화 이야기 2007. 8. 24. 13:00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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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을 시사회에서 보고 웃다가 눈물 찔끔 흘렸다.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감동. 피식 웃겼다가 짠하게 찌를 줄 아는 이준익은, 확실히 휴먼 판타지 장르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 말하면 그는 명절용 기획영화를 만들 줄 안다는 얘기다. 지난해 <라디오스타>에 이어 다시한번 '음악'을 매개로 대동소이한 웃음과 감동을 버무린 영화를 만들어도, 또한 그것이 남루한 현실과 음악이라는 해방의 공간을 오가는 전형성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 할지라도, 그것 자체가 명절 영화의 주요 전략이라는 사실을, 그는 영악하게 재활용하고 있다.

인물들은 예의 루저들이다. 직장에서 잘리고 대책 없이 떠도는 실업자 기영(정진영), 역시 해고 당해 대리운전과 택배로 생계를 잇고 있는 성욱(김윤석), 중고차 매매로 돈은 짭짤하게 벌지만, 기러기 아빠의 외로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혁수(김상호)가 이 시대 중년 가부장의 초라한 면모를 더욱 가련하게 보이게 하도록 뽑혀 나온 대표 선수들이다.

말 그대로다. 이들의 삶은 하나 같이 지리멸렬이다. 이 지지리 궁상들을 하나의 공통 분모로 묶는 것, 그것은 그들이 공유한 기억 속의 '활화산'이라는 밴드이며 음악에 대한 미련이다.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훨씬 더 초라했지만 열정만으로 똘똘 뭉쳐 촌스럽게 락커 흉내를 냈던 그 시절을 그들은 애써 소환하려 드는 것이다. 오로지 그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그러나 걸림돌이 많다. 걸림돌은 그들이 여전히 가부장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할 수 없는 거대한 현실이다. 음악을 향한 이들의 치기는, 그래서 영화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말 그대로 치기일 공산이 크다. 이 자들은 기타라도 퉁기고 드럼이라도 칠 수 있지. 다룰 수 있는 악기라고는 노래방 탬버린이 고작이고, 김추자와 산울림의 노래는 흥얼거릴지언정, 공연장 근처엔 얼씬도 못해본 생활 전선의 투사들에게 <즐거운 인생>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차라리 즐겁고 행복할 건더기가 있는, '가진 자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처음부터 불가능을 가능한 것처럼 꾸미는 매체가 아니던가. 현실의 남루함은 최대한 리얼하게(때로는 전형적으로 때로는 약간 과장을 섞어서), 그 극복의 과정은 최대한 드라마틱하게. 무기력한 현실을 상기시키는 인서트 컷을 몇 번 넘긴 뒤, 이준익은 음악이 가진 본질적인 기능, 즉 위안과 해소의 판타지가 인물들의 비루한 배경과 합쳐지며 감동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검증된 솔루션의 위력에 여지 없이 편승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휴먼 드라마가 아니라, 휴먼 판타지라 불러야 마땅한 것이다.

무대 인사에 나선 배우들은 하나 같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행복했다고. 좋겠다. 부럽다. 천성이 까칠한건지 난 왠지 이런 영화를 보면 행복하다기 보다 씁쓸하다. 뜬금 없는 얘기지만, 의약 분업 이전의 약국에선 신경안정제를 의사 처방전 없이도 마구 줬다. 그 약을 먹으면 피로감이 풀리고 긴장감이 해소돼, 특히 가난한 이들이 많이 먹었다. 그런데 이게 중독성이 있다. 내 어머니는 신경안정제 중독의 후유증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잃었다. 그래서 나는 신경안정제 같은 영화들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준다는 말을 잘 믿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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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기행 7. 에필로그

별별 이야기 2007. 8. 22. 12:01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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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쩨르부르그 여행을 마쳤다. 밤 10시 20분 출발 열차를 타기 위해 모스크바 역에 도착했다. 역 이름이 왜 모스크바냐면, 이 양반들은 도착지 이름을 역명으로 쓴단다. 빼쩨르부르그에 올때 열차 테러로 21시간을 기차에 갇혀 왔는데, 여기에서 또 한번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이틀이 지났는데도 테러 사건 여파로 모든 기차들이 5~6시간씩 늦게 출발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노숙자처럼 역 대합실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가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그나마 열차는 1시간 뒤에야 출발했다.

어렵사리 모스크바에 돌아온 우리는 하룻밤을 더 보낸 뒤 귀국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향했다. 돌발상황은 여기서도 벌어졌다. 대형 트레일러가 교통사고를 내 공항 가는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다시피 한 것. 평소엔 1시간이면 달릴 거리를 무려 4시간이 넘도록 기어가고 있자니 자칫 비행기를 놓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열차에 도로까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 우리는 한숨 섞인 농담을 주고 받았다. "이건 필시 레닌의 저주일거야."

그런데 그 살인적인 체증의 와중에 진풍경을 목격했다. 어이없게도 1킬로미터에 한두대씩 고장 나 서 있는 차량들이 안그래도 막히는 도로를 더욱 막히게 하고 있었던 것. 대부분 연식이 20-30년은 족히 됐음직한 차들이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구닥다리 차들이 맛탱이가 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BMW고 폭스바겐이고 비싼 외제차들도 별무소용이다. 없는 자가 가진 자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다. 양극화의 상징적인 풍경이랄까?  

도로에 갇힌 이들이 우리뿐만이 아니었으니 다행히 비행기는 이륙 시간을 1시간여 연기해 놓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겨우겨우 수속을 마치고 출국 심사를 받는데, 굼뱅이 전산망이 또 한번 애간장을 태운다. 결국 우리는 비행기 문이 닫히기 직전 구사일생(?)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아, 러시아! 이 신비롭고도 드라마틱하며 박진감 넘치고도 얼토당토 않은 나라여~. 별처럼 반짝거리는 그들 세상의 빛이 구름 아래로 가물가물해진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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