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도 안할 카드, 왜 굳이 재발급을?

애경's 3M+1W 2008. 1. 18. 17:5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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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ttyimages

요즘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하시다.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으며 '분노 경영(anger management)'도 잘 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이값 못하고 조금만 심사가 뒤틀리면 쉽게 폭발하곤 하는데, 그 불똥은 대부분 가족들에게 튄다.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 역시 그런 이유로 엄한 곳에서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최근의 상태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나는 열받을 만 했다.  

발단은 그 날 오전경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머피의 법칙은 그날 아침에도 여지없이 들어맞으며, 우유를 먹던 아이가 이제 막 가물가물 눈을 감는 타이밍에 절묘하게 맞춰 핸드폰이 울려댔다. 행여 애가 깰까 싶어 조심조심 전화를 받았더니 "고객님, 신한카드사인데요...." 한다. 뻔하다. 카드사에서 온 전화라면. 더구나 최근 몇 년 간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카드이니 더더욱. 상대의 말이 길어지기 전에, 일단 나의 입장을 분명히 하기로 한다. "죄송한데요, 제가 최근 2년 여간 신한카드를 한 번도 사용 안했고, 앞으로도 쓸 생각이 없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제가 갓난아이를 우유 멕여서 재우는 중이라구요!" 귓둥을 철판으로 막았는지 귓구녕에 철심을 꽂았는지 상대 여자는 본인 직무에만 충실하다. "카드 기간이 만료되서 재발급을 해드려야 하는데요..... 주소를 확인하려고 전화드린거거든요?!? 우편물 수령 주소가 강남구 역삼동.............." 그녀는, 자신이 어떤 제품 혹은 상품을 판매 혹은 홍보하기 위해 전화를 건 그렇고 그런 텔레마케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듯, 처음보다 한 뼘 더 높아진 톤으로 기어이 해야 할 말을 다 쏟아낸다. 미쳐 죽어.

"이것 보세요. 그 카드 안 쓴지가 어언 2년이 넘었다니까요. 게다가 안쓰고 싶다는데, 굳이 카드를 만들어서 발송을 하겠다는 저의는 뭐죠? 카드발급하는 비용만 낭비 아닌가요?"
"고객님, 원칙이 그렇습니다. 만료일이 가까운 이상 저희는 카드를 재발급해드리는 게 원칙입니다. 고객님의 카드는 2008년 2월 만료 예정으로서....어쩌고"
"그러면 지금 카드발급 혹은 사용을 취소해주시면 안되나요?"
"고객님, 그건 저희 부서와는 상관없구요. 일단 카드를 받으신 후 해당 영업점이나 1544-어쩌구로 전화하셔서 다시 상담하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다. 카드 원료 비용, 카드를 보낼 봉투와 그 안에 사용설명을 안내하는 안내문 종이 비용, 카드를 무사히 내 손에 전달할 인력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 (혹시 부재중일 경우 허탕을 치고 몇 번의 통화 끝에 다시 찾아와야 할 수고), 그리고 받은 그 카드를 폐기하기 위해 내가 팔아야 할 발품, 그 카드를 폐기처리하기 위해 그 어떤 절차를 밟을 어느 지점인가의 직원의 노동력, 그 순간 내가 쏟아낼 불만불평을 감내해야할 그 직원의 스트레스, 그러한 카드들이 폐기되는 순간 발생할 환경오염 등등. 이것이야말로 낭비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물가물 꿈나라로 향하던 우리 아이가 어느 새 말똥말똥한 눈을 한 채 슬슬 스팀 가동되시는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더라는 사실이다. 망했다.

"그래서 강남구 역삼동... 그 주소로 보내겠습니다.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말이 안통하는 여자군. 길게 말할 필요 없어.....) "네 그러세요."
"그러니까 그 주소.... 로 보내도 된다는 말씀이신거죠?"
(진짜 진상이구만. 그러라는데 왜 이렇게 물고 늘어져....) "그러시라니까요."
"고객님, 분명히 저는 주소확인했고 그쪽으로 보낸다 했습니다?!?.... 잘 들으신거죠?"
 
옆에 있었다면, 애 물리고 있던 우유병 뽑아들고, 따박따박 따져묻는 그녀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쳤을 것이다. 요즘 안그래도 사소한 일에 부르르 하는 스스로가 통제가 안돼 미쳐죽을 지경이고만, 이 여자 아예 기름을 들이붙는고만. 그래그래, 잘 들었다잖냐. 강남으로 보내던 강북으로 보내던, 당신은 어쨌건 '보내는 것이' 소기의 목적 아닌가.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숙응했다는 것에 대해 통화 기록만 남기면 그만이지 않나. 그리하여 당신의 오늘이 안녕하면 그만이지 않나. 그러니까 그리로 보내시라니까...... 결국 나는 "그러라니까 몇 번을 물어! 애 다 깼잖아. 당신이 책임 질거야!!!" 소리 버럭 지르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버렸다. 젠장. 왜 승질 돋궈서 날 왜 이 모양 요 꼴, 교양머리라곤 반푼어치도 없는 여편네를 만드냐고.

그런 뒤 얼마 후. 아침마다 울려대는 핸드폰. 발신자는 사건(?)이 있던 날 통화거부로 등록해 놓은 신한카드사의 연락처다. 한참 울리다 끊기자 곧 집 전화가 울려댄다. 누굴지 뻔하므로, 역시 받지 않았다. 오후에도 한번, 안받자 호출 번호가 남겨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같은 국번으로 시작하는 비슷한 번호의 발신도 몇 차례. 그러길 며칠. 아니, 내가 무슨 카드빚을 연체한 것도 아니고. 사소하게 핸드폰 요금 한번 안밀리고 따박따박 자동이체하며 성실하게 살고 있는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힌단 말인가. 나는 왜 갑자기 죄인이 되어 카드사의 전화를 일방적으로 피하고 있단 말인가. 안쓸 카드 발급 안받겠다는 게, 그렇게 죄인가? 누군간 그러겠지. 받고 안쓰면 그만이지 뭘 그러냐고. 그래 그러면 되겠지만, 그게 싫단 말이다. 왜 살다보면 가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 뾰족해지면서, 그게 인생의 아주 중요한 사안이 되버리지 않나. 5백원짜리 라이터 하나에 발끈해 큰 일 하신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허봉구처럼 말이다. 안 쓸 카드가 내 손에 들어오는 그 순간, 뭐랄까, 내 인생 엿 같아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뭐 치사하긴 하지만, 여전히 계속 받지도 걸지도 않으며 버티고 있는 중이고. 나 소싯적에 카드 3개 돌려막기로 한 달 이자만 60만원 냈던 시절도 있어서, 그렇게도 카드에 얽힌 아픈 기억이 있어서 이 대목에 좀 더 예민해진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슬쩍 늘어놓으며 맺으려 했더니. 옆에서 나 타자질 하던 거 엿보던(?) 속 편한 우리 개띠 언니가 일갈한다. "너 정말 카드사 직원이랑 저리 길게 대화했단 말야? 너~ 참~ 착하다 야." + "근데 그걸 그렇게 길게 쓰고 앉았냐? 너~ 참~ 정성이 뻗쳤다 야." 그래, 세상은 그런 거다. 정성이 뻗쳐 매번 삽질이다. 정의롭다는 건, 알고보면 별 영양가 없이 몹시 피곤하기만 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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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와 '뜨거운 것이 좋아' 사이

영화 이야기 2008. 1. 18. 11:55 Posted by cinemAgora
<뜨거운 것이 좋아>는 지난 2003년 개봉해 호응을 얻은데다 흥행에도 꽤 성공한 영화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다. 이상한 것은, 당시 <싱글즈>를 꽤 재미있게 본 기억은 있는데, 영화 내용이 도통 생각이 안나는 것이다. 이미 5년이나 지난 영화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렇게 영화 줄거리를 새카맣게 까먹다니, 스스로 이해가 잘 안됐다. <싱글즈>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후배 여기자로부터 대강의 줄거리를 전해 듣고서야 기억이 재조합된다. 그런데 그 기억의 재조합이래봤자, '아하, 그랬었지'가 아니라 '아, 그랬었나' 수준이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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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2003, 권칠인 감독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남성이라 그런 게다. 20대 후반 여성들이 통과해야 할 당장의 일과 사랑, 결혼과 출산의 문제가 절절하게 다가오지 못했던 게다. 그러니 영화 자체가 가진 통통 튀는 대사빨과 내러티브의 매력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영화가 남긴 잔영이 그리 크지 않았던 셈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으로 제기되는 여성적 화두가 남녀를 불문하고 의미 있는 잔영을 남기기에는 한계가 있겠구나, '어쭈 참신한걸' 정도의 감흥을 남기고 이내 증발돼 버리는, 그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거기까지가 이들 영화들의 최대 기대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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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이 좋아> 2008, 권칠인 감독


<뜨거운 것이 좋아> 역시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면서도, <싱글즈>처럼 일단은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세 여성이 하필 사탕을 핥고 있는 도발적 포스트 비주얼을 보고, 남자 잡아 먹고 싶어 안달이 난 여성들의 이야기겠군, 이라는 짐작을 하셨다면 살짝 오산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한 지붕 세 여성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 여성과 그녀의 언니와 조카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안소희가 연기한 당돌한 10대 소녀 강애와 이미숙이 연기한 쿨한 40대 커리어우먼 영미는 오히려 양념처럼 보일 정도로 이 영화의 무게 중심은 김민희가 연기한 27살 시나리오 작가 '아미'라는 캐릭터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바람 피운 남자 친구를 사정 없이 린치하고, 그래도 지지리 궁상 울먹이며 남친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복수심에 불타 맞선 본 남자와 술 기운 핑계 삼아 원나잇 스탠드를 감행하는 아미는, 그러나 사랑이 전부일 수 없는 여자다. 1년째 영화화되지 못하고 있는 시나리오를 여관방에 갇혀 고치고 또 고쳐야 하는, 꿈은 있되 그 꿈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빈곤한 청춘이다. 백수 남친은 불행히도 그녀를 빈곤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니다. 되바라진 고딩 조카 강애, 돈 잘 번다고 목소리 한껏 키우는 언니 영미는, 그런 그녀를 하숙생 취급하고, 남루한 현실은 자꾸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탄탄한 현실감을 바탕으로 한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그러므로 아미를 둘러싸고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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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의 아주 중요한 미덕 가운데 하나였던 '우정'이라는 가치가 이번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술 한잔 걸치고 어깨 동무하는 장면을 삽입하긴 했으되, 영화 내내 세 여성은 서로의 문제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미는 제 코가 석자이고, 40대 영미는 고맙게도 폐경기의 자신에게 들이대준 연하남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리하고 있다. 10대 강애는 남자친구와의 스킨십 도전에 집착하다 성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러니 이들이 함께 모여 고민을 토로하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을 뿐더러, 나오더라도 질책과 격려가 아닌, 책망과 냉소만이 감돌 뿐이다.

결국 영미는 아미에게 방 한칸 내줄 수 있는 부자 언니일지언정, 아미의 진정한 동지는 될 수 없다. 사회적 지위와 계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쿨'을 신봉하는 영미 입장에선 하릴 없이 자신의 집에 얹혀 사는 아미는 백마 탄 왕자에게 여성적 주체성을 헌사하거나, 그게 싫다면 능력도 없으면서 별볼일 없는 자존심만 꼿꼿이 세우고 있는 한심한 청춘일 뿐이다. 10대 강애는, 이모 아미가 발딛고 선 처절한 현실이 곧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음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녀는 엄마의 계급 의식을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끼리의 우정과 연대는 파편화된 가족 관계 안에서 의미를 잃는다.

아미는, 옆방의 교성을 참고 견디며 시나리오를 고쳐 써야 하는 여관방처럼 온갖 럭셔리한 상품 사회의 교성이 좌우로 난무하는 현실에 땡전 한푼 없이 유폐돼 버린 저주 받은 청춘이다. 게다가 아미는 누구의 도움 없이 지옥 같은 20대를 견뎌야 한다. 아니면 자존심은 좀 상하지만 마침 나타나 운 좋게 하룻밤을 보낸 백마탄 왕자와 함께 이 땅을 떠버리든가. 그런데 그건 너무 비겁하지 않은가, 라고 아미도 생각한다. 구태의연하지만 절실한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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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2003, 권칠인 감독


<싱글즈>로부터 이 영화까지 5년의 시간의 흘렀다. <싱글즈>가 결혼보다는 일, 사랑보다 우정에 끌리는 잠재적 골드미스들의 주체적 선택을 멋지게 그려낸 영화였다면, <뜨거운 것이 좋아>는 주인공 아미를 남루한 현실에 도도한 추함으로 남을 것이냐, 추한 도도함 속으로 벗어날 것이냐의 실존적 선택의 순간으로 이끈다. 어쩌면 <싱글즈>의 나난과 동미가 나이가 든다면 쿨하다 못해 얼음장 같은 아줌마 영미처럼 됐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때와 달리 지금의 20대에겐 쿨하다는 것조차 사치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그 5년 사이에 세상이 꽤 많이 변한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 남성인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이 정도다. 아마 여성 관객들의 경우 더 공감하거나 아니면 더 실망하거나 둘 중의 하나이겠지만, 어쨌든 아미의 처지가 머리로는 이해돼도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 나로선, <싱글즈>처럼 이 영화의 줄거리 역시 몇 년이 지나면 가물가물하게 잊혀질 것 같다.

<서프라이즈> 이후 6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김민희의 연기력은 '재발견'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꽤 농익었다. 이 영화는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에서 김민희의 존재감이 가장 확실히 드러난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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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는 멀리있지 않다. 영화 속 생활의 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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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턴트맨의 죽음

3M 푸로덕숀 2008. 1. 17. 00:5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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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맨을 꿈꿨으나, 길을 찾지 못하던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모 음반회사에 지원을 했고, 다행스럽게도 합격을 했습니다. 세탁소에서 찾아온 '날선' 양복을 매만지며 내일의 첫출근을 준비하던 그에게 운명처럼 '서울액션스쿨 1기 모집공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양복을 입은 채, 서울액션스쿨로 향한 그는, 정두홍감독의 낙점을 받아 드디어 스턴트맨의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음반회사에 대한 미련 따윈 없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길이기에, 집에는 음반회사를 포기했노라고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 채, 두 달간 출근하는 양, 양복을 입고 서울액션스쿨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다른 배우들 처럼,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지도, 관객들이 알아 주지도 않는 일이지만, 그저 묵묵히 치열하게 얻어 맞고, 목숨을 걸고 뛰어 내렸더니, 어느덧 무술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된 스턴트맨 지중현. 

웃긴 고양이님과 함께 그를 만난 건, 지난 2005년입니다. '스턴트맨의 훈장'을 얼굴 이곳 저곳에 달고 있던 그는 수줍게 웃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얼굴을 온전히 드러내는 게 힘들다며 어색한 미소를 머금던 스턴트맨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서울액션스쿨 출신인 정병길 감독이 만드는 독립영화 '우린 액션배우다'의 조연출로 부터 지난 2005년에 촬영한 지중현씨와의 인터뷰 자료를 구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스턴트맨들의 삶을 다루는 그 영화에 지중현씨의 얘기를 담고 싶은데, 그와는 더이상 인터뷰를 할 수가 없어서 저희의 자료가 꼭 필요하답니다. 그리고, 전해진 비보.

지난 연말, 스턴트맨 지중현은 촬영장으로 이동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린 액션배우다'의 제작진은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죠. 온몸으로 영화를 사랑했던 한 스턴트맨이 신문에 기사 한 줄 남기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항상 감춰진 삶을 살아야만 했던 그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이것 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故 지중현 생전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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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3M흥업에 올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리뷰에 감히 300만 흥행 베팅을 해 놓은 입장이니, 안그래도 <우생순>의 오프닝 스코어가 기다려지던 참이었다. "틀리면 1년간 영화 리뷰를 쓰지 않겠다"는, 나름 농반진반의 장담에, 정색하고 '발언에 책임지라'는 분들이 계셨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

2008/01/01 - [영화 이야기] - <우생순> 대박날 것 같은 예감

그런데 묘하게도, 처음엔 이런 장담을 고깝게 보신 분들이 '안될 것 가지고 너무 장담하는 거 아니냐'는 냉소의 분위기였는데, 개봉이 다가 오니까 '어차피 흥행할 영화에 편승해 유명세 올릴 생각 아니냐'고 따져 물으시는 분까지 나왔다. 나로선 차라리 후자 쪽의 목소리가 훨씬 더 안심 된다. 농반진반이라도 한번 내뱉은 말, 다시 주워 삼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틀리면 기필코 1년 동안 영화 리뷰를 쓰지 않을 결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매우 주관적이고 편파적일 수밖에 없는 이 박스오피스 기사(혹은 잡문)는, <우생순>이 썩 괜찮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데 대해 사뭇 '므흣'한 미소를 지으며 작성하고 있음을 미리 밝힌다.

임순례 감독의 <우생순>이 첫 주말 전국 76만 5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서울에서 주말 사흘동안 19만 6천여 명. 이 정도면 흥행을 예감하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는 오프닝이다. 인터넷을 통해 감지되는 초반 관객들의 입소문도 꽤 좋은 편이다. 그래도! 명색이 기자인데 조금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겠다. 지난해 이즈음 개봉해 300만 관객을 돌파한 <그놈 목소리>가 첫 주말 140만 관객을 동원한 전례와 비교하면 초반 폭발력이 아주 세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놈 목소리>의 경우, <무방비 도시>라는 대형 경쟁작과 맞붙은 <우생순>과 다른 상황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는 있겠지만, 어쨌든 흥행은 과정이 아닌 결과다. <우생순>이 300만 고지를 밟기 위해선 초반 입소문의 위력이 롱런 흥행으로 이어지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뒤를 이은 작품은 김명민과 손예진이 호흡을 맞춘 범죄 액션 영화 <무방비 도시>다. 순위는 2위지만 전국 관객 54만 7천 명이면 나쁘지 않은 오프닝이다. 손예진의 팜므 파탈 변신에 거는 관객들의 기대가 나름 컸다는 얘기다. 당연한 소리지만 입소문의 향방이 향후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미스트>는 서울 6만, 전국 24만 6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 3위에 올랐다.  스크린수 면에선 함께 개봉한 디즈니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보다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선전한 셈이다.

이밖에 전주 1위에 올랐던 애니메이션 <꿀벌 대소동>이 방학 특수를 활용해 79만 명까지 전국 관객을 늘렸고, <황금 나침반>은 289만 명의 전국 누계를 기록, 연말 판타지로서 '기본'은 했다. 어쨌든 연말 연시 개봉작 가운데서는 최고 흥행 기록이다.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2008.1.11~13)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서울/전국)      서울 주말     전국 누계
===========================================================================
1위  우리생애최고의순간       101/440                196,000       765,700
2위    무방비 도시             72/358                123,000       547,000
3위     미스트                 43/186                 60,100       246,800
4위    꿀벌대소동              50/222                 59,000       796,000
5위   마법에 걸린 사랑         58/250                 57,400       1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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