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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다. 변신 완구 로봇(or 외계 생명체)의 'Saving Planet(지구 구하기)' 프로젝트 <트랜스포머>가 단숨에 400만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 6월 28일 개봉 이후 불과 11일만에 모은 전국 누계 관객수는 418만 1천 명! '꺽' 소리가 절로 나는 스코어다. 지난해 여름 <괴물>이 2주차에 672만 명을 모으는 괴물같은 흥행세를 기록한 뒤로 1년만에 나온 2주차 최고 흥행 기록이다.

이건 앞서 초대박 기선 제압에 성공한 바 있는 두 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3>와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를 한참 앞지르는 속도다. 두 영화 모두 개봉 2주차 전국 누계를 380만 명 대에서 끊은 바 있지만, 같은 기간에 그것을 40만 명 가까이 앞지른 셈이다.

이 점이 흥미롭다. 시작은 앞선 두 영화에 뒤지는 비교적 소박한 것이로되(싹쓸이 흥행이라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지만), 갈수록 흥행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니, 이 정도라면 이번주 출격하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은근히 쫄만한 기세다. 어른 다 된 꼬마 마법사는 속으로 후회하고 있을지도. '으이, 씨..이럴 줄 알았으면 일본 말고 한국가서 정킷 행사 할걸!'

자, 이번주 박스오피스 얘기는 여기까지다. 뭐 그리 싱겁게 끝내냐고? <트랜스포머> 얘기밖에 더했냐고? 진정으로 궁금하신가? 한 영화가 전체 관객의 70%를 꿀꺽하는데, 다른 영화 스코어 말하자니 맥 빠지고, 분석하자니 의미 없다. 이런 거 탓하면 저잣거리에선 시장 논리라고 지청구다. 시장 논리에 돌 맞을까 싶어 입 다문다. 그밖의 이야기는 아래 도표로 대신한다.


순위       작품명           배급사     스크린수       서울주말         전국누계
=====================================================================
1위       트랜스포머         CJ           650            451,000         4,181,000
2위         검은집             CJ           276             48,000          1,274,000
3위         디센트            롯데          188             33,800            134,000
4위        오션스13          워너          171             32,600         1,391,800
5위          택시 4        스튜디오2.0    152             24,800           106,300


*순위권 밖 주요 영화들이 기록한 7월 8일까지의 전국 누계는 다음과 같다.

<슈렉 3> 2,781,000
<황진이> 1,265,600
<밀양> 1,700,500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4,95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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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늦겨울에 나는 외가 친척들이 살고 있는 광주를 다녀 왔다. 그 때 나는 12살이었고, 사촌 형들은 시내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한 겨울의 광주는, 서울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지만 사람들은 정이 넘쳤다. "워메~서울 도련님이 광주 나들이 오셨당가!" 이모와 그의 친구들은 내 엉덩이를 함부로 두드리며 걸쭉한 남도 사투리로 농을 일삼았다. 서울에서 어쭙잖게 깍쟁이 기질만 익혀온 나로서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나는 그 살가움의 진심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리진 않았다. 이모의 아들은 시내 극장에서 용이 하늘에서 막 싸우는 영화를 보여줬다. 뒤이어 동시상영된 영화는 살빛이 난무하는 에로영화였는데, 그때까지도 난 사촌형이 왜 나를 데리고 극장에 왔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광주는 내게 외가가 있는 동네이고, 고단한 일상에서도 큰 소리로 농을 던지는 사람들이 사는 고장으로 각인됐다. 그해 늦봄, 이런 나의 기억이 거짓이었다는 듯, 신문과 방송이 살풍경의 광주를 비추기 시작했다. 그곳이 폐쇄되었으며(사실은 고립이었지만), 폭도들이 날뛰는 지옥으로 변했다는 거다. 신문에는 희뿌연 연기 속에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돌과 각목을 들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폭도들이 총을 탈취해 광주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뒤이었다. 순간, 사촌형들과 이모가 떠올랐다. 그들이 폭도였단 말인가!

세월이 조금 지난 뒤 나는 말을 아끼는 사촌형들로부터 아슴프레하게나마 그날의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증언에 흔쾌하게 귀를 열지는 않았다. 신문과 방송이 감히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철썩 같이 믿었고, 머리 벗겨진 대통령 각하께서 무슨 깡패 새끼도 아니고, 자기 국민을 상대로 마구 총질을 해댔을 리도 없다고 믿고 싶었다. 그냥 그렇게 믿어 버렸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는 교정에서 사진전을 통해 그날의 참혹함을 목격했다. 곤봉에 맞아 도저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으깨어진 얼굴, 총에 맞아 반쪽이 날아가 버린 얼굴...그렇게 죽거나 다친 무고한 시민이 수 천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80-90년대를 살아온 지식인들에게 80년 5월의 광주는 헤어날 수 없는 가위눌림이었고, 씻을 수 없는 원죄였다. 광주에 대한 그들의 거대한 부채감은, 87년 절정을 이룬 학생운동의 기폭제가 됐으며, 문인이나 예술가들도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들의 발언은 조심스러웠다. 함부로 광주를 말할 수 없었던 정치적 환경도 그랬거니와  광주를 당당하게 불러내기 어려울 정도로 내재된 죄의식이 컸기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광주로부터 시작해 한국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89년 <오! 꿈의 나라>가 대학가를 돌며 상영됐을 때, 나는 흥분했다. 경찰이 이 영화의 상영을 막기 위해 최루탄을 쏘며 학교로 쳐들어올 때 나는 그들을 향해 돌을 던졌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를 보진 못했다. 장선우가 96년작 <꽃잎>에 이르러서야 어린 미친년을 통해 그날의 상처를 핥았다. 이창동은 99년작 <박하사탕>을 통해 상처를 불러 냈다. 플래시 백을 통해 현재로부터 80년 광주까지 나아가는 이 영화는, 한국사회에서 보편과 상식, 인간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파괴시킨 계기로써의 광주를 회고한다. 나는 역시 흥분했지만, 왠지 뒤가 구렸다. 이건...먹물들의 자조가 아닌가.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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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시사회를 통해 <화려한 휴가>를 봤다. 한 여름에 개봉하는 블록버스터로 잔뜩 뻥뛰기가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상처를 27년만에 처음으로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내내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래서 나는 신파적 설정이니, 대중영화로서의 관습이니 하는 얘기들을 이 영화에다 함부로 갖다 붙일 수 없다는 것을 먼저 고백해야 겠다. 그저 80년 광주가 이렇게 살아서 스크린 위에 '비극의 스펙터클'로 재연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직업적 평정심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말한다면 <화려한 휴가>는 5월 광주를 21세기 대중 앞에 불러 내는 데 있어, 지금까지 가장 '비먹물적'(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인 전략을 택한 영화다. 인물들은 정형화돼 있으며, 실화에 근거하고는 있지만 듬직한 택시 기사 청년(김상경)과 수더분하고 매력적인 간호사(이요원)의 멜로 라인을 중심에 둔 드라마 역시 매우 상업 영화적이다. 그럼에도 나는, 계엄군이 이들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고,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으로도 충분히 눈물이 난다. 그럼에도 나는, 시민군이 끝까지 도청을 사수하려다 하나씩 죽어가는 장면에서 눈물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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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영화 속의 그 위대한 광주 시민들은, 유독 주요 인물들만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이걸 흥행을 염두에 둔 대중 영화로서 보편성을 얻어내기 위한 설정이라고 쳐도, 당대 혁명적 광주 시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언어(사투리)의 변조는, 나에겐 광주 정신에 대한 일말의 모욕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용서가 되는 이유가 있다. 얼마전 <화려한 휴가>의 예고편이 극장에서 상영되는데 20대 초반의 두 젊은이가 하는 얘기를 엿들었다. "저거 뭐야? <실미도> 같은거야?" 누군가에겐 씻을 수 없는 원죄였던 27년 전의 그 사건이 시나브로 잊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마지막, 이요원이 연기한 젊은 간호사는 차를 타고 다니며 확성기로 절규한다. "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대박을 기원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뿐 아니라, <화려한 휴가>도 대박이 나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광주를 제대로 기억에 담았음이 증명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사회로 거듭났음이 입증되는 것이다. 나는 자꾸만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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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일요일, 도봉산에 가다!

별별 이야기 2007. 7. 3. 14:4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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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도봉산에 갔었다. 장마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아침이었지만, 대수겠나 싶은 치기가 발동하셨다. 어머님의 전문용어를 빌리자면, 미친거다.
그래도 완전히 미치진 않았는지, 유능한 셀파 한 명을 섭외하기에 이른다.
바위선생에게 전화를 했다. "형 도봉산 갑시다"
암벽을 가르쳐준 그 바위선생은 "와이 낫"을 외친다. 어차피 비가 퍼붇는 날씨에 바위는 무리니 왠 쾌냐 싶었을 것이다.

9시 30분, 도봉산 입구 만남의 광장, 공식 명칭 포돌이 쉼터(인 것 같다... --)에서 미친 인간 둘이 도킹했다. 위로가 되는 건, 우리 둘 말고도 꽤 멀쩡해 보이는 미친 인간들이 많이 보였다는 것.
비를 맞으며 하는 산행은 칼로리 소비가 많다나 뭐라나, 탄수화물 비축을 위해 막국수 두 그릇 먹어 주신다. 아울러 건강을 위해 등산한다는 5공 표어같은 편견(!)에 저항코자 담배 한 대 맛나게 빨아주시고. 드디어 도봉산 매표소를 거쳐 첫 목적지 우이암으로 출발.

비온다. 집을 나설 때부터 알았지만, 비 겁나게 온다.
사우나 냉탕에서 물맞는 기분으로 걸었다.
사실 바위선생을 부를 때, 은근한 기대가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산행을 통해 단련된 나의 강건한 하체를 보여주리라, 그리하여 한 명의 당당한 산악인으로 대우(!) 받으리라, 이런 기대 말이다. 그러나, 상대를 잘 못 골랐음이 곧 판명되었다.
초장부터 러닝 수준으로 끌고 올라가는 바위 선생의 페이스에 한 시간도 되기 전에 떡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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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호프먼의 die hard '마라톤맨'

자존심을 지키고자 죽을 힘을 다해 따라 붙었지만, 헉헉거리는 숨소리에 고갈난 체력은 뽀록나 버리고, 영화 <마라톤 맨>에서 로렌스 올리비에에게 고문 당하는 더스틴 호프먼 같은 나의 항복 선언, "형 좀 쉬었다가자 쉬었다..."
바위 선생은 숨겨둔 이야기를 꺼낸다. 지난 겨울 내내 빙벽을 타셨고, 최근엔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을 종주로만 뛰셨다는.
이건 마치 존 콜트레인에게 잼 배틀에서 패한 색소포니스트 소니 롤린스가 10년 가까이 은둔 수행 후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재대결을 펼쳤지만, 그 사이에 존 콜트레인은 십취월장(이런 단어가 있나 모르겠다... --)한 기량이었다는, 재즈사의 슬픈 우화같다.
 


승부를 포기하니, 산이 보였다. (그거라도 건져야 하지 않나?)
구름이 잔뜩 몰려든 우이암 정상은 서유기에 나오는 화과산의 모습이다. 물론 화과산엔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산둥성의 태산이란다) 가 본 적 없지만, 그렇다는 얘기다.
패자의 여유가 익숙해지자 비소리가 실로폰 소리로 들렸다. 게리 버튼이 내한공연에서 들려준 비브라폰 소리와 흡사하다. 자연은 위대한 음악가보다 뛰어나다... (아쭈~)

걷는다. 그냥 걷는다. 그게 좋아서.
등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물어 온다. 올라갔다 내려올 걸 왜 가냐고? 낸들 알겠나? 세계 최초로 8000m 14좌를 한 라인홀트 메스너도 고작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간다'라는 선사상만 전파했을 뿐인데.
그래도 준비된 대답은 있다. 좀 더 형이하학적인 걸로. "갓난아기 때 절에 맡겨져 평생을 스님으로 산 분에게 고기맛을 설명 할 수 있겠나? 고기맛을 알고 싶으면 고기를 먹고, 산이 알고 싶으면 산에 가봐라" (명답이다...--)

산에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장마 시즌 본분에 충실한 빗줄기는 하늘에 빵꾸 난 듯이 그칠줄 모른다. 4시간 쯤 그 비를 맞으며 걷다보니 어느덧 하산길이다. 우이동 유원지길로 내려오자 빗방울이 가늘어진다. 얄미운 자식들...
문득 욕심이 생긴 바위선생이 한 마디 던진다. "북한산으로 넘어가자"
엄두가 안난다. 졸렬한 나의 대답. "형, 이건 등산이지 투쟁이 아니라구"
... 아! 비겁, 비굴하다. '비굴은 나의 것'
눈치 없는 바위선생의 후속 질문. "어디 그래서야 히말라야 트랙킹 가겠어?"
일관성 있는, 게다가 독창성까지 겸비한 나의 비굴, "히말라야에 가려면 오늘 죽으면 안되잖아..."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이 한 잔이 열 잔이 되고, 열 잔이 여러번 돈 후에 집으로 향했다.
술기운에 절어 버스에서 졸다 깨다 이 날의 주제곡을 선정했다.
폼나게 레인보우의 곡 <Man on the silver mountain>. 선정의 변, '언젠가 히말라야에 갈거니까'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 아무리 뒤져도 레인보우 앨범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급 변경, 그 날의 빗소리를 들려드리고자 이미배의 <당신은 안개였나요>가 수록된 앨범의 끝 곡, <소나기>. 그러나, 착각했나부다. CD가 아니라 LP라 MP3 전환이 매우 귀찮다.

그래도 명실공히 이 블로그의 음악 담당이니, 어찌 한 곡 안 올리고 가겠는가!
본문과는 아무 상관없는 곡이지만, 머리 속 복잡할 때는 산이 최고요, 그 다음은 재즈다.
재즈 중에서도 대책없이 펑키한 곡이면 더욱 좋다.
장마 끝나고 다가올 휴가, 그러나 여름 휴가비 없어 심란하신 분들에겐 산을 권한다. 물론 별 기대 안한다. 블로그 글 하나 보고 산에 갈 용기내기 힘들다... 그래서 펑키한 재즈 한 곡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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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준다, 펑키재즈 Soulive

소울라이브(Soulive)의 <Doin' something>이다. 재즈에 헤드뱅잉하는 오르가즘을 느껴보시라.
(2006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도 왔다 가신 분들이다. 그러나 팝 칼럼니스트는 늦게 가서 못 봤다... --;;)
 

* 첨부되었던 음원은 삭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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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말고는 얘기할 게 없는 극장가다. 예상대로 싹쓸이다. 당장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첫 주말 서울에서  48만 명, 전국 누계는 185만 9천 명이다. 폭발적이라는 수사 외에는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5월 초 개봉해  255만 9천여 명을 첫 주말에 불러 모았던 <스파이더맨 3>나 5월 24일 개봉, 271만 명을 동원했던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의 오프닝 스코어에는 왕창 못미치는 기록이다.

사실 세 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오프닝 스코어를 수평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스파이더맨 3>는 어린이날 특수를 톡톡히 누린데다 4월 비수기에서 탈출하려는 극장들과 배급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816개라는 전무한 규모의 스크린을 확보했고, <캐리비안의 해적> 역시 912개 스크린이라는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를 펼친 데 반해, <트랜스포머>의 650개 스크린은 차라리 수줍어 보인다(물론 <검은집>이나 <슈렉>등과 스크린을 배분해야 하는 CJ의 라인업 사정이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주말 사흘동안의 서울 관객수만을 비교해 본다면 <트랜스포머>가 <스파이더맨 3>보다 오히려 2만 8천여 명 정도 더 많고,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의 서울 오프닝 관객수(47만 4천여 명)도 웃도는 수준이다. 전야제 등 공식 개봉일에 앞서 프린트를 서둘러 영사기에 건 극장 관객수를 제외하고 주말 사흘동안의 전국 관객수만을 비교해 보면 이렇다. <트랜스포머> 154만 명, <스파이더맨 3> 168만 명,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161만 명.

<트랜스포머>에 대한 초기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라고 말하면 마니아들에게 돌 맞을 일이고 일단은 전폭적이다. 10명 중 9명은 기깔나게 재밌다고 침을 튀기는 수준. 다만 중반 이후 살짝 김이 샌다는 얘기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니 앞으로의 흥행 추이는 조금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이런 초반 끗발이라면 <스파이더맨 3>와 <캐리비안의 해적>에 필적할만한 흥행세를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다음 흥행 바통을 이어 받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개봉할 때까지 아직 열흘 가까이 남았으니 그 때까지는 <트랜스포머>의 무주공산 초토화가 계속될 게 분명하다.

이제 500만 클럽은 할리우드의 전유물이 되는건가. '원래 저 스코어는 우리들만의 것이었는데...'하며 마른 침만 꼴깍 삼키는 한국영화의 표정이 처량하다. 어렵사리 100만을 넘긴 <검은 집>이 외로이 위안이 되고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배급사 CJ의 맹활약이다. 비록 할리우드 제휴사 드림웍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여름 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데다, 최근 최대의 라이벌 배급사 쇼박스가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등의 배급권을 CJ로 넘기기로 한 정황으로 봐선, CJ가 올 여름을 통과하며 더욱 견고한 배급 시장의 우위를 확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CJ의 일등주의가 무서운 건지, 전반적인 불황기에 접어든 시장 상황을 보며 쇼박스가 슬쩍 발을 뺄 채비를 하고 있는건지,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어쨌든 조만간 배급시장의 판도가 요동칠 것 같다.

덧붙임) 아래 도표에 왜 4위까지만 표시돼 있냐고 볼멘 소리를 하실 분들 계실 거다. 5위 아래로는 모두 1만 명 이하 관객수를 동원했기 때문에 크게 변별력이 없는데다 손도 아프고 해서 포기했다.
 
순위      작품명          배급사        스크린수          서울주말            전국 누계
=============================================================================
1위      트랜스포머        CJ             650                488,000             1,859,000
2위        검은집            CJ             295                67,000              1,001,000
3위      오션스 13         워너           180                 45,700              1,256,600
4위        슈렉 3            CJ             267                 22,000              2,679,000



*순위에 포함되지 않은 주요 한국영화의 7월 1일까지 누계 관객은 다음과 같다.
<밀양>  167만 7천 명
<황진이> 124만 8천 명
<두번째 사랑> 8만 4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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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도 잇신의 <황색눈물>을 봤다. 알려진대로 청춘의 이야기다. 각자의 꿈을 갖고 상경해, 좁은 단칸방에서 얽히고설키며 살아가는 다섯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다. 일본인들에겐 좋았던 쇼와 시대의 향수를 자극할 법한 이 영화는, 한국의 젊은 감독 정재은이 <고양이를 부탁해>와 <태풍태양>에서 탁월하게 묘사한 바대로, 에너지 과잉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청춘의 그늘을 비춘다.

그것을 두 단어로 압축한다면, 가난, 그리고 지루함일 것이다. 청춘은, 에너지는 넘치되 돈이 없어 그 에너지를 묶어 놓아야 하는 처량한 시기이다(물론 돈 많은 부모 덕 보는 캥거루 족은 예외다). 꿈은 하늘을 펄펄 나르되, 세공되지 않은 꿈이기에 현실화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 뛰쳐 나가고 싶으나 방향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시기, 청춘은 그렇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출하자니 꿈이 운다. 네 명의 백수 청년 중 세 명이 눈물을 머금고 꿈꿀 자유를 포기하는 순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도 영화이거니와, 이 영화에 캐스팅된 다섯 젊은이들은 일본의 인기 그룹 '아라시'의 멤버들이다. 극중 그래도 현실적인 삶을 일구는 역할로 등장한 마츠모토 준이야 <고쿠센>이나 <너는 팻> 등의 TV 드라마를 통해 이미 폭넓은 팬층을 확보한 친구고, 만화가 지망생이자 단칸방의 주인인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인 꽃미남 가운데 꽃미남이다. 오노 사토시, 사쿠라이 쇼, 아이바 마사키까지 썩 훌륭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담백하게 자기 역할을 소화해 내는 걸 보니, 아이돌 그룹이 '아이돌'(발음기호대로 제대로 발음하면 '아이들'이 맞다)에만 머물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해 보인다. 더욱 가상한 것은 이들이 출연한 이 작품이, 우리로 치면 저예산 독립영화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거다. 실제로 <황색눈물>은 일본에서 와이드릴리스가 아닌 소규모 장기 상영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영화의 미덕을 칭송하기에 앞서, 나는 이런 점이 부럽다. 이를테면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까? 만약 출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배우 개런티 뿐 아니라 특급 연예인들의 거품 출연료가 요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들이 자유주의 경제원리에 따라 많은 돈을 받아가는 걸 원칙적으로 뭐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들의 활동상이 적어도 문화라는 단어로 포장돼 있는만큼 대중을 경제원리로만 설득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거기에는 '정서'라는 아주 중요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런티로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일부러 찾아서 하는 일이다. 솔선수범 최소의 개런티로 작은 영화들에 출연해보라. 그럼 다른데서 돈을 아무리 많이 번들, 굳이 토를 달려는 목소리는 잦아들 것이다. 이런 걸 두고 우리사회에선 참으로 기대난망인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들 부르는데, 굳이 그런 개념까지는 아닐지라도 그건 해당 배우나 연예인의 내공과 생명력을 길러 줄 터이니 본인들에게도 나쁠 게 없을 것이다. 이미지 세일즈를 통한 반짝 인기에 영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재능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면 대중 문화의 품격이 높아진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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