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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도 잇신의 <황색눈물>을 봤다. 알려진대로 청춘의 이야기다. 각자의 꿈을 갖고 상경해, 좁은 단칸방에서 얽히고설키며 살아가는 다섯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다. 일본인들에겐 좋았던 쇼와 시대의 향수를 자극할 법한 이 영화는, 한국의 젊은 감독 정재은이 <고양이를 부탁해>와 <태풍태양>에서 탁월하게 묘사한 바대로, 에너지 과잉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청춘의 그늘을 비춘다.

그것을 두 단어로 압축한다면, 가난, 그리고 지루함일 것이다. 청춘은, 에너지는 넘치되 돈이 없어 그 에너지를 묶어 놓아야 하는 처량한 시기이다(물론 돈 많은 부모 덕 보는 캥거루 족은 예외다). 꿈은 하늘을 펄펄 나르되, 세공되지 않은 꿈이기에 현실화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 뛰쳐 나가고 싶으나 방향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시기, 청춘은 그렇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출하자니 꿈이 운다. 네 명의 백수 청년 중 세 명이 눈물을 머금고 꿈꿀 자유를 포기하는 순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도 영화이거니와, 이 영화에 캐스팅된 다섯 젊은이들은 일본의 인기 그룹 '아라시'의 멤버들이다. 극중 그래도 현실적인 삶을 일구는 역할로 등장한 마츠모토 준이야 <고쿠센>이나 <너는 팻> 등의 TV 드라마를 통해 이미 폭넓은 팬층을 확보한 친구고, 만화가 지망생이자 단칸방의 주인인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인 꽃미남 가운데 꽃미남이다. 오노 사토시, 사쿠라이 쇼, 아이바 마사키까지 썩 훌륭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담백하게 자기 역할을 소화해 내는 걸 보니, 아이돌 그룹이 '아이돌'(발음기호대로 제대로 발음하면 '아이들'이 맞다)에만 머물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해 보인다. 더욱 가상한 것은 이들이 출연한 이 작품이, 우리로 치면 저예산 독립영화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거다. 실제로 <황색눈물>은 일본에서 와이드릴리스가 아닌 소규모 장기 상영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영화의 미덕을 칭송하기에 앞서, 나는 이런 점이 부럽다. 이를테면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까? 만약 출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배우 개런티 뿐 아니라 특급 연예인들의 거품 출연료가 요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들이 자유주의 경제원리에 따라 많은 돈을 받아가는 걸 원칙적으로 뭐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들의 활동상이 적어도 문화라는 단어로 포장돼 있는만큼 대중을 경제원리로만 설득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거기에는 '정서'라는 아주 중요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런티로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일부러 찾아서 하는 일이다. 솔선수범 최소의 개런티로 작은 영화들에 출연해보라. 그럼 다른데서 돈을 아무리 많이 번들, 굳이 토를 달려는 목소리는 잦아들 것이다. 이런 걸 두고 우리사회에선 참으로 기대난망인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들 부르는데, 굳이 그런 개념까지는 아닐지라도 그건 해당 배우나 연예인의 내공과 생명력을 길러 줄 터이니 본인들에게도 나쁠 게 없을 것이다. 이미지 세일즈를 통한 반짝 인기에 영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재능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면 대중 문화의 품격이 높아진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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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체이탈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쉬 영화로 세상을 말씀하시는 까칠한 문투
    매력적이에요~
    왕 공감입니다.
    <황색눈물> 보고 싶었는데 이 글을 보니 더 보고 싶어지네요.
    간판 내리기 전에 빨리 가서 봐야겠어요.

    2007.06.28 23:51
  2. zardo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영화 봤습니다. 너무 앳된 남자배우들 빼고는 다 좋았는데 역시 아이들이었군요 ㅋㅋ. 마츠모토 준은 전형적인 꽃미남으로 치부했는데 연기 잘하더라구요. 마지막 말씀에 특히 공감합니다. csi 길 그리섬 반장으로 나오는 배우는 연극무대로 돌아가려고 몇 편을 일부러 빠졌다고 하더군요. 대한민국에선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일까요?

    2007.07.24 18:13
  3. BlogIcon louboutin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은 죽을걸 알면서도 살잖아 .사랑은 원래 유치한거에요

    2013.04.0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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