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

영화 이야기 2016.07.16 09:34 Posted by cinemAgora

서구영화의 저력을 느낄 때는 <어벤저스> 따위를 볼 때가 아니다. 오히려 <서프러제트>나 <로렐> 같은 영화를 볼 때이다.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다룬 영화다. 

<로렐>은 미국내 동성 결혼 합법화에 커다란 씨앗이 되었던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줄리앤 23년간 경찰 생활을 하다가 불치병에 걸린 레즈비언으로 나오고, 그의 여자 친구로 엘렌 페이지가 나온다. 로렐은 자신이 죽은 뒤 받게 될 연금을 여자 친구에게 주겠다고 하지만 주 정부는 연금 이양은 법적 배우자에게만 허용될 수 있다며 그녀의 요구를 일축한다. 로렐은 폐암과 싸우는 동시에 성적 소수자 권리 모임과 함께 동성 동거인 역시 배우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싸운다. 결국 그들은 승리했고, 뉴저지 주는 2013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으며, 미 연방대법원 역시 2015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전환점이 된 사건들을 영화로 만들고, 그들은 결코 (한국영화처럼!) 실존 인물에게 허구의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다. 역사 발전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 그것 역시 영화의 사명임을 이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내년은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6월 항쟁 30주년이 되는 해다. 과연 한국에서 그걸 다룬 영화가 나올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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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바디 원츠 썸

영화 이야기 2016.07.16 09:33 Posted by cinemAgora

할리우드에는 천재적인 감독들이 득실대지만, 리처드 링클레이터만큼 이견의 여지가 없는 천재는 드물 것이다. 무려 18년 동안 이어진 <비포 선라이즈><비포선셋><비포 미드나잇> 연작 시리즈도 그렇거니와 잭 블랙을 기용한 유쾌한 롹큰롤 영화 <스쿨 오브 락>, 12년동안 찍은 <보이후드>만 보더라도 입이 쫙, 그냥 쫙도 아니고 쫘~악 벌어진다.


이번에 그가 내놓은 신작 <에브리바디 원츠 썸!! Everybody Wants Some!!>을 어제 시사로 보고 또 한번 입이 쫘~~~악 벌어졌다. 1980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막 대학의 야구 선수 신입생으로 입학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함께 숙소를 쓰는 야구팀 멤버들의, 그야말로 '골 때리는' 사흘을 보여주는데, 노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익스트림 버전이라고 할만하다.


방종이 자유로 관용될 수 있는 리비도 과잉의 젊은 마초들이 펼치는 해프닝은 대중문화의 1980년과 결합하며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어 나오게 되는 폭소다.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영화 뿐 아니라 관객조차 제대로 가지고 놀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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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업자득

영화 이야기 2016.07.16 09:31 Posted by cinemAgora

CJ 영화가 맛이 가고 있다. 올 상반기 CJ는 거의 죽을 쑤었다. 박찬욱 감독의 퀴어 포르노 <아가씨>가 손익분기점을 살짝 넘겼을 뿐 흥행 성공이라는 샴페인을 터뜨릴만한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더더욱 최근 개봉한 <봉이 김선달>은 CJ의 시나리오 선구안이 어느 정도로 추락했는지를 보여주는 망작이다. 물론 물량 공세를 퍼부어 첫 주 흥행 상위권에 올랐지만 손실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영화의 힘으로 관객을 견인하는 작품을 명색이 대한민국 1등 배급사는 올 상반기 내내 단 한 편도 선보이지 못했다. 그만큼 한국의 영화 산업 주체들이 '독과점'이라는 안전장치 안에서 느슨하고 게을러졌다는 방증이다. 


돈만 많은 지진아 롯데는 CJ에서 빼앗아온 파라마운트 영화들의 국내 배급권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중이다. NEW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성공에 취해 있는지 맥을 못추고 있다. 


그 사이 할리우드 직배사 20세기 폭스는 나홍진의 <곡성>으로 한국 시장에 연착륙했고, 정윤쳘, 장준환 등의 차기작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김지운을 앞세운 워너 브라더스도 <밀정>으로 여름 시장을 탐내고 있다. 수직계열화와 독과점으로 버틴 한국 메이저들의 10년 체제가 저물고 있다. 이런 걸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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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영화 이야기 2016.07.16 09:28 Posted by cinemAgora

월드워Z+설국열차=좀비열차=부산행


영화 <부산행>은 <돼지의 왕><사이비>등의 묵직한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연상호 감독의 실사 연출작이다. 이 작품을 보고 역시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연출하는 건 다른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온통 좀비가 된다는 설정과 그래서 벌어지는 열차 안의 아수라장은 여러 영화들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그동안 연상호가 그의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독기 어린 '엣지'가 빠져 있다.


<부산행>은 잠재력 있는 창작자가 대자본을 만났을 때, 그리고 대자본의 욕망인 이윤을 구현하려 할 때 어떻게 버벅댈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나는 이 작품이 조지 로메로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을 달리는 KTX로 옮겨 놓은 것에 자본친화적 스토리인 부성 신파를 얹은 거 빼고 뭐가 다른 건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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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셔널 맨

영화 이야기 2016.07.16 09:26 Posted by cinemAgora

우디 앨런의 영화에는 두 종류가 있다. 우디 앨런이 나오는 영화와 그가 나오지 않는 영화.


그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우디 앨런이 나오지 않는 우디 앨런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매치 포인트>를 비롯해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미드나잇 인 파리> <블루 재스민> 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


이번 영화 <이레셔널 맨>에도 반갑게도(!?) 우디 앨런이 나오지 않는다. 호아킨 피닉스가 알콜에 절어 사는 철학과 교수 에이브로 나오고, 그를 흠모하는 여제자 질(엠마 스톤) 간의 로맨틱한 밀당이 오고 가는데, 사실 이건 영화적 포장지일 뿐이다. 우리 앨런이 말하고자 하는 건, 매우 우디 앨런적이어서, 그러니까 칸트를 비롯한 근대 철학을 현실과 괴리된 개똥 철학으로 냉소해 버린다.


에이브 자신이 그렇다. 그는 철학을 가르치지만 철학이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가르친다. 칸트의 정언 명령, 인간이 추구하는 도덕이란 게 얼마나 모순되고 헛된 것인가에 대해 역설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너의 집에 한나가 숨어 있다. 독일군이 들이닥쳐 그녀가 어디에 숨었는지 묻는다. 철학적 가르침대로라면 너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네가 도덕을 행하는 순간, 그녀는 죽는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런데 이렇게 가르치는 에이브조차 반(反)철학적 도그마의 모순 속으로 빠져 든다.


'비 이성적 인간'이라는 뜻의 제목 <이레셔널 맨>은 우디 앨런의 인간관을 직관적으로 대변한다. 한마디로 인간은 아무리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이 선언을 풀어가는 방식은, 역시나 우디 앨런의 화법대로, 매우 고약하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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