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를 떠나 수도에 임하는 자세로, 봄이 올 때까진 절대로 술을 가까이 하지 않겠노라 결심을 했다. 안다. 미쳤다는 거. 하지만 들어보면 조금은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으니 아주 확 미친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방송, 원고료를 위한 글쓰기에 허덕이다 보니 책 한 권 읽을 시간, 음악 앨범 하나 온전히 감상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것도 꽤 오래...
무늬는 분명 팝 칼럼니스트인데 책상엔 듣지 못한 신보들이 산처럼 쌓여간다. 인터넷에서 강박관념으로 구매한 책들은 부족한 수면 보충을 위한 낮잠용 베개와 전시용으로 전락해 있다. 구구절절 늘어 놓아봐야 쪽 팔리기만 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머리를 삭발(!)... 할 수는 없으니 술을 끊자고. 다시 생각해봐도 미친 짓이긴 하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안 그러면 얼마 못 가 연료부족으로 방송이고 글쓰기고 밑천을 드러내게 생겼으니 말이다. 정말 그렇게 되면 생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화 <미드나잇 가든>에 이런 대사가 있다.
"물을 마셔요."
"난 목마르지 않아요."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물은 치료, 목이 마르기 전에 마시는 물은 예방."
명 대사가 아닐 수 없다. 컨텐츠 바닥치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잠시 침거후 공부 좀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블로그 글은 걱정마시라. 아니 오히려 이 쪽 활동엔 가속을 붙여 볼까 생각중이다. 늘어나는 포스팅 속에 본인의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 무지하게 받고 있다. 한 편으론 아이러니다. 이 팀 블로그를 시작할 때, 자유로운 글쓰기(여기서 자유란 주제 제약 없음과 업데이트 의무사항 없음임을 분명히 했었건만)를 표방했었는데, 이젠 좀 알려진 블로그가 되다보니 주변인들이 오프 라인에서 압력을 가해온다. "야! 너 글 안쓰냐?" 뭐, 이런 식으로.
다음주 쯤 올릴 포스팅 하나 예고하고 간다. 그렇다고 거창한 것은 아니고, 좀 늦은 감은 있지만, 2007년 가요계의 간략한 결산과 2008년의 암울한 전망에 관한 것이다. 기대하시라~! --;
P.S.
블로그의 음악 담당으로 크리스마스 공식 지정곡 이후 신년 맞이 음악에 골몰했었다. 그러나 장고 끝에 악수 나온다고 골라온 곡이 그리 신통치는 않다.
아일랜드의 천재 뮤지션 밴 모리슨의 곡 <Moondance>의 마이클 부블레 리메이크 버전이다. 포스팅을 통해 혹평을 날렸음에도 극장가에서 롱런중인 황당한(!-그 이유는 <어거스트 러쉬> 그렇다고 음악은 훌륭해?>에서 이미 밝혔었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도 이 곡의 테마가 편곡되어 담겼었다. 원곡을 올리고 싶었으나 빈약한 anyBGM의 레퍼토리론 방법이 없다는 점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아무튼 경쾌한 스윙 재즈풍의 음악이 정월 대보름날 어깨춤 추며 듣기에 그럭저럭 괜찮다. 즐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