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중>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걸 두고 적지 않은 언론들이 한국영화의 1위 탈환을 흥분 섞인 목소리로 전할 건 안봐도 VOD다. 그만큼 최근 한국영화가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기에 11주만의 정상 등극 그 자체로 뉴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박스오피스가 충무로와 할리우드 사이에 뺏고 빼앗기는 깃발 싸움의 풍경으로만 단순화될 때, 다른 불합리함은 슬쩍 가려지기 마련이다.
뭔 소리인고 하니, <강철중>은 물경 650개에 이르는 전국 스크린수를 확보한 상태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2년전 <괴물>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촉발시켰을 때와 비슷한 배급 규모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이번에는 '스크린 독과점' 얘기가 쑥 들어갔다. 한국영화의 비상 사태이니 다 괜찮다는 얘기일까? 그 많은 언론 가운데 어느 한 군데에서라도 문제 제기가 나와줘야 정상 아닌가? 이렇듯 문화와 애국이 만났을 때 모든 비판 의식이 정지되는 게 당연한 노릇인가? 올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스크린을 독식할 경우에도 그럴지 두고 볼 일이다.
그 뿐 아니라 <강철중>과 강우석 감독이 마치 충무로의 구원투수라도 된 것처럼 그와 그의 영화의 성패에 한국영화의 명암이 달린 듯한 분위기로 몰고 가는 풍경도 보기에 딱하다. 과연 <강철중>의 흥행 성공은 충무로를 늪에서 건져 올릴까? 물론 분위기학적인 측면에서는 흥행하지 않는 것보다야 날 것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분위기일 뿐이다. 한국영화를 침체의 함정에 빠뜨린 구조적인 모순, 즉 부가 판권 시장의 궤멸 상황과 독과점적인 유통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이상, 한 두 편의 영화가 대박을 터뜨렸다는 게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할 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차갑게 말해, 올 상반기 <우생순>과 <추격자>의 대박이 한국영화를 구원하지 못했던 것처럼 <강철중>의 흥행은 단지 강우석 감독과 이 영화의 투자자들에게 돈을 벌어다줄 뿐이다. 이미 영화계 내 분석가들은 한국영화가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장 하반기에 극장에 풀 한국영화가 거의 씨가 말랐다.
한편, 요즘 극장 경기나 한국영화 상황에 영화계 전체가 울상일지라도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특히 <강철중>의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요즘 표정 관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언맨><인디애나 존스 4> <쿵푸 팬더>에 이어 <강철중>까지 5월 이후의 배급작들이 하나 같이 연전 연승이니 왜 아니겠는가. 경기가 바닥권일지라도, 시장이 양극화되더라도 돈 벌 집안은 번다. 그리고 있는 집안이 돈 번다.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2008.6.20~22)
순위 작품명 배급사 서울주말 전국누계
=============================================================================
1위 강철중 CJ 328,000 1,412,000
2위 쿵푸팬더 CJ 192,000 3,294,000
3위 인크레더블 헐크 UPI 54,000 888,000
4위 겟스마트 워너 41,300 111,200
5위 섹스 앤 더 시티 시네마서비스 38,210 961,536
6위 21 소니 20,680 65,780
7위 둠스데이:지구 최후의 날 청어람 14,200 64,300
8위 해프닝 폭스 11,910 358,290
9위 인디아나 존스 4 CJ 9,500 3,993,000
10위 라스베가스에서만... 폭스 4,080 747,340
*순위는 서울 관객수 기준
순위 작품명 배급사 서울주말 전국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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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강철중 CJ 328,000 1,412,000
2위 쿵푸팬더 CJ 192,000 3,294,000
3위 인크레더블 헐크 UPI 54,000 888,000
4위 겟스마트 워너 41,300 111,200
5위 섹스 앤 더 시티 시네마서비스 38,210 961,536
6위 21 소니 20,680 65,780
7위 둠스데이:지구 최후의 날 청어람 14,200 64,300
8위 해프닝 폭스 11,910 358,290
9위 인디아나 존스 4 CJ 9,500 3,993,000
10위 라스베가스에서만... 폭스 4,080 747,340
*순위는 서울 관객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