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정은 일단 기선 제압에 성공했던 <더 게임>도 다르지 않다. 첫 주말 호기심 관객들의 낙점을 받아 1위에 오르긴 했으나 그 기세를 연휴 기간까지 이어가지 못한 채 129만여 명의 관객 동원에 그쳤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 <라듸오 데이즈> 역시 연휴 기간 초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각각 53만여 명과 25만여 명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제출하게 됐다.
결국 아무도 승리하지 못한 설 연휴, 명절까지 뒷심을 이어가며 400만 명을 눈앞에 두게 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어부지리를 톡톡히 누린 셈이 됐다. 신작 가운데 딱히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판단한 관객들이 입소문이 괜찮은데다 화제까지 몰고 있는 <우생순>을 ‘안전하게’ 선택한 결과다.
곧잘 영화 산업을 A매치 축구 경기와 혼동하는 일부 언론들이 순위 상위권에 한국영화가 줄줄이 매달려 있는 겉모양에만 현혹돼 '한국영화의 부활'을 운운하고 있지만, 보시는대로 설 연휴 극장가를 통과한 한국영화의 성적은 처참할 지경이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이익을 남긴 영화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영화는, 이 절호의 기회조차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지 못했으니, 다분히 자초한 결과다.
설 연휴에 앞서 우려한 바 대로(설 연휴 극장가, 대어가 없다!) 명절 특수마저 무소용이 된 것은 지나치게 많은 영화들이 한꺼번에 쏠린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명절 대목에 걸맞는 스케일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기대작을 생산해 내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고만고만한 작품들끼리의 도토리 키재기였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이번 주말 개봉하는 <추격자>의 뚜껑을 미리 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사후약방문적 생각까지 품게 된다.
설 연휴 한국영화 동원 관객수(근사치)
작품명 서울연휴(6,7일) 서울주말(8,9,10일)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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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연애중 61,100 133,000 761,600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67,500 122,900 3,904,400
원스 어폰 어 타임 55,100 117,800 1,187,100
더 게임 66,400 115,500 1,295,100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20,500 36,000 530,000
라듸오 데이즈 10,700 22,900 253,200
마지막 선물 15,800 32,700 22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