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았으면 <트랜스포머> 급의 대우를 받았을 비주얼의 향연 <트론>을, 영구와 심형래가 압도하고 있다. 보고 싶어 보는 사람보다 '봐주러' 가는 사람이 더 많은 듯 하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것은 '좋은' 현상인가.
심형래는 실제로는 강력한 문화 권력이면서 스스로를 주변부적 인물로 포지셔닝하는 역설적인 아이콘이다. '코미디언 vs 주류 영화계, 한국 vs 할리우드'라는 프레임은, 그를 '도전하는 약자'로 위치지으며 관객들의 강력한 동일시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심형래적 전략의 핵심은, 중심부에 대한 주변부적 동경을 활용(박진영의 방법론)하는 게 아니라 중심부적인 것을 슬쩍 차용해 주변부를 공략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실체와 상관없이 미국이라는 시장을 오르고 싶은 나무가 아니라 이미 올라가 놀고 있는 나무처럼 보이게 한다.
영화라는 콘텐츠로부터 무엇을 얻을 것이냐보다 영화 비즈니스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관람 선택을 하게 만드는 이는 대한민국에서 심형래가 유일하다. 어떤 측면에서 그것은, 그다지 문화적인 풍경이 아니다.
문화적이지 않다는 얘기는, 성찰, 혹은 오락이라는 영화의 목적이 부수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대한민국 사회의 상승욕망과 사회적 불만이 심형래라는 인물에 투영돼 구매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며, 결정적으로 그러한 욕망과 불만이 그의 영화적 논리로 '해소'되는 게 아니라, 바로 구매 행동 자체로 '발산'된다는 점이다. 즉, 그의 영화가 심형래적 현상의 알리바이, 거대한 핑계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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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