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벚꽃은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더딘 듯 빠르기만 한 시간의 속도는, 첫 사랑이 잊혀지는 속도는 얼마나 될까요?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많은 분들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떠올리죠. 그런데 미야자키 말고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은 일본에 그리 적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초속 5센티미터>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그 가운데 한명인데요. 빛의 연글술사라고 불릴 정도로 예술적 경지의 애니메이션 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은은하면서도 짠하게 전해져 오는 감동을 맛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카키와 아카리는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헤어졌습니다. 이제 그 둘은 주고 받는 편지로만 소식을 전하고 있죠. 아카리가 먼저 먼 곳으로 전학을 갔고, 이제 타카키 역시 전학을 앞두고 있죠.

도시의 밤 하늘을 날고 있는 새 한 마리,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처럼 보입니다. 두 사람은 타카키의 전학을 앞두고 만날 약속을 합니다.

잔잔한 소녀의 편지글로 내레이션을 대신하는 <초속 5센티미터>의 서두는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풍경이 더해져 두 사람의 애잔한 정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 보입니다.

드디어 아카리를 만나러 가기로 한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지만, 소년 타카키로서 제법 긴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비는 저녁부터 눈으로 바뀌었습니다. 1년만에 아카리를 다시 볼 생각에 타카키는 마음이 급합니다.

3시 54분, 약속 시간인 7시까지는 시간이 충분합니다. 전철에 올라탄 타카키는 아카리와의 즐거웠던 한때를 떠올립니다. 초등학생 치고는 참 조숙해 보이지만, 저 나이 때 저런 첫 사랑을 나눌 수 있겠죠. 게다가 둘은 통하는 게 많았으니까요.

아카리를 만나러 가는 길, 그런데 생각만큼 수월하지가 않습니다. 처음 타보는 노선인데다 내리는 눈 때문에 열차가 예정 시간보다 느리게 움직입니다. 타카키는 은근히 불안해집니다. 약속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았는데, 오늘 따라 열차는 계속 연착입니다. 초조한 마음에 자리에 앉지도 못하는 타카키. 마음에 담아둔 여학생을 1년만에 만나러 가는 길. 약속 시간은 코 앞인데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 정말 속이 바짝 바짝 타들어갈 겁니다.

드디어 약속된 7시, 그러나 아직 갈길은 멀기만 합니다. 이제 시간은 이미 약속 시간을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폭설은 여전히 애타는 타카키를 괴롭힙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자판기에 선 타카키. 그런데 그만, 정성들여 쓴 편지, 아키라에게 해줄 말을 적은 그 편지를 바람이 앗아가 버렸습니다. 약속도 터무니 없게 늦어버린데다 편지까지 잃은 타카키의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차 버립니다.

빛의 연금술사로 불리우는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빛을 중요하게 다루는 감각적인 작화로 소년 타카키의 마음을 묘사하며 관객들의 정서를 파고 듭니다. 열차 내부의 디테일한 묘사 역시 그냥 실사를 보는 것 이상의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폭설 때문에 아예 철로 한가운데 멈춰 서 버린 열차. 타카키는 자포자기 심정이 됩니다. 악의를 품은 시간은 느릿 느릿 지나가고, 아카리를 만나러 가는 이 멀고도 험한 길을 타카키는 고통스럽게 견딥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11시를 훌쩍 넘긴 시간. 과연 이 시간까지 아카리는 타카키를 기다리고 있을까. 날씨도 추운데다 폭설까지 내렸으니 아무래도 희망을 접는 게 좋겠습니다. 대합실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타카키. 과연 아카리는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보시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속 5센티미터>는 앞서 만나보신 ‘벚꽃 이야기’를 비롯해 다른 두 편의 단편이 옴니버스로 묶여 있습니다. 각각 타카키의 고교 시절과 성인이 된 뒤의 한때를 담아내고 있는데요. 특히 섬마을에 전학 와서도 여전히 아카리를 잊지 못하는 고교 시절의 타카키와 그를 짝사랑하게 된 카나에의 러브 스토리는 보는 이의 가슴을 깊이 흔들어 놓습니다.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등장 인물에 대한 특별한 배경 설명 없이도 사랑이라는 흥분되고도 안타까운 감정에 관객들이 흠뻑 빠져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타카키와 아카리의 첫 사랑은 결실을 맺었을까요? 시리도록 어여쁜 둘의 마음이 초속 5센티미터로 흩날리는 벚꽃처럼 영롱하게 반짝입니다.

*목포mbc '시네스쿨' 출연코너의 방송 원고입니다.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