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결산 - Top 5 Albums (해외)

순탁's 뮤직라이프 2010. 12. 29. 10:2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Arcade Fire [The Suburbs]
이렇게 순진무구한 음악이 또 있을까. 이 캐나다 출신의 록 밴드는 진정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듯 보인다. 60년대에 이미 종언을 고한 ‘우리의 시대’(We Decade)를 향한 믿음이 본작의 기저를 흐르는 열쇳말이다. 그리고 개인의 구원을 향한 약속들.

그런데 약속과 변화, 믿음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기약한다. 따라서 이 앨범은 ‘된다’라는 동사가 지배하는 영역에 속해 있다. 다른 명반들이 그러하듯, 존재가 아닌 생성의 작품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에둘러 말할 것 없이 ‘들으면 들을수록 그 의미가 새롭게 구축되는 작품’이라고 할 걸 그랬다. 어쨌든, 올 한해 단 한 장을 꼽으라면 나는 이 앨범이다. 이것은 결코 과거로의 단순한 퇴보가 아니다. 대중음악의 화양연화 시절로부터 주제의식을 빌려온 동시에 좀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음반 속에서 시간은 앞뒤로 흐른다. 시간은 공간이 된다. 바로 그 공간 속에 당신과 내가 있다.

Kanye West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나는 힙합과 관련한 글쓰기는 지금껏 모조리 거절해왔다. 힙합 전문가가 아니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카니예 웨스트의 이 음반만큼은 예외다. 거의 모든 해외 평단에서 별 5개를 콱 찍어줬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본작에서 카니예 웨스트는 힙합이라는 영역을 뛰어넘어, 동시대 대중음악의 거의 전 장르를 두루 섭렵한다. 그것도 소름 쫙 돋을 정도의 최고 수준에서 이를 일궈낸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꼼꼼한 디테일을 동시에 구현할 수 뮤지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이들을 ‘대가’라고 불러왔다.  ‘우리 시대의 거장’이 완성한 매그넘 오퍼스가 바로 여기에 있다.    

LCD Soundsystem [This Is Happening]
해외 평단 대부분에서 올해의 걸작으로 인증을 획득한 앨범이다. 일렉트로닉, 펑크, 록, 댄스 등의 다채로운 스타일들을 내적 필연성으로 엮어내는 능력이 절정을 과시한다. 통섭과 유비쿼터스 마인드가 보편화된 지금 세상에서, 음악적으로 이를 방증한 케이스들 중 단연 톱이라 할 만한 수준을 들려준다.

소재를 선별하는 안목뿐 아니라 주어진(혹은 선택한) 소재를 가지고 놀이를 펼치는 재능. 엘씨디 사운드시스템, 그러니까 제임스 머피(James Murphy)는 둘 모두를 겸비한 ‘슈퍼 탤런트’다. 첫 싱글로 발표된 ‘Drunk Girls’를 비롯한 전곡에서 그는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부챗살처럼 펼쳐진 사운드스펙트럼을 전시한다. 이것은 특정한 목표를 설정한 음악이 아니다.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끊임없이 세분하고 연장하는 음악이다. 모두들 엘씨디 사운드시스템의 음악을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운드트랙’라고 치켜세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Foals [Total Life Forever]
이것은 댄스인가, 록인가. 그렇지 않다면 ‘댄스 록’인가, ‘록 댄스’인가. 폴스는 막연하고 모호하고, 종잡을 수 없는 장르 구분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돌연한 사실성과 구체성의 무게로 해외 평단과 팬들의 컬트적 지지를 일궈냈다. 모던 록, 일렉트로, 댄스 비트, 펑크 등이 인계철선으로 연계되어 있는 이 앨범은 이렇듯 탁월한 장르 길트기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낸다. 여기에 댄스나 록은 없다. 그저 폴스의 음악만이 있을 뿐이다. 바로 그들이 올 한해 가장 커다란 갈채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Janelle Monae [The ArchAndroid (Suites II and III)]
장담하건대, 자넬 모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슈퍼스타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흑인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실력자로 손꼽히지만, 그 능력과 재능에 비해 과소평가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컨셉트 중 2부와 3부를 담고 있는 본 앨범은 흑인 음악의 앞날이 어떠해야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음악적 기반은 분명 70년대의 소울인데, 탁월한 가창력과 프로듀싱이 여기에 합쳐져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구현한다. '아치안드로이드'라는 타이틀과 사이버틱한 앨범 재킷도 마찬가지.

지금 당장 이 앨범의 수록곡 ‘Tightrope’의 ‘데이빗 레터맨 쇼 라이브’를 검색해 감상하기를 강력 권고한다. N 포털 사이트에 영어로 이름만 치면 나온다. 메인스트림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은 이 곡을 2010년 올해의 싱글 리스트에서 8위에 올렸고, 인디 쪽 넘버원으로 평가받는 인터넷 잡지 [피치포크 미디어]에서는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 자넬 모네가 진리인 것이다.     

                                                           posted by 순타기(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