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악당' 언론 시사 후기

영화 이야기 2010. 11. 15. 17:17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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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악당>을 보고 있자니, 벌써 15년 전에 나왔던 <닥터 봉>이라는 영화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당연한 노릇이다. 그 영화에서도 한석규와 김혜수가 주연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두 사람, 무려 15년만에 한 영화에서 재회한 셈이다. 아마도, 확실치 않지만 손재곤 감독은 처음부터 <닥터봉>의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쓴 게 아닐까 싶어졌다. <닥터 봉>에서도 한석규는 윗집 남자였고, 김혜수는 아랫집 여자였다.

다만 이번엔 처지가 바뀌었다. 아랫집 여자 김혜수가 남편을 잃고 중학생 딸을 홀러 키우는 싱글맘이다. 한석규는 모종의 음모를 숨기고 소설가를 사칭해 이 집의 이층에 세든 이른바 '사짜'다.

아무려나, 아랫층 윗층에 함께 살게 된 두 남녀의 운명은 안봐도 VOD다. 음모를 숨긴 남자, 그리고 외로움과 우울증 끝에 그 남자를 가슴에 품게 된 여자 사이의 서스펜스 넘치는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런데 요 과정이 재미있다. 묘한 긴장이 아주 빨리 로맨스로 번지더니, 금세 폭소 유발의 해프닝과 뒤섞인다. 특히 지하실에 숨어든 남자의 숨바꼭질 시퀀스는 근래 본 한국 코미디 영화 가운데 가장 웃긴다. "아유~이 사랑스런 비관론자~" "한국은 재벌 2세에 대한 편견이 너무 많아!" 펄펄 뛰는 대사들이 잔재미를 더한다.

로맨스와 코미디가 상투성을 솜씨좋게 피해가며 생활과 밀착하니 담백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경제공동체이기도 하고 어쩌면 투닥거릴 유일한 화풀이 공간으로서의 '가족'의 본질을 슬쩍 얹으니 극장문을 나서며 나눌 얘깃거리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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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곤 감독은 이층집이라는 작은 공간을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 한 편을 엮어 냈다. 많이 웃기되 오버스럽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제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석규는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코미디 연기의 진가를 발휘한다. 30대 중반의 엄마 역을 소화한 김혜수의 연기도 썩 만족스럽다.

2006년 <달콤살벌한 연인>으로 저예산 HD 상업영화의 첫 성공사례를 선보인 바 있는 손재곤 감독은 무려 4년만에 들고 나온 신작으로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영화산업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면, 이런 감독은 좀더 자주 작품을 해야 하는 게 맞다. 11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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