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제가 쓴 포스트 2010/11/13 - [영화 이야기] - '부당거래'의 정면돌파와 타협
과 관련해 트친님 somanamu 님과 나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somanamu님의 동의 하에, 여기 그 대화 내용을 옮깁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과 관련해 트친님 somanamu 님과 나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somanamu님의 동의 하에, 여기 그 대화 내용을 옮깁니다.
somananu: 전 글에서 지적한 반전이 면죄부라기 보단 아이러니를 극대화 한 거 같아 좋았습니다.
cinemAgora: 아이러니 그 자체는 흥미롭되 피해자가 전제되지 않는 아이러니는 주인공들의 충돌이 갖는 치명성을 연성화시킨다는 게 제 관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러니 효과를 의도하기보다 '흥행성'이라는 자기검열 기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somananu: 두 주인공의 대립과정에서의 매력과 흡입력이 화해 후 소실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최악이 살아남는 반 대중적 결말 앞에서 반전의 아이러니가 대중성을 위한 자기 검열이라고 하긴 좀 어렵지 않을까요?
cinemAgora: 주연 캐릭터 자체가 처음부터 반 대중적이므로 완전히 악인으로 만들면 더 반 대중적이 되죠. 부조리한 시스템의 허수아비로 만들어야 연민이 끼어들 틈새가 생기니까요. 반전은 이들을 주체가 아닌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장치인 셈이고요. 더 큰 문제는 그 연민이 끼어들 틈을 주기 위해 시스템의 피해자를 '지시'해온 '배우'를 일약 진범으로 만들어 이들 모두를 마치 원형극장의 검투사처럼 보게 만드는 것이죠. 영화가 함의한 현실적인 힘을 스스로 억제하는 셈입니다.
somananu: 전 오히려 개인의 부당한 거래가 아니라 시스템의 모순으로 인해 거래가 부당해지는 측면을 볼 수 있는 반전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이에요. 사회가 정당했다면 주인공이 악마와 거래를 하지 않았겠죠. 연민을 위한 장치라고 까진…
cinemAgora: 네, 제가 요즘 영화 기획 회의을 하다 보니까 그런 선택에 하나 하나 흥행 전략적 이면을 보게 됩니다. 너무 지나친 해석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부당이 부당 그 자체가 아니라 분명한 피해자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그러니까 자신의 딸에게 특혜를 준 외교부장관의 부당거래가 외교관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좌절시킨 것처럼, 부당함은 그들만의 리그 바깥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죠. 사실 이 논의는 영화적 논리로는 답이 없는 것이기도 하죠. 전 영화가 최대한 현실과 닮아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거든요.
somananu: 피해자 조명도 아쉽지만 검찰-경찰-조폭의 3자 구도에서 조폭의 비중이 생각보다 약했던거 같기도 해요. 뭐 기존의 조폭 소재 영화와 차이를 두기 위한 것일수도 있고, 권력의 부당성에 대해 더 이야기 하고 싶어서 일 수도 있겠죠.
cinemAgora: 전 그 부분은 좀 관대합니다. 한국사회에선 검찰이 조폭이니까. 실제로 그렇게 그려지지 않았나요? 양복 입었을 뿐이지 거의 조폭이잖아요.
somananu: 뭐 저도 홍보할땐 3강이였지만 나중에 보니 2강이구나 하는 것 빼곤 영화상에서 검찰-경찰에 초점을 맞춘건 좋았어요.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건설 조폭이야기 너무 많이 다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