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영화의 대작화 바람에 걸맞게 2천 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지진>은 영화 초반에 당산을 강타했던 거대한 지진 장면이 등장하는 대규모 영화로 탄생 됐다. <적벽대전>이나 <적인걸> 등 시대를 거슬러 올라갔던 최근의 중국산 대작영화들과 달리, 중국 현대사의 역사적 참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야연> <집결호> 등의 작품을 연출하면서 '아시아의 스필버그'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펑샤오강 감독이 연출했다. 지난 7월 22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해, 이전 중국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아바타>를 제치고 중국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6억 6천만 위안, 우리 돈으로 1,130억 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1976년 당산 대지진과 최근의 쓰촨 대지진 등 실제 일어났던 대형 재난을 소재로 한 만큼 중국인들로선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진이 등장하는 재난영화인만큼,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해운대>라든가 일반적인 할리우드 재난영화를 연상하실지도 모르겠다. 실제 영화는 물론 재난영화이긴 하지만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어린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한 단란한 가정이 당산 대지진의 비극을 맞게 된다. 아버지는 남매를 구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남매는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 깔린다. 남매 가운데 한 사람만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당시 구조에 나섰던 인민해방군 부부에게 입양돼 살게 된다.
영화는 딸을 버린 데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와 그 아들, 그리고 버림 받았다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딸의 상황을 번갈아가면 보여주며 30여 년에 걸친 한 가족의 이별과 재회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다.
재난영화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리 영화 <해운대>와 비교되는 지점이 있다. 정리해 본다면 이렇다. 우선 <해운대>는 가상의 재난이고 <대지진>은 실제 있었던 재난을 담는다. <해운대>의 재난은 드라마의 뒷부분에 나오는 데 반해 이 영화는 당산과 쓰촨 대지진이 영화의 앞과 뒤에 배치돼 있다. 또 <해운대>가 사별의 과정에서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춘 영화라면, 이 영화 <대지진>은 복구와 재회의 과정에서 감동을 주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외형적으로는 재난영화이자 가족 드라마이지만, 이 영화에는 중국이라는 국가가 현대사를 통과하면서 거쳐온 선택에 대한 대국민 설득 메시지도 슬쩍 얹혀져 있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 속에서의 어머니와, 버려진 딸을 데려다 키우는 인민해방군 아버지를 국가의 두 모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어머니처럼 국가는 인민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의 기로에 설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래도 인민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더욱 직접적으로 국가를 '지시'하는 인민해방군 양아버지는, 더 넓은 의미에서의 가족애를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국가의 아량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 <대지진>을 중국의 개혁 개방으로 인해 생겨난 양극화라든가, 여러 사회적 모순들에 대한 영화적 다독거림 같은 작품으로도 읽을 수도 있겠다. 정치적으로 사회 통합의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라는 얘기다. 물론 그런 해석을 제쳐두고서라도 가족 드라마 자체로만 봐도 감동은 충분하다. 재난영화에 대한 상투적 기대를 접어 놓는다면 말이다. 11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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