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와 양동근이 주연하고 <아이리스>의 양윤호 감독이 연출한 추석 기대작(?) <그랑프리>가 7일 언론시사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두 주연배우와 나란히 무대 인사에 나선 양윤호 감독은 "영화를 찍는 내내 행복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과연 영화 속의 양동근도 김태희에게 말한다.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고.
그런데 어쩐다? 당사자들은 영화 찍으면서 행복했는지 몰라도, 그들의 행복의 결과물,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시사를 보고 나와 최초로 떠오른 단어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드라마는 갈팡질팡하고, 감동을 위해 마련된 장치는 뜬금 없으며, 하다 못해 영화의 핵심 볼거리랄 수 있는 경마 장면조차 누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진감과는 거리가 멀고, 배우들의 연기는 틀에 박혀 있다.(하물며 고두심조차!) 그러니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그리 야박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랑프리>는 불의의 사고로 어깨를 다친 여성 기수 서주희(김태희)가 제주도에 내려가 재기의 용기를 얻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에게 용기를 주는 이는 역시 사고로 다른 기수를 죽게 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우석(양동근)과 제주도 말 목장을 운영하는 황만출(박근형), 그리고 그의 손녀딸(박사랑)이다. 내 이해력이 모자라서인지 몰라도, 우석을 빼고 다른 인물들이 주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헤아려지지 않는다. 아무튼 두 남녀만은 말을 매개로 사랑을 싹틔어 가고, 이윽고 주희는 다시 말을 탈 의욕을 충전한다.
경마를 그만 둘 위기에 놓인 여성 기수가, 제주도에 바람 쐬러 가서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또래의 전직 남자 기수를 만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되냐 따위를 따지는 건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가 무작정 작업 멘트를 날리며 들이대는 이 남자와 말 한번 같이 탄 뒤 술 한잔 마시고 키스까지 하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두 표준말을 쓰는 어른들 밑에서 자란 꼬마가 100% 제주도 방언을 쓰게 될 가능성도 역시 그러려니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랑프리>가 처음부터 극적 설득력이 매우 떨어지는 영화라는 것을 방증하는 몇가지 사례들일 뿐이다. 주희와 우석 간의 비약적인 사랑 놀음에 얹어지는 마주 황만출과 고유정(고두심)의 구원(舊怨)은 반대 방향으로 비약하고, 몇몇 조연 캐릭터들은 도대체 왜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그냥 소비되고 만다. 일본으로 떠나는 우석을 태운 비행기를 주희가 말을 타고 따라 잡는 장면에선, 물론 감동 받으라고 만든 장치로 보이나, 실소만 흘렸다. 그렇게 <그랑프리>는 드라마의 점층을 통해 감동을 고조시키는 게 아니라, 몇개의 극적인 장면 설계만으로 단박에 감동을 뽑아내려 든다. 먹힐 리가 없다. 눈물 대신 하품이 나온다.
사실, '브이라인' 김태희가 순대국집 딸에 여성기수로 나오는 것부터 반신반의했다. 흥행 여부와 상관 없이 그녀로선 <중천>과 <싸움>에 이어 세번째 실패작을 만난 셈이다. 누군가는 작품 운이 없어도 지지리 없다고 할 수 있겠으나 사실 그게 연기자로서 김태희에게 주어진 그릇일지도 모른다. 9월 16일 개봉.
트위터: @cinemagora
그런데 어쩐다? 당사자들은 영화 찍으면서 행복했는지 몰라도, 그들의 행복의 결과물,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시사를 보고 나와 최초로 떠오른 단어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드라마는 갈팡질팡하고, 감동을 위해 마련된 장치는 뜬금 없으며, 하다 못해 영화의 핵심 볼거리랄 수 있는 경마 장면조차 누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진감과는 거리가 멀고, 배우들의 연기는 틀에 박혀 있다.(하물며 고두심조차!) 그러니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그리 야박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랑프리>는 불의의 사고로 어깨를 다친 여성 기수 서주희(김태희)가 제주도에 내려가 재기의 용기를 얻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에게 용기를 주는 이는 역시 사고로 다른 기수를 죽게 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우석(양동근)과 제주도 말 목장을 운영하는 황만출(박근형), 그리고 그의 손녀딸(박사랑)이다. 내 이해력이 모자라서인지 몰라도, 우석을 빼고 다른 인물들이 주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헤아려지지 않는다. 아무튼 두 남녀만은 말을 매개로 사랑을 싹틔어 가고, 이윽고 주희는 다시 말을 탈 의욕을 충전한다.
경마를 그만 둘 위기에 놓인 여성 기수가, 제주도에 바람 쐬러 가서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또래의 전직 남자 기수를 만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되냐 따위를 따지는 건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가 무작정 작업 멘트를 날리며 들이대는 이 남자와 말 한번 같이 탄 뒤 술 한잔 마시고 키스까지 하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두 표준말을 쓰는 어른들 밑에서 자란 꼬마가 100% 제주도 방언을 쓰게 될 가능성도 역시 그러려니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랑프리>가 처음부터 극적 설득력이 매우 떨어지는 영화라는 것을 방증하는 몇가지 사례들일 뿐이다. 주희와 우석 간의 비약적인 사랑 놀음에 얹어지는 마주 황만출과 고유정(고두심)의 구원(舊怨)은 반대 방향으로 비약하고, 몇몇 조연 캐릭터들은 도대체 왜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그냥 소비되고 만다. 일본으로 떠나는 우석을 태운 비행기를 주희가 말을 타고 따라 잡는 장면에선, 물론 감동 받으라고 만든 장치로 보이나, 실소만 흘렸다. 그렇게 <그랑프리>는 드라마의 점층을 통해 감동을 고조시키는 게 아니라, 몇개의 극적인 장면 설계만으로 단박에 감동을 뽑아내려 든다. 먹힐 리가 없다. 눈물 대신 하품이 나온다.
사실, '브이라인' 김태희가 순대국집 딸에 여성기수로 나오는 것부터 반신반의했다. 흥행 여부와 상관 없이 그녀로선 <중천>과 <싸움>에 이어 세번째 실패작을 만난 셈이다. 누군가는 작품 운이 없어도 지지리 없다고 할 수 있겠으나 사실 그게 연기자로서 김태희에게 주어진 그릇일지도 모른다. 9월 16일 개봉.
트위터: @cinemago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