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 Johnson [To The Sea](2010)

순탁's 뮤직라이프 2010. 7. 1. 10:1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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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어떤 경향 하나’가 있다. 마치 습작과도 같은 음악. 고개를 좌우로 살포시 흔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음악, 때로는 가사가 음악보다 중요해질 수 있는 음악. 장르적으로는 록의 남근주의와 멀찍이 떨어져있는 음악. 마치 선한 사마리아인과도 같은, 착하고 예쁜 음악. 바로 잭 존슨(Jack Johnson)의 음악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주요한 열쇳말들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잭 존슨은 서핑 선수, 그것도 정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전도유망한 실력가였다. 그러나 10대 후반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취미였던 음악과 영화에 본격적으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의 음악을 통해 바다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급기야는 이번 신보의 타이틀을 [To The Sea]로 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잭 존슨에게 바다는 이를테면, ‘모태신앙’과도 같은 존재다. 마치 달려드는 물결과 부딪치지 않으면서 물의 고랑을 타고 넘어가는 서핑 선수들처럼 그는 스스로가 마련한 음악적 그릇 안에서 한 번도 넘치지 않으면서 솜씨 좋게 찰랑거리다가, 보는 이의 마음에 긴 파장을 남기고서는 잠잠해졌다. 'If I Had Eyes', 'Flake', 'Sitting, Waiting, Wishing', 그리고 'Better Together' 등, 그간의 히트 퍼레이드가 이를 잘 대변해주는 곡들인데, 모두 긍정적인 메시지로 인간 본연의 휴머니즘을 강조했던 노래들이었다.

그러나 본작 [To The Sea]에서 잭 존슨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향을 드러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다소는 어두운 시각으로 묘사하면서, 그 문제점들을 진단하는 것부터가 확연히 달라진 그의 접근법을 시사하고 있다. 첫 싱글로 선정되어 빌보드 톱 20에 오른 ‘You And Your Heart’가 대표적. “You and your heart shouldn't feel so far apart”라고 노래하는 이 곡 이후에도 그는 다른 수록곡들을 통해 세상의 불공평함을 직접적으로 거론한다. “You're so sweet to me In a world that’s not always fair. … We could watch it from the clouds. We can't stop it anyhow. It's not ours”라는 가사가 이를 말해주는 증좌다.

그가 이렇듯 태도를 바꾼 데에는 역시나 환경 문제가 결정타였던 것으로 보인다. 잭 존슨은 2004년부터 [1% For The Planet]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데, [1% For The Planet]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제 운동으로 700개가 넘는 회사가 판매 수익의 1%를 전 세계 1500여 개의 환경 단체 연합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잭 존슨의 모든 앨범 패키지는 산림관리협의회에서 인증한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여 만들어졌으며 이번 음반 역시도 하와이의 망고 트리 스튜디오(Mango Tree Studio)와 100%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LA의 솔라 파워드 플라스틱 플랜트(solar Powered Plastic Plant)에서 녹음, ‘친환경 뮤지션’으로서의 소임을 다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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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뿐인가. 잭 존슨은 미국, 유럽, 호주 등을 아우르는 2010년 월드 투어를 6월에 시작할 예정이다. 그의 박애주의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이 투어는 각 나라의 비영리 그룹들과 함께 이루어진다고 하며, 이번에도 투어 수익의 100%를 환경, 예술, 음악 교육 등을 지원하는 단체들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의 우리나라의 김장훈 뺨치는, 아니 그것을 훌쩍 넘어서는 ‘기부맨’이라고 할 만하다.

음악은 기대대로 빼어난 수준을 들려준다. 'You And Your Heart'는 물론이고, 타이틀곡 ‘To The Sea’, ‘No Good With Face’ 등에서도 현실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감동을 조장하지 않는, 아티스트의 진정성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이어지는 ‘When I Look Up’이나 ‘At Or With Me’ 등도 마찬가지. 휴식과 수면의 시간에 아이가 자라듯, 발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을 때 귀에 더 잘 들어오는 ‘슬로우 뮤직’들이 그 골간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올뮤직닷컴(www.allmusic.com)의 편집자인 스티븐 토마스 얼와인(Stephen Thomas Earlwine)이 정의했듯, ‘소프트 로커’(Soft Rocker)로서의 변신을 처음으로 도모했다는 점이 신보만의 특색으로서 강력하다. 주제가 조금 무거워졌기 때문인지 확실히 전작들보다 파워풀한 순간들이 자주 출몰한다. ‘You And Your Heart’를 포함해 ‘The Upsetter’, ‘No Good With Faces’, ‘From The Clouds’ 등이 이런 강성의 카르텔에 속하는 노래들. 그의 사촌 대니 라일리(Danny Riley)의 죽음에 충격 받은 나머지, 슬픔과 반전 등의 테마를 음악으로 풀어낸 [Sleep Through The Static]보다 한결 세고 격정적인 무드가 앨범 전반을 지배한다.

물론 더욱 거세졌다고 해서 그것이 하드 록의 초강성 무드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임을 모두들 주지하고 있을 것이다. 포크 록이라는, 상대적으로 온순한 음악적 풀(pool) 내에서 보자면 두드러지게 밀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Red Wine, Mistakes, Mythology’, ‘Pictures Of People Taking Pictures’ 등도 이러한 심리적 유형진화를 말해주는 사례들로서 거론될 만한 노래들이다.

“I can’t tell you anything but the truth. What is this place? Who am I? Why did we come here? I don’t know. But I don’t know that we’re meant to know.”라고 토해내는 ‘Anything But The Truth’의 가사처럼 그간 잭 존슨이 입었던 마음의 상처는 예상보다 꽤 컸던 것 같다. 이렇듯 쓴소리를 마다않으면서도 콘서트 수익을 모조리 타인을 위해 쓰겠다니, 잭 존슨의 마음은 그가 뿌리를 두고 있는 바다처럼 넓고도 깊은 모양이다.

바다, 우리는 다시 한번 이것으로 회귀해야만 한다. 이 다섯 번째 스튜디오 음반에서 잭 존슨은 마지막 곡 제목인 ‘Only The Ocean’처럼, 바다로 돌아가 그것을 지켜내는 것만이 우리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해결책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Run my dear son  We’ve got to get to the trees And then keep on going all the way....We've got to get right down to the sea”라며 바다의 풍광을 음악으로 실어 나른다.

먼저 바다로 간 것은 잭 존슨의 아버지였다. 그는 혼자서 대양을 항해했고, 폭풍을 헤치고 고기를 잡았고 별을 통해 길 찾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는 하와이로 가서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바다로 나가 서핑 선수가 되었다. 이제 뮤지션으로 인생의 방향타를 정한 그 아들이 자신의 마더 네이처(Mother Nature)인 바다를 본격적으로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가히 ‘잭 존슨 음악 인생의 새로운 장’이다.

posted by 배순탁(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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