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2' 자신감 넘치는 속편

영화 이야기 2010. 4. 28. 13:53 Posted by cinemAgora

<아이언맨 2>의 언론 시사회가 27일 오전에 열렸다. 그 첫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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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프렌차이즈 영화의 속편치고 1편보다 낫다는 평가를 듣는 경우가 드물다. 1편의 인상이 강력했다면, 속편의 부담은 배로 커진다. 제작진 입장에선 적어도 1편만큼 재밌다는 평가라도 들으면 감지덕지일 터이다.

<아이언맨> 같은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속편도 계속 재밌을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인공이자 수퍼 히어로인 '아이언맨'의 캐릭터부터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갑부인 군수산업의 거물 토니 스타크는, 물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탁월한 연기에 힘입은 바 크지만, 새록새록 흥미로운 인물이다. 1편에 개과천선의 과정을 거쳤지만 이 인간은 겸손과는 티끌만큼의 인연도 없는 잘난 척 대마왕이다. 게다가 슈퍼 히어로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만방에 과시하고, 그걸 기꺼이 즐긴다. 진짜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야 했던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배트맨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히어로인 셈이다.

<아이언맨>이 흥미로운 두번째 이유는, 20세기 이후 군비 증강에 동원돼온 과학과 핵물리학의 위상을 은근히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비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영화 속의 진짜 나쁜 놈은, 애국이라는 명분 뒤에서 과학의 성과를 철저하게 자기 잇속을 챙기는 데 활용하는 군수산업의 거대 자본이다.

그렇다면 아이언맨은 좋은 놈이냐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표면적으로 그렇지만 파고 들어가보면 그 역시 강력한 파워를 통한 평화의 수호라는, 미국적 힘의 논리의 상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북한이나 이란이 아이언맨 짝퉁을 개발하는 것처럼 설정한 것 역시 힘의 균형점으로서의 미국을 당연시하고 있음을 은근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쨌든 앞서 말한 두가지 매력 요소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아이언 맨 2>는 자신의 정체가 속편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1편이 남긴 소중한 유산은 십분 활용하되 규모는 키운다는 속편의 법칙을, 그냥 충실히도 아니고 주인공 토니 스타크에 버금가는 자신감을 과시하며 따른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꽤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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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지사 슈퍼 히어로가 된 아이언맨은, "여러분이 밤에 발 뻗고 잘 수 있는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는 고단수 자뻑을 과시하며 세계의 스타로 우뚝 선다. 그가 가슴팍 원자로의 에너지원인 팔라듐 중독으로 안으로 곪고, 허랑방탕한 생활에 밖으로 시기를 사는 사이, 예의 새로운 적이 나타난다. 국방부는 그의 철갑수트를 국가에 내놓으라며 압력을 가하고, 토니 아버지와의 악연 때문에 아이언맨에 대한 복수심을 가다듬는 러시아 출신의 악당 이반(미키 루크, 위 사진)이 또 다른 라이벌 군수산업가를 등에 업고 강력한 위협 세력으로 등장한다.(이 대목은 20세기 핵 경쟁의 두 당사자였던 미국과 구소련을 연상시키는데, 그 자손이 미국의 군수산업가와 손을 잡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1편이 아이언맨의 탄생 과정과 수트를 장착하는 과정에서의 금속적 쾌감을 전하는 데 치중했다면, 2편은 그렇게 완성된 힘의 속성을 슬쩍 드러내는 데도 비중을 할애한다. 요컨대, 토니 스타크는 수퍼 히어로의 길을 걷기 위해 죽음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이것은 힘의 양면성이자, 핵의 양면성이기도 하다. 여기에 방위와 애국을 명분 삼은 군사 대국의 욕망과 그 이면에 숨은 군수산업의 탐욕이 어떤 식으로 화간하는지에 대한 꽤 통렬한 풍자가 슬쩍 끼어 든다. 속편 답게 아이언맨과 그의 짝퉁들간에 펼쳐지는 현란한 대결신으로 볼거리의 위용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요원'으로 등장한 스칼렛 요한슨의 섹시 액션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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