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2009 영화 소비자 조사' 결과를 훑어 보다가 흥미로운 통계를 발견했다. 전국 15세 이상 49세 미만의 2천 명을 대상으로 성,연령별 극장 영화 관람 편수를 조사했더니 1년 중 영화를 가장 적게 보는 집단이 35세에서 39세 사이의 남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같은 연령대 여성들이 연간 13.8편의 영화를 보는 반면, 이들 집단의 영화 관람 편수는 그 절반인 연간 7.1편에 그쳤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2009 영화소비자 조사'
이걸 보고 즉각적으로 남자들이 경향적으로 여성보다 영화를 적게 본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성과 여성의 평균 관람 편수는 큰 차이가 안나는데다, 오히려 가장 많은 관람 편수를 기록한 집단은 만 19세에서 23세 사이의 남성으로, 이들은 같은 연령대 여성들(19.5편)보다 무려 10편 이상 많은 30.7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남성들이 연령대에 따라 영화 관람 편수에 편차가 심하다는 얘기인데, 이런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할 것이다. 왜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20대 초반엔 영화를 많이 보다가 30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일까.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는 그 이유까지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내 가설은 이렇다.
20대엔 데이트 하느라 영화를 많이 보지만 30대엔 술 마시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
사실, 30대 중반 이상의 남성들은 직장에서 대리, 과장 정도로 승진할 타이밍이고, 어쨌든 가장 바쁠 나이이긴 하다. 극장보다 호프집이 정겹고, 여가시간에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바쁠 나이라는 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이대별로 문화 생활의 패턴이 천양지차인 것은 일말의 씁쓸함을 남긴다. 영화는, 어쨌든 대한민국 남성들에겐 여전히 주변적 상황에 연동되는 문화 상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 나는 결코 영화를 많이 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연령대별 관람편수 최대와 최고치 사이의 편차가 9.5편인 여성에 비해 무려 23편이나 차이가 나는, 그것도 10년 사이에 그렇게 되고 마는 이 시대 남성들의 처지가, 왠지 처연해서 한마디 보태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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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