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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박스오피스(2010.2.26~28)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          주말 관객     누계 관객     개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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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형제                         520                 458,430      4,265,751      02/04
2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333                 211,261      1,629,578      02/11
3        평행이론                      309                 178,554        621,336      02/18
4        하모니                         331                 149,735      2,738,683      01/28
5        아바타                         209                 129,433    13,081,618      12/17
6        러블리 본즈                  275                 100,954        120,299      02/25
7        포스 카인드                  225                   85,031       101,597       02/25
8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32                 71,990       582,562       02/11
9        클로이                         217                   56,369         70,221      02/25
10      엘라의 모험 2                 93                   22,390         26,524      02/25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마전 만난 서울영상위원회의 황기성 위원장이 대화 도중 이런 얘기를 꺼냈다. “최근의 할리우드 영화는 영화라는 틀을 썼을 뿐이지, 사실상 거대한 구경거리일 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의 본령은 아닙니다.” 호기롭게 들리는 그의 말을 듣자 하니, 한편으로는 그게 두려움의 역설적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구경거리로 몰려가는 수백 만 명의 관객들을 목도하며, 이 시대의 영화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휩싸이는 건 비단 그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한국에서 개봉한 외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인 740만 명의 관객을 싹쓸이한 데 이어 인류 멸망의 스펙터클을 현란한 CGI로 전시(그렇다! 그건 말 그대로 전시다!)<2012>가 뒤 이어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포획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 앞에서 한국영화 산업 안팎에 일종의 가위 눌림 증세가 나타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정점은 <아바타>였다. 첨단 3D 기술과 이른바 이모션 퍼포먼스 캡쳐가 선보이는 경이로운 시각 효과에 관객들뿐 아니라 영화 산업 관계자들도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줄곧 한국영화만의 전유물이었던 천만 관객 타이틀을 가뿐하게 넘어선 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마침내 <괴물>이 보유한 국내 최고 흥행 기록(1,300만 명)까지 경신했다.

언론들은 이 영화를 계기로 3D가 미래 영화의 대세가 될
것인지 전망하느라 분주해졌다. 나도 여러 인터뷰에 불려나가 영화의 미래학자 행세를 해야 했다. 빠지지 않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한국영화가 과연 이 대세에 합류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

당신이 미국인이 아니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올해 몇 편의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부분적으로 3D를 시도할 예정이긴 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영화가 <아바타> 수준의 시각 효과를 구현한다는 것은, 한국 속담을 빌어 말하자면,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일에 가깝다고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이다.


<
아바타>는 영화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할리우드 바깥의 영화인들에게 또 하나의 거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영화를 거대한 구경거리로 모드 변환시키며,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그 흐름에 동참시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할리우드의 힘이고, 또 그 힘이 각국의 자국영화들을 위축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 과연 어떤 방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가, 하는 것.

한편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시각효과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야기 장르 특유의 영화적 특수성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며, 각 지역의 고유성과 보편성을 함께 담아낸 강력한 내러티브의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구경거리가 아닌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이야기가 여전히 영화의 본령이라 할지라도,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참신하고도 멋진 이야기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데 또 고민거리가 있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세계적인 공통 현상이겠지만, 독창성 넘치는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흘러나온 지 오래다.
 
그나마 일본 같은 나라는 대체로 문학이나 만화 등이 이야기의 원천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장르 문학이나 출판 만화의 저변이 탄탄하지 않다는 고질적 약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여전히 기댈 곳은 젊은 감독들의 창의력 뿐일까? 어쨌든 그 어느 때보다 최근의 한국영화계는 독창성 있는 원천 스토리와 강력한 내러티브를 개발해 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영화는 갈수록 구경거리가 되어가고, 이야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점점 사면초가다. 그러나 여기서 <아바타>로 돌아가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엄청난 물량이 빚어낸 시각효과의 규모가 전해주는 착시 현상을 걷어내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구경거리로서의 영화와 이야기 장르로서의 영화가 최적의 시너지를 만들어낸 모범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적 근대화 모델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훌륭한 모험극의 형식으로 담아낸 <아바타>는 이야기의 설계라는 측면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어쩌면 차이는 규모일 뿐이며, 그것이 영화의 흥행을 보장하는 전가의 보도는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릇을 위해 음식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음식이 맛있고, 그 음식에 걸맞는 아름다운 그릇이라면, 화답할 관객이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아바타>는 역설적인 방증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 동양적 도술의 세계를 재기발랄한 판타지 액션 영화로 버무려 꽤 좋은 반응을 얻은 <전우치>와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휴먼 액션 드라마의 틀에 담아내 또 한번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의형제> 같은 영화가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굳이 한국영화 말고도, 이를테면 <디스트릭트 9>이나 <더 문>과 같은 SF 영화들로부터 배울 점이 아주 많다. 여전히 돈과 물량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관건은 매력적인 이야기와 그 이야기와 조응하는 최적의 구경거리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것일 터이다.

어쨌든 할리우드의 새로운 변화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한국 영화인들에겐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0년 한국영화가 어떻게 응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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