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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이별과 만남을 반복해야 하는 우리 삶의 숙명을 통찰한 말이다.

프랑스 영화 <유 윌 미스 미>는 바로 그런 숙명의 한 순간을 포착한다. 상징적이게도, 영화가 이별과 만남의 교차점으로 설정한 곳은 '공항'이라는 공간이다.

암투병을 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은 항암 치료를 포기한 채 두 딸과 사실상 사별하지만 퀘벡으로 향하기 직전 공항내 서점에서 생애 마지막으로 가장 짜릿한 찰나의 로맨스를 경험한다. 이혼한 아내에게 어린 딸을 보내야 하는 출판 편집인은, 왕자님을 기다리다 지쳐 퀘벡으로 떠나기 직전의 한 여성에게 찍혀 엉겁결에 여친을 얻는다. 노회한 정신과 의사는 50년 전 하필 결혼식 전날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진 한 여성과의 재회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겹겹이 쌓아올리는 탓에 초반부는 좀 정신 없다. 그러나 30분 정도 인내심을 품고 견디면, 떠남과 만남의 사연들이 꽃을 피우는 과정을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게 된다.

<유 윌 미스미>는 결국 낙관적인 드라마다. 헤어지는 아픔의 이면에 새로운 만남의 희열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아파하지 말라고, 세상의 모든 이별한 이들에게 보내는 격려 편지와도 같다. 혹은,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이별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의 순리이니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다.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상투성과 프랑스 영화 특유의 성찰이 적당히 버무려져 너무 닭살 돋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다는 게 이 영화의 미덕이다. 암투병중인 중년 여성으로 분한 캐롤 부케(아래 사진 오른쪽)의 묵직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2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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