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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아바타>의 무주공산 속에서, 극장가 국면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 게 거의 확실해 보이는 한국영화가 나타났다. 2월 4일 개봉하는 <의형제>다. 설 연휴에 한 주 앞서 개봉하는 이 영화가 <아바타>의 장기 독주를 끝낼 차기 대항마가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확신하냐고?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식상한 표현을 쓰자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기 때문이다. 흥행 영화가 갖출만한 요소를 두루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꽤 묵직한 만족감을 안겨준 장본인은, <영화는 영화다>로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는 장훈 감독이다. 이 젊은 재주꾼은 일찍이 봉준호와 최동훈이 그랬듯, 장르적 완성도 안에서, 그러니까 영화를 요리할 줄  알면서도 동시에 할 말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잘 아는 감독임에 틀림 없다.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어쩌면 한국적 휴먼 액션 드라마의 이정표로 남을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그런 믿음을 확신으로 바꿔 놓았다.

<의형제>는 남한 정보원과 북한 공작원이 대결에서 이해를 통한 화해로 넘어가는 과정을 담은 남성 버디 무비다. 줄거리야 포털 찾아보시면 알 일이고, 아무튼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설정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원동력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함을 잃지 않은 '분단'이라는 현실이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것을 판문점 스릴러의 틀을 통해 풀어 냈다면, <의형제>는 생계의 현장에서 풀어낸다.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고, 9년 전 <공동경비구역 JSA>가 이뤄낸 성취를 <의형제>는 그 사이 달라진 시대의 분위기(남북 정상회담과 핵 위기 등)를 배경으로 얹으며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각각 남과 북의 정보당국으로 밀려난 두 남자가, 도망친 동남아 출신 신부들을 찾아다니는 일을 함께 한다는 설정은, 그런 면에서 아이러니한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영화 초입과 말미에 수미쌍관처럼 펼쳐지는 추격전 장면의 긴장감도 대단할 뿐더러, 잊을만 하면 터뜨려주는 코미디 감각도 적절하다.

집요하지만 빈 구석이 많은 듯 보이는 게 전매 특허인 송강호의 연기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빛을 발하고, 시나리오 고르는 솜씨가 연기력을 압도하는 강동원도 모처럼 제대로 임자를 만나 마음껏 뛰논다. 2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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