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사회현상이다. 미수다 출연자의 한마디 때문에 인터넷 공간이 시끌벅적해졌다. 이른바 루저들의 반란이다. 그 가운데 압권은 '키 작은 남자=루저' 발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려 서해교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패러디 유머다.
만들어 퍼뜨린 이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이 유머는 내게 상당히 중의적인 풍자로 들렸다. 오히려 키 작은 남자를 루저로 부른 데 대한 집단 반감의 얼토당토 않음을 꼬집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키 작은 남자를 루저 취급한 발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분노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인터넷 공간의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가 더 웃기다는 얘기다.
기실, 외모에 대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표현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더욱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TV에서 하도 많이 봐 그러려니 하게 됐다. 그러니 별 문제도 안된다. 하지만 이번엔 남자의, 그것도 많은 이들이 컴플렉스를 지니고 있는 키를 놓고 문제 삼았으니 괘씸죄에 걸린 셈이다.
결국 부메랑이다. 남자들의 몸이 상품화되고, 초콜릿 복근이니 뭐니 관음의 대상이 되는 세태다. 수 백년 동안 여자의 몸을 상품화하고 점수를 매긴 데 대한 복수다. 구매력이 권력인 시대에 여성들은 이제 그 권력의 시선으로 남자의 몸을 대놓고 품평하는 데 더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적응하고 살아야지 별 수 있겠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