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도 아이들이 악마 같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식당에서 부모의 무방비 속에 천방지축 뛰노는 아이들, 어른의 상황은 아랑곳없이 놀아달라고 질정 없이 붙잡고 늘어지는 아이들을 보면, "아, 아무래도 성악설이 맞는 것 같아"라고 읊조리곤 한다. <나홀로 집에>에서 불쌍한 도둑 아저씨들을 잔인무도하게 해코지하는 매컬린 컬킨을 보며, "저 싹수머리 없는 놈"하고 욕까지 퍼부었다.
<오펀: 천사의 비밀>을 보니 진짜 악마 같은 아이가 나온다. 자신을 입양한 집에 들어가서 온통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영악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아이 같지 않은 아이는 자신의 범행을 가리기 위해 이간질과 협박, 교묘한 두뇌 플레이까지 일삼는다.
아이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오멘> 시절부터 있어 왔지만, 사탄이 씌웠다든가, 하는 어떤 근거가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평화롭던 집안을 공포의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그리고 오로지 반전의 충격을 위해 11살 여자아이를 진짜 악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사실은 그게 아니었군, 하며 안도하면 될 일이로되 나는 공포를 배양하는 이 영화의 전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 초반부터 맥락없이 등장하는 뒤통수나 거울 샷도 그렇거니와 결정적으로 입양아라는 설정 때문이다. 이것은 할리우드가 미국 땅인 이상 끝끝내 버리지 못하는 공포 코드, 즉 외부로부터의 침입자와 일맥상통한다. 공포의 주체가 하필 입양아로 설정돼 있다는 것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입양아 입장에선 입양 자체가 공포일지도 모르는 터에 백인 중산층의 편리한 공포 유희에 입양아 설정을 끌어들였다는 것 자체에서 일말의 불쾌감이 느껴졌다. 뭐 그딴 거에 신경 쓰냐고 한다면 할 말 없다.
어쨌는 나는, 꼬마가 망치로 어른의 머리를 강타하고, 주근깨 얼굴에 피가 튀는 장면을 단순한 영화적 설정으로만 보고 넘길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사벨 퍼만이 촬영 뒤에 심리 치료 같은 걸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위해 이런 섬뜩한 연기를 마다 않는 10대 소녀를 보는 기분은, 유치원 꼬마들이 어른들의 박수갈채를 받기 위해 일명 섹시가수 언니들의 골반춤을 흉내내는 풍경을 볼 때의 참담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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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