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트랜스포머> 1편의 개봉 당시, 나는 '이건 그냥 애들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명백히 애들만 본 건 아니어서, 당시 <트랜스포머>는 무려 8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국내 개봉한 외화 가운데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움으로써 기대치의 폭발력을 입증해 보였다.
“2편은 국내 개봉 외화 최초로 1천 만 이상의 관객 동원을 노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와중에, <패자의 역습>이라는 부제가 붙은 2편의 언론 시사가 오늘 용산 CGV에서 열렸다. 자랑스럽게도, 불법 다운로드에서는 악명 드높은 동포들 덕분에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서야 영화를 본 뒤, 나는 이 시리즈가 아동영화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데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극장문을 나서야 했다.
그건 근시안적인 즉평이었다는 것을 2편을 보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여, 뒤늦게나마 나의 속단을 정정해 본다. <트랜스포머>는 결코 애들 영화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 어른이되 '어른이 되지 못한' 애들을 위한 영화다.
1편에서 오토봇과 디셉티콘 사이의 정신없는 CG적 푸닥거리에 집중한 나머지 간과한 요소를, 마이클 베이 감독께서 2편에서 친절히 일깨워 주신 덕분이다. 잘 빠진 스포츠카와 변신 합체로봇, 이 두 종류의 10대 소년적 로망 외에 두 가지 흡입 요소가 더 숨어 있음을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확인시킨다.
샤이어 라보프 뿐 아니라 뭇 남성들의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든 메간 폭스는 첫 장면에서부터 이상 야릇한 포지션으로 오토바이를 섹시하게 제압하며 등장한다. 약간 아래에서 그녀를 찍고 있는 카메라의 초점은 늘씬한 에스라인과 그녀의 벌어진 다리 어디매에 맞춰져 있다. 다음 쇼트는 예의 가슴 굴곡이다.
아~! 얼마나 익숙한 그림인가. 주유소 엔진 오일 광고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제보다 젯밥에 더 관심 많은 남성들의 시선을 자연스레 가로채는 모터쇼 레이싱걸을 닮은 여주인공. 게다가 그녀는 그렇게 착한 육체를 가지고도 결코 한 눈 팔지 않고 남자주인공에 올인하는 열녀적 면모까지 과시하니, 이 어찌 남성들의 영원한 로망에 “충성!”을 외치는 자태가 아니겠냔 말이다.
2편의 마이클 베이는 영악하게도, 자동차와 변신합체 로봇, 그리고 쭉빵녀라는 코드에 ‘합체’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를 제시하는 데 게으르지 않다. 그것은 ‘뽀다구 만빵’의 밀리터리 액션. 최첨단 헬기와 항공모함, 핵잠수함이 동원되고, 지구를 대신해 조국과 인류의 안녕을 염원하는 유에스 거번먼트 솔져들의 감동 액션 신파!
감동적이지만 살짝 빈정 상하는 구석도 있으니, 우리의 오토봇은 위기 순간에도 굴하지 않지만, 디셉티콘들은 이쪽의 위기 때마다 알아서 어서 드라마를 만들라고 침묵을 지켜준다는 것.
외계 로봇들의 ‘휘리릭 뚝딱’ 변신 과정의 디테일은 여전히 어지럽고 두통 유발하되, 1편에서 피아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던 엉킴 싸움은 많이 진화했다. 이제야 어떤 분이 오토봇이고 어느 넘이 디셉티콘인지 구별이 좀 된다.
뭐, 어쨌든 <트랜스포머>는 명백히 애들만의 영화가 아니다. 여전히 금속과 군대, 나에게 충성하는 에스라인으로부터 힘을 확인하고 자아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어른 몸의 소년들을 위로하는 영화다. 그러니 이 땅의 헐거운 마초들이여, 즐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