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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사이의 차이를 아는가? 이 질문을 하고 있는 나도 솔직히 잘은 몰랐다. 어제 다큐멘터리 <3XFTM> 시사회에서 나눠준 '트랜스젠더 커밍아웃 가이드북'을 봤더니 친절한 설명이 나와 있다. 요컨대, 동성애가 '내가 어떤 성을 좋아하느냐'의 문제라면, 트랜스젠더는 '내가 나를 어떠한 성별로 생각하고 살아가려 하느냐'의 문제란다.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쪽에선 "성적소수자"라고 부르는 그들을 많은 이들이 "변태"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요즘 부쩍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르고 있는 걸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이들 성적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많이 열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동성애 장면만 보면 "우웩"하고 거부감부터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동성애나 트렌스젠더들을 신의 섭리를 거역한 이단아나 마녀 쯤으로 바라본다.

잘난 척 말고 내 경우부터 말하자면, 나 역시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에 흔쾌하진 않았다. 몇 해 전 동성애자 영화인이 술김에 내 가슴 부위를 만진 적이 있었는데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멋모르고 트랜스젠더 바에 갔다가 왠지 모를 이질감 때문에 술만 엄청 들이킨 적도 있었다. 여하튼 그래도, 지금의 나는 나와 성적 지향이 다른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들은 '있다'.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생기는 셈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동성애와 트랜스젠더가 실존함을 인정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이 영화를 보시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이 영화는 성적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갖느냐를 떠나, 적어도 세상을 살아가며 갖게 되는 하나의 근거 없는 편견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킬 기회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와 다른 것을 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진화한다. 그리고 다르다는 것을 포용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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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가 제작하고 김일란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3XFTM>은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많은 이들이 트랜스젠더 하면 우선 하리수부터 떠올릴지 모른다. 그녀도 트랜스젠더인 게 맞지만, 이 작품이 다루는 트랜스젠더들은 여성이었다가 남성으로 성전환한 이들이다. 'Female to Male' 그래서 FTM이다.

세 남자, 혹은 세 명의 여자였던 남자들이 주인공이다. 종우, 무지, 명진. 여성의 육체를 지녔지만 남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왔던 이들, 이들은 모두 성전환 수술과 호르몬 요법을 통해 남성의 신체를 갖게 된 이들이다. 영화는 이들에게 이성애자들이 흔히 가질 법한 호기심을 던진다. "당신들은 왜 남자가 되려 하는가" 대답이 절절하다. "남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 중 한명은 "이 사회에서 남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50배쯤 편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지 편하려고 남자가 됐을까? 그들이 겪어내야 할 편견과의 전쟁을 들여다 보면 그것도 아니다. 명진은 이력서에 여자고등학교의 '여자'라는 단어를 뺐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에 고발까지 당하고, 무지는 취업을 위해 여자 행세를 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상 1과 2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들은 1도 아니고 2도 아닌, 이 사회가 허락하지 않은 차원의 삶을 개척해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과감한 드러내기를 선택한 이들 세 FTM의 용기에 온전히 빚지고 있다. 영화가 개봉돼 세 사람의 성정체성이 노출된 순간, 이들이 겪게 될 또다른 고통은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세 남자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영화적 커밍아웃을 감행한다. 다큐멘터리는 그 고민과 결단의 과정까지 담아냄으로써 이들이 가진 절박함을 더욱 강렬하게 웅변한다.

별도의 내레이션 없이 세 남자의 인터뷰와 일상의 풍경만으로 구성한 <3XFTM>은, '영화가 아닌 척'하기가 대세인 이 시대의 다큐멘터리에 요구되는 성찰의 깊이를 치열하게 품고 있다. 편견과 차별의 역풍에 정면으로 맞서는 세 FTM과 제작진의 진심이 더욱 거대해 보이는 이유다. 6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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