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송윤아 기사 봤어?" 메신저로 후배가 '다급히' 말을 걸어왔다. "왜, 결혼한대?" 굳이 인터넷에 올라온 속보를 확인하는 절차조차 거칠 필요가 없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무실이 술렁거렸지만, 사실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당연히, 언젠가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설경구의 이혼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이 바닥에 있는 기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지금 당장은 좀 그렇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결혼하겠지, 라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 그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좀 오래 지나긴 했지만. 

지금 인터넷은 '설-송' 커플의 결혼 이야기로 뜨겁다. 둘의 결합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기에 충분한데, 여기에다 설경구의 전 처형이 올렸다는 글까지 일파만파로 퍼지며, 심지어 네티즌 사이에선 '송윤아, 설경구 결혼반대 서명운동'까지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다. 축복받아 마땅할 결혼이 이렇게 얼룩지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코믹한 상황이다. 진실이 어찌됐건 간에 결혼처럼 프라이빗한 사안을 두고(스타가 아무리 공인이라고 해도) 결혼반대 서명운동이라니! '서명운동'이란 표현이 갖는 신성함이랄까, 의식이랄까, 뭐 그런 의미가 '결혼반대'와 더해져 완전히 퇴색해버렸다.

서론이 길었으나 각설하고 이 커플의 결혼 자체를 논하고자 함이 아니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연예계의 '공공연한 비밀'에 관해서다.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온 '설-송' 커플의 결혼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으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라는 표현이 두 개 중 하나 꼴로 나온다. 그동안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두 사람은 극구 부인했지만 그걸 100% 믿는 연예부 기자는 몇 안됐을 게다. 믿는 척 했겠지, 그 앞에서는. 그만큼 다수가 알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결혼, 혹은 연애 기사 잘못 썼다가 그 책임을 어찌 지겠나) 누구 하나 먼저 선뜻 나설 수 없었던 것.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연애 기류가 흐른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꽤, 상당히 오래 됐다. 나 또한 소문 확인, 뭐 이런 차원에서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사귀는 사람 없어요"라는 말만 듣고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던 기억이 여러번이다. 다들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던 거지.  

'공공연한 비밀' 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이슈는 지금은 부부가 된 유재석과 나경은의 스토리다. 내가 지난 2006년 12월호 <여성중앙>에  두 사람의 열애 기사를 쓸 당시에도 방송가에는 두 사람에 관한 소문이 파다했다. 다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였던 거다. 사귀다가 헤어져도 크게 상처가 되지 않을(?) 20대의 파릇한 연애 스토리라면 또 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둘의 열애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결혼 이슈가 따라붙었기 때문에 기자로서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내용일 수밖에 없었다. 잠깐 해명하자면, 기사를 쓸 당시는 열애 사실을 기사화해도 되겠다는 구체적 상황 파악이 된 후였음을 고백한다. 아무튼 당시 <여성중앙>을 통해 먼저 보도된 후 여러 기자들이 아쉬워했다는 후문을 들었다. '나도 알고 있었는데' 하면서.
 
기자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공공연한 비밀은 언젠가 알려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알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 최근 보도된, 역시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세븐과 박한별의 열애 기사만 봐도 그렇지 않나. 6년 내내 줄기차게 부인하더니 발뺌하기 힘든 사진 한 장으로 오픈이 되고 말았다. 아, 좀 더 아름답게 알려질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도 연예가와 방송가에는 수많은 '공공연한 비밀'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들 역시 시간차를 두고 언젠가는 알려지겠지. 물론 덜 여물어 중간에 사라지는 비밀도 있겠지만!
 
                                                                                                            posted by passion people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