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에서 얻은 네 가지 교훈

영화 이야기 2007. 8. 7. 15:03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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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의 떡이 커 보일 때가 있다

열정적이고 당찬 성격의 패션 컨설턴트 유나(엄정화)에게 다정다감한데다 유머 감각까지 갖춘 호텔리어 민재(박용우)는 버거울 정도로 좋은 남편이다. 남 부러울 게 없다. 자상한데다 섹스도 잘한다. 우연히 자신의 클라이언트가 된 재수없는 기업인 영준(이동건)은 남편 발톱에 낀 떼만도 못한 녀석인 줄 알았다. 티격태격 하다 보니, 아! 이 자식 묘한 매력이 있는거다. 뭐랄까, 톡 쏘는 맛이 있는 홍탁 같은 놈이다. 유나도 가끔 달콤한 브라우니가 질릴 때가 있는 것이다. 홍탁도 걸쭉한 막걸리랑 합쳐지면 제 맛인데, 유나의 성격이 딱 막걸리다. 사고가 안나면 이상하다. 게다가 둘의 배우자들은 저 멀리 홍콩에 출장 가 있다. 타이밍 굿~! 제 떡이 아무리 맛있어도 가끔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이다.

2. 멀리 가면 더 치명적이다

영준의 아내이자 조명 디자이너 소여(한채영)는, 남편 영준에겐 언감생심인 자상함의 지존 민재에 순식간에 끌린다. 같은 시각, 두 사람의 남편과 아내가 서울에서 데킬라 취기에 얽혀 들어 실랑이를 빙지한 짝짓기 모드에 돌입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둘은 벌써 홍콩에서 훈훈한 짝짓기에 들어간다. 거칠 게 없다. 보는 사람도 없다. 홍콩 거리의 이국적 풍광과 끈적끈적한 공기가 에로스를 부추긴다. 역시, 멀리 오면 더 치명적이 된다.

3. 유유상종에서 부의 재분배로

겉보기엔 자존심 강한 전문직 종사자들이지만 유나와 민재 부부에겐 컴플렉스가 있다. 소박한 살림 때문이다. 특히 유나는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계륵이다. 그런데 영준과 소여는 있을 거 다 있는 애비 에미 잘 만난 귀족들이다. 버려도 버려도 남을 게 있는 복 받은 녀석들이다. 그만 관계를 청산하자는 민재에게 소여는 말한다. "난 다 버릴 준비가 돼 있는데..." 민재의 응수, "난 너무 어렵게 얻은 것들이라 버릴 수가 없어." 유유상종으로 커플이 된 두 부부, 정신 차리고 보니 짝이 바뀌어 있다. 부자 여자와 가난한 남자, 부자 남자와 가난한 여자가 짝이 됐다. 에로스는 가끔, 부의 재분배를 이룬다. 양극화의 극복! 나름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말이다(너무 갖다 붙였나?).

4. 지금 살고 있는 사람과 사랑하고 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지 못하는 건 불행이고 모순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갑남을녀라면 제도의 힘에 눌려 끙끙거리며 버텨낼 이 불행과 모순을 픽션의 힘으로 개선한다. 그러나 예의 상처를 남긴다. 이렇게 된 이상, 적어도 앞날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다. 유나도 민재를 사랑했고, 그래서 살았다. 소여는 차갑고 냉정한 영준이 좋았다. 그래서 함께 살았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사랑을 얻었다. 그렇다고 이 전의 사랑을 완전히 청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살아서 희미해진 사랑도 있지만, 살아서 생긴 사랑(흔히 그걸 의리라고 한다)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딜레마에 대한 완전한 해답은 없다. 다만, 청산할 마음이 없다면, 그리고 결혼 제도 안에서 남은 인생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꿋꿋하게 자문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과 사랑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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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라리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편의 영화같은 글입니다^^ 어느쪽이 영화인지 모르겠군요. 언젠가 보겠습니다.

    2007.08.07 19:52
  2. BlogIcon alex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만화 타짜 1부의 '사랑도 의리다'라는 대사도 기억나네요.

    2007.08.08 01:20
  3. BlogIcon 캐서린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만난 멜로물치고는 괜찮을 것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들 얼굴잘난 스타들이라 볼거리도 있을것 같고...

    2007.08.14 12:02
  4. 여자,신화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장지가 아주 럭셔리한 짝짓기모드더군요.
    감독은 시작(beginning) 에 대한 의미를 표출하고 싶어하던데...
    과연 그들앞의 주어진 새로운 시작은 밝기만 할지 무척 고민되는군요.

    2007.08.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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