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2009년의 4분의 1이 지났을 뿐이고, 그 사이 개봉한 한국영화라봤자 채 열 편도 안 되는 마당에 ‘올해의 발견’이라는 제목을 뽑은 게 좀 오버다 싶긴 하다. 하지만 왠지 이 표현을 쓰고 싶어진다. <우리집에 왜 왔니>는 여하튼 올해 내가 본 한국영화 중 가히 최고라고 할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발견이
아내를 잃고 죽기만을 꿈꾸는 남자(
내 주변에 적지 않은 이들이 이 영화의 다소 황당한 설정을 이유로, 튀어 보이려고 몸부림치는 실소 유발형 코믹 멜로가 아니겠냐는 의구심을 지니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단언컨대, 꽤 가슴 찡한 멜로다. 이렇게 얘기해보자. 감성이 메마른 탓인지 선남 선녀 나와서 눈물 콧물 흘리는 멜로 영화에 거의 감동 받아 본 적이 없었던 내가, 익숙한 이별 이야기에 매움의 강도를 높인 고춧가루를 섞어 관객의 입에 꾸역꾸역 집어 넣는 듯한 그 ‘자극-반응’의 눈물 서비스를 마뜩지 않아 했던 내가, 이 영화를 보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주인공들은 울지 않는 순간에 말이다.
불혹의 영화기자를 울린 이유가, 이것이 노숙자 여성과 자살을 꿈꾸는 30대 남자라는, 동정을 유발하는 이른바 루저들의 사랑 이야기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집착과 헌신이 동행하는, 사랑이라는 양가적이고도 보편적인 감정의 진화를 놀랍도록 세밀한 흡인력으로 툭 던져 놓는데야 눈물을 안 흘리고는 배길 도리가 없다. 요컨대, 멜로의 핵심적 목표가 관계의 서사가 아니라 감정의 환기에 있다면, <우리집에 왜 왔니>는 그 목표를 완벽에 가깝게 수행한다. 여기에 CF와 뮤직 비디오 연출로 다져진
강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