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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2007.08.03~05)

순위            제목                  서울주말             전국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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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디워                   498,400             2,953,000
2위          화려한 휴가               257,000             3,397,000
3위          다이하드 4.0               76,080             3,145,140
4위            라따뚜이                 67,400               720,700
5위             기담                    53,700               308,200
6위             1408                    37,100               177,000
7위            트랜스포머               31,000             7,163,000
8위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22,500             3,544,500
9위           에반 올마이티              8,300               244,000
10위            힛쳐                     4,100                20,000


치부심 <용가리> 이후 7년만에 복귀한 심형래 감독이 마침내 한을 풀 것 같다. 그의 SF 괴수 영화 <디 워>가 전국 689개 스크린에 걸려 개봉 첫 주말 300만 명에 가까운 초특급 대박 오프닝을 기록했다. 이거야 말로 '화려한 부활'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단 흥행 면에서 그동안의 수고와 고생을 깨끗이 씻어줄 결과를 안게 됐다는 점에서 심형래 감독과 그와 동고동락한 이들에게 축하할만한 일이로되, <디 워>의 흥행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굉장히 이채로워 차라리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는 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디워>는 개봉 전 시사 직후 '비주얼은 좋은데 스토리가 영 아니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이럴 때 많이 쓰는 '혹평에 시달렸다'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혹평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실제로 그에 '시달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혹평한 자들이 거대한 시달림을 당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광고가 평론을 집어 삼킨 뒤부터 언제나 그래왔듯, 이미 대중에게 기대작으로 낙점된 경우, 평단의 반응은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수도 없이 입증돼 왔다. 그러므로 심 감독과 <디워>의 열혈 팬들이 전문가로 통칭되는 비판론자들에게 대응하고 있는 방식과 같은 과격한 팬덤은, 이미 크게 약화된 비평의 기능을 과대평가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평론의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괴수 영화를 장르의 틀에서 비교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비평 방법론의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번 <디워> 파문을 보며 든 생각이다.)
 
게다가 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찬 언론 때문에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심 감독의 성토가 무색할 정도로 주류 언론은 다시 돌아온 그를 매우 적극적이고도 호의적으로 밀어줬다. 심 감독도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쳤다(여기에는 그의 드라마틱한 복귀를 시청률 상승의 호재로 활용하고자 한 방송사들의 계산도 한 몫 했다. 실제로 그들은 감독 심형래가 마음껏 영화를 직접 광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대신 '돌아온 영구'를 얻는 방식의 거래로 꽤 짭짤한 특수를 누렸다). 당연하게도, 그런 분위기는 '핍박 받은 루저' 심형래 감독의 고군분투와 뚝심에 많은 이들이 흔쾌히 감정이입하는 데, 그리하여 '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봐야 겠다는 의식을 전파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라서 <디워>를 단순히 SF 괴수 영화라는 범주 이상의 것으로 고양시키며 심형래 감독 자신의 영화 인생, 그리고 문화 애국주의의 발로와 동일시하려는 영화의 마케팅 역시 그대로 먹혀 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족용 괴수영화로서 <디워>가 이룬 일정 정도의 비주얼적 성취도 간과될 수 없는 요인이다. 요즘 관객이 어떤 관객인데 애국심과 인간승리의 코드만 가지고 꽝인 영화를 보러 가겠는가.

그럼에도 <디워>의 열혈 옹호론자들과, 대립과 대결이라면 환장하는 일부 언론이 '심형래 vs 충무로, 관객 vs 평론가'라는 대립구도로 몰아가며 비판론자들에 대해 마녀사냥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현상은, 영 앞뒤가 안맞아 보인다. 문화 아이콘으로서의 심감독의 위력은 이미 땅에 추락하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평론의 권위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새삼스럽지도 않은 현상일 뿐더러 쇼박스라는 대형 배급사가 이 프로젝트의 후광 효과를 자임한 순간부터, 어느 정도는 예견된 현상이었다.

<디워>에서 착한 이무기는 영화 내내 안나오다가 마지막 장면에 멋지게 등장해 악한 부라퀴와 대범하고도 치명적인 대결을 펼친다. 그런데 <디워>를 둘러싼 일부 팬덤의 다분히 호전적인 태도를 보고 있자니 영화 내내 LA 도심을 휩쓸고 다니는 부라퀴가 연상된다. 참 이상한 노릇이다.

어쨌든 이런 모든 기이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디워>라는 영화가 이룬 성취, 그리고 이 영화의 흥행 그 자체는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인간 심형래의 불굴의 의지가 마침내 성공적인 기착점에 도달했다는 점보다, 한국 판타지 영화의 개척에 유용한 기술적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이미 300만을 넘어선 <화려한 휴가>와 단숨에 300만을 목전에 둔 <디워>의 쌍끌이 흥행이 한국 영화산업의 메마른 대지에 모처럼 단비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짜 기대한다.

## 위 박스오피스 도표에 나온 관객수는 기자의 취재에 의해 확인한 실관객수(근사치)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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