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자극적이고도 지적인

영화 이야기 2009. 2. 26. 12:30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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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멋진 수트를 입은 채 중력을 유린하는 근육질 영웅의 활약?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들을 혼쭐내는 정교하고도 화려한 액션? 아니면 조금 더 나아가 세상을 연민하고 인간의 어리석음을 걱정하는 고뇌의 몸부림? 그렇다면 이 영화 <왓치맨>은 당신의 기대감을 단 한치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대신 이런 건 어떤가. 절단되는 팔, 신체를 관통하는 총알, 터져 버리는 몸, 강간을 일삼고 임신부에게 총을 쏘는 슈퍼 히어로, 그리고 폭력의 향연을 마친 뒤 펼치는 남녀 히어로의 노골적인 섹스신.

영화 <왓치맨>은 이런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그러니 이 영화를 슈퍼 히어로 영화의 연장선에서 짐작하고 계신 분들로선 헷갈리는 게 당연할 노릇이다. 이렇게 표현해보자. <왓치맨>은 무지막지하게 자극적이고 가공할 정도로 지적인 영화다. 자극적이라는 말과 지적이라는 수사가 상호 모순되는 것 같아 보일테지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왓치맨>, (이렇게 분류하는 게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슈퍼 히어로 계열의 영화 가운데서는(어느 정도는 <다크 나이트>의 충격을 뛰어 넘는) 전무후무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소개를 납득시킬만한 두 가지 중요한 참고 요소를 빠트릴 수 없겠다. 하나는 이 영화가 그래픽 노블의 혁명가이자 전설로 추앙받고 있는 앨런 무어의 동명 원작을(그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비교적 충실하게 옮겼다는 점, 또 하나는 그 장본인이 영화 <300>으로 이른바 그래픽노블룩을 창시하는 데 공헌한 잭 스나이더라는 점이다. 원작자 앨런 무어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걸작 <브이 포 벤데타>, 그리고 감독 잭 스나이더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영화 <새벽의 저주>를 상기한다면, <왓치맨>을 자극적이고도 지적인 영화라고 소개한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앨런 무어가 축조한 냉소적 창의력의 세계를 받아 안은 잭 스나이더의 영화적 해석이 가장 독특한 히어로 영화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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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이른바' 슈퍼 히어로가 등장한다. 영화 초반에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코미디언, 늘 복면을 쓰고 다니는 로어셰크, 외모는 배트맨을 닮았지만 남성성은 고개 숙여 버린 나이트 아울과 슈퍼모델급 여성 영웅 실크 스펙터, 머리가 너무 비상해서 문제인 오지맨디아스, 그리고 멤버 중 유일하게 실제 초강력 슈퍼 파워를 지닌 닥터 맨해튼. 핵을 통제할 수 있는, 그래서 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닥터 맨해튼을 뺀 이들 모두 정부의 활동 금지 조치에 따라 은퇴한 상태. 하지만 코미디언이 살해당한 뒤 로어셰크가 그 배후를 뒤쫓게 되고, 이들 모두 은밀한 활동을 개시한다.

이 작품이 1970
년대 닉슨 대통령 통치기의 미국이라는 구체성 위에 이야기를 구축한 건 의미심장하다.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 미소 냉전으로 상징되는 시기에 대체역사적 윤색을 가한 뒤 슬쩍 슈퍼 히어로들을 개입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미국은 코미디언과 닥터 맨해튼 등의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에 힘입어 베트남전을 승리로 이끈다. 닉슨은 3선에 성공하고, 미소 냉전이 극에 달하면서 세계는 핵 전쟁의 위기에 몰린다. 슈퍼 히어로들은, 그러니까 미국의 슈퍼 파워를 가능케 한 수행자들(그런 점에서 이들을 미국의 핵 패권으로 해석한들 무리는 아닐 것이다.)은 권력의 요청에 의해 은막 뒤로 숨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내재된 슈퍼 히어로서의 본성(어찌 보면 저주!)은 그들을 다시 잔인한 거리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잭 스나이더가 슈퍼 히어로라는 문화적 텍스트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그러나 기존 슈퍼 히어로물에는 슬쩍 감춰져 있는 폭력과 섹슈얼리티에 주목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오케이 여기까지.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난 뒤 극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질 게 분명해 보이는 바, 이 영화에 대해선 추후에 또 논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3월 5일 개봉. 당근 청소년 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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