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를 쓰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어떤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 그리고 그 영화를 먼저 본 자의 입장에서 볼만하냐 않느냐의 감상을 피력함으로써 관객들의 관람 선택에 참고를 드리는 것. 헌데 이런 경우도 있다. 혹시라도 예고편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통해 영화에 대한 오해나 핀트가 어긋난 인상을 가진 분들에게 '사실은 이러하다' 정도의 참고 정보를 알리는 것. <판의 미로>나 <베오울프>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사전에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영화를 봤다가 거대한 장르적 위화감을 얻은 관객들이 사실은 꽤 괜찮은 영화를 쓰레기 취급 해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다 영화의 실체에 근접한 사전 정보를 미리 얻지 못한 대가들이다.
영국산 판타지 <문 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 역시 혹시라도 그럴 염려가 있어, 별로 의욕은 안생기지만 프리뷰를 쓰기로 했다. 헌데 <판의 미로>처럼 오해 때문에 쓰레기 취급 당할까봐 하는 염려와는 정반대의 이유 때문이다. '<해리포터> <스타워즈> 제작진의 2009년 초대형 어드벤처 판타지'라는 홍보 문구에 혹해 혹시라도 이 영화를 진짜 <해리포터> 정도의 대형 모험극으로 생각하고 고른 분들이 생길까봐, 그리고 엄청난 실망을 안고 극장문을 나올까봐 걱정이 돼서다. 물론 미리 경고해도 꾸역 꾸역 보시는 분들 있을 거 뻔하고, 개봉 첫 주말이 지나면서 네티즌 평점도 곤두박질칠 것 역시 뻔하다.
각설하고, 확실히 판타지의 시대인지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온통 판타지 투성이다. 안방 극장에서는 <아내의 유혹>이나 <꽃보다 남자> 류의 막장 판타지가 인기를 끄는 사이 극장가에서도 <반지의 제왕> 효과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 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은 그러한 트렌드에 살짝 편승한 작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작의 독창성과는 별개로, 영화는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한편의 동화극 같다. 좀 심하게 말해 값싸게 한 편 뚝딱 찍어낸 듯한 소품 판타지라고나 할까.
숲과 저택, 그리고 나쁜 녀석들의 소굴 정도가 이 영화가 선사하는 공간적 상상력의 사실상 전부이다. 마지막 CG 장면을 통해 판타지로서의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긴 하지만, 영화 내내 저택 내부와 좁은 숲 안에서만 살짝 어색하게 좌충우돌하는 인물들의 동선에 '초대형 어드벤처'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는 건, 아무리 홍보카피라 해도 많이 오버다 싶어진다.
그렇다고 찾아낼만한 미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어떤 판타지라도 그렇듯, 이 영화 역시 배경인 문에이커 계곡이 두 가문의 탐욕과 자존심 때문에 멸망의 위기에 다다르고 주인공 소녀 마리아의 살신성인적 활약에 힘입어 평화를 되찾는 과정을 통해 사랑과 용서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자라나는 아이들한테는 많이 필요한 교훈이긴 하다). 헌데 그 지당하신 교훈조차 뭔가 좀 제대로 된 모험극 안에 담아야 위력이 커지는 법인데, <문 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은 아쉽게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로 그런 판타지 영화스러운 미덕이 빠져 있다. 그러니 졸립기 그지 없는 밤에 듣는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처럼 맥이 쭉 빠져 버린다. 그래도 뭔가 있을 것 같다고? 난 책임 못진다.
2월 19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