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참 잘 지었다. 이 얼마나 비아냥대기 좋은 제목이란 말인가. 길게 말할 것 없이 <유감스러운 도시>는 유감스러운 영화다. 이게 올 설 연휴에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영화라는 사실은 관계자들에겐 천우신조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보기엔 다시 한번 통렬히 유감스럽다. 설 연휴 극장가에 골라볼만한 한국영화 한 편이 없다는 사실은 관객 입장에선 분통 터질 노릇 아니겠는가.
알려져 있다시피, <유감스러운 도시>는 <무간도>의 설정을 슬쩍 가져왔다. 그러니까, 조직에 잠입한 경찰 스파이와 경찰에 잠입한 조직 스파이의 얘기다. 그렇다고 <무간도>의 패러디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제작진은 그냥 그렇게 뒤바뀐 설정 만으로도 훌륭한 코미디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믿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흥행에 성공한 조폭 코미디들은 한결같이 위치의 전복, 또는 역전된 상황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썼다. 조폭이 산사에 가고(달마야 놀자), 학교에 가고(두사부일체), 윤리 교생이 되고(투사부일체), 강력계 검사를 며느리로 맞는(가문의 위기) 등 말하자면 조폭적 세계와 주류적 세계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 속에서 웃음을 뽑아내 왔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무간도>의 설정 역시 조폭 코미디의 소재로 안성 맞춤이라는 나름 철저한 계산이 따랐을 터, 게다가 3년 전 조폭 코미디는 한 물 갔다는 세간의 시선을 보기 좋게 비웃으며 600만 명 이상의 대박 흥행을 터뜨렸던 <투사부일체>의 제작진들인만큼, 그 자신감이 아주 근거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근거는 있되, 증거는 없다. 즉, <유감스러운 도시>는 성공한 조폭 코미디의 요소들을 재조합해 내는 데 실패한다. 그러니까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의 동거라는 설정에서 웃음을 뽑아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교통경찰에서 어느날 조직에 잠입할 것을 명받은 경찰 스파이는 조직에 그럭저럭 잘 적응해 가고, 창녀촌을 배회하던 날건달 생활에서 불쑥 경찰에 잠입한 조직 스파이 역시 날 때부터 경찰처럼 군다. 이를테면 어설픈 경찰 행세나 어설픈 조폭 흉내 내기로부터 파열되는 웃음을 생산하지 못하니, 웃음은 할 수 없이 주변 인물들의 몫으로 떠넘겨지는데, 이런 유의 영화에서 어지간히도 많이 봐왔던 성기 중심의 음담패설적 자학 개그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 어쨌든, 여전히 그런 설정에서 웃어주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라는 불도저 같은 믿음만큼은 존경스럽다.
배우들의 스테레오타입화된 연기도 하품 나오게 하는 데 일조한다.
<무간도>에 대한 부채 의식 때문인지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누아르적 색채로 돌변하며 제법 긴장감을 뽑아내려 애쓰는데,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을 수 있다면, 바로 그 뜬금 없는 장르적 점프컷에서 오는 실소가 전부이다. 일부에선 이 영화에서 <공공의 적> 등의 요소를 끄집어내는 듯 한데, 그렇게까지 분석하는 것은 수고로울뿐더러 불필요한 일이다. 이건 그냥 유효 기간이 지나도 한참 지난 흥행 패턴이 지금도, 적어도 설 연휴 시즌만큼은 먹힐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졸부적 판타지의 소산일 뿐이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2009년 영화계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