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선배,
그날 잘 들어가셨는지요.
내심 수척해지셨을거라 생각했는데 건강해 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폭식하는 습관 때문에 살이 쪘다고 하셨지만 마른 것보다야 좋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몸과 마음으로 에너지를 축적해 놓아야 하실 때니까요.
42.195 킬로미터 마라톤도 거뜬히 완주하는 선배이니 필요하면 언제든 또 뺄 살일 겁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여전히 미소와 낙관을 잃지 않는 선배의 기개였습니다.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고 믿는 저들에 의해 거리로 내쫓긴 지 벌써 석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전혀 지치거나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차분히 앞으로의 갈 길을 얘기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안도가 됐습니다.
지난 금요일, 인사동에서 대화를 나누며 저는 울 뻔 했습니다.
그것은 그 현장에 함께 할 수 없는 데 따른 미안함도 아니었고,
슬퍼서도 아니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였습니다.
옳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한 치도 물러섬 없이, 그 고통과 시련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는,
그리고 그 과정에 흔쾌히 동참하고 있는 여러 선배, 동기, 후배들의 모습이
처연하게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격이었습니다.
퇴사자로서 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는 게 가당치 않은 것 같아 꾹꾹 눌러 참았지만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결국 청승맞게 몇 방울 떨구고 말았습니다.
기억합니다.
함께 사회부 야근을 할 때, 선배는 기사 하나 하나에 편향된 시각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표현을 걸러내주셨지요. 피곤에 찌든 저는 그런 선배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짜증이 났지만, 그것이 진짜 기자의 모습임을 지금 상기합니다. 술을 잘 못드시는 선배는, 폭탄주 회식 자리에도 한번도 빠지지 않았고, 눈이 붉게 충혈되면서도 새벽녘까지 후배들의 성토를 들어줬지요.
그런 선배가, 그 진짜 기자가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채 거리로 내몰린 상황은 누구도 올바르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들에게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하라고 강요하는 이 상황은 모순이기에 바로 잡힐 것입니다. 정답이 너무나 명확한 이 싸움은, 그러므로 승리가 이미 예정돼 있음을, 저들만 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선배,
살면서 포옹하는 법을 곧잘 까먹습니다.
헌데 선배만 만나면 이상하게 포옹을 하게 됩니다.
그날도 선배는 절 보자마다 안아주셨지요.
그 넉넉한 가슴에 안길 때, 제가 시나브로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가 전이돼옴을 느낍니다.
저널리스트의 냉철함은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각인합니다.
비록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인간에 대한 사랑을 까먹은 일부 간부들이 후배들을 배신했다 할지라도,
선배의 그 진심이, 저널리스트의 진심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선배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리포팅을 하시는 날이 곧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날이 추워집니다.
올 겨울이 선배에겐 더욱 춥게 느껴지시겠지만,
온정 많고 정의로운 이들이 선배의 곁을 단단하고도 따뜻하게 지켜드릴 겁니다.
힘내십시오.
그날 잘 들어가셨는지요.
내심 수척해지셨을거라 생각했는데 건강해 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폭식하는 습관 때문에 살이 쪘다고 하셨지만 마른 것보다야 좋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몸과 마음으로 에너지를 축적해 놓아야 하실 때니까요.
42.195 킬로미터 마라톤도 거뜬히 완주하는 선배이니 필요하면 언제든 또 뺄 살일 겁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여전히 미소와 낙관을 잃지 않는 선배의 기개였습니다.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고 믿는 저들에 의해 거리로 내쫓긴 지 벌써 석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전혀 지치거나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차분히 앞으로의 갈 길을 얘기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안도가 됐습니다.
지난 금요일, 인사동에서 대화를 나누며 저는 울 뻔 했습니다.
그것은 그 현장에 함께 할 수 없는 데 따른 미안함도 아니었고,
슬퍼서도 아니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였습니다.
옳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한 치도 물러섬 없이, 그 고통과 시련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는,
그리고 그 과정에 흔쾌히 동참하고 있는 여러 선배, 동기, 후배들의 모습이
처연하게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격이었습니다.
퇴사자로서 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는 게 가당치 않은 것 같아 꾹꾹 눌러 참았지만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결국 청승맞게 몇 방울 떨구고 말았습니다.
기억합니다.
함께 사회부 야근을 할 때, 선배는 기사 하나 하나에 편향된 시각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표현을 걸러내주셨지요. 피곤에 찌든 저는 그런 선배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짜증이 났지만, 그것이 진짜 기자의 모습임을 지금 상기합니다. 술을 잘 못드시는 선배는, 폭탄주 회식 자리에도 한번도 빠지지 않았고, 눈이 붉게 충혈되면서도 새벽녘까지 후배들의 성토를 들어줬지요.
그런 선배가, 그 진짜 기자가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채 거리로 내몰린 상황은 누구도 올바르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들에게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하라고 강요하는 이 상황은 모순이기에 바로 잡힐 것입니다. 정답이 너무나 명확한 이 싸움은, 그러므로 승리가 이미 예정돼 있음을, 저들만 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선배,
살면서 포옹하는 법을 곧잘 까먹습니다.
헌데 선배만 만나면 이상하게 포옹을 하게 됩니다.
그날도 선배는 절 보자마다 안아주셨지요.
그 넉넉한 가슴에 안길 때, 제가 시나브로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가 전이돼옴을 느낍니다.
저널리스트의 냉철함은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각인합니다.
비록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인간에 대한 사랑을 까먹은 일부 간부들이 후배들을 배신했다 할지라도,
선배의 그 진심이, 저널리스트의 진심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선배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리포팅을 하시는 날이 곧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날이 추워집니다.
올 겨울이 선배에겐 더욱 춥게 느껴지시겠지만,
온정 많고 정의로운 이들이 선배의 곁을 단단하고도 따뜻하게 지켜드릴 겁니다.
힘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