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멈추는 날' 짧은 시사 후기

영화 이야기 2008. 12. 19. 18:39 Posted by cinemAgora

지구 걱정은 키아누 리브스가 다 하는 것 같다. <매트릭스>의 네오 때문에 구세주 이미지는 그의 전매 특허다. <지구가 멈추는 날>에서도 그는 어떤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에서 강림한 전지전능한 외계인으로 등장한다. 그가 하니까 왠지 자동연상 작용이 일어나면서 꽤 자연스러워 보이는 구석이 있다. 이 말은 거꾸로, 식상해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는 후자였다.

키아누의 캐릭터만 식상했다면 덜 지루했을 일인데 결정적으로 이야기가 식상하다. 왜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행성은 늘 뉴욕 맨해튼을 향하는지는 그러려니 하자(이 영화에선 거기 UN이 있어서 그렇다고 우긴다). 애써 지구를 위기로 몰아넣고, 온통 CG로 떡칠한 파괴의 향연을 선보여 놓고는, 막상 그 해결 과정은 참으로 싱겁다.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테니 요 정도만 해두자.) 그 사이, 키아누 리브스와 제니퍼 코넬리의 입을 빌어 제법 육중한 문명 비판적 논쟁이 등장하지만, 사람들이 인간성에 대한 지루한 설교을 듣자고 이런 오락 영화를 고르는 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와 교훈이라도 얼마나 찰진 드라마 안에 녹여내느냐가 관객들을 감동 시킬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관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본 <지구가 멈추는 날>은 게으르다. 아니, 서툴다. 애초에 진심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구와 인류의 운명에 대한 걱정, 가족의 소중함과 인간성의 위대함 따위는 오락적 비주얼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로만 활용될 뿐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말을 아낄 일이었다. 새삼 <딥 임팩트>(1998)가 꽤 훌륭한 영화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12월 24일 개봉.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