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일요일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지난주에 이어 KBS 2FM <오정연의 3시와 5시 사이>에서 객원 DJ로 음악을 틀었다.
이젠 일주일에 고작 하루, 한 시간의 시간에 적응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감 없는 시간.
생방송이기에 더욱 그렇다.

두 통의 전화 연결. 두 번째 전화는 직접 건 전화였다.
게시판에 20대 여성이라고 자신을 밝힌 누군가가 한강변을 걷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새벽 3시하고도 30분이 넘은 시간.
영하의 기온에 혼자 강변을 걷는다는 건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녀는 말했다.
오래전 한 남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면서부터 생긴 버릇이라고.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그렇게 한강을 따라 걷게 된다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무엇인가를 잃게 된다.
냉철했던 이성이나 자신만의 시간 같은 것을.
그러나 이별을 경험한 사람은 무엇인가가 남아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상실감, 예전엔 없던 습관, 그리고 약간의 깨달음.

사랑의 신은 의외로 공정하다.
사랑을 얻으면 다른 것을 잃고, 사랑을 잃으면 또 다른 것을 주고 가니까.


<12월 14일 3:00 AM / 89.1 KBS 2FM 에서 방송한 트랙 리스트>

1. I Wish / Stevie Wonder

2. Super Sexy Girl / Fundacion Tony Manero
3. Don't Look Back / Telepopmusik
4. And I Love Him / Shirley Horn
5. 인생 뭐 있어? / 봄여름가을겨울
6. Mr. Wonderful / Earls
7. More Than Paradise / Port of Notes
8. I Can't Stop / Al Green
9. Rumba Del Caion / J.P Torres



존 쿠잭, 잭 블랙 주연의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원제 : High Fidelity)>를 보면
딸을 위해 스티비 원더의 앨범을 사로 온 손님에게 잭 블랙이 일갈(!)을 날리는 장면이 있다. "딸이 혼수상태인가요?"

손님이 찾았던 음악은 80년대에 발표된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였다.
잭 블랙의 비아냥엔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70년대 스티비 원더가 발표한 천재적인 영감의 음악들에 비해,
80년대에 발표된 곡들은 그 뛰어난 모양새와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내음이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비 리틀(little) 원더란 이름으로 데뷔한 이 음악의 마스터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 그리고 롤링 스톤즈가
60년대 이후 등장한 거의 모든 록 밴드를 저작권법으로 고소할 수 있듯,
제임스 브라운,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과 함께 70년대 이후
펑키(funky) 사운드를 구사하는 모든 아티스트에게 로얄티를 요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첫 곡으로 선곡한 <I Wish>는 스티비 원더의 70년대 펑크 곡 중 하나이다.
<Superstition>, <Higher Ground>가 대표곡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론 <I Wish>를 더 좋아한다. 이건 그냥 취향이다.  

윌 스미스가 샘플링해 영화에 수록되기도 했던 <Wild Wild West>의 오리지널이자, 
30년이란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모던함으로 넘실거리는 
그루브의 마스터피스를 즐겨보시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울집강아지는야옹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나는 바보구나.
    일요일 새벽 3시에서 4시라고 하길래
    "이제 들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지금은 월요일 새벽이지....맞어.....

    아쉽네요.
    어제도 당연히 그 시각에 깨 있었는데.

    2008.12.15 02:17
  2. rainbowme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태훈님 덕분에 요즘 잊고 있던 stevie wonder노래를 다시 찾아 듣게 되네요.
    저는 Don't you worry bout a thing을 좋아합니다만
    I wish도 좋군요.

    2008.12.15 06:15
  3. 여자,신화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랑의 신은 의외로 공정하다.
    이 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
    인생에 대해 깊이 알고계신 태훈님의 가르침에
    힘을 냅니다!

    2008.12.15 12:11
  4. 마세은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날 방송을 들었어요.
    새벽 3시에 한강변을 걷는다는 그 분이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저도 그랬던 기억이 있더라구요.
    음악도 좋았고, 태훈님의 목소리도 좋았고...
    너무 늦은밤이라 방송을 듣기엔 많이 힘들었지만...
    열심히 들을께요... 좋은 방송 늘 부탁드려요^^

    2008.12.15 14:44
  5. 주먹불끈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방송을 듣고 있었죠.
    입김이 나는 모습, 차가울 손, 볼...그런 것들까지 상상하면서;;
    그 여자분 목소리가 계속 생각나네요.
    계기가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냥 그 분의 습관처럼 느껴졌어요.그러네요. 남겨진 것. 습관.
    그래도 그 순간은 지났다는 느낌.
    라디오를 끄려다 태훈님 목소리가 나와서 깜짝, 그리고 반가웠던 밤이었습니다.
    좋은 음악도 기대할께요. 김태훈씨가 소개하는 음악은 꽤 솔깃하거든요. ㅎ
    그럼 이번 주에도 안자고 버틸께요. ㅋ

    2008.12.15 16:23
  6. m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지애의 뮤스 듣다가 잠들었습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어요

    2008.12.15 17:53
  7. 꼬부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이번에도 녹음해서 김태훈,박은석씨 두분다 잘들었습니다 . 근데 선곡다 좋았는데 전 도저히 듣도보도못한 가수,노래만 나와서 제 음악지식이 탄로가나는것같아 좀..

    2008.12.15 19:32
  8. ...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그동안 못 봤던 스티비원더의 동영상 마니 봤어요~
    음악캠프 코너도 잘듣고 있구요~ㅋ

    2008.12.16 02:18
  9. 날라리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딴소리지만, 잭블랙은 이제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큭!

    2008.12.16 10:28
  10. BlogIcon poise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나중에야 방송을 듣게 됩니다.
    요번주엔 본방사수가 가능할런지. ^^
    지난 방송들 다 들어봤는데 유쾌하고 좋더라구요.

    2008.12.16 13:40 신고
  11. 알 수 없는 사용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 저요.. 이 날 침대에서 노트북이랑 낄낄대며 굴렀습니다.^^*
    ㅎㅎ 신청곡도 들려주시고,, 콩에 글도 읽어주시고,, ㅎㅎㅎ.
    그리고.. 출근해서 졸았담다. 제가 누굴까요 ...^^
    암튼. 영화 상영회~토욜에 뵐게요^^ 기대되는 하루~~~~~

    2008.12.18 23:45
  12. BlogIcon how to become a reseller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좋은하지만 그림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2012.02.02 14:58
  13. BlogIcon free traffic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대한 작품.

    2012.02.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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