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포뇨' 시사 후기

영화 이야기 2008. 12. 10. 22:26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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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늘 전작들과의 비교선상에서 해석되거나 평가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혹자들은 최근 그의 애니메이션이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들을 내놓기도 하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 그건 그의 위대한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일 것이다.

어떤 작품에서든, 미야자키 하야오는 오로지 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객을 순수와 동심의 세계로 끌어 들이는 탁월한 솜씨를 발휘해 왔다. 그의 신작 <벼랑 위의 포뇨>도 예외는 아니다. 이것이 과연 일흔을 앞둔 노인의 머리 속에서 튀어 나온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들 만큼 그가 펼쳐 놓는 상상력의 세계는 가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어쨌든 그의 작품을 환경주의다 뭐다 이러쿵 저러쿵 분석하는 것조차 왠지 어색하게 할 정도로 <벼랑 위의 포뇨>는 시침 뚝 떼고 온전히 아이들의, 그러니까 다섯살 꼬마 소스케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사건을 무려 17만 장의 셀화를 통해 펼쳐 놓는다. 어린 물고기 소녀 포뇨가 가출을 감행했다가 우연히 벼랑 위 집에 사는 소스케를 만나 우정을 넘어 애정까지 느끼게 되고, 결국 인간으로 변해 소스케를 찾아온다. 그 사이 마을에는 거대한 해일이 덮치고, 엄마를 구하러 나선 소스케와 포뇨의 모험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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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기에 미소가 번지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인간이 된 포뇨가 소스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넘실대는 파도(또는 거대한 물고기떼) 위를 질주하는 장면에선 그냥 흐믓한 웃음이 터진다. 저 황당무계하고 얼토당토 않은 장면을 바라보며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달려, 포뇨! 달려!'를 외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이니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마냥 판타지만 넘실대고 만다면 도리어 싱거울 것이다. 바닷가 마을을 묘사한 파스텔 풍의 배경 그림 뿐 아니라, 캐릭터들의 미세한 디테일까지 어루만지는 대목에선 역시 거장의 손길이 느껴진다. 예컨대, 당찬 성격의 소스케 엄마(마치 <이웃집 토토로>의 사츠키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가 어른이 됐다면 저럴 것 같다는 느낌?)가 발로 문을 닫는 모습이라든가, 앞뒤 가리기엔 너무 어린 소스케가 배를 밀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간 뒤 뒤늦게 모자와 가방을 배 위에 올려 놓는 모습 등은 각 캐릭터의 성격에 대한 면밀한 계산이 뒤를 받쳤기 때문일 것이다. 소스케가 토라진 엄마를 대신해 멀리 바다 위를 항해하는 아빠와 모스부호로 교신하는 장면, 포뇨를 잃어버린 뒤 시무룩한 표정으로 엄마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는 모습 등,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이들이 남달라 보이는 것이 미야자키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는 점점 더 어린 아이들의 세계 속으로 깊이 천착해 들어가고, 이번엔 바닷속 깊은 곳에서 동심을 퍼올린다. 우리는 <벼랑 위의 포뇨>를 통해 순수의 원천, 상상력의 고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67세 소년의 염원을 만나게 된다. 12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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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넨ㅅ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말이 멋지군요. '상상력의 고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67세 소년의 염원을 만나게 된다.'

    2008.12.10 23:02
  2. BlogIcon 말미잚  수정/삭제  댓글쓰기

    철저하게 만화의 세계를 영화화하는 감독.
    왠지 흔히 통용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일반적인 흐름을 쫏기보다는
    70년대 80년대 만화가 가진 무한의 상상력의 장점을 올곧이 활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보다보면 애니영화를 봤다기 보다는 어느 한가로운 날
    구들장에 배깔고 뒤적거리던 만화책을 읽은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2008.12.11 00:55
  3. BlogIcon Fingeren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동포동해서 사랑스럽다는 '포뇨'가 부러워 지는 영화.
    나도 물고기나 할까~ ㅋㅋㅋ

    2008.12.11 22:32 신고
  4. 날라리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사 다녀온 후, 너무 기분이 좋다는. 최근의 작품들에 비해 연령대가 낮아진듯도 하지만(사실 전 나이를 먹고 있잖아요?^^) 그래서그런지 마음을 턱 열어 놓고 즐겁게 그들의 세상에 동참하게 되더군요. 소스케, 포뇨, 다이스키~

    2008.12.12 10:16
  5. 좀더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어공주의 일본판 해석일뿐.... 결국 좋은 스튜디오를 그 나라에서 만들수있고 해나갈수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2008.12.12 14:54
  6. 뭐가 그리 대단하더냐?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동아를 꿈꾸는 우익 67살의 소년이겠지.

    2009.01.14 18:07
  7. BlogIcon carrera lunettes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을 감아봐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2013.04.2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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